지인분의 추천을 받아 서울성곽길 걸을 때 점심으로 찾게 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 '카페 퓨전'
이 일대 식당들이 다 그렇듯 이 곳도 러시아 / 중앙아시아 지역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으로(카페가 아닙니다)
먼저 다녀온 지인분께서 꽤 괜찮다고 추천해주심과 동시에 특이한 메뉴를 권하셔서 호기심에 찾게 되었습니다.
가게 정보를 '카페 퓨전' 으로 검색해도 위치가 안 나오니 건물 1층의 '공평동꼼장어' 로 검색하셔야 합니다.
매장 2층에 올라서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러시아 양식의 화려한 궁전.
아 이 곳에 제대로 찾아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첫 인상.
2층 복도에 불이 꺼져있어 처음에 영업 안 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영업중이었습니다.
이 곳은 카페 겸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입니다.
매장 내부를 한 컷.
전체적으로 조명을 최소한으로 해 놓아 실내가 약간 어둑어둑한데, 자연 채광이 잘 들어오더군요.
좀 나이가 있어보이는 러시아인 아저씨 한 분이 운영하고 있는(한국어 잘 하심) 식당이었습니다.
카페 퓨전의 메뉴판.
이 동네 식당들이 다 그렇지만 메뉴판이 조금 정신없는 편...^^;;
이 메뉴를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튀긴 초밥' 이라고 하는 음식인데,
김초밥을 한 번 튀겨 내어오는 요리인 것 같습니다. 속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여섯 가지 종류가 있어요.
한국어는 번역기를 사용해서인지 번역 상태가 좋지 않은데, 오히려 그런 게 여기서 볼 수 있는 묘미.
모든 요리 메뉴의 가격표를 지폐로 표기해놓은 것이 꽤 재미있습니다.
'큰 초밥' 이라고 하는 건 그냥 여러 가지 초밥이 한데 담겨나오는 걸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SUSHI는 중앙아시아 음식은 엄밀히 말하면 아니긴 한데, 뭐 넓게 보면 일단 아시아 음식이니...;;
테이블에 기본 비치되어 있는 소스와 물수건, 식기류.
모든 테이블마다 유리 아래에 각 국가의 지폐가 들어있는 것이 특징.
몇몇 지폐들은 글씨가 써 있는 걸 보아 현지인들이 방문한 뒤 끼워놓고 간 것 같습니다.
물과 함께 기본 식기 세팅.
이 날 낮이지만 맥주를 한 잔 마셨습니다.
카스 생맥주를 사용하는데, 거품은 되게 좋았으나 맥주가 약간 덜 시원했던 게 아쉬웠음...
맥주를 천천히 홀짝이고 있으니 이내 주문한 요리들이 나왔습니다.
혼자서 요리를 하시는건지 다른 손님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요리가 좀 천천히 나왔습니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조용하니 느긋하게 이야기 나누거나 할 거 하면서 음식을 기다리면 됩니다.
빵은 따로 주문한 게 아니라 약간 기본메뉴 같은 개념으로 나왔는데요,
우즈베키스탄 요리 전문점에서 먹었던 전통 빵인 리뽀슈카(https://ryunan9903.tistory.com/735)와
비슷하게 생긴 빵입니다. 물론 이 쪽이 밀도가 조금 낮고 훨씬 부드럽게 씹히는 게 특징.
겉이 단단하고 속이 보들보들한 건 바게트와 비슷하나 버터향이나 간은 거의 되어있지 않아 요리와 먹어야 합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역의 대표적인 국물 요리, '보르슈치(Борщ - 8,000원)'
빨간 비트 열매와 쇠고기를 넣고 푹 끓인 국물에 스메타나(흰색 사워크림)을 얹어 함께 먹는 요리입니다.
비트 열매가 들어가 빨간 빛을 띠고, 또 사워 크림까지 얹어져 비주얼적으로는 조금 위화감이 드는데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빨간 국물이라지만 이건 얼큰한 찌개나 전골의 빨간 국물과 다르기 때문에
처음 볼 땐 '이게 무슨 맛이지, 이걸 먹어도 되나?' 라는 약간의 거부감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워 크림이 국물과 완전히 섞여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여러 번 저어준 뒤 앞접시에 덜어먹으면 됩니다.
사워 크림 덕인지 국물이 약간 탁해지면서 살짝 분홍빛을 띠게 바뀐 것이 특징.
비트 이외에도 양배추, 그리고 쇠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 건더기의 양은 비교적 풍족한 편.
