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골목식당 촬영을 왔다는 걸 알게 되어서였지요.
경기도 하남시 구시가지 중심가인 신장사거리 바로 옆에 붙어있는 '석바대시장' 에 촬영을 왔는데
이 시장 내에서 총 세 곳의 가게들을 촬영해갔더라고요. 바로 '김밥집', '닭갈비집', 마지막으로 '고기국수집'
그 중 가장 방송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큰 찬사를 받은 김밥집 '하늘사다리' 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방문은 약 두 달 전에 방문한 것으로 현재는 주문 시스템이라든가 몰려든 인파가 좀 변했을지도 모릅니다.
매주 일요일은 휴무.
그리고 제가 방문했던 당시는 한창 방송이 막 끝난 뒤라 정말 큰 화제를 몰고 왔을 때였는데요,
가게 앞에서 줄을 서서 타 매장 영업에 방해되는 민원 때문인지 줄을 세우는 대신 아침에 번호표를 나눠주더라고요.
제가 아침 8시 30분쯤에 번호표를 받으러 갔는데 오후 두 시 좀 넘어서 찾으러 오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후 두 시쯤 김밥을 찾으러 가니 이미 붙어있는 '주문 마감'
영업 시각은 오전 9시 30분부터, 주문은 오전 8시부터 가능하고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가게 앞에 줄을 세우지 않고 음식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카카오톡 예약시스템이 상당히 합리적인데
저 같이 그냥 번호표 받아와서 바로 집으로 가서 기다릴 수 있는 동네 사람으로선 이게 최선이네요...ㅋㅋ
카카오톡 안내를 받고 정해진 시각에 맞춰 김밥을 찾으러 갔습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순 없고 밖의 작은 창문을 통해 계산을 하고 음식을 받아올 수 있어요(포장만 가능)
방송 당시 나왔던 모녀분과 별개로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음식 챙겨주는 직원 한 분이 추가되었더군요.
어쨌든 방송에 나왔던 그 김밥을 받아들고 집으로 갔습니다.
김밥은 두 가지 종류가 있고 각 두 줄씩, 인당 최대 네 줄 구매가 가능합니다.
왼쪽의 빨간 스티커가 붙어있는 게 '묵땡 김밥', 그리고 오른쪽의 노란 스티커가 붙어있는 게 '돈까스 김밥' 입니다.
돈까스 김밥 구매시 김밥에 찍어먹을 수 있는 별도의 소스를 따로 담아주는데, 두 줄을 사서 두 개를 받았습니다.
먼저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던 '돈까스 김밥' 부터. 가격은 한 줄 4,000원.
김밥 한 줄 4,000원이면 지금 같은 물가에서는 무난한 가격이긴 한데, 막상 받아들면 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윽, 뭐지?!' 싶을 정도로 내용물이 빵빵하게 들어있어 엄청 묵직하거든요. 이렇게 무거운 김밥은 처음 봄;;
김밥 안에는 매장에서 직접 튀긴 큼직한 돈까스와 함께
채썬 양배추, 단무지, 맛살, 당근, 어묵 등이 들어있습니다. 바로 먹을 수 있게 한입크기로 썰어져 있고요.
돈까스김밥과 함께 나온 소스.
마요네즈와 함께 참깨를 갈아넣은 듯한 고소한 맛을 내는 게 특징.
꼬다리 부분이 아닌 단면을 보니 훨씬 더 내용물이 풍족하게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밥은 거의 김 끝부분에만 살짝 붙어있는 정도고 돈까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히 높습니다.
이거 생각 이상으로 맛있네요. 일부러 번호표 받아와서 기다렸다 먹은 가치가 있을 정도고
저 같은 경우 아쉽게도 포장해온 걸 바로 먹진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만든 걸 바로 먹으면 진짜 맛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갓 튀긴 돈까스가 생명인 김밥인데, 다른 재료의 수분 때문에 바로 먹지 않으면 눅눅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 눅눅함을 함께 들어간 채썬 양배추가 커버를 해 줍니다. 돈까스 튀김옷의 바삭바삭함이 떨어지더라도
채썬 양배추의 아삭아삭한 식감이 커버해주기 때문에 식은 상태에서도 식감의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용물이 정말 많이 들어있고 메인이 돈까스다보니 포만감이 상당한 편.
다른 것 없이 그냥 이 김밥 한 줄만 먹어도 될 정도로 상당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더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요.
두 번째 김밥은 골목식당 백종원 솔루션으로 탄생한 '묵땡김밥' 입니다.
돈까스 김밥 못지않게 묵땡김밥 역시 타 김밥에 비해 상당히 묵직하고 두툼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돈까스김밥과 달리 묵땡김밥은 김밥 꼬다리 부분만으로 뭐가 들었는지 판단하기 좀 어렵습니다.
일단 당근이라든가 졸인 유부 등이 들어있는 건 알겠지만 나머지는 단면을 봐야 알 것 같네요.
(사실 방송을 통해 뭐가 들어갔는지 이미 다 파악한 상태긴 하지만)
묵땡김밥은 '묵은지+땡초' 김밥의 약자로 안에 묵은지 씻은 것과 함께 청양고추와 함께 볶은 돼지고기 볶음,
그리고 당근, 단무지, 맛살 등이 들어있어 땡초의 매운맛과 어우러지는 묵은지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돈까스김밥 못지않게 볼륨감이 훌륭한 편이고 묵은지 특유의 맛과 매콤한 돼지고기볶음과의 조화가 어울리네요.
이름만큼 그렇게 매운 제품은 아니니 매운 걸 잘 못 먹어도 먹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묵땡김밥보다 돈까스김밥 쪽의 만족도가 더 높았습니다. 이 쪽은 진짜 맛있었거든요.
김밥 단품으로 먹을 땐 돈까스김밥, 라면 등과 곁들여 함께 먹을 땐 묵땡김밥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어쨌든 이 김밥들은 라면 끓여서 같이 잘 나눠먹었습니다.
동네에 골목식당 나온 꽤 괜찮은 김밥집이 생겼고 이젠 원하면 언제든 사먹을 수 있어 이건 참 좋네요.
백종원의 골목식당 하남시 석바대시장 편에 등장한 김밥집 '하늘사다리'
방송에서도 모녀 사장의 엄청 열심히 하는 모범적인 모습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들었던 가게.
열심히 했던 시간, 선한 마음씨만큼이나 앞으로도 꾸준히 장사 잘 되는 동네 가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포스팅 쓰고 나니 또 생각나는데 조만간 돈까스김밥 다시 한 번 먹으러 가 봐야겠어요.
※ 하늘사다리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하남시청역 4번출구 하차 후 신장시장 옆 석바대시장 상점가 내 위치
2021. 11. 2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