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지방이나 외곽 지역이 아니더라도 수도권 도시에 위치한 재래시장에서도 아직 5일장이 열리는 곳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덕풍재래시장' 이 5일장 열리는 곳으로 지역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한데요,
이 곳의 5일장 열리는 날은 매달 4일과 9일, 평소에도 상설 시장은 항상 운영되고 있지만 장 열리는 날엔 '장날'이라 하여
평소보다 더 많은 상인들과 손님들로 지나다니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엄청 활발한 분위기를 띠고 있습니다.
전통재래시장답게 시장 안에 떡볶이, 순대 파는 분식집도 있는데요, 이 중 제가 예전부터 종종 갔던 집이 있어요.
바로 '수정분식' 이라고 하는 분식집으로 밀가루떡볶이와 순대, 튀김 등의 분식을 파는 가게입니다.
사실 막 외지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줄 정도로 그렇게 맛있는 집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시장 떡볶이 중 하나일 뿐인데
가격이 프랜차이즈에 비해 꽤 저렴하고 양도 넉넉하게 주는지라 주머니사정 안 좋고 배부르게 분식을 즐기고 싶을 때
종종 이용하곤 했었습니다. 예전엔 순대 1인분(2,000원) 시켜서 떡볶이국물 넣어달라 하면 떡도 좀 넣어주고 그랬었고요.
현재 떡볶이 1인분 가격은 3,000원.
판매하는 음식은 떡볶이와 순대, 튀김, 오뎅 네 가지의 아주 단촐한 구성.
그리고 최근엔 뒤에 가건물로 먹고갈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만들어놔서 떡볶이와 함께 먹을 수 있게 술도 팔고 있더라고요.
병맥주는 그렇다치더라도 생맥주까지... 아니 그냥 분식집에서 생맥주 기기까지 어떻게 들여놓은 거지;;
다만 실내라고 해 봤자 컨테이너 가건물을 임시로 만들어놓은 거고 의자도 플라스틱 의자라
그냥 안에서 먹고갈 수 있다... 정도로만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겨울에 난방은 해서 춥진 않더군요.
모르는 사이 여기 방송도 나왔었네요. 전참시에 나온 듯 한데 사실 방송 나올 정도의 집이 아니긴 한데...^^;;
오뎅 국물은 매장 앞에서 셀프로 먹고 싶은 만큼 직접 담아먹을 수 있습니다.
떡볶이 1인분 + 튀김 3개(3,000원+ 2,000원)'
튀김 함께 주문시 '떡볶이랑 섞어줄까요?' 라고 물어보는데 보통 섞어서 넣어달라고 하면 저렇게 잘라 버무려줍니다.
기본적으로 여기 떡볶이는 밀가루떡볶이.
그리고 고추장 소스와 함께 들어가는 야채는 대파 약간이 전부. 진짜 그냥 전형적인 분식집 떡볶이거든요.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맵지도 않고 적당히 달짝지근하면서 말캉말캉한 것이 딱 분식집 떡볶이 그 이상이하도 아닙니다.
오, 그런데 쌀떡볶이가 살짝 섞여있네요. 예전에 먹었을 땐 전부 밀가루떡볶이 뿐이었는데...
사실 전 밀가루, 쌀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 크게 상관없긴 해요. 밀가루떡볶이는 그 특유의 말캉말캉한 식감이 좋고
쌀떡볶이는 쫀득쫀득한 식감이 좋아 둘 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또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
튀김은 자기가 직접 고를 수 있는데 전 고구마튀김.
다음은 오징어튀김.
마지막으로는 김말이튀김을 골랐지요.
튀김을 따로 먹는다고 하면 한 번 튀겨놓은 걸 다시 튀겨 따끈하게 만들겠지만 떡볶이에 버무려달라고 하면
별도로 따로 튀기진 않고 그대로 잘라 대충 버무려 내어줍니다. 그래서 따끈따끈함을 기대하기는 좀 어렵고
국물에 튀김옷이 스며들어 바삭한 맛도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맛있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편하게 관성으로 먹는 맛, 그런 매력이 담겨있어 저는 되게 좋아합니다.
이 날 좀 늦게 퇴근해서 굉장히 배고프고 뭔가 자극적인 게 먹고 싶었는데 그 기분을 달래주는 데 충분했던 떡볶이.
별로 맛있진 않은데 이상하게 계속 집어먹게 되고 가끔 한 번씩 생각나는 맛이라 참 묘한 기분이 드는 음식.
얼기설기 만들어놓은 가건물이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먹고 가라고 열풍기도 틀어놓았고...
이렇게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떡볶이와 튀김 버무린 걸 단돈 오천원 한 장으로 든든하게 즐기고 갑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음식이 있으신가요? 대단하진 않아도 그냥 습관처럼 찾는 음식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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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풍전통재래시장 수정분식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하남시청역 6번출구 하차 후 직진, 하남덕풍시장 내 위치
2024. 4. 1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