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류토피아 여름휴가, 전라남도 바다여행
(12) 콩국수는 소금? ㄴㄴ우리 콩국수는 설탕! 44년 전통 노포 유달콩물(목포 대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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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제가 즐겨하는 어떤 아케이드 게임을 통해 알게 된 어린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비록 업무 때문에 지금은 윗 지방으로 올라와 지내지만 본가가 있는 고향이 목포라고 하네요.
우연히도(?) 제가 목포에 내려왔을 때 이 친구도 본가로 내려온지라 이 동네에서 한 번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서로 일정이 있어 오래 있지는 못하고 그냥 반갑게 인사하고 식사 한 번 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는데요,
그렇게 만나 저녁으로 찾은 곳은 목포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콩국수집 '유달콩물' 입니다.
여행을 오기 전부터 '여긴 한 번 가 봐야겠다' 라고 점찍어놓은 가게. 역사가 44년이나 된 오래 된 가게라더군요.
최근 본 교양 프로그램 중 가장 수신료의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하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목포 편에서 유달콩물이 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콩국수와 사딸라 아저씨... 뭔가 잘 어울리는 구수한 조합.
이 좁은 땅덩어리에도 순대를 뭐 찍어먹냐 지역마다 의견이 갈린다고 하지요.
수도권에서는 소금, 경상도에서는 막장, 그리고 전라도에서는 초장을 순대에 찍어먹는다고 하는데요,
(실제 광주에서 순대에 초장 찍어먹는 건 직접 체험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의외로 잘 어울리고 맛있습니다.)
순대야 워낙 유명하다 쳐도 콩국수 역시 전라도에서는 먹는 방법이 타 지역과 조금 다릅니다.
바로 소금 대신 '설탕' 을 쳐서 먹는다는 점인데요...!! 이건 예전 전주 여행에서도 확인한 적 있었습니다.
(전주 메르밀 진미집 : http://ryunan9903.egloos.com/4434209)
매장 한 쪽 갈색설탕 포대가 가득 쌓여있는 걸 보니 '아, 내가 전라도에 왔구나' 라는 실감이 확 나던...!!
입식과 좌식 테이블이 혼재되어 있는 오래 된 연식이 느껴지는 가게 내부.
다행히 약간 이른 밥 시간대 방문이라 그런지 실내에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반찬과 물은 셀프. 앞접시를 비롯하여 직접 먹을만큼 갖고 오면 됩니다.
반찬통 오른편 좌식 테이블의 액자 휘호가 오래 된 가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대표메뉴는 콩물, 그리고 콩국수 두 가지.
노란콩과 검정콩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곱배기는 보통보다 2,000원 더 비쌉니다.
콩국수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빔밥, 된장찌개, 순두부, 청국장 등의 따뜻한 음식도 준비되어 있어요.
콩물과 콩국수의 차이가 뭐냐 하시는 분이 있을텐데, 아주 간단합니다. 콩국수에서 국수만 뺀 거에요.
국수 안 시키고 콩물만 먹고 가는 경우도 꽤 있나봐요.
콩국수집 치고 반찬이 꽤 다양한 편인데요, 종류별로 다 담아봤습니다.
직접 담근 배추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열무김치와 함께... 와 갓김치!!
작년 여수 여행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갓김치.
여수에서 먹은 것 못지않게 이 곳에서 오래간만에 먹는 갓김치도 적당히 잘 익어 맛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건 아랫지방으로 내려와야만 맛볼 수 있는 별미에요. 포장해서 서울 가져가도 절대 이 맛이 안 날듯(...)
기본 식기 세팅.
'콩국수(10,000원)' 도착.
냉면그릇 위 국수, 그리고 그 위에 콩물을 가득 담은 심플한 구성입니다.
예전에 콩국수 하면 위에 오이채, 계란, 참깨, 토마토 등 고명이 이것저것 올라간 걸 제일 먼저 생각하곤 했는데
요새 유명한 콩국수집에선 거의 대부분 이렇게 심플하게 나오기 때문에 지금은 이게 더 익숙합니다.
