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6 체류시간은 단 27시간, 일본 오사카 1박 2일
(22) 식신로드 추천 배터지는 튀김덮밥, 덴덴타운 텐동집 이치미젠(一味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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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떠날 때가 되었음.
배도 충분히 찼기 때문에 그냥 바로 전철 타고 공항으로 가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러기에는 뭔가... 뭔가 2% 아쉬운 게 있었다.
그러니까... 뭔가 가볍게 하나 정도는 더 먹고가고 싶은 생각.
...그래서 텐동 한 그릇 가볍게 더 먹고 공항 돌아가기로 함.
물론 아까 전 아카마루 식당에서 산더미처럼 쌓은 치킨까스 정식, 그리고 우메다에서 파 듬뿍 얹은 타코야키를 먹은 상태라
공복이 전혀 느껴지진 않았는데, 꼭 공복이 있을 때만 식사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예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번 추천을 받았던 덴덴타운, 닛폰바시 쪽의 유명한 텐동(튀김덮밥)집 하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가게 이름은 '이치미젠(一味禅)'
한국인들에게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아주 유명한 곳인데, 여기도 하나다코처럼 하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 궁금했던 곳이다.
맛있을거야... 라는 기대감보다는 '대체 어떤 음식을 파는 곳이지?' 라는 호기심이 이 가게를 찾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

여기가 특히 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유명해진 이유는 지금은 종영된 '식신로드' 라는 방송에 출연한 적 있기 때문.
원래 위치가 덴덴타운 초입부에 있어 관광객 접근성이 좋긴 했지만, 이 방송 출연 이후 가성비 좋은 텐동집이라는 소문이 퍼져
지금은 오사카 난바, 덴덴타운 쪽 튀김덮밥 잘 하는 곳으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가게가 되었다고 한다.
다만 이것도 한때 방송 잘 나가던 시절의 이야기일까, 지금은 그 기세가 살짝 꺾였는지 내가 가게 도착했을 땐 꽤 한산했었음.
이게 그냥 관광객들이 빠져나가 한산한 건지, 아니면 평일 점심 이후의 애매한 시간대라 한산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후자 아닐까 싶은게 오늘은 평일이기도 하고 뭣보다 지금이 밥 시간대가 지난 애매한 오후 시간대여서...

가게는 생각보다 좁았음.
가게 앞에 일렬로 쭉 이어져 있는 목조로 된 바 테이블과 사진에 보이는 의자가 전부.
여행용 캐리어 놓을 공간도 버거울 정도로 의자가 좁았는데, 그나마 내가 짐이 많지 않고 손님이 아예 없어 느긋히 앉을 수 있었다.
바깥 튀김기 앞에서 튀김 튀기는 할아버지 한 명, 그리고 서빙하는 젊은 여성 한 명 이렇게 일하고 있더라.

꽤 오랜 시간 장사를 해 온 가게 분위기. 벽에 사인도 붙어있고 좀 빛바랜 손글씨 메뉴판들도 붙어있었다.
잘 보면 식신로드의 박지윤, 정준하 사인도 있음. 게다가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것 때문인지 아예 한글 손글씨 메뉴도 있다.

여튼 여기 튀김덮밥은 맛보다는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들어온 이야기 때문에 궁금증 해소를 위한 방문 목적이 더 크다.
사실 여행에서의 모든 가게들이 다 그런 느낌. 물론 맛있으면 그거 나름대로 럭키지만 대부분은 '궁금증 해소' 가 큰 목적인 듯 하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인지했는지 바로 한국어 메뉴를 꺼내주었음.
아예 이렇게 한글만 써 있는 전용 메뉴판을 만들었는데, 특히 두 번째 줄 아래의 '믹스 텐동' 이라는 메뉴가 대표메뉴라 한다.
장어, 새우, 쇠고기, 돼지고기, 야채, 어묵, 떡을 전부 집어넣은 텐동으로 양이 엄청나게 많아 '배터지는 튀김덮밥' 으로 불린다고...
기왕 왔으면 대표메뉴인 저걸 먹어보는 게 맞긴 하겠지만, 현재 내 배 상태가 저것까지 받아들일 순 없는 상태였고
다른 튀김덮밥을 시켜도 튀김의 품질은 똑같을테니 세 번째 줄 가장 위에 있는 새우텐동을 선택했다. 저 정도면 먹어도 괜찮겠지?

테이블에는 숟가락과 함께 이쑤시개, 그리고 시치미 한 통이 비치되어 있음.

물은 직원이 직접 따라주고...

숟가락통의 숟가락 가져다놓고 나무젓가락도 하나 꺼내 기본 식기류는 준비 완료.
여기 매장에 숟가락은 원래부터 있던 것일까, 아니면 한국인 관광객 방문 비중이 늘어나면서 필요에 의해 가져다놓은 것일까?

