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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외식)/중식

2021.12.9. 혜빈장(惠賓荘 - 인천 송월동) / 1956년 개업, 60년 역사의 노포에서 먹는 간짜장과 볶음밥, 그리고 잔잔한 맛의 탕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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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쪽은 아니지만, 차이나타운 길 건너 경인선 선로 근처에 아주 유명한 두 노포 중화요릿집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광',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혜빈장(惠賓荘)' 이라는 곳인데요, 원래는 미광을 한 번 가 보고 싶었으나

정기휴일이 아니었음에도 무슨 사정인지 문을 닫아버린 바람에 그 옆에 있는 혜빈장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혜빈장은 1956년 개업, 현재 약 6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오래 된 노포 중화요리 전문점으로

엄청 인기 많은 가게라는 걸 반증하듯, 비 오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더라고요.

기왕 왔으니 얼마를 기다리더라도 무조건 들어가야겠다 - 하는 생각으로 한 시간 약간 안 되게 줄 서서 들어갔습니다.

 

 

가게 내부는 엄청 오래된 중화요릿집 분위기. 특히 홀 바닥에서 그 분위기가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매장 뒷편의 하얀 문 너머가 주방이라 저 문에서 음식이 계속 서빙되어 나오고 있었는데요,

서빙하는 직원이 왔다갔다 하는 도중 살짝 문 열린 틈을 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바쁘게 요리를 하시는 걸 봤습니다.

 

또 여기가 진짜 오래 된 가게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해 준 곳이 매장 내 화장실인데... 개인적으로... 음...

여기 화장실은 정말 너무너무 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쓰지 않는 걸 권장합니다(^^;;) 근처에 공중화장실이 있어요.

 

 

창문 바로 옆이 1호선 전철이 지나다니는 경인선 선로입니다.

그래서 창 밖으로 전철 지나다니는 풍경을 볼 수 있어요.

 

 

테이블에 세워져 있는 메뉴판. 이 쪽은 식사류.

 

 

반대편에는 요리 메뉴가 적혀 있습니다.

요리 종류가 다양한 편이 아니면서 또 되게 옛날 중화요릿집에서 볼 법한 메뉴들 위주였습니다.

소주, 맥주 등의 주류가 있지만 이 외에 메뉴판에는 없는 이과두주도 준비되어 있던...

 

 

시원한 차가 담긴 물병.

 

 

간장과 식초, 고춧가루가 담긴 소스통인데 와... 저 샘표 진간장통 얼마나 오래 된 거지...ㅋㅋ

지금은 무슨 추억의 박물관에서 볼 법한 양념통이 여기선 아직 현역입니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부분.

 

 

기본 식기 세팅.

자세히 보면 다회용 나무젓가락에 '혜빈장(惠賓荘)' 이라는 한자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테이블이 아주 깨끗한 편은 아니고 약간 끈적거릴 수 있으니 수저 받칠 땐 휴지를 꼭 사용하시는 걸 권장.

 

 

기본찬으로는 단무지와 양파, 그리고 춘장이 나옵니다.

탕수육을 주문하니 간장 종지가 나오길래 간장도 먹을 만큼 살짝 세팅.

 

 

이 날, 둘이서 주문한 요리는 볶음밥과 간짜장, 그리고 탕수육입니다.

여기 간짜장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어 한 번 먹어보고 싶었어요.

 

 

처음엔 크게 술 생각이 없었는데, 요리들을 보니 왠지 시켜야 할 것 같아서 이과두주 한 병 추가.

좀 전에 송천포자방(https://ryunan9903.tistory.com/1217)에서 맥주 마셨는데, 이어서 또 술을 마십니다.

 

2021.12.8. 송천포자방(松泉包子坊 - 인천 북성동 차이나타운) / 차이나타운 안에서 강력 추천하는

인천 차이나타운의 만두집 '다다복' 이 폐업을 한 지금. 만두 먹으러 차이나타운 갈 때 가장 먼저 선택하게 되는 집이 바로 이 곳, '송천포자방(松泉包子坊)' 입니다. 차이나타운 메인 거리에서

ryunan9903.tistory.com

 

 

'탕수육(소 - 15,000원)'

 

 

튀긴 돼지고기 위에 소스를 부어 나오는 옛날 스타일의 탕수육.

소스에 케첩을 약간 넣었는지 살짝 붉은 빛을 띠고있고 양파, 당근, 완두콩, 그리고 죽순도 함께 들어갔던 것 같아요.

작은 사이즈의 탕수육은 셋이 나눠먹기에 살짝 모자라고 둘이 먹기엔 딱 좋았습니다.

 

 

며칠 전, 하남 왕비성을 소개하면서 되게 쫀득하고 속이 꽉 찬, 진한 소스맛의 탕수육을 먹었다고 이야기했는데,

여긴 그 왕비성의 탕수육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듯한 느낌. 튀김옷은 쫀득하기보단 포실포실한 질감이 강하고

튀김옷 속이 돼지고기로 차 있는데 묵직한 식감보다는 뭔가 가벼운(고기가 없는 게 아닌 식감이) 맛입니다.

