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6 체류시간은 단 27시간, 일본 오사카 1박 2일
(12) 첫날 밤이 곧 마지막날 밤, 뭐 세상엔 이런 여행도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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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오사카텐만구역 근처에서 묵었던 호텔은 바로 길 건너에 '이온 코요(KOHYO)' 24시간 마트가 있었는데
이번에 묵는 호텔인 토요코인 신사이바시 니시점 길건너에는 24시간 운영하는 '이온 푸드 스타일' 마트가 있었다.

어짜피 면세를 받아야 할 만큼 물건을 많이 살 게 없었기에 이번 여행의 먹거리 쇼핑은 여기서 해결하기로 함.
마트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거의 자정 가까이.
여기 마트도 면세를 해 주긴 하는데, 면세 카운터는 오후 2시부터 저녁 9시까지만 운영한다고 한다.
어짜피 5,000엔 이상 구매를 할 것도 딱히 없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의 나랑은 그렇게 큰 관계는 없겠지만.

자정의 마트는 매우 조용하다.
카운터에 계산하는 직원도 한 명 뿐이고 불은 켜져있지만 쇼핑을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음.
즉석조리식품 코너엔 이미 전날 팔던 식품은 다 팔렸는지 전부 새 식품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마감스티커 붙은 것도 없었음.
아까 전 텐진바시스지 상점가의 반찬 가게에서 반액 안주거리 몇 개 사 오길 잘한 것 같다.

마트 규모는 2층.
2층 식품관으로 올라가니 꽤 재밌는 것들이 많았는데, 한국 떡국떡을 이렇게 소량 소분하여 판매하고 있더라.

분명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한국의 떡국떡, 떡볶이떡을 쉽게 구할 수 없어 뭐 만들어 먹고 싶어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동네 마트에서도 떡볶이떡, 떡국떡을 쉽게 살 수 있다. 물론 가격은 좀 더 비싸지만 말이다.
여기에 고추장 등의 소스도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이제 맘만 먹으면 돈은 좀 더 낼 지언정 한국 음식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 듯.

양념치킨 소스도 팔고 있음.
카라아게 같은 거 사 와서 이 소스 뿌려먹으면 나름 양념치킨 느낌 나지 않을까?

일본 거주하는 분의 적극 추천을 받아 구매한 '롯데 초코파이 프리미엄 한 정 완숙망고맛'
이거 진짜 꼭 사가라고 엄청 추천을 받았는데 사 와서 먹어보니 왜 추천했는지 알 것 같은 맛이었다. 웬만한 오미야게 과자보다
훨씬 맛있네... 어설픈 오미야게 과자 사갈 바엔 이거 사 가서 선물로 주는 게 더 좋을 정도로 훌륭했음.

요새 일본에서 엄청 밀어주고 있는 술 '로쿠(六) 진'
공항 면세점은 물론 이렇게 동네 마트에서도 작은 병으로 판매하고 있었음. 아예 한국어로 소개 페이지가 따로 있을 정도다.

지난 6월은 그래도 쌀 가격이 살짝 내려갔던 시기라 5kg에 4,298엔 정도.
지금은 쌀 가격이 비축미를 풀었던 때보다 더 올라 5,000엔이 넘는 미친 상황이라고 한다. 진짜 이건 해결방안이 안 보이는 듯.
어쩌면 여기에 고정된 가격으로 앞으로 정말 쭉 가게되지 않을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마저 들 정도.
문제는 대한민국의 쌀값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현재 쭉쭉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일본처럼 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계산은 셀프 계산대를 이용.
직원 한 명이 상주하고 있어 문제가 생기면 따로 도와주는 역할도 하는 듯.
나는 계산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5% 할인쿠폰(면세와 무관)을 모바일로 한 장 가지고 있어
그 쿠폰 사용하는 것 때문에 직원 도움을 살짝 받아야 했다.
실제 결제할 때 결제 총액에서 5%를 빼 주더라. 이게 면세도 아니고 몇백엔 정도긴 하지만 그래도 면세할인 받은 것 같아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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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넘으니 그 파란 간판이 신경쓰일 정도로 눈에 띄던 토요코인도 간판 불을 끄더라.
대부분의 객실 불도 다 꺼져있어 밤의 호텔 앞은 적막감만 느껴질 정도로 고요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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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돌아온 뒤 마트에서 사 온 술, 그리고 아까 반찬가게에서 사 온 요리 개봉.

