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6 체류시간은 단 27시간, 일본 오사카 1박 2일
(24-完) 가끔 한 번 정도 이런 대책없는 여행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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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X(칸사이 국제공항) 면세구역 도착.

칸사이공항 면세구역은 최근에 완전히 새롭게 리모델링을 해서 예전의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사실 이 면세점은 지난 3월 여행 때 한 번 경험해본 거라 지금은 딱히 놀랍진 않음. 하지만 당시엔 진짜 처음 보는 풍경이라 경악.

산토리 매대에 로쿠진 시리즈가 엄청 진열되어 있음.

아예 패키지에 벚꽃 그림까지 그려져있는 걸 보면 누가 봐도 외국인들을 겨냥했다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패키지를 진짜 잘 만들어 술 좋아한다면 나라도 패키지에 홀려 사갈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 진짜 예쁘게 만들긴 함.

뭐 특별히 살 게 없어 바로 인파 사이 헤치고 나옴.

중앙의 넓은 홀에 다시 도착했다.

의자 여기저기에 앉아 비행기 기다리는 사람들.

탑승구 쪽으로 나오니 비행기 기다리는 인파는 더욱 늘어나 있었고...

홍콩의 국적기, 캐세이퍼시픽.

탑승구 근처에도 기념품점이 여기저기 엄청 많이 들어서 있었는데, 전부 새로 만들어진 곳들이라
예전에 봤던 면세점이라든가 과자 파는 곳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식당들도 상당히 많고 어딜 가나 사람들로 바글바글.
여기 가게 이름은 '멘쇼(MENSHO)', 라멘집이다.

애니메이션 샵이라고 하는데, 여기 대부분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은 매니아보다는 거의 대중적인 것들 위주더라.

아예 일반 베이커리 빵집까지 들어와 있음.
진짜 얘네 작정하고 여기 리모델링하면서 가게들 들이고 확장도 제대로 했구나...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꽤 논란(?)이라고 하는 칸사이 공항 면세구역의 '오니기리 버거'

일본 사는 어제 만나 같이 오코노미야키 먹은 친구에게 이거 사진 보내주니 '이딴 게 무슨 일본음식이냐' 며 기겁을 하던데,
이게 아시아권 사람들에게는 좀 충격적일 수 있어도 서양인들에게는 그럴싸해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는 딱히 사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는다.

간이로 마련된 과자 매대.
여기서 블랙썬더 초콜릿 멜론맛 안 보던 게 있길래 그거 하나만 대충 집어들었다.

탑승구 근처에 '스시오타쿠' 라는 테이크아웃 초밥도시락 전문점도 있었음.
대형마트 푸드코트처럼 초밥을 도시락으로 만들어 냉장 진열,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역시 공항답게 가격은 좀 높은 편이었다.

공항의 패밀리마트 편의점.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를 여기서 판매하긴 하는데, 특이하게 면세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세금이 붙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외국인들이 여권 제시하면 면세 가격으로 판매하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음.
아마 일반 빵이나 음료 같은 건 공항 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세금 붙은 가격으로 파는 게 맞겠지만
저런 주류를 면세구역에서 세금 붙은 가격으로 파는 게 맞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음. 실제 어떤 식으로 팔지 살짝 궁금하긴 함.

13번 게이트로 가려면 셔틀 트레인을 타야 한다.

셔틀 트레인 승차장은 여기서 한 층 위.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탑승동 넘어가는 것처럼 열차 오는 걸 바로 타고 가면 되는데
아예 다른 건물로 넘어가는 1터미널 -> 탑승동 이동과 달리 이 쪽은 그냥 같은 건물 안을 이동하는 거라 이동시간만 줄여주는 목적.

셔틀 트레인 이동 시간은 단 2분.

셔틀 트레인을 굳이 타지 않고 걸어서도 이동 가능하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한 번도 걸어 이동해본 적은 없었다.
다음에 공항 갈 때 셔틀 트레인을 타야 할 일이 생기면 그 땐 한 번 얼마나 걸릴지 걸어서 이동해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셔틀 트레인 타고 이동할 때 저렇게 창문을 통해 활주로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

여튼 열차 내려서 탑승구로 다시 이동.

1번부터 18번까지의 탑승구가 이 쪽에 배정되어 있다.
다만 어째서인지 숫자가 1번부터 차례대로 배정되어 있는 게 아닌 약간 뒤죽박죽으로 엉켜있음.

13번 게이트 도착.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게이트에서 대기 중이었고...

탑승장은 큰 지연 이슈 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였음.
여기까지만 해도 별 이슈 없이 바로 정시에 출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이번 여행이 잘 마무리될 거라 생각했다.

