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23 ~ 27 일본 아이치&칸사이 여름휴가
(2) 히츠마부시 호라이켄
추부 센트레아 국제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내린 메이테츠선 진구마에(神宮前)역. 나고야역까지는 세 정거장 거리.
보통 여행객들이라면 나고야 시내의 중심가인 카나야마 또는 나고야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인데, 우리는 이 곳에서 내렸다.
도움이 크게 되겠느냐마는, 그래도 혹시나 모를 이 곳을 찾을 여행객들을 위해 진구마에역 열차 시각표.
진구마에역 개찰구. 저 개찰구 너머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두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렇다. 이번 여행은 무려 일본에서 현지인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지난 2012년 10월, 칸사이 여행 때 같이했던 나고야에서 일하고 있는
흔한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 일명 'MJ무역'이라고도 하는 K(29)가 우리를 만나기 위해 마중을 나온 것. 그는 현재 나고야에서 살고 있다.
(정확히는 나고야 바로 윗쪽의 코마키라는 다른 동네지만 나고야와 매우 가까우니 일단 나고야라고 해 두자...)
진구마에역 열차 시각표. 주요 환승역을 비롯한 주요 역들은 노란색으로 표기해놓았다.
당연하지만 메이테츠 열차 노선도만 있고 나고야 지하철 및 JR, 그 외의 사철 노선은 표기되어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
한국, 서울로 비교하자면 서울메트로 1~4호선, 그리고 도시철도공사 5~8호선, 코레일 구간이 서로 노선도를 병기하지 않고 따로 노는 꼴이다.
역 바깥으로 이동한다. 500m 우측으로 걸어가면 JR 기차역이 나온다고 한다.
'메이테츠' 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진구마에역 빌딩. 1층에는 슈퍼마켓을 비롯해서 몇몇 상점들이 들어와 있다.
그래도 특급 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니 이 연선 내에서 꽤 규모가 있는 역 같아 보인다.
역 앞에 대기하고 있는 일본 택시들. 흔히 살인적인 일본의 대중교통 요금이라지만 택시의 경우 그 정도가 엄청나게 심하다(...)
역 앞의 육교, 그리고 자전거 주차장. 평일 낮이라 그런지 자전거를 한가하게 타는 어르신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역 앞의 관광안내도를 살펴보는 C(왼쪽)와 MJ무역 수장 K(오른쪽)
사담으로 '진구마에'의 한자를 읽으면 '신궁전' 으로 발음할 수 있는데, 예상하셨겠지만 이 곳에는 '아츠타 신궁' 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 내린 이유는 신궁을 보러 가기 위함이 아니다. 이 무거운 캐리어백을 질질 끌고 이 날씨에 넓은 신궁을 돌아다닐 일은 없다.
그래서 과감하고 남자답게 택시를 타고 이동.
약 7~8분 정도 이동하면 되는 거리인데 인원이 세 명, 게다가 캐리어백이 두 개라 큰 마음 먹고 택시를 탔다.
일본의 택시는 자동문으로 문이 열린다는 것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 처음 일본에서 택시를 탈 때, 이것 때문에 조금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택시 요금이 우리나라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무섭게 올라가는 것도 특징. 이건 뭐 100원 올라가는 속도로 50엔이 올라가;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 어느 주택가 앞에서 내린다. 이 곳에 우리가 갈 첫 번째 목적지가 있다.
언뜻 보면 일본의 평범한 주택.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아, 집이다...' 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이 평범한 건물이...
나고야 명물, 전설의 장어덮밥(히츠마부시)을 파는 '호라이켄'의 본점이다.
. . . . . .
여기서 잠깐, 우리는 나고야의 명물 음식에 대해 한 번 살펴보고 갈 필요가 있는데 흔히 생각하는 나고야 명물은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1. 된장을 이용한 돈까스(돈카츠) - 전문점으로는 '야바톤'
2. 짭조름한 닭날개 튀김(테바사키) - 전문점으로는 '후라이보' 또는 '세계의 야마쨩'
3. 역시 된장을 이용한 나고야 지역의 독특한 우동 '니코미 우동'
...앙카케 스파게티를 나고야 명물이라 봐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일단 넘기고...
