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11일짜리 장기여행, 2023년 11월 타이완 전국일주
(18) 낮선 타이완 땅에서 왜 일본을...?! 타이완 요시노야(𠮷野家)의 쇠고기 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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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온 뒤 가족들은 잠자리에 들었지만 나는 어딘가 좀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어른들이야 뭐 평소에도 일찍 주무시는 분들이니 그렇다 치지만 내 여행 패턴을 생각해보면... 음...
10시~11시쯤 잠드는 건 너무 이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딘타이펑을 다녀왔음에도 불구 호텔 돌아오니 살짝 출출해져서
뭔가 조금 먹고 들어갈까... 하는 생각으로 가족들 잠든 사이 조용히 바깥으로 나왔다.
여기도 밤 늦게는 웬만한 식당들이 다 문을 닫는다. 밤에 문을 열어놓은 곳은 편의점, 그리고 24시간 하는 밥집 뿐.
어, 그런데 저기 환하게 불 밝히고 있는 밥집 하나가 보이는데...?
왜 타이완에 요시노야(𠮷野家)...;;
사실 딱히 놀라울 것 없는게 타이완엔 일본 브랜드 프랜차이즈가 대한민국보다 더 많이 진출해 있고
이 때문에 거리 돌아다니면 여기가 일본인지 타이완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일본 브랜드 식당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쇠고기 덮밥! 규동!
그래, 밤에 먹는 규동은 더 각별하다...!
꽤 늦은 시각이라 매장에 손님은 따로 없었고 굉장히 한산한 분위기였다.
일본처럼 직원이 자리에 와서 직접 주문을 받는 게 아닌 카운터로 가서 직접 주문한 뒤 음식도 직접 받아가는 시스템.
2층으로 올라갈 수도 있는데 1층 자리가 비어서 딱히 올라가진 않고 그냥 사진에 보이는 테이블에 앉았다.
지금 보니 완전히 24시간 영업은 아닌게 새벽 5시 오픈해서 4시까지 영업. 중간 한 시간은 청소 및 준비시간인 듯 함.
타이완 요시노야의 메뉴판.
기본 규동(보통) 한 그릇이 125달러니 약 5,300원 정도.
현재 일본 요시노야 규동(보통) 한 그릇이 448엔(세금 포함)인데 이를 환산하면 약 3,900원.
엔저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타이완 요시노야 규동이 확실히 더 비싸다. 외국 브랜드라 어쩔 수 없나...
테이블에는 고춧가루와 일본식 고춧가루인 시치미, 그리고 초생강(베니쇼가)이 기본 비치되어 있다.
뭔가 일본과는 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갖출 건 갖췄다는 느낌.
스푼과 젓가락은 여기서 꺼내면 됨.
쇠고기 덮밥, 규동(보통 - 125달러) 도착!
일본과 마찬가지로 덮밥 이외에 별도의 반찬은 따로 나오지 않는다.
쇠고기 위에 초생강, 그리고 시치미 톡톡 뿌려서~
밥과 고기, 시치미, 초생강을 전부 함께 한 젓가락에 담아 한 입 야무지게 앙~
아, 지금 내가 있는 곳이 타이베이일까 아니면 도쿄 오테마치일까~
...는 일본 규동과 상당히 다른 점이 딱 하나 있었는데 바로 초생강.
일본의 초생강은 단맛 없이 살짝 새콤하면서 매운맛이 강한 게 특징이라 우리나라 사람이 처음 먹으면 당황하기 쉬운데
여기 초생강은 대한민국 횟집에서 나오는 그 초생강과 똑같이 매운맛 속 단맛이 가미되어 있는 게 특징.
그냥 우리나라 초생강과 거의 99% 동일한 맛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특유의 익숙한 달짝지근함이 있음.
이게 일본에선 어떨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익숙한 맛이라 오히려 더 좋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고기 맛은 일본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음. 물론 세세한 맛의 차이야 있겠지만 유의미하게 느낄 정도는 딱히 아니었다.
다만 밥의 양에 비해 고기 양이 살짝 부족하다고 느껴진 게 아쉬웠는데, 그 이유가 고기 양념 때문일 듯.
일본 규동에선 고기 외에도 고기 양념이 꽤 넉넉하게 올라가 그 소스가 밥에 스며들어 고기 없이 밥만 먹어도 괜찮았는데
여긴 고기 양념이 밥에 그리 많이 붙어있지 않아 고기를 아끼지 않고 먹으면 양념 없는 맨밥만 먹게 되는 문제가 발생,
고기와 밥의 밸런스를 적당히 조절해가며 먹어야 한다. 그거 빼곤 나머지는 큰 문제 없었음.
먹고 나니 어딘가 2% 부족한 뱃속이 딱 기분좋게 채워진 느낌.
일본이 아닌 머나먼 타이완에서 처음 먹어보는 일본의 쇠고기 덮밥 전문점, '요시노야(𠮷野家)'
타이완 로컬음식 대비 가격이 좀 높은 편이라 다음 타이완 여행에서도 또 먹을 수 있게 될지 현재로선 잘 모르겠지만
여행 중 잠깐 일본의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 정도 가 보는 것도 좋겠다. 참고로 타이완엔 스키야도 있다.
※ 타이베이 메인역 요시노야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QhAxEvN2Rm6QF1N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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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짙게 깔린 타이베이 시내는 지나다니는 차 한 대도 없이 적막만이 흐르고 있다.
문을 연 곳은 24시간 운영하는 은행 ATM기와 편의점이 전부. 지나다니는 사람, 오토바이 하나 없는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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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는 길에 훼미리마트 편의점에서 결국 햄치즈 샌드위치도 하나 더 사 옴.
아니 아까 규동 먹고 만족했다며... 이걸 왜 사 온 건데(...)
사실 내일 아침으로 먹으려고 산 거.
가격은 32달러니 약 1,350원 정도. 확실히 대만 환율이 좀 올랐어도 여전히 저렴한 물가는 맞다.
...내일 아침 먹는다면서...;;
들어간 거 없는데 꽤 맛있네... 대한민국에도 진출한 홍루이젠 샌드위치의 마이너판이라고 보면 될까.
얇게 썬 슬라이스햄과 치즈, 그리고 계란지단만 들어간 아주 심플한 샌드위치로 달콤한 소스가 아주 약간 발라져 있어
맛 자체는 살짝 달짝지근하면서 아주 기본적인 맛. 하지만 뭣보다 식빵이 생각 이상으로 촉촉해서 잘 어우러지는 느낌.
꽤 맛있게 먹을 수 있긴 했는데 가격이 아침식사 파는 식당 샌드위치와 큰 차이가 없어 타이완 사람들에게
메리트가 있을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같은 가격이라면 편의점 샌드위치보다 바로 만든 걸 좀 더 선호하지 않을까?
= Continue =
2024. 6. 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