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11일짜리 장기여행, 2023년 11월 타이완 전국일주
(86) 낮엔 평범한 도로, 하지만 밤마다 축제가 열리는 그 곳, 리우허 야시장(六合觀光夜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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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슝에서의 마지막 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어젯밤 호텔 돌아올 때 봤던 야시장을 가 보는 것.
야시장을 가기 전, 뭔가 게임센터처럼 보이는 재미있는 간판의 엄청나게 큰 가게 하나를 발견하여 호기심에 한 번 들어가보기로...
가게 입구에 사람들도 많고... 간판도 새로 달았는지 굉장히 크고 새 가게 티가 나는데, 이 가게의 정체는 뭘까... 오락실?
답은 '뽑기방(...)'
타이완에는 시내 곳곳에 뽑기방이 엄청나게 많다. 대한민국의 뽑기방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수준인데
그 안에 들어있는 상품들의 종류도 진짜 다양한 편.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이 인형이지만 여기는 오히려 인형의 비중은 낮고
그 자리를 각종 과자, 음료 등의 생필품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뽑기방의 성격이 우리나라와 꽤 다름.
우리나라의 뽑기방이 인형이라든가 기념품 뽑는 용도라면...
여기는 진짜 식료품 충당을 위한 곳(...)
그래서인지 이렇게 큰 뽑기방엔 마트에서 볼 법한 장바구니나 쇼핑카트가 놓여있고 여기 온 사람들마다 카트를 하나씩 들고
그 안에 뽑은 과자, 음료 등을 이렇게 마트 장 보듯이 쌓고 있다.
개중에 똑같은 과자나 음료가 여러 개 들어있는 장바구니도 보이는데 아마 잭팟이 터져 여러 개가 우르르 쏟아진 거겠지...ㅋㅋ
진짜 오는 사람들도 인형 뽑으러 온 연인이나 친구가 아닌... 막 가족 단위도 있었고 딱 봐도 마트에 장 보러 온 행색이 많았달까...
게임 한 판 가격이 10NT$인데, 이 차는 편의점에서도 10NT$ 안팎에 판매하고 있다.
그러면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게 훨씬 안전하고 낫지 왜 굳이 여기서 뽑힐지 안 뽑힐지도 모르는 것에 도전하냐고?
그 이유는 저기 음료들이 쌓여있는 모습에서 볼 수 있는데, 음료들이 집게 높이까지 높게 쌓여있기 때문에
집게로 음료를 집기 전, 집게를 움직이면서 쌓인 음료 팩들을 마구 흔들어 상품 나오는 곳 아래로 잔뜩 밀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집게로 집어야만 경품이 인정되는 게 아닌 말 그대로 집게로 밀어 여러 개 우수수 떨어뜨려도 전부 인정되는 셈.
심지어 칠성사이다 캔까지 있다. 야, 근데 저건 어떻게 집냐(...)
뽑기 상품만 있는 건 아니고 다른 게임도 있긴 한데, 그 게임의 정체는 타이완 버전 월광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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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방을 나와 전날 묵었던 스카이원 호텔 근처에 있는 야시장, '리우허 야시장(六合觀光夜市)' 을 다시 찾았다.
전날엔 너무 피곤하고 밤이 늦어 야시장 보는 걸 포기했는데 오늘 제대로 보고 즐겨야지.
리우허 야시장의 간판이 이렇게 떡하니 세워져있는데 왜 여행 첫 날 낮엔 이걸 보지 못했지...
여튼 평소엔 평범한 차 다니는 도로인데,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이 도로의 차량 통행이 통제된다.
이렇게 차량이 못 다니게 바리게이트가 쳐진 뒤 그 안에서 야시장이 매일 펼쳐지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타이베이에 비해 가오슝은 관광객의 방문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그런지, 야시장의 규모, 인파도 상대적으로 덜한 편.
타이베이 닝샤야시장, 라오허제 야시장처럼 걸어다니는 게 버거울 정도로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훨씬 쾌적하게 야시장 구경을 즐길 수 있었다. 또 사람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 진짜 적당히 구경하고 즐기기 좋은 느낌?
그래... 야시장이 이래야지... 북적북적한 건 좋지만 솔직히 타이베이 야시장은 관광객 땜에 사람이 좀... 지나치게 많아;;;
느긋하게 뭐가 있는지 이것저것 둘러보기로 한다.
아무래도 외부 관광객들이 덜해서인지 진짜 여기는 로컬 야시장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영어나 한글 간판도 잘 보이지 않는 편.
11월이지만 날씨가 거의 한여름인데... 이 날씨에 야외에 걍 비치된 생굴... 괜찮을까, 괜찮은 걸까?!
석가만 전문으로 파는 노점도 있었음. 여기는 그래도 한글이 써 있긴 하네...ㅋㅋ
여기 석가도 내가 어제 먹었던 것처럼 가격이 저렴할까 했는데 다행인지 아닌지 거기보다는 가격이 훨씬 높긴 했다.
그래도 타이베이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긴 했지만...
모든 가게들마다 수많은 관광객들로 불야성을 이루는 타이베이의 야시장과 달리 여긴 이렇게 한가한 가게들이 많다.
물론 한가하다는게 썰렁하고 을씨년스럽다는 의미는 아니고... 상대적으로 여유있어 보인다는 뜻에 더 가깝지만...
오히려 관광객 입장에선 이런 적당히 한적한 분위기가 더 좋지... 느긋하게 보고 즐길 수 있으니...
타이베이에서 왔던 전자오락실 체인 매장도 하나 운영중인 걸 여기서 발견.
일반적인 체감형 게임이 있는 아케이드 게임센터와 달리 스틱게임 위주로 돌아가는 레트로 게임센터의 이미지에 더 가깝다.
대한민국에서 작년에 유행했던 탕후루, 여기서는 본토의 탕후루를 만날 수 있다.
삼겹살 김치롤이라는 건... 뭘까, 한국사람들을 겨냥한 것일까? 제대로만 만든다면 이 조합만큼 완벽한 조합이 또 없는데...
매대에 놓여있는 각종 꼬치들은 사람에 따라 엄청 먹음직스러울 수도 있고 조금 거부감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도 타이완에 처음 왔을 땐 이런 것에 선뜻 손이 안 갔는데, 지금은 보면 먹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그럼 나도 한 번 제대로 즐겨볼까?
= Continue =
2024. 9. 19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