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11일짜리 장기여행, 2023년 11월 타이완 전국일주
(92) 한낮의 무더위를 녹이는 보물같은 한 그릇, 아싼빙수(古早味阿桑剉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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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둥(臺東)이라는 도시에 대한 첫 인상은 이랬다. '덥다...'
아니 타이난이나 가오슝도 덥긴 했는데 타이둥의 더위는 거기와는 뭔가 궤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 뭐냐... 기온은 거의 비슷한 편이긴 한데 도심의 습한 더위라기보다는 습기는 적은데 엄청 내리쬐는 탈 것 같은 그런 더위.
여기가 괜히 타이완 섬에서 가장 더운 지역이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닌 것 같은 더위라
처음에 자전거 빌릴 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보니 '괜히 빌렸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더위를 달래줄 건? 역시 빙수.
타이둥 시내에 꽤 오래 된 로컬 빙수집이 하나 있다. '고대의 맛, 아싼 빙수(古早味阿桑剉冰)' 라고 하는 곳인데
여기도 사람들의 평점이 상당히 좋은 곳이라 나름 기대감을 안고 방문. 가게 간판에서부터 노포의 분위기가 풍겨지는 가게였다.
빙수를 주문한 뒤 실내로 잠깐 들어가보았는데, 테이블 뒤로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엄청 많이 쌓여있더라.
정말 오래 된 가게인 듯, 신문기사 스크랩부터 시작하여 흑백 사진까지 가게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이 꽤 많이 걸려있었다.
되게 한적하고 작은 가게인 것처럼 보였는데 여기 타이둥에서 꽤 유명한 곳이었구나.
네온사인으로 만든 '아싼 빙수(阿桑剉冰)' 의 간판.
빙수 가격은 고작 '50NT$(약 2,600원)'
한 가지만 운영하고 있는 것 같으며 그 아래 빙수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들이 한자와 함께 영어로 표기되어 있다.
기본 빙수에 우유 추가는 5NT$가 더 붙는듯.
매대 앞에 빙수 들어가는 재료들이 담겨 있는 커다란 통이 있고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천천히 빙수를 만들어주신다.
막 프로의 실력으로 빠르고 민첩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진짜 천천히... 만드시는데 뭐랄까 그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답답함... 이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이 함께 느긋해지는 기분. 느긋한 분위기로 소도시 둘러보는 거라 조급한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빙수 포장시에는 먼저 말해달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국수용 플라스틱 대접에 무심한 듯 얼음을 붓고 그 위에 밥숟가락 하나 툭 꽂은 아쌈빙수의 대표메뉴, '빙수(50NT$)'
얼음 위가 아닌 그릇 바닥에 빙수 토핑을 깔고 그 위에 서걱서걱 씹히는 적당한 굵기의 물얼음에 시럽을 듬뿍 부어 마무리.
여름이라 얼음이 빨리 녹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몇 번 휘젓다보면 재료와 쉽게 섞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타이완 빙수인 '팔보빙수' 와 비교했을 떄 들어가는 재료 구성은 살짝 다르지만 그래도 그 근본은 꽤 비슷함.
차도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 낡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사람들 오가는 것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빙수로 더위를 식혀본다.
(사실 밖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더워서 다니는 사람이 없는건지 아니면 이 동네 사람이 많지 않은건지 모르겠지만...)
빙수는 맛있음. 그냥 시원하고 달콤한 맛 그 이상 더 설명할 것이 없다.
이게 결코 고급스런 빙수라고 할 순 없는데 30도가 넘는 직사광선 내리쬐는 이 무더위에서 먹는 빙수는 몸 속에 스며드는 느낌.
단맛이 엄청 센 편이라 대한민국이었다면 칼로리 생각하며 많이 못 먹었을텐데 타이완에서는 이상하게 이 빙수가 잘 들어간다.
날씨가 더운 것도 이유겠지만 지역 로컬 빙수라는 친숙함 때문일까, 오히려 난 망고빙수보다 이런 게 더 좋더라.
어느덧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좀 전까지 느꼈던 무시무시한 무더위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이 효과가 오래 가진 않겠지만 최대한 오랫동안 이 시원한 감각을 기억하고 있어야지.
타이완 섬 동부의 고립된 작은 도시, '타이둥'
서부의 100만 넘어가는 대도시의 풍경만 보다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지방의 작은 도시는... 정말 한적하고 또 느긋했다.
여기는 무언가 관광지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냥 이 분위기에 스며들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다.
※ 고대의 맛, 아싼빙수(古早味阿桑剉冰)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Uj9qVGMh2GFfh84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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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9. 2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