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양식 돈까스 투어 세 번째, 이번엔 서울 둔촌동에 위치한 '오박사네 돈까스' 입니다.
여기는 예전에도 지나다니면서 봤던 곳인데, 그동안은 그냥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었는데
가기 전에 한 번 찾아보니 이 동네에서 꽤 오랫동안 장사한 나름 유서 깊은 돈까스집이더라고요.
햇빛에 바래 '돈까스전문점' 이라는 글씨 이외엔 거의 보이지 않는 간판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 얀센 백신을 예약해서 맞았습니다. 둔촌동 근처 병원에서 백신을 맞았는데
백신 맞은 뒤 점심 먹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혼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여긴 한국 방송이 아닌 일본 방송에 소개된 전력이 있는 돈까스집인데요
무려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에서 취재를 해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취재 시기가 2000년 2월 27일(...)
어... 그러니까 20년 전 방송이에요...ㅋㅋ 이런데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거라곤 생각을 못 했는데...ㅋㅋ
매장 내부는 꽤 넓은 편.
고급스런 경양식 돈까스집 특유의 인테리어는 아니고 동네 기사식당 같은 분위기.
유리창에 붙어있는 글씨라든가 간판 등이 요즘 사용하는 간판과는 차이가 꽤 많이 나지요.
아쉽게도 깜빡하고 메뉴판을 찍지 못했습니다. 그냥 기억나는 건 기본 돈까스가 8천원, 정식이 9천원.
그리고 돈까스 메뉴가 꽤 많은데, 메뉴 정보는 하단의 가게 약도 및 링크를 참고해 주십시오.
기본 식기 세팅. 꽤 묵직한 무게의 포크와 스푼, 그리고 나이프가 테이블마다 비치되어 있습니다.
또 특이하게 테이블마다 유리 아래에 세계 각국의 지폐를 꽂아놓았더라고요. 익숙한 지폐도 몇 있습니다.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 제공된 수프.
오뚜기 제품을 사용하는 건 아니고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듯 한데, 조금 싱겁고 걸쭉한 편, 죄송 조금 별로였습니다.
음... 매장마다 수프 내어주는 건 좋은데, 가끔 그냥 오뚜기 끓여주는 게 더 낫지않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기본 반찬으로 깍두기가 따로 담겨 나옵니다. 돈까스와 먹기 좋을 정도로 간도 적당한 편.
같은 깍두기인데, 설렁탕과 먹기 좋은 것, 그리고 돈까스와 먹기 좋은 깍두기가 따로 있지요.
된장국 대신 맑은 국물이 따로 나오는데요, 우동 국물도 아니고 직접 끓인 국물인 것 같아요.
간은 조금 심심하긴 하지만 된장국이나 우동국물과 달이 뒷맛이 개운해서 이거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주문한 메뉴는 가게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정식(9,000원)'
돈까스와 생선까스, 그리고 함박스테이크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나름 실속 있는 메뉴입니다.
옛날식 왕돈까스 전문점답게 커다란 접시에 튀김류도 꽤 크게 담겨 나온 것이 특징.
사이드로 양배추 샐러드와 볶은 김치가 함께 나왔습니다. 볶은 김치가 좀 특이하다면 특이한데요,
이것도 기사식당 스타일 경양식 돈까스에 풋고추 나오는 것처럼 한국이라 가능한 구성이 아닐까 싶은...
여튼 별 거 없이 그냥 볶은 김치인데 꽤 매콤하니 먹을만해서 돈까스 느끼한 맛 잡아주기 딱 좋았습니다.
양배추 위에 얹어준 아일랜드 드레싱 색이 좀 짙은 편인데, 시판이 아닌 직접 만든 걸 사용하는 듯 합니다.
마카로니 샐러드 내어주는 집은 일단 호감도 상승...ㅋㅋ
마카로니 샐러드 왼편에 케첩에 살짝 버무려 볶은 양파가 함께 나오는데 이것도 꽤 특이하다면 특이하네요.