요즘 일본에 가면 밤에 캔맥주는 잘 안 마시고 그 대신 다른 것들을 주로 마시곤 한다.
남자의 매실 사와는 워낙 좋아하는 거고, 그거 외에 요새 스이진 시리즈도 좋아하고, 이 산토리 레몬사와도 꽤 좋아하는 편.
맥주도 물론 좋지만 산뜻한 청량감이 있는 이런 사와류가 요새는 가볍게 밤에 마시기 더 괜찮은 것 같음.

반찬 가게에서 반액으로 사 온 첫 번째 요리는
'샐러드 치킨과 연근 명태치즈 샐러드(サラダチキンとれんこん明太チーズサラダ)', 가격은 정가 323엔.
반액으로 구매했으니 162엔에 구매.

작은 용기 안에는 연근과 닭가슴살, 그리고 큐브치즈와 각종 야채 등이 명란을 넣은 마요네즈 소스에 버무려져 있다.
열량도 상당히 낮은 편, 이거 한 팩 열량이 대충 102kcal라고 함.

사실 치즈큐브와 닭가슴살 등은 위에 얹어진 게 전부고 바닥엔 거의 대부분이 야채. 이래서 열량이 낮게 나오는 걸지도...
명란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풍미와 짠맛이 섞이니 부담스럽지 않고 가벼운 안주로 즐길 수 있어 나름 나쁘지 않았음.
밤에 술 마시면서 뭔가 안주를 곁들이고 싶은데, 너무 자극적이고 열량 높은 게 부담된다면 이런 걸 선택해도 좋을 것 같다.
뭐 닭가슴살에 치즈도 있다지만, 그래도 기본이 야채 베이스가 부담이 적고 배가 부르지 않아 가볍게 먹기 좋음.

두 번째 안주는 일본식 계란말이.
'다시향이 나는 계란말이(아고 다시를 사용)(だし香る玉子焼き(あごだし)', 가격은 정가 238엔.
역시 반액으로 집어온 거라 실제 구매 가격은 119엔.

표면이 보들보들한 큼직한 계란말이 한 덩어리가 들어있다.
이건 큰 사이즈로도 팔던데 그건 다 먹으려면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아 반으로 자른 하프 사이즈로 가져왔음.

안에 다진 야채 등을 듬뿍 넣어 투박하게 부쳐낸 뒤 케첩을 발라먹는 한국식 계란말이와 달리 여긴 다시국물로 간을 하여
흰자가 보이지 않게끔 보들보들하게 부쳐낸 것이 특징. 따로 칼질은 되어있지 않아 그냥 젓가락으로 적당히 갈라먹으면 된다.

다시국물의 간에서 나오는 짭짤함과 단맛이 촉촉한 질감과 함께 혀끝에 스며드는 맛. 이것도 역시 부담없이 먹기 좋았음.
오히려 기름지고 배 터지게 먹는 것보다 이렇게 가벼운 안주로 청량감 강한 사와와 함께 즐기는 게 더 좋았달까.
마시고 난 뒤에도 더부룩한 배부름이 없어 만족스러운 자기 전의 가벼운 한 잔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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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사카 여행의 첫날 밤이자 또 마지막날 밤.
1박 2일의 여행이 뭐 다 그렇다지만, 정말 짧게 지나감. 내일이라 말하는 것도 좀 웃기지만 어쨌든 내일은 집에 돌아가는 날.
무작정 저지른 짧은 일탈도 이제 반환점을 넘어 후반부로 들어간다. 첫 밤이 마지막 밤? 뭐 이런 여행도 있는 법이니까.
= Continue =
2025. 10. 28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