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역 근방에 위치한 약 40년 전통의 역사를 갖고 있는 돈까스 전문점 '잉글랜드 왕돈까스'
꽤 오래간만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한 번 가 보고 싶다는 동생이 있어 안내도 해줄 겸 함께 갔어요.
알고보니 인터넷 방송인으로 유명한 케인이라는 사람이 이 곳 돈까스가 최고라며 극찬을 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저는 케인 밈을 잘 모르긴 합니다만(...)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는 이 동생이 방송 보고 호기심이 크게 돌았던 듯.
매장 오픈 15분 전에 갔는데, 이미 앞에 9팀의 대기 손님이 있었습니다.
엄청 인기 많은 곳이라 무조건 대기를 해야 들어갈 수 있는 가게.
방문했을 때가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매장 입구에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저도 어릴 땐 집에 트리가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남의 집 트리 보면서 크리스마스 기분 느끼는 중.
메리 크리스마스~
홀 중앙에 설치된 80년대 감성 뿜뿜 느낄 수 있는 대형 분수도 여전하고~
가슴 부여잡으며 봤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 의 흔적도 여전합니다. 진짜 마음 속 최고의 드라마였어요.
정봉이와 정환이 부모님으로 나왔던 김성균, 라미란 배우의 친필 사인.
꽤 오래간만에 왔는데, 가격 인상이 좀 있었더군요. 기본 돈까스 가격은 10,000원부터 시작합니다.
그밖에 밥추가나 빵 추가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
그래도 요즘 외식물가 엄청 비싸고, 커피, 아이스크림, 음료 등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점에서 아직은 납득가는 가격.
세월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기본 식기 세팅.
탄산음료 디스펜서는 매장 카운터 맞은편에 위치해 있어 자유롭게 가져다 마실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 그리고 스프라이트 두 가지 중 하나 선택 가능.
셀프 코너에서 가져온 밑반찬인 단무지와 깍두기.
완두콩을 갈아 만든 완두콩 수프. 이거 다른 곳에서 먹기 힘든 맛이라 되게 매력적이에요.
살짝 완두콩 특유의 풋내가 느껴지는 따끈한 수프인데, 그 풍미가 저에겐 극호. 그래서 수프만 두 그릇 먹었습니다.
아일랜드 드레싱을 끼얹은 채썬 양배추 샐러드도 셀프 바에서 자유롭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대단한 게 아닌 것처럼 보여도 수프나 샐러드를 자기가 원하는 만큼 직접 가져다먹을 수 있는 게 큰 장점.
빵과 밥 중 빵으로 선택.
따끈하게 데운 모닝빵 두 조각과 딸기잼이 접시에 담겨 나옵니다.
옛날부터 경양식 돈까스에서 밥과 빵 중 하나 고르라면 항상 빵을 선택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밥이야 뭐 집에서 늘 먹는 것이지만, 경양식 돈까스와 함께 먹는 빵은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조금 유니크한 음식이자 경험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 때의 기억과 습관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생선까스와 돈까스가 함께 나오는 '반까스(14,000원)'
두 가지 튀김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정식 같은 개념으로 봐도 될 것 같아요.
반까스에 나오는 돈까스 크기는 일반 돈까스 단품과 동일한데, 생선까스 두 덩어리가 추가로 더 나오는 구성입니다.
사이드로 나온 삶은 당근과 콩, 데친 오이절임, 그리고 마카로니 샐러드.
따로 담겨나온 건 생선까스용 타르타르 소스인데, 소스 직접 만드는 집이라 저거 되게 맛있어요.
나머지 사이드도 요새 쉽게 맛볼 수 없는 거라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카로니엔 완두콩도 함께 들어갔고요.
여기 돈까스, 되게 얇게 펴서 튀긴 옛날식 왕돈까스의 원형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게 특징입니다.
그리고 블로그 통해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이 집은 소스가 진짜. 어릴 적 경양식 돈까스 전문점에서 먹었던 소스 맛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는 곳이라, 그 소스가 입에 맞든 안 맞든 '옛날 경양식 돈까스는 이런 맛이다' 라는 걸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어요. 새콤함이나 달콤함은 덜하지만, 특유의 데미글라스 같은 느낌의 진한 소스가 매우 매력적.