...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바로 이 가장 럭셔리한 전설의 장어덮밥 '히츠마부시'다.
가게 앞에 고풍스럽게 솟아 있는 소나무.
우리가 도착했을 때가 대략 11시 30분 정도. 가게 앞에서 번호표를 받았는데, 약 30분 정도 기다리면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제대로 점심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30분 대기라니... 대기가 항상 넘치는 가게라 하는데 이 '30분 대기' 가 운이 굉장히 좋은 것이라 한다.
대기가 심할 땐 3~4시간을 기다려야 간신히 들어갈 수도 있다고...;;;;
대기번호를 받고 호라이켄 맞은편의 주차장 공터 그늘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별도의 대기실이 없기 때문에 한없이 바깥에서 기다려야 하지만, 모두들 군소리하지 않고 조용히 이 곳에서 기다린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음식...
이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본의 음료 자판기.
이렇게 평범하고 흔해빠진(?) 동네에 이런 어마어마한 전설의 장어덮밥집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특이한 방식인 것이 그때그때 자리가 나면 한 팀씩 매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리를 비우면 한꺼번에 사람들을 가게로 부른다.
한두 팀씩 물갈이되는 것이 아닌 단체 단위로 한번에 쑥 들어갔다가 또 쑥 빠지고, 그 뒤의 팀이 쑥 들어가는 방식으로 손님이 교체된다.
30분 바깥에서 기다리는 것도 힘들었는데, 정말 타이밍을 잘못 잡아 1시간 이상 기다리게 되었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게 입구는 전형적인 일본식 정원으로 상당히 잘 가꾸어져 있다.
이 약간 허름한 집 안으로 모두 똑같은 꿈(...장어덮밥을 먹는!)을 안고 두근거리며 들어간다. 생애 최고로 두근거리는 순간이다.
나도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마당 있는 집에다가 연못도 만들어야지(...)
캐리어를 카운터에 맡겨놓고 우리는 2층으로 안내를 받았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햇빛을 받아내는 전형적인 일본식 다다미방.
좌석을 보면 테이블이 가득 찬 것이 아니라 부분 부분 빈 테이블이 보인다. 바깥에서 손님이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빈 자리를 남겨놓은 것은
아마도 손님을 많이 받는 것보다는 직원이 원활히 서빙을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손님을 받는 것 같이 보였다.
테이블에 있는 스탠드 메뉴판의 우나기(장어)초밥. 먹어본 적이 있었던 K 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고...
시켜보고 싶었으나, 히츠마부시를 먹기 위해 참는다.
히츠마부시(장어덮밥) 먹는 방법. 그냥 무작정 마구 퍼먹는 것이 아니라 이 장어덮밥은 정석대로 먹는 방법이 있다. 그것에 대해선 아래에서...
장어가 아무리 비싸다고 하지만, 이 히츠마부시의 가격은 1인분 3100엥. 당시 환율 기준으로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약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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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다...!!
일본인들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 일본 현지인들도 특별한 날에나 먹는 음식이라고...
일단 앉자마자 받은 뜨거운 가루녹차와 막 삶아낸 뜨거운 수건. 일본의 음식점에서는 이런 식으로 막 삶은 뜨거운 수건을 내어주는 곳이 많다.
참고로 수건과 녹차를 받고 음식이 나올때까진 인내심을 갖고 여유롭게 기다려야 한다.
워낙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이유겠지마는, 음식 나오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니 너무 조바심내지 말고 천천히 기다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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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30분 정도를 기다렸나? 한참의 기다림 끝에 히츠마부시 정식이 나왔다. 한 사람당 한 쟁반씩 이렇게 서빙되어 온다.
장어덮밥이 들어있는 그릇은 도자기 그릇이 아닌 무려 나무 그릇으로 되어있다. 기대감이 엄청나게 상승되는 순간! 심장박동이 커지는 순간!!!
오 마이 갇......
같이 나오는 국물. 된장국은 아니고 양배추와 해초, 그리고 위에 새알처럼 떠 있는 것은 끝내 정체를 모르겠지만... 여튼 맑은 장국이다.
일본식 야채절임을 츠케모노라고 하지... 반찬으로 나온 츠케모노. 짠맛이 강한 편.