비행기 탑승 시작.

활주로 너머로 보이는 칸사이공항 연륙교, 그리고 육지 쪽에 보이는 린쿠 타운도 한 번 봐주고...

보딩 브릿지에 연결되어 주기 중인 에어서울 항공기.

이제 돌아가는구나... 라는 실감이 나게 해 주는 보딩 브릿지의 연결 통로.
이 보딩 브릿지 안에서의 이동은 사람들에게 두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출발할 땐 '여행을 시작한다' 라는 설레임, 그리고 귀국할 땐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다' 라는 아쉬움. 지금의 감정은 아쉬움이다.

바로 옆에는 대한항공 항공기 한 대가 주기 중이었음.

마지막으로 항공기 근접샷 한 번 찍어주고...

탑승까지도 깔끔하게 끝낼 수 있었다.

세이프티 카드로 항공기 기종 인증도 한 번 해 주고... A321-200.

18시가 약간 넘으니 비행기가 서서히 여객터미널을 빠져나와 활주로로 이동하기 시작함.
그래 여기까지는 다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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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계속 빙글빙글 돌기만 하고 이륙을 안 해요...;;
아니 진짜 활주로 쪽으로 가서 바로 이륙 준비를 해야 하는데, 활주로로 이동하지 않고 계속 뭔가 제자리돌기 같은 걸 반복하면서
30분을 넘도록 별다른 안내방송 없이 택싱만 반복하더라.
이륙해야 할 비행기가 너무 밀려 있어 택싱을 좀 오래 할 수 있다곤 해도 이건 좀 뭔가 아니다 싶을 정도의 긴 택싱이었음.
특별한 지연 안내 방송조차도 전혀 없었고 비행기가 서 있기만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계속 길 잃은 것처럼 천천히 방황하기만 함...;;

결국 비행기는 계속 활주로만 뱅글뱅글 돌다 예정했던 시각보다 50분 늦게 이륙하더라.
아니, 이렇게 늦어졌다면 애초에 그냥 지연된다고 안내를 하지 왜 승객들을 태운 상태로 계속 돌기만 했던 걸까...
일부러 승객들 놀리려고 그런 건 당연 아닐거고, 무언가 이유가 있었을텐데... 그걸 감안해도 살짝 짜증이 돌았던 건 어쩔 수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좀 많이... 짜증났음;;

그래 뭐 안전하게 돌아오는 게 중요하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50분 늦게 출발하긴 했지만, 대한민국으로 비행하는 동안엔 큰 이슈가 딱히 없었다는 것.

해가 길어져서 8시가 넘었음에도 저 멀리 서쪽 바다 방향으로 노을이 보인다.
비행기 지연된 건 살짝 짜증이 돌았지만, 그래도 창 밖에서 저런 노을 풍경을 볼 수 있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달까.

어쨌든 하루만에 다시 귀환, '한오환' 을 찍었습니다.
여태껏 짧은 여행을 몇 번 다녀오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역대급으로 짧은 한오환은 처음. 대마도 다녀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런 예고나 안내도 없이 괘씸하게도(?) 50분 늦게 출발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달려 최종 지연은 43분으로 마무리.
에어서울 지연률이 2024년에 무려 41.4%를 찍었다는데, 멀쩡히 제시간에 출발한 항공편도 이렇게 지연된다는 걸 직접 경험해보니
이 항공사 지연률이 왜 이렇게 악명높은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
집에 도착하니 거의 자정, 그냥 돌아오자마자 바로 짐도 풀지 않고 씻고 그대로 쓰러져버림.
이렇게 내 예정에도 없던 1박 2일의 짧은 일탈여행은 마지막에 비행기가 지연되어 버린 게 있었지만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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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이런 무계획 여행을 경험해보고 나니 뭔가 근자감? 자신감 같은 게 내 안에서 조금 생겨난 것 같다.
그래서 '한 번 다녀왔는데 또 이런 식으로든 못 갈까?' 하는 자신감이 살짝 붙더라. 국내도 아니고 해외를 이렇게 갈 수 있다는 것.
환전도 안 하고, 계획도 딱히 안 잡고 그냥 충동적으로 떠났다 온 1박 2일의 해외, 비록 가까운 오사카라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돈 아깝게 그게 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정작 나는 이번 여행이 기대 이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또 여행 다녀온 후유증 같은 것도 크게 느껴진 게 없었기에 다음에 또 이런 식의 여행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충동적이면 어때, 가끔 한 번은 이런 계획없는 여행도 괜찮지 않을까?
= Fin =
2025. 11. 3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