두 덩어리의 생선까스 위에 올려진 레몬 한 점.
취향에 따라 생선까스 튀김 위에 레몬즙을 짜 넣으면 됩니다. 이런 것도 뭔가 되게 경양식다운 감성이 느껴지는군요.
저 같은 경우 돈까스라면 다 좋지만, 그래도 굳이 꼽자면 일식보다 경양식 돈까스쪽을 더 선호하는지라
돈까스 먹을 때 소스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 점에서 잉글랜드 돈까스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돈까스 소스가 옛날 경양식의 맛을 충실하게 잘 재현했자면, 여기 생선까스용 타르타르소스는 그냥 맛있어요.
소스가 묽거나 시큼하지도 않고 되게 꾸덕꾸덕하면서 살짝 후추향 느껴지는 게 정말 최고입니다.
그래서 처음 매장을 오는 사람이라면 생선까스와 돈까스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반까스 주문을 추천하는 편.
둘 다 다른 돈까스 전문점, 레트로풍 컨셉의 가게에서도 맛보기 힘든 여기만의 맛을 가지고 있거든요.
돈까스도 한 입 크기로 썰어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저야 아주 좋아하는 맛이지만, 이게 지금 사람들에게도 잘 먹힐 수 있을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같이 간 동생이 아주 맛있었다고 만족해하는 걸 보면 꽤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
디저트 코너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이 마주보며 설치되어 있어
원한다면 이런 식으로 아포가토도 만들어먹을 수 있습니다. 그냥 아이스크림 먹는 것보다 더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음.
아이스크림을 먹긴 했지만, 그래도 마무리 커피는 빼놓지 않고...
믹스커피 자판기와 에스프레소 머신이 함께 설치되어 있어 원하는 대로 취향껏 커피를 고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이번 잉글랜드 돈까스 방문 역시 만족스럽게 즐기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집과 정반대에 있어 먼 게 문제지 자주 가고 싶네요. 그리고 먹을 때마다 옛날 어린 시절 기억에 남아있었던
집 근처의 경양식 레스토랑도 자꾸 생각나고요. 거기는 돈까스도 돈까스였지만 특유의 어둑한 분위기가 그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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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 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들리는 신포시장 내 공갈빵 전문점 '산동만두'
한파 엄청 심하게 몰아쳤던 날이라 그런지 매장 앞 줄 서는 곳에 난로를 설치해 놓았더라고요.
2021년~2022년 넘어가면서 외식물가 엄청 많이 오르고 자주 가는 밥집들도 대부분 가격을 크게 인상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일부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이 있었습니다. 가장 인기있는 공갈빵 가격이 2,500원으로 500원 인상.
그래도 찐빵이나 계란빵 같은 건 가격 조정은 없고 만두는 아마 들어가는 갯수가 약간 줄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갓 구워져 나온 공갈빵은 바로 나가는 게 아닌 상온에서 7분정도 식힌 뒤 손님에게 제공.
바구니 바로 앞에 타이머 시계가 있어 빵이 나온 순간 타이머를 작동, 7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다른 공갈빵 전문점에서 파는 공갈빵보다 크기도 월등히 큰 편.
속이 텅 비어있는 빵이라는 걸 감안해도 타 공갈빵보다 훨씬 묵직하다는 무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맛이 덜하고 겉은 바삭, 속은 조금 덜 눌어붙은 누룽지 같은 식감인데, 되게 쫀득쫀득해서 자꾸 생각나게 만드는 맛.
일반적인 바삭바삭한 과자 같은 공갈빵과 다른 쫀득한 누룽지맛 공갈빵은 여기서만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는데요,
바로 옆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파는 공갈빵보다 조금 발품을 팔더라도 여기 공갈빵을 사 먹는 것을 더 추천합니다.
※ 잉글랜드 왕돈까스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1호선 동인천역 하차, 맥도날드 맞은편 골목 안쪽에 위치
2022. 2. 8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