그리고 잘게 썬 생김과 와사비, 다진 파가 같이 나오는데 이것의 용도에 대해선 아래 사진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설명하기로 한다.
나무그릇 가득...!!!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식하게(?) 얹어져 있는 갓 구운 양념장어.
그걸 주걱으로 들어내면 그 안에는 장어양념이 속속들이 배어든 밥이 들어있다... 참고로 달콤한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미치겠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지금 이 사진을 바라보기가 너무나 괴롭지만... 그래도 글은 써야겠기에, 본격적으로 제대로 히츠마부시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써 보겠다.
1. 그냥 먹기
나무그릇에 들어있는 히츠마부시의 1/4를 주걱으로 분리하여 따로 나온 빈 그릇에 옮겨담은 뒤 장어덮밥 그대로의 맛을 즐긴다.
노릇하게 양념을 발라 구워낸 달콤하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장어. 그리고 그 양념이 밥알까지 스며들어서...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맛있다...
2. 김가루와 다진 파를 같이 넣고 먹기.
진짜 어떻게 1/4이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1/4의 장어덮밥은 사라져 있었고, 이제는 두 번째로 먹을 차례.
두 번째는 같이 나온 김가루와 다진 파를 1/4의 장어덮밥을 다시 그릇에 담은 뒤, 그 위에 올려 같이 먹는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비벼먹어도 되고, 그냥 덮밥처럼 얹어먹어도 되고 즐기는 방법은 당신의 자유에...
그냥 김가루와 다진 파만 뿌렸을 뿐인데, 처음 먹었던 맛과는 다른 복합적인 맛이 느껴진다. 좀 더 맛의 풍부해졌다고 해야 할까?
당연히 이것도... 도저히 평정심을 지킬 수 없는 맛이다........... 아.......!!!!
3. 오차즈케(차밥)를 만들어 먹기.
밥이 줄어든다는 것이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깝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벌써 세 번째 먹는 방법까지 와 버렸다.
안타깝다... 너무나 안타깝다;;;
...어쨌든 세 번째 먹는 방법은 두 번째와 동일하게 1/4의 밥을 다진 파, 그리고 김가루를 얹어 담아낸다. 그리고...
작은 호리병에 들어있는 국물을 이 밥 위에다가 얹어 오차즈케를 만들어 먹는 방법이다. 간단히 말해 국물에 밥 말아먹기.
취향에 따라 와사비를 넣어먹어도 좋다.
앞의 두 가지의 장어덮밥이 진한 양념의 장어맛을 즐길 수 있다면, 이것은 이것 나름대로 또 양념이 국물로 씻겨내려가 담백한 장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어덮밥을 물 말아먹으면 무슨 맛으로 먹겠느냐 싶겠는데... 상식 밖으로 맛있다...
대체 이 장어덮밥엔 뭘 집어넣었길래 국물을 쳐 부어도 이렇게 맛있지?!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4. 앞의 세 가지 버전으로 먹은 방법 중 가장 맛있었던 걸 기억하여 다시 먹는다.
앞의 세 가지 버전 중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방법으로 남은 1/4을 먹으면 히츠마부시를 정석대로 즐기는 방법은 끝난다.
세 종류 전부 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근소한 차로 두 번째 방법이 좋아 나는 두 번째 방법을 택해 먹었다.
어느 것 하나 남기지 않고 완식.
빈 그릇을 바라보는 내 기분이 착잡하다. 맛있는 걸 먹었다는 만족감보다도 '다 먹었어... 더 나오지 않아' 라는 안타까움이 더 컸다...
안타깝다... 더 먹을 수 없다는 것이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 안타깝다...
이렇게 먹고 3100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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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_-
'장어덮밥 한 그릇에 3100엥?'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비싼 거 아냐? 라는 내 고정관념은 이 히츠마부시 앞에서 완전히 박살났다...
여행의 시작부터 사기급 초고퀄리티 음식을 먹어, 이후 먹게 될 수많은 음식들의 맛이 없어지면 어쩌나... 진심으로 걱정이 앞선다.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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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1일차 (2013. 8. 23) -
(1) 나고야로 떠나다!
(2) 히츠마부시 호라이켄.
// 2013.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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