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2021.8 군산,목포,신안,광주

2021.10.13. (20) 학생들이 떠나간 빈 자리를 채운 박물관, 신안 에로스 서각박물관 / 2021 류토피아 여름휴가, 전라남도 바다여행

반응형

2021 류토피아 여름휴가, 전라남도 바다여행

(20) 학생들이 떠나간 빈 자리를 채운 박물관, 신안 에로스 서각박물관

 

. . . . . .

 

 

천사대교로 육지, 그리고 압해도와 연결되어 있는 전라남도 신안군 암태도에는

'에로스 서각 박물관' 이라는 작은 박물관이 있습니다.

이 박물관이 있는 건물은 과거 '암태동 초등학교' 라는 이름의 교육 시설이었는데요, 

인구 감소 현상으로 인해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폐교한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박물관으로 개관한 곳입니다.

 

 

에로스 서각 박물관 앞은 꽤 넓은 주차 공간이 있어 차량 주차에 어려움이 전혀 없습니다.

사실 여기 뿐 아니라 신안군이 땅이 넓고 크게 도심이라 할 곳이 없기 때문에 어디든 차 대는 데 걱정은 없었어요.

 

 

사진에 보이는 작은 임시 건물의 정체는 매표소.

 

 

에로스 서각박물관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뒤 안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직원 아주머니 한 분이 매표소 건물 안에 상주해 계시더라고요.

 

 

박물관의 입장료는 성인 5,000원.

그리고 저는 구매하지 않았지만 5개 관광지를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는 통합 관람권이 있나봐요.

그 통합 관람권을 구매하면 이 박물관을 포함하여 총 다섯 곳의 박물관을 15,000원에 돌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어린이, 그리고 신안군민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요,

다만 에로스 박물관이 성인 위주의 컨텐츠를 담아놓은 곳이라 어린이가 방문하기엔 좀 어려움이 있을 듯.

 

 

입장권을 끊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과거 운동장이었을 듯한 넓은 정원과 함께 두 개의 장승이 우리를 맞아 주고 있었습니다.

언뜻 모르고 지나칠 뻔 했는데, 장승의 모양이 미묘하게 남성의 생식기를 닮아 있는 것이 특징.

 

 

이런저런 조형물이 잔디 위에 전시되어 있는 '에로스 뮤지엄'

이름만 보면 뭔가 엄청난 전시물이 있을 것 같은 곳인데, 어떤 게 있을지 좀 신경쓰이면서 궁금해지는군요...;;

 

 

과거 초등학교(국민학교) 건물로 사용했던 건물은 지금은 박물관으로 리모델링을 마쳤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 말고도 뒤에 한 채의 건물이 더 있는데 앞은 서각박물관, 뒤는 에로스 박물관이라 하네요.

 

 

그리고 박물관 입구에 뭔가...;;; 엄청난 디테일의 동상 하나가 세워져 있습니다(...)

어... 그러니까 제가 범상치않은 곳에 온 게 맞나보군요;;

 

 

뒷편의 에로스 박물관을 들어가기 전, 서각 박물관을 먼저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에로스 박물관' 이라고 하는 전시 시설은 서각박물관 뒷편에 위치해 있으며

서각박물관 -> 에로스1박물관 -> 에로스2박물관 순으로 둘러볼 수 있게 동선이 짜여져 있습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이 계단도 과거 학교가 있던 시절엔 학생들이 사용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서각박물관 입구로 들어갑니다.

섬 전체를 보라색 컬러로 물들인 신안답게 서각박물관 입구 현판도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서각 에로스 박물관'

 

 

 

서각박물관에는 말 그대로 유명 서각 명인들의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전시 공간입니다.

서각(書刻)은 글씨나 그림을 나무를 비롯한 여러 조각 위에 새기는 것을 말하는데

이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서각들은 거의 대부분이 목판 위에 활자처럼 새긴 글씨 위주의 서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면 여기에 큰 관심은 없어 그냥 가볍게 둘러보기만 하고 나왔습니다(...)

이는 같이 간 동생도 마찬가지.

 

 

본래 동선대로라면 에로스 박물관 1관 순으로 전시를 둘러보는 게 맞지만

잠시 순서를 바꿔 다른 곳을 한 번 돌아보기로 합니다.

서각박물관 오른편에 과거 창고로 보였던 문 하나가 전부인 조그만 건물 하나가 있습니다.