여긴 밑반찬으로 잘게 썬 단무지가 약간 나옴.

함께 나오는 된장국은 미역을 넣은 된장국.

'새우 텐동(750엔)' 도착.

그릇이 생각보다 꽤 컸다. 살짝 과장을 하면 거의 냉면그릇 정도 되는 아주 넓은 그릇에 밥과 튀김이 담겨자왔는데,
밥 양도 일반적인 텐동집의 밥 양이 아닌 거의 1.5배는 됨직안 넉넉한 양이 담겨나왔고 그 위에 갓 튀긴 튀김이 이것저것 올라간다.
다른 텐동집에서는 밥을 너무 적게 줘서 보통 밥 추가를 한 번 정도는 해야 양이 차는데 여기는 그러지 않아도 될 만큼 양이 넉넉함.
튀김은 새우 두 마리, 떡, 가지, 치쿠와어묵, 단호박, 옥수수까지 총 7개로 구성되어 있음.

일단 새우튀김부터 먹어봤는데, 여기 튀김은 아주 빠삭하게 튀긴 튀김이라기보단 포슬포슬하게 튀겨낸 느낌이 강하다.
튀김이 전반적으로 바삭함은 덜한 대신 폭신하게 씹히는데, 이게 식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그걸 의도에 두고 튀긴 듯.
그래서인지 식감은 약간 포기했을지언정 먹기에는 더 편하고 소스를 뿌렸을 때도 그 소스가 안에 더 잘 배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튀김옷은 전반적으로 비교적 얇은 편. 그래서 야채튀김 같은 건 재료 맛도 꽤 나쁘지 않게 남아있는 편.

밥에도 소스가 잘 배어있어 이렇게 튀김 잘라 밥 위에 얹어먹으니 되게 좋다.
대한민국이었다면 이렇게 숟가락에 튀김 얹어먹는 게 편할텐데, 일본 사람들은 튀김덮밥 먹을 때 숟가락을 쓸까 안 쓸까?

단호박도 크진 않지만 달콤하게 전해지는 맛이 좋았고...

치쿠와 어묵도 딱 예상한대로의 모범적인 맛.

쫀득한 떡도 마찬가지.
전반적으로 튀김 크기가 아주 크지 않지만, 그래도 이 가격을 생각하면 상당히 만족스런 퀄리티의 튀김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마지막 이 옥수수가 킥이었는데, 일단 옥수수를 이렇게 통째로 잘라 튀기는 발상도 발상이지마는
저 튀겨진 옥수수 알갱이에서 톡톡 터지면서 배어나오는 진한 단맛과 쥬시한 육즙이 진짜 너무 좋더라. 이거 진짜 기억에 남았음.
새우야 뭐 원래 튀기면 맛있고 다른 튀김들도 맛은 있지만 딱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맛있음이라면 옥수수는 의외의 맛.
튀김덮밥 재료로 이런 것도 넣을 수 있구나... 라는 고정관념을 깨 준 식재료였다. 오, 이거 기억하고 있겠어...

그래도 어찌어찌 다 뱃속에 들어가지요.
먹기 싫은 거 어거지로 밀어넣은 건 아님. 이게 배부른 상태에서 먹어도 먹다보니 그냥 뱃속으로 저절로 들어가게 되더라.
다만 딱 이거 먹고 나니 배가 아주 만족스럽게 꽉 차서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괜찮아' 상태가 되긴 했지만...

여기도 카드 결제는 불가.
아무리 일본이 모바일페이나 카드결제가 활성화되었다 해도 이런 영세 가게는 아직 현금을 고집하는 곳이 많다.
이번 여행에서 웬만해선 다 카드를 쓰고 다녔지만, 현금이 약간 남아있는 게 있어 그걸 좀 털고 오려는 목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이치미젠에서 튀김덮밥을 먹은 덕에 남은 현금 짤랑짤랑 동전 들고다니는 걸 어느 정도 털고 나올 수 있었음.

다음에 오사카를 또 오게 되면, 그 때는 이 가게에서 믹스 텐동을 한 번 먹어볼까 한다.
그 말은 재방문해도 괜찮은 가게라는 뜻.
로컬집을 찾아가는 게 좋은 거고,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 식당은 피해야 한다는 기준따윈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가 진짜 관광객은 모르는 로컬집이든, 관광객에게 알려져 한국인 바글한 집이든 그건 애초에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
그냥 내가 먹어보고 순수하게 마음에 들었다면 거기가 한국인들이 많든 적든 신경쓰지 말고 그냥 다시 찾아가면 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내 자신의 감각과 솔직한 감정을 믿자.
(※ 이치미젠(一味禅)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MSKUguLdYrmJbMUW9)
이치미젠 · 3 Chome-6-8 Nipponbashi, Naniwa Ward, Osaka, 556-0005 일본
★★★★☆ · 튀김덮밥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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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1. 3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