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6 체류시간은 단 27시간, 일본 오사카 1박 2일
(11) 그래도 게-센(ゲーセ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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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 여행을 가는 큰 이유와 목적 중 하나는 '게임센터' 였다.
국내에 정식 발매되지 않은 일본의 아케이드 리듬 게임들은 모두 내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것들이었고 매 여행마다 밤이 되면
바로 게임센터로 달려가 게임센터 마감때까지 신나게 달리다 오는 게 내 일본여행의 주요 패턴이었는데
지금은 꽤 많은 게임들이 대한민국에도 정식 발매되어 굳이 일본까지 가서 즐기지 않아도 될 만큼 접근성이 좋아진 것은 물론
내가 예전만큼 게임에 대한 열정이 덜한 편이라(식은 건 절대 아니지만 아무래도 하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어)
이제 일본에 가도 예전마냥 무조건 게임센터에 가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좀 약해진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게임센터를 안 간다고는 안 했다.
여행지에 게임센터가 있는데 거길 건너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지난 번 오사카 방문 때 처음 생긴 걸 보고 놀랐던 도톤보리 상점가 내 위치한 '기고(GiGO)'
이 목 좋은 곳에 게임센터를 만들었다고? 하는 놀라움과 함께 여긴 진짜 외국인 겨냥 작정하고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공간.

리듬 게임이 몰려있는 구역은 매장 3층으로 올라오면 되는데, 올라오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건 태고의 달인 여러 대.
외국인들에게 접근성도 쉽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가장 잘 알려진 게임이라 이렇게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해놓은 듯 하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리듬게임들은 플레이 요금이 다 100엔인데, 태고만 200엔부터 시작한다는 것(...)
이거 누가봐도 대놓고 노렸다고밖에 안 보임. 외국인들 한 놈만 걸려봐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태고 하는 사람들은 여기 말고 다 다른 게임센터 가더라. 여기는 진짜 호기심에 외국인들 와서 동전 넣는 게 전부.

아이돌 마스터의 아케이드 게임, '아이돌 마스터 투어즈(アイドルマスター ツアーズ)' 실물도 볼 수 있었음.
이거 기기는 화려하게 잘 만들었는데 정작 수록곡이 달랑 7곡뿐이라 즐길 컨텐츠 부족과 비싼 플레이 요금으로
초반에만 인기를 반짝 끌고 이내 유저가 싹 다 빠져나간 걸로 알고 있다. 실제 기고에서도 이걸 즐기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댄스 댄스 레볼루션 20주년 금기체.
버전은 대한민국과 동일한 WORLD. 잘 보니 왼쪽 기기는 대한민국 게임센터처럼 방송 촬영 PC 장비도 설치되어 있었음.

대한민국에 로케테스트만 진행 후 정발이 되지 않은 코나미 신작(이젠 신작이라고 하기에도 뭐한가) '폴라리스 코드'

그리고 대한민국에도 정식 발매되어 여러모로 말썽인(...) 기타도라 시리즈 신작, '갤럭시 웨이브 델타' 와 함께
전용 아레나 모델도 한 조 설치되어 있었다. 지난 4월 마츠야마 여행 땐 대한민국 정발 전이었지만 지금은 국내서도 플레이 가능.
이 기체는 게임 자체의 컨텐츠보다 모니터 이슈가 너무 심각해서 반응이 매우 나쁜 편.
현재까지도 모니터 문제를 잡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아직도 기존 백기체의 구작 '갤럭시 웨이브' 만 플레이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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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톤보리 기고(GiGO)를 나와 늘 갔던 가장 익숙한 센니치마에 상점가의 게임센터, '라운드 원 스타디움 센니치마에점' 방문.
여기는 게임을 하든 안 하든 어떻게든 한 번은 들러주는 게 국룰인 것 같다.

13년 전, 처음 오사카에 왔을 때 '댄스 에볼루션 아케이드' 가 설치되어 있던 라운드원 1층 무대엔
지금은 '댄스 러쉬 스타덤' 기체가 한 대 설치되어 있었다.

이렇게 바깥 통로에서 유리막 없이 바로 볼 수 있어 일종의 처형장(...)도 될 수 있고 공연 무대도 될 수 있는 곳.
진짜 춤 잘 추는 사람이거나 자기 끼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여기서 플레이하면 사람 엄청 긁어모을 수 있음.
...나도 예전에 여기서 댄스 에볼루션 아케이드로 사람 엄청 끌어모았던 경험이 있었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그 때처럼 자신있게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라운드 원 센니치마에점은 기타도라 아레나 기체가 3조 설치되어 있음.
지난 3월 방문 땐 XG 초기 기체들만 있었는데, 신작 발매와 함께 XG기체는 전부 철거, 그 자리를 아레나 기체가 차지하고 있다.
다만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편.

오히려 여기는 디디알이 인기가 매우 좋음.
총 네 대의 금기체가 전부 전용 파티시페이션이 설치된 채 돌아가고 있었는데, 진짜 꾸준히 돈 집어넣는 사람들이 많았음.
사실 디디알 금기체는 예전 A3버전까진 일본에서 꼭 해야 하는 게임이었는데
이번 WORLD 버전 업데이트 이후로 컨텐츠 자체가 금기체, 백기체가 거의 똑같아져서 굳이 일본서 플레이할 이유가 없어졌다.
전작에선 단위인정, 금기체 선행해금, 전용곡 등 즐길거리가 많았지만 이젠 대한민국에서도 전부 즐길 수 있으니까...

여기도 아이돌 마스터 투어즈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었지만, 플레이를 하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없었음.

이번 여행에서는 폴라리스 코드 좀 하다 가야지.
이게 막 엄청 끌릴 정도로 놀랍게 재미있는 것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하다보니 묘하게 끌리는 재미가 있어서 나름 맘에 들었다.
약간 그러니까, 츄니즘 처음 할 때만큼의 놀라움은 아니어도 '어, 해보니 재밌네 좀 더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게임.

'이제 일본에 가도 게임센터 욕심이 별로 없다' 라는 말, 사실 거짓말인 것 같음.
갈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막상 게임센터 가서 게임 잡으면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인가보다.
아마 지금을 넘어, 앞으로 나이를 더 먹어도 이건 평생 안고 함께가야 할 것 같다. 진짜로.
= Continue =
2025. 10. 28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