태어나서 먹었던 콩국수 중 가장 국물이 걸쭉했던 여의도 '진주회관' 의 콩국수에 비해
국물의 걸쭉한 점성은 다소 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되게 고소하고 텁텁하지 않은 맛.
모든 테이블마다 기본적으로 당연한듯이 갈색 설탕통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아 물론 설탕 넣어먹는 걸 싫어하거나 혹은 익숙하지 사람들을 위한 소금도 함께 있고요.
콩국 위에 숟가락으로 듬뿍 푼 갈색 설탕을 솔솔 뿌려주면 국물 위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설탕을 처음부터 너무 많이 넣지 말고 조금씩 넣어가며 간을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간이 덜 되면 설탕을 더 넣으면 되지만 간이 너무 과하면 수습하지 좀 힘들어지니까요.
물론 콩물 추가가 있어 적당히 섞으면 되긴 한다지만... 간은 조심조심.
면은 소면이 아닌 중면을 사용하는데요, 적당히 매끈매끈하게 후루룩 넘어가는 식감이 좋네요.
은은한 단맛이 스며든 콩물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게 매력적입니다.
참고로 콩국의 단맛은 베지밀B 정도의 단맛과 비슷하게 조절했어요. 누군가에겐 꽤 달다고 느낄 수 있을 듯.
물론 다른 반찬과의 조합도 좋지만, 역시 가장 베스트는 갓김치와의 조합이네요.
중간중간 갓김치를 곁들여 톡 쏘는 맛을 더해가며 재미를 줬습니다.
스파게티 먹는 것처럼 돌돌 말아서 호로록~
어릴 땐 콩국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런 게 왜 이리 좋은지.
반찬으로 나온 갓김치의 90%는 저 혼자 다 먹어치운 듯.
갓김치가 모자라서 한 번 더 리필.
면을 다 건져먹은 뒤 남은 진국도 호로록.
라면을 비롯한 다른 국수요리 혹은 국밥이야 국물을 남길 수 있다지만,
콩국수 국물만큼은 우리 남김없이 다 먹도록 해요.
목포에서의 첫 식사인 유달콩물에서의 콩국수.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고 국수 요리지만 콩을 갈아넣고 만든 콩국 덕에 든든한 포만감도 꽤 느껴졌습니다.
꼭 국수를 먹지 않더라도 콩물 따로 시켜서 국물만 후루룩 들이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문득 든 생각인데 테이크아웃 커피 마시는 것처럼 커피컵에 콩물 담아 음료처럼 팔면 어떨까 싶은데요,
일할 때 옆에 하나 놓고 천천히 마시면 나름 배고플 때 허기 메울수도 있고 달달 고소하게 즐길 수 있고...
콩국수가 눈앞에 있으면 맛있게 잘 먹지만, 그래도 일부러 찾아먹는 빈도는 낮은 편인데
어쩌다 한 번씩 먹는 콩국수를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기분 좋게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만 워낙 먼 곳에 있어 재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유달콩물은 오픈 시각이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아침 7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목포 여행 중 아침식사로 찾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디저트로는 편의점에서 산 '쥬시후레쉬 아이스크림 바'
쥬시후레쉬 맥주는 얼마 전에 마셔봤는데, 대체 아이스크림은 뭘까 궁금해서 일단 구매(...)
신기할 정도로 정직한 쥬시후레쉬 껌 맛(...)
특유의 향이 훅 치고 올라와서 이게 뭐야;;; 싶었는데 그래도 맥주보다는 이 쪽이 훨씬... 훨씬 더 먹을 만 했습니다.
그래... 뭐 쥬시후레쉬가 일단 과일맛 껌이니까... 이것도 대충 과일맛 아이스크림인 셈 치지 뭐...
= Continue =
※ 유달콩물 찾아가는 길 : 전라남도 목포시 호남로58번길 23-1(목포역 광장에서 국민은행 사이 큰길 직진 후 우회전)
http://www.xn--bk1br1n49jpki.com/
2021. 10. 6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