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탄관광특구와 반대편인 송탄 구시가지, 송탄시장 쪽에 있는 '케잌나라' 라는 빵집.
딱 봐도 동네에서 꽤 오래 장사한 옛 감성이 남아있는 동네빵집 분위기라 문득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한 번 찾아가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곳이 아니라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집.
1978년 외길인생이라는데, 빵을 1978년의 기간동안 만든 게 아니라(...) 그 때 창업했다는 뜻이 아닐까 추측.
게다가 1987년 수상 내역을 지금도 간판에 남겨놓은 걸 보니... 진짜 오래된 제과점이 맞네요.
한때 프랜차이즈에 밀려 개인빵집이 하나둘 다 사라져가는 암흑기가 있었지만,
최근엔 그래도 프랜차이즈에 없는 독창적인 빵으로 다시 개인빵집이 조금씩 주목을 받는 시대.
그래도 이런 8~90년대 감성이 남아있는 빵집은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게 사실이라 은근히 좀 반가웠습니다.
어릴 적 살던 집 바로 옆집이 빵집이어서 자주 갔던 기억이 있어 더 이 분위기가 반가웠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동네 빵집의 장점은 프랜차이즈에서는 볼 수 없는 동네빵집만의 독창적인 빵들이 많다는 점.
가령 사진에 보이는 소보로 시나몬이라든가 못난이빵, 국진이빵 같은 건 프랜차이즈엔 없는 빵이지요.
크림빵이 아닌 '크람빵', 팥앙금이 들어간 쫀득해보이는 찹쌀빵앙금.
그리고 '오믈렛' 이 아닌 '오무렛' 이란 표현에서 이 곳이 오래 된 빵집이란 걸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런 크림빵과 롤 케이크도 오래간만.
빨간 딸기젤리가 들어간 빵은 '오무렛' 입니다. 한때 잠깐 유행했던 그 빵이요.
'대만 카스테라' 인 줄 알았더니, 대만(臺灣)이 아니라 대판(大阪) 카스테라...
오사카(大阪) 카스테라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대체 나가사키도 아니고 왜 대판 카스테라인지...ㅋㅋ
케이크가 진열된 냉장고 안에 있던 롤케이크와 파운드 케이크들.
버터크림을 바른 초콜릿 롤 케이크도 옛날엔 동네 빵집에 많았던 건데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군요.
. . . . . .
어쨌든 이런 빵집을 찾은 김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 개 마음에 드는 빵을 사 왔습니다.
막 1개 500원 하는 초 염가 시장빵집은 아니지만, 프랜차이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도 마음에 들어요.
'소시지빵' 은 켄터키 후랑크 소시지를 감싼 튀김빵 위에 케첩, 마요네즈를 뿌린 빵.
소시지빵과 피자빵을 조합해놓은 듯한 메뉴로 어릴 적 소시지빵이나 피자빵 둘 다 정말 좋아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진짜 피자나 정통 핫도그에 밀릴 법도 한데,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메뉴로 남아있는 걸 보면
피자빵, 소시지빵은 피자, 핫도그와 다른 하나의 독창적인 빵으로 완전히 자리잡게 된 것 같아요.
'오무렛' 은 두 개가 하나의 포장에 들어있습니다.
프랑스의 계란 요리인 '오믈렛(Omelet)' 을 빵으로 표현한 제품...이긴 한데
그 계란요리와는 모양이 완전히 다르고 대신 프랑스에서 따로 개발한 '수플레 오믈렛' 이 원형인 제품.
보드라운 카스테라 빵을 반으로 접어 그 사이에 크림과 함께 호두, 건포도, 젤리를 넣었는데,
양 옆의 빨간 젤리, 옛날 버터크림 케이크에 들어가는 딸기 모양의 젤리와 똑같은 맛이에요.
이 딸기 젤리를 여기서 다시 맛보게 될 줄 몰랐는데 사실 지금 나오는 다른 맛있는 젤리들과 비교해보면
식용 색소에 인공적인 단맛이 더해져 절대 맛있다고는 할 수 없는 젤리지만, 되게 추억이 담긴 맛이었습니다.
안에 들어간 크림은 커스터드 크림이었으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색만 커스터드색인 그냥 크림이에요.
'소보로 시나몬'
계피를 넣은 빵 위에 소보루와 딸기잼, 아몬드를 얹은 달콤한 빵.
이 빵은 크기가 작은데 처음 들었을 때 '헉' 이란 반응이 나올 정도로 엄청 밀도높고 묵직한 편.
이 정도 부피의 빵에 이런 무게가 나온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묵직하더군요.
소보루가 코팅된 초콜릿 브라우니 안엔 밤식빵에 들어가는 조린 밤이 콕콕 박혀 있었습니다.
이 빵, 엄청 알차네요. 밀도도 굉장히 높고 재료도 듬뿍 들어가 굉장히 꽉 찬 맛.
높은 밀도에 비해 퍽퍽함이 덜하고 빵이 굉장히 촉촉한 편이라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계피향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느낌. 이 작은 거 하나 먹으니 상당히 든든함.
여기서 사 온 네 가지 빵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제품으로 이건 진짜 또 사먹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브라우니와 비슷한 계열의 제품이니만큼 우유와 함께 먹었을 때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크림빵이 아닌 '크람빵'
크람빵은 다른 빵들에 비해 유달리 가격이 싼 편인데(개당 1,000원), 국진이빵과 더불어
팔고 남은 빵을 재료로 하여 만든 일종의 재고처리빵 같은 개념이라 그렇다는 이야기를 언뜻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국진이빵이나 크람빵은 남은 빵을 재료로 만든 것이니 사지 말라는 이야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뭐 상해서 먹으면 안 되는 위험한 걸 파는 것도 아니고, 사실 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입니다.
초콜릿과 소보루가 불규칙하게 얼기설기 박혀 있는 빵으로 모양은 식빵도 아니고 페스츄리도 아닌 것이
되게 근본없고 이상하지만(^^;;) 그래도 맛은 좋았습니다. 이 빵 역시 우유랑 함께 먹기 좋았던 빵.
정말 계획없이 지나가던 중 우연히 발견한 송탄시장의 40여 년 된 동네빵집 '케잌나라'
최근 트렌드에 맞는 화려하고 예쁜, 그리고 보드라운 식감을 가진 빵과는 거리가 다소 있긴 합니다만
간만에 어릴 적 즐겨먹었던 빵을 체험하는 시간여행을 한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빵이었습니다.
※ 송탄 케잌나라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송탄역 1,2번 출구 하차, 신장육교 사거리 지나 송탄시장 근처 위치
2021. 6. 6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