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마트나 편의점 등지에서 이 제품을 한 번쯤은 보셨을 것입니다.
봉지라면이든 컵라면이든 어떻게든 한 번 이상은 보셨을 이 제품은 '웨이리 짜장미엔(维力炸酱面-유력작장면)' 이라는
제품으로 타이완식 '짜장면' 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 여행 때 사 왔던 것을 이제서야 먹어보게 되는군요.
짜장미엔(炸酱面-작장면)은 면장에 간을 하여 볶은 뒤 밀면 위에 얹어먹는 중국 요리로 발음이 우리나라 짜장면과 같지만
대한민국의 짜장면과는 맛도 비주얼도 완전히 다른 음식입니다. 절대 우리나라 짜장면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아마 우리나라 짜장면을 기대하고 구매했다가 '윽, 이게 뭐야!' 하면서 퉤퉤 하고 뱉어버릴 분도 상당히 많을거라 생각(...)
타이완에서는 거의 국민라면 수준으로 인기가 있는 제품인지 편의점 등지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타이완의 컵라면이 '만한대찬 우육면' 이라면 이건 국물없는 라면 중
가장 유명한 제품 아닐까 생각 중. 다만 타이완 사람들 기준으로 유명하지 대한민국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제품.
그도 그럴 것이 솔직히 말하면 이거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잘 맞는 제품은 아닙니다.
측면에 인쇄되어 있는 영양성분표와 조리방법입니다.
타이완 제품답게 한자(번체)로 쓰여 있습니다.
제품의 원재료 및 함량 등의 정보. 중국어가 되시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이 제품이 좀 특이한 것은 이렇게 면이 들어있는 용기 이외에 빈 용기가 하나 더 들어있다는 점입니다.
비닐을 뜯으면 사진과 같이 뚜껑이 봉해져있는 용기, 그리고 오른쪽에 보이는 것처럼 빈 용기가 하나 더 있어요.
처음에 저는 이거 보고 '어, 내가 불량품을 산 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저 용기... 다 용도가 있으니 버리면 안 됩니다.
일단 뚜껑이 봉해져 있는 용기를 열면 그 안에 건조면이 들어있습니다.
면과 함께 두 개의 스프 파우치가 들어있는데요, 왼쪽은 굳어있는 액상 소스, 그리고 오른쪽은 분말 스프입니다.
액상 소스는 딱딱하게 굳어있어 그냥 뜯어도 내용물이 나오지 않으니 면을 익힐 때 면 용기 뚜껑 위에 올려놓아
뜨거운 물의 열기로 반드시 녹여야 합니다. 대충 면 익을 때까지 뚜껑 위에 올려놓으면 뿌리기 좋게 녹아들더군요.
좀 전에 따로 있던 빈 용기 위에 분말스프를 붓습니다.
이 분말스프는 면과 함께 넣고 비비는 게 아닌 별도의 빈 용기에 붓는거니 절대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안에는 분말과 함께 미량의 건조파 건더기가 함께 들어있어요.
면이 다 익으면 끓은 물을 제거하고 그 위에 액상스프를 붓습니다.
액상스프는 약간 꾸덕한 춘장처럼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나라 짜장라면의 액상 춘장보다 더 꾸덕하고 안 떨어지니
내용물이 다 떨어지게끔 스프 파우치를 꼭 짜내어 면 위에 전부 부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면 익힌 물은 버리지 말고 바로 옆에 따로 분말스프를 부은 빈 용기 위에 부으세요.
액상스프와 삶은 면을 잘 비벼주면 중화풍 오리지널 '짜장미엔' 이 완성.
그리고 뜨거운 면 삶은 물과 분말스프가 섞여 즉석 국물도 함께 완성되었습니다.
빈 용기의 용도는 '국물' 을 담기 위한 용도. 이렇게 컵라면 하나에 면, 그리고 국물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게 특징.
국물은 약간 짭짤한 맑은장국 맛으로 조금 가벼운 국시장국 같은 느낌?
김밥천국 등에서 나오는 장국보다 간장맛은 조금 덜하면서 짭짤한 것이 가볍게 호로록 먹기 좋은 맛입니다.
면을 삶은 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므로 살짝 기름지긴 한데 그렇게 거부감드는 맛이 아니니 먹는 데 큰 문제 없어요.
짜장미엔의 경우 처음 액상소스를 부을 때 '이게 잘 비벼지긴 할까?' 라는 의문이 좀 들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비벼지니 인내심(?)을 가지고 골고루 비비면 됩니다. 대략 이런 색이 만들어지면 다 비벼진 것.
우리나라의 인스턴트 짜장면에 비해 면의 색은 좀 더 밝은 편입니다. 짜장면이라기보단 가벼운 간장볶음면 같은 느낌.
춘장 특유의 짠맛과 향이 배어있는 볶음면으로 우리나라 짜장처럼 달짝지근한 맛 없이 강한 짠맛이 느껴지는 제품.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대한민국 사람들 기준으로는 이 제품 별로 맛있게 느껴지진 않을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 못 먹겠다고 하실 분도 충분히 있을 것 같아요. 달짝지근하게 달라붙는 맛 없이 그냥 짠맛만 있으니까요.
다만 그 짠맛 속 고소함이 은은하게 배어있어 계속 먹다보면 은근히 적응되어 꽤 먹을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짜장의 단맛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고소한 맛의 옛날 짜장이 그리운 사람들 중에서는 극소수
이 제품의 맛이 더 마음에 든다 하는 분도 분명 있긴 할 것 같아요. 다만 그런 사람들은 꽤 극소수일 거라 생각합니다.
제품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한국식 짜장면에 익숙한 대한민국 사람들에겐 상당히 생소할 수 있는 게 문제.
타이완 여행 시 발견하면 호기심에 한 번 정도 사 드셔보시는 건 좋지만 일단 제일 작은걸로 딱 한 번만 시험차 드셔보시고
그래도 마음에 들었다면 그 이후 여러 개 구매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2024. 2. 1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