 

 

이 곳은 '암태동 초등학교 추억의 교실' 이라는 장소로

과거 이 건물이 암태동 초등학교였던 시절, 그 시절의 기억과 흔적을 남겨놓은 추억 공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학교는 비록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 시설을 남겨놓아 여기가 과거 학교였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교실 전경. 작은 흑판과 함께 교탁, 그리고 책상 몇 개를 가져다놓아 옛 교실 모습을 재현한 실내.

칠판 왼편엔 조화이긴 하지만 벚꽃나무 한 그루가 놓여 있습니다.

 

 

과거 암태동초등학교였던 시절의 연혁, 그리고 역대 교장, 교감선생님 목록.

의외로 학교 역사가 꽤 긴 편인데요,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약 1년 전인 1949년 3월 7일에 개교,

그 이후 약 50여 년의 역사를 이어가다 1999년 8월 31일, 암태초등학교와 통합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옛날 국민학생들이 사용하던 목재 책상과 걸상.

이건 정말 오래 전 물건인데, 일단 제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이런 책, 걸상은 없었으니...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걸상을 국민학교 때 사용한 분들이라면 지금은 장, 노년층이 되셨을 듯.

 

 

책상 위에는 옛날에 사용하던 교과서, 그리고 노트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따로 만지면 안 되는 건 없고 자연스럽게 꺼내 읽을 수 있는 게 특징. 이런 건 다른 전시 시설과 확실히 다르네요.

교과서 표지가 제가 공부하던 시절 것과 비슷하지만 사실 전 이거보다 더 이후에 나온 교과서를 사용했지요.

 

 

그 중 가장 호기심이 생겨 집어든 '국민학교 6학년 국사 교과서'

저 때는 중학교 때 국사 교과서가 있었고 국민(초등)학교 시절엔 사회 교과서만 있었는데, 옛날엔 국사도 있었군요.

 

 

교과서는 전부 흑백으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이 페이지는 1948년 5월 10일, 총선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던 4. 19,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하는 과정을 다룬 5. 16에 대해 기술한 내용.

 

 

사실 옛날의 교과서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 기술하였는지 궁금해서 집어든 게 컸습니다만,

대략 이런 식으로 기술되어 있네요. 마음 속에 갖고 있던 호기심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습니다.

 

 

왼편 벽에는 '추억여행' 이라는 이름의 사진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암태동 국민학교(초등학교)의 졸업사진을 비롯하여 각종 행사 사진들이 액자에 꽂혀 전시되어 있는 공간.

사진이 남아있는 것들 중 시간 순서에 따라 졸업생들의 사진이 쭉 진열되어 있습니다.

 

 

암태동 국민학교가 최고로 번영하던 시기인 1971년엔 12학급, 760명의 학생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진은 학생수가 제일 많던 시절인 1971년에 찍은 19회 졸업기념 사진.

저 당시 국민학교를 졸업했던 사람들은 지금 6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겠군요.

 

 

그리고 학생이 급격하게 줄어든 암태동 초등학교 45회 졸업기념 사진.

선생님을 제외한 단 열 명의 학생밖에 없는데, 1971년 졸업사진과 비교해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이후 암태동 초등학교는 두 번의 졸업을 더 거쳐 47회 졸업을 마지막으로 폐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꽤 오래간만에 보는 풍금(오르간)

국민학교 시절 교실에 있어 발을 굴리며 연주해 봤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아쉽게도 여기 진열되어 있는 풍금은 고장이 났는지 발을 굴러도 더 이상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요.

 

 

졸업사진 이외의 암태동 국민학교의 기록이 남아있는 옛 사진과 앨범.

 

 

어떻게 이 많은 자료를 보존했는지 모르지만,

빛이 바래 있는 - 누군가에겐 굉장히 귀중할지도 모를 흑백사진들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암태동 초등학교의 교가.

 

 

비록 줄어든 학생수로 인해 학교라는 이름은 20여 년 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지 않고 박물관으로 개조하여 지금은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구) 암태동 초등학교.

작은 공간으로나마 이 곳이 학교였다는 기록을 남겨놓은 기록관 덕에 졸업 후 타지로 나가 사는 졸업생들도

옛날 학교가 그리울 때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와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다는 게 다행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여긴 이렇게나마 작은 기억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이 흔적조차 남지 않은 사라져 간 학교들은 더 많겠지요...

= Continue =

 

2021. 10. 13 // by RYUNAN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