소스의 점도가 약하고 자극적인 맛이 덜한 편이라 사람에 따라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고 또 처음부터 끝까지 균일한 맛의 탕수육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고요.

다만 홍콩반점0410 같은 스타일의 쫄깃하고 달콤한 맛 강한 찹쌀탕수육 좋아하는 분들은 취향에 안 맞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뭐랄까... '아, 이게 옛날 탕수육인가...?' 라는 인상과 함께 자극적으로 튀지 않고 되게 잔잔한 호수같은 맛.

같이 간 일행은 이과두주랑 정말 잘 어울린다면서 엄청 마음에 들어하더군요...ㅋㅋ

 

 

'볶음밥(6,500원)'

당근, 계란 등을 넣고 볶아낸 밥에 반숙계란후라이를 올리고 짜장소스를 약간 얹어내었는데요,

밥에 코팅된 양념 때문인지 색이 살짝 거무튀튀한데 처음엔 흑미밥으로 볶음밥을 만든 건가 싶었습니다.

 

 

볶음밥에는 짬뽕국물 대신 계란국물이 함께 나옵니다.

 

 

'간짜장(6,000원)'

영남권에선 몰라도 수도권에선 계란후라이 주는 집이 사실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반가운 계란.

다만 제 기준으로 흰자는 좀 더 기름에서 노릇노릇하게 튀겼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잘게 다신 양파와 쥬키니호박, 그리고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간짜장 소스.

 

 

소스를 면 위에 부은 뒤 맛있게 비벼먹으면 됩니다. 부어놓고 보니 소스 양이 꽤 많네요.

 

 

비비다보면 알겠지만 간짜장 소스에 국물이 꽤 자작한 편입니다.

그래서 다른 중화요리 전문점의 간짜장보다 비비기가 편한데, 막상 다 비벼놓고 보면 국물이 거의 안 남더군요.

간짜장 위 계란을 어떻게 먹을지는 개인 자유인데, 저는 잘게 부숴서 짜장과 함께 섞는 쪽으로 선택.

 

 

오래 된 노포 중화요릿집의 간짜장을 먹으면 입에 짝 달라붙는 달짝지근한 맛이 상대적으로 덜하면서

춘장 특유의 짠맛과 고소한 풍미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도 좀 그런 스타일입니다.

달짝지근함은 덜해 짝짝 달라붙는 느낌은 없지만 고소한 춘장의 맛이 꾸준히 계속 먹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좀 전의 탕수육도 그렇고, 간짜장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튀지 않고 잔잔하게 존재감을 내세우는 맛이에요.

 

 

볶음밥 위에 계란노른자는 살짝 터뜨려 밥 위에 스며들게 해서...

 

 

개인적으로 볶음밥은 간짜장, 탕수육에 비해 그냥 무난무난했던 느낌.

투박한 맛은 옛날 볶음밥의 느낌이 강했지만 고슬고슬한 맛은 덜해 그냥 먹는 것보다 짜장에 비벼먹는 게 좋았습니다.

간짜장 소스가 꽤 많이 남아 볶음밥에 별도로 나온 짜장소스보다 간짜장 소스에 비벼먹는 게 더 맛있더군요ㅋㅋ

 

 

화려한 자극은 없지만, 잔잔하고 질리지 않는 편안한 맛의 중화요리 전문점, 혜빈장.

'옛날 중화요리가 이런 것일까...' 라는 인상이 느껴졌던 곳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최근 트렌드의 중화요리와 비교하면

확실히 방향이 많이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던 음식들이었습니다. 좋게 얘기하면 클래식함, 다르게 말하면 낡은 느낌.

하지만 이 시간이 멈춘 듯한 오래 된 인상이 결코 싫은 게 아니라 뭔가 아련함이 담긴 매력으로 느껴졌기에

꽤 만족스럽게 먹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잔잔한 탕수육과 이과두주 조합은 지금도 생각나는군요ㅋㅋ

 

 

주말엔 외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도 늘 긴 줄이 늘어서있는 곳이니

가능하면 휴일엔 식사 시간대를 피해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주 일찍 가거나 혹은 늦게 가세요.

 

 

혜빈장 바로 옆에 있는 또 하나의 오래 된 중화요리 전문점, '미광(美光)'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그 땐 미광도 한 번 찾아가보려 합니다. 미광은 볶음밥이 정말 맛있다고 하대요.

 

 

수도권 전철 1호선 경인선 구간 종점인 인천역 일대는 예로부터 '하인천' 이라고 불리며

현재의 인천이 있기 전엔 동인천과 함께 이 근방이 인천의 중심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시가 개발되면서 인천의 중심은 타 지역으로 옮겨가고 이 곳은 도심공동화가 진행중인 구도심으로 남아

유동인구는 적고 이렇게 오래 된 건물들이 을씨년스럽게 남아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건물들도 하나둘씩 철거 준비를 하는 걸 보니, 이 풍경을 볼 수 있는 날도 몇 년 안 남은 것 같네요.

 

 

※ 혜빈장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1호선, 수인분당선 인천역 하차, 송월동 주민자치센터 근방에 위치

http://naver.me/xy2ROj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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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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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9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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