케첩 소스에 볶은 양파도 볶음김치와 함께 이 가게만의 아이덴티티 아닐까 싶습니다.
정식의 세 가지 메뉴 중 가장 대표메뉴인 돈까스.
얇게 편 돼지고기를 튀긴 돈까스 위에 소스를 듬뿍 부은 전형적인 경양식 스타일의 돈까스입니다.
어, 여기 돈까스 소스가 꽤 괜찮네요. 일반적인 경양식 스타일의 돈까스 소스와 달리
살짝 새콤한 맛이 감도는 게 꽤 독특한 배합인데요, 비유하면 토마토 스파게티 먹을 때 상큼한 토마토 소스 있죠,
그 토마토 스파게티의 토마토 소스를 돈까스 소스에 섞은 듯한 맛입니다. 상큼깔끔한 맛이 괜찮아요.
돈까스 고기라든가 튀김은 여느 왕돈까스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무난한 수준. 나름 전통 느껴지는 맛.
돈까스와 생선까스 사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작은 사이즈의 함박 스테이크.
함박 스테이크 위에 얹어진 게 처음엔 치즈인가 했는데, 치즈가 아닌 양파였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건 아니겠지...
치즈라든가 혹은 계란후라이 같은 거 얹어주면 더 좋을텐데 아쉽게도 그건 따로 없네요.
아 그리고 함박스테이크 오른편의 노란 소스는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겨자(허니머스타드 아님)를 따로 뿌린 것.
함박 스테이크는 세 가지 튀김 중 만족도가 가장 낮았던 제품.
맛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습니다만, 함박 스테이크라기보다는 떡갈비에 가까울 정도로 좀 뻑뻑한 맛.
그만큼 밀도가 가득 차 있는 건 좋았습니다만, 아무래도 돈까스보단 만족도가 좀 떨어지네요.
마지막 생선까스는 세 가지 튀김 중 가장 튀김이 바삭바삭하게 생겼습니다.
튀김 위에 타르타르 소스를 듬뿍 얹어 내어주는데, 살짝 푸른빛 도는 소스 색이 직접 만든 걸 사용하는 듯.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생선까스가 생각 이상으로 꽤 맛있었습니다.
튀김이야 뭐 무난무난하게 잘 튀겼다지만 위에 얹어진 타르타르 소스가 되게 맛있었는데요,
시큼하거나 맛이 강하지 않고 삶은 계란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담백한 풍미가 꽤 진하게 나는 편이라
부담없고 자극적이지 않게, 그리고 다른 데서 맛보지 못한 독창적인 맛이 있던 것 같아요. 이거 꽤 좋았고
만약 다음에 이 가게를 재방문하게 된다면 그 땐 생선까스를 한 번 시켜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신을 맞고 난 뒤에 식욕이 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게 사실인 듯, 맛있게 싹싹 긁어먹고
꽤 기분 좋게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후 집에 와서 주말에 쉬었는데 큰 후유증 없이 지나갔어요.
백신 맞은 당일 새벽에 맞은 쪽이 살짝 뻐근해 한 번 깨고, 다음날 일시적으로 열이 36.9도까지 오르긴 했지만
그 외엔 후폭풍, 부작용이다 할 만한 것을 전혀 겪지 않아 무탈히 지나가고 지금도 건강한 상태입니다.
둔촌동의 꽤 오래 된 돈까스 전문점 '오박사네 돈까스'
여긴 의외로 괜찮았던 발견이었고, 또 이런저런 메뉴들도 꽤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재방문 의사 있습니다.
다음에 또 재방문하게 되면 그 땐 생선까스, 혹은 피자돈까스를 먹어볼까 합니다.
※ 오박사네 돈까스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 3번출구 하차 후 직진, 와플대학 건물 뒷편에 위치
2021. 6. 2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