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2024.9 시코쿠

2025.4.28. (23) 어떤가 우리들은, 원하는 풍경을 모두 손에 넣었고 다들 행복하게 웃고 있지 않은가? / 2024.9 일본 시코쿠(四国)

Ryunan9903 2025. 4. 28. 13:05

 

< 2024.9 일본 시코쿠(四国) >

(23) 어떤가 우리들은, 원하는 풍경을 모두 손에 넣었고 다들 행복하게 웃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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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나가하마역(伊予長浜駅)에 다시 도착하니 오후 다섯 시. 일몰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에 이야기했는데, 이요나가하마역은 요산선 지선 이요나다선에 위치한 역이라 일몰 명소로 유명한 시모나다역에서 가깝다.

 

때마침 일몰 시각이 가까워지기도 했고, 오늘도 어제 못지않게 날씨가 굉장히 좋았다.

그러면 다시 한 번, 시모나다역(下灘駅)을 찾아가봐도 되지 않을까?

 

 

 

친구도 바로 OK사인을 날려 차를 이동하여 시모나다역으로 향했다. 거리는 10km, 차로 가면 정말 가까운 거리다.

 

어제 봤던 익숙한 마을의 거리를 다시 걷는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어제는 열차를 타고 마츠야마에서 내려왔다는 것, 그리고 오늘은 자차를 타고 반대쪽에서 올라왔다는 것.

 

 

 

저 앞에 어제 봤던 시모나다역이 보인다.

어제 있던 지역 행사는 끝났는지 노랫소리가 들리진 않았지만, 그 앞에 주차된 차들의 모습에서 사람이 꽤 많음을 직감했다.

 

 

 

시모나다역 앞의 유일한 상점, '시모나다 커피'

그 옆엔 음료자판기도 한 대 설치되어 있다. 이 근처엔 편의점이고 뭐고 없기 때문에 이 가게가 유일하게 식음료를 파는 가게다.

 

 

 

JR 시코쿠의 특급열차 '이요나다 모노가타리' 의 운행 10주년을 축하하는 현수막.

요산선의 마츠야마역에서 출발하여 바닷가로 이어진 철도 이요나다선을 경유하여 야와타하마역까지 운행하는 관광열차다.

이 열차는 시모나다역에도 정차한다.

 

 

 

역에는 어제 못지않게 많은 관광객들이 몰렸고...

 

 

 

어제 봤던 역사 내 기념품점은 오늘은 정기휴일이었는지 문을 열지 않았다.

어제 사지 못했던 열쇠고리... 다시 오면 살까 했는데, 가게 문이 닫혀있다니 이건 좀 많이 아쉬운데...

 

아마 이 기념품점도 과거엔 역무원이 근무하는 역무실이었을 듯. 비록 지금은 무인역으로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시모나다역의 방명록.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는지 여러 권이 꽃였있었고 다 쓴 방명록 표지엔 기간도 함께 적혀있었다.

 

 

 

어제 못지않게 여전히 이 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매우 많다.

다들 한적하고 조용한 바다에 맞닿아있는 작은 철도역을 기대하고 왔을텐데, 그 기대를 무참히(?) 깨버리는 엄청난 인파.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역사 내에서 다들 찍고자 하는, 원하는 풍경을 담는 방법이 딱 하나 있었다.

 

 

 

모두가 원했던 풍경.

바다와 맞닿아있는 한적한 무인역사 단선승강장의 너무나도 고요한 모습.

 

이렇게 관광객들이 많은데 어떻게 이런 사진이 가능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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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이거...ㅋㅋㅋㅋㅋㅋ

 

 

 

역사 내 파견을 나온 JR 시코쿠의 직원이 사람들을 통제하여 승강장 쪽의 관광객들을 전부 뒤로 몰아넣은 뒤

승강장이 있는 쪽을 완전히 비워놓은 뒤 다함께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끔 텅 빈 승강장 모습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주었다...ㅋㅋ

 

이 곳을 찾는 사람들 모두가 이 텅 빈 풍경을 원했기에 수많은 사람들은 직원의 안내 및 통제를 놀랄 정도로 굉장히 잘 따랐고(...)

다들 원하는 풍경을 저마다의 카메라와 핸드폰에 담으며 모두 행복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진을 찍은 뒤 이후로는 한 명씩 줄을 서서 승강장으로 걸어가 의자에 걸터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컨셉 사진을 찍게끔 직원이 유도를 해 주었는데, 다들 원하는 사진 얻기 위해 직원 통제를 엄청나게 잘 따르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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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하면 나오는 시모나다역 배경의 이 많은 사진들,

실제로 시모나다역은 저기 보이는 것처럼 사람이 없는 한적한 무인역이 아님...

이 모든 사진들은 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그리고 물론 나는 이게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모두가 만족하고 행복해하면 된 것 아닐까?

 

 

 

열차 선로 바로 아래로는 도로가 뻗어 있어 열차와 도로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잡초가 많이 자라있긴 했지만 그래도 일반열차는 물론 특급열차도 다니는 나름 중요한 역이라고.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더 떨어지면서 파란 하늘은 황금빛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어제도 봤던 풍경이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좋다.

 

그냥 멍하니 한참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그럼에도 조금도 질리지 않는다.

그냥 지금의 이 순간의 시간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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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을을 뚫고, 시모나다역으로 열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다.

 

 

 

마츠야마로 돌아가는 열차 도착. 어제 내가 탔던 열차와 동일한 차.

이 차를 놓치면 어둠이 깔린 아무것도 없는 역사 안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이 열차를 타고 돌아가야 한다.

 

 

 

관광객들을 태운 열차가 서서히 시모나다역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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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관광객들이 다 열차를 탔으니, 시모나다역은 다시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로 되돌아가겠지...?

 

 


...는 아직도 이 역에 관광객들이 많이 남아있다. 아까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마 이 사람들은 여기 끝까지 남아 완전한 일몰까지 본 뒤 떠날 것 같은데, 자차를 끌고 온 사람들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실제 역 앞에 차량이 여러 대 주차되어 있기도 하고, 그 차들의 주인 아닐까 싶음.

 

사진 제일 앞에 서 있는 왼쪽 팔뚝에 완장, 모자 쓰고 보조가방 옆에 멘 여성분이 JR 시코쿠에서 파견 나온 안내 직원.

좀 전에 다들 원하는 사진을 담을 수 있었던 것도 저 직원의 안내가 있었기 때문. 정말 센스있게 안내 잘 해주셔서 감사했다.

 

 

 

우리도 이제 떠나야지.

해가 지고 관광객들이 떠나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이 시모나다역도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일본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해넘이었던 시모나다역의 일몰.

그 풍경을 절대 잊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눈, 그리고 머릿속에 담은 채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모나다역을 떠난다.

 

= Continue =

 

2025. 4. 28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