그런데 이게 되게 생소할 것 같은데, 한국 사람 한정으로 엄청 친숙한 맛이에요.
아마 처음 먹어보면 '어라, 이거 어디서 먹어 본 음식인데?' 하면서 굉장히 익숙한 맛에 약간 당황할 건데요,
어디선가 많이 먹어본 듯한 이 음식의 정체는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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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무국...
(경상도식 얼큰한 국물의 소고기무국이 아니라 수도권식 맑은 국물이요)
물론 100% 동일한 맛은 아니지만, 상당히 유사한 맛이라 '와, 이거 소고기무국 맛이잖아' 하고 놀랄 수 있을 듯.
이 덕에 외형은 좀 거부감이 들었지만 맛은 아주 괜찮았습니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아주 익숙한 맛이니까요.
주문한 초밥이 나오기 전, 간장통이 함께 나왔는데 일본 간장통을 사용하더군요.
여기서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던 메뉴, '튀긴 초밥(12,000원)' 입니다.
맛은 '모스크바 치킨' 을 선택.
도마 위에 김초밥과 함께 초밥집처럼 초생강과 와사비, 그리고 간장 종지가 함께 담겨나오는 게 특징.
중앙아시아 요리 전문점에서 초생강과 와사비, 간장을 보게 될 줄은...;;
맛은 특별한 것 없이 우리가 아주 잘 아는 그 초생강, 와사비 맛입니다.
김초밥이 꽤 큼직하고 밥의 밀도 또한 꽤 높은 편입니다. 단단하게 말아낸 것이 특징.
안에는 닭고기와 베이컨, 오이, 그리고 크림치즈가 들어있습니다. 위에 뿌린 소스는 무려 케찹(...)
표면을 빵가루를 살짝 입혀 튀겨내었는데, 튀김옷이 엄청 얇습니다.
밀가루 반죽을 따로 입히지 않고 빵가루만 살짝 뿌려 튀겨낸 것 같아요. 보기와 달리 되게 바삭바삭한 게
돈까스 튀겼을 때의 표면과 비슷한 느낌. 여튼 꽤 신기한 음식이다 싶더군요.
이 초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선 나오자마자 바로 먹지 말고 약간 놔뒀다 먹어야 합니다.
처음 음식이 나왔을 땐 크림치즈가 녹지 않아 조금 속의 재료가 따로 노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이대로 먹지 말고 놔 둬서 열기로 인해 크림치즈가 밥알과 다른 재료에 녹아들기 시작하면 그 때 먹는 걸 추천.
처음에 먹었을 때와 크림치즈가 조금 녹아든 상태에서 먹었을 때의 맛 차이가 은근히 있습니다.
대체 무슨 맛일까 싶지만 꽤 괜찮더군요. 계란옷 입혀 지져낸 김밥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꽤 독창적인 음식.
세 번째 메뉴는 '감자와 미트볼(тефтели с картофелем - 10,000원)'
으깬 매쉬드 포테이토와 함께 세 덩어리의 큼직한 미트볼이 담겨 나오는 요리입니다.
소스는 토마토, 당근을 넣고 함께 만든 소스가 담겨 나오는데, 꽤 익숙한 맛.
다진 고기와 함께 쌀알이 함꼐 들어간 조금 특이한 미트볼인데, 고기가 꽤 맛이 괜찮더군요.
너무 뻑뻑하지 않고 진한 고기맛이 느껴져서 꽤 만족스러웠는데요, 심플한 소스와의 궁합도 좋았습니다.
함께 담겨나오는 매쉬드 포테이토와 같이 즐기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요,
탄수화물과 고기의 조합이라 먹고나면 꽤 든든한 편이라 식사 대용으로 먹어도 괜찮아 보여요.
특별히 거부감이 드는 향신료나 소스가 없기 때문에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무난한 요리였습니다.
테이블에 사탕 그릇이 있어 식사를 하고 난 뒤엔 입가심으로 사탕을 하나씩 까 먹을 수 있습니다.
조금 생소하긴 했지만, 특별히 거부감드는 요리 없이 전반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러시아/중앙아시아 요리 전문점 '카페 퓨전' - 이 쪽 요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호기심에 가볼만한 곳으로
소고기무국과 상당히 유사한 맛을 가진 보르슈치, 그리고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튀긴 초밥은
꼭 한 번 먹어보시라 권해드리고 싶군요. 취향 여부를 떠나 꽤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카페 퓨전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 4,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8번출구 하차, 공평동꼼장어 4호점 건물 2층
2021. 9. 2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