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4, 7호선 이수역 13번 출구 앞에 위치한 '태평백화점'
이 지역에 오래 거주한 사람들은 물론 '이수테마파크' 게임센터가 있던 시절 많이 드나들었던 리듬게이머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태평백화점은 오목교역에 있는 행복한백화점과 더불어 전국구 백화점이 아닌 지역백화점으로서
서울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매장 중 하나였습니다. 행복한백화점이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운영하는 매장인 걸 감안하면
사실상 사기업이 운영하는 서울의 지역백화점은 이 태평백화점이 유일이라고 봐도 되었지요.
다른 지역백화점이 하나둘 사라져가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이 자리를 버티며 건실하게 남아있던 백화점이었습니다만
(물론 실상은 엄청난 블랙기업이고 이 백화점을 둘러싼 각종 논란거리가 엄청 많이 발생했던 곳이었지만)
한때 연 매출 800억에 이를 정도로 잘 나갔던 최전성기에 비해 조금씩 쇠락하면서 매상이 점차 줄기 시작하여
지난 2020년 터진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아 결국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2021년 10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 이제 태평백화점이란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동네 주민은 아니긴 합니다만, 꽤 어릴 적부터 이수역 태평백화점 뒤에 위치한 '테마파크 게임랜드' 를
자주 다니던 입장으로서 이 백화점에 대한 꽤 친숙한 기억을 안고 있었던지라, 사라지기 전 마지막 모습을 담으러
평일 저녁 퇴근하고 한 번 찾아가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게임센터조차도 완전히 사라져버려
한동안 이 곳을 찾을 일이 없었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다시 이수역을 찾게 되었네요.
태평백화점 1층 정문 풍경. 정문은 지하철 4호선 이수역(총신대입구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매장 입구에도 천막을 쳐 놓고 고별전 관련하여 재고상품 떨이 판매를 하고 있더군요.
지난 1993년 '태평데파트' 라는 이름으로 오픈했으니 영업 햇수로 따지면 올해가 27년.
평소에 행사 안내 현수막을 붙여놓았을 가로등엔 영업 종료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태평백화점은 지하철역과 바로 이어지는 연결 통로도 있는데요,
13번 출구 나가는 길(왼쪽) 옆에 매장 지하2층과 바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습니다.
지하2층 출입구에 붙어있는 태평백화점 고별전 현수막.
B1층이 빠져있는 이유는 지하1층은 패션관이 아닌 식품관이기 때문.
고별전을 알리는 배너. 재고 상품에 대한 최대 할인율은 90%.
지하 2층 패션관 전경. 아직 남아있는 물건도 있지만 빠져 있는 물건도 꽤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태평백화점 특유의 분위기이긴 하지만 백화점이라기보다는 아울렛처럼 좀 어수선한 분위기.
천장이 전체적으로 낮고 실내 조명이 어두워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몰라요.
지하 1층 식당가는 현재 대부분의 가게들이 빠져있고 두어 곳의 식당만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 식당도 10월 말까지만 영업한 뒤 전부 빠지겠지만요. 사실상 이미 상권이 죽어 있는 분위기.
식품관 내에 입점한 GS슈퍼마켓은 이미 10월 23일 폐점, 현재는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습니다.
제가 10월 23일 이후에 방문했으니 막 폐점한 직후 방문을 하게 된 셈이네요. 살짝 셔터 안을 들여다보니
물건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아 상품들이 그대로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1층 정문을 통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매장 전경, 그리고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전형적인 옛날 90년대 백화점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제가 어릴 적 자주 갔던 동네 백화점이었던 천호 신세계나 명일 해태백화점도 이런 분위기였거든요.
곳곳에 붙어있는 고별전 현수막.
백화점 건물은 8층이지만 물건을 판매하는 매장은 5층까지만 있고 에스컬레이터도 5층에서 끝납니다.
6층은 8층까지는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가 있었지만 이미 진즉에 영업이 끝난 상태.
굴림체로 이뤄진 '금연구역' 안내(...^^;;)
예전부터 이 백화점이 고객 동선안에 물건 잔뜩 쌓아놓는 문제로 구설수가 꽤 있었던 걸로 아는데,
이제는 폐점 직전 점포정리를 하는 상황이라 그런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엘리베이터 한 대 출입구가 통째로 막혀있을 줄은 몰랐지...ㅋㅋ;;
사실상 태평백화점 이름으로 마지막으로 인쇄된 행사 포스터인 '태평백화점 고별전' 포스터.
그 옆엔 태평백화점 전관 매장안내 현판이 걸려있습니다. 그나마 스포츠클럽은 골프클럽만 마지막으로 운영.
윗층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한 번도 타 보지 않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는 이수역 근방의 대표 지역백화점 '태평백화점'
저야 뭐 동네 사람은 아니고 그냥 게임센터 때문에 이수를 자주 찾았던 사람이라 그 때의 기억이 남아있어
한 번 마지막 모습을 담으러 찾아온 거긴 하지만,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지역을 상징하는
오래 된 건물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꽤 많이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평백화점 부지는 재개발이 확정, 건물 리모델링 없이 완전히 철거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건물을 철거한 자리엔 23층 규모의 주상복합 빌딩이 세로 세워진다고 해요. 몇 년 후의 이야기가 되겠지만요.
그 때는 또 어떤 모습으로 이 거리가 바뀌어 있을지, 몇 년의 세월이 지나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아쉽다... 라는 생각은 사실 그다지 들진 않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눈에 꽤 익었던 친숙한 백화점이었는데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지막 모습을 남기기 위해 찾은 서울의 마지막 지역백화점, 태평백화점이었습니다.
. . . . . .
PS : 이수테마파크 폐업 후 회전초밥집을 운영하다 다시 게임빌리지 이수테마파크점으로 부활했던 게임센터 자리.
현재는 게임빌리지 이수테마파크점조차도 사라지고 그 자리에 카페가 새로 들어왔네요.
저로서는 태평백화점 없어진 것보다도 언제까지고 평생 존재했을 것 같은 이 위치, 이 자리에
이젠 게임센터가 있었다는 흔적마저 안 남았다는 것이 몇 배는 더 아쉽습니다.
2021. 11. 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