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외식)/뷔페,무한리필

2022.2.28. 오래 고기부페(광명사거리) / 문화유산으로 남겨놓아야 할(?) 90년대 감성이 그대로 남아있는 옛날 고기부페!

반응형

1인분의 낮은 금액에 원하는 만큼 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어 주머니사정 가벼운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고기부페'

시대가 바뀌면서 이 고기부페 역시 그때그때 변하는 소비자의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거듭해 왔는데요...

우선 초창기 유행한 고기부페는 커다란 냉장고에 다양한 종류의 고기가 있어 그것과 밑반찬들을 함께 담아와 구워먹는

XX회관, 혹은 XX갈비 같은 90년대 스타일의 고기부페였고, 그 뒤인 2000년대 초, 중반엔 셀빠 같은 스타일의 고기부페가

매장을 확장하며 그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그 이후 삼겹살 무한리필이 유행을 타는 과정을 거쳐 지금은

고기를 직접 담아오는 게 아닌 단품으로 파는 가게와 비슷하게 그때그때 주문하면 주방에서 고기를 갖다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고깃집이 현재 대다수로 운영되는 무한리필 컨셉의 고기 전문 매장이기도 하지요.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에 90년대 스타일 고기부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매장이 남아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지난 설 연휴 주말에 이런 컨셉의 가게 좋아하는 친구와 호기심에 한 번 방문해보게 되었습니다.

고깃집 이름은 '오래 고기부페' - 가게 이름만 봐도 꽤 오래 된 역사가 담겨 있다는 분위기가 어렴풋이 느껴지는 곳.

점심에는 근처 직장인들을 위한 한식부페도 운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점심엔 한식, 저녁엔 고기부페 이렇게 말이죠.

 

 

고기부페의 이용 가격은 대인 13,000원.

현재 무한리필로 제공되는 대다수 삼겹살집도 이것보다 가격이 비쌀텐데, 2022년 치고 상당히 괜찮은 가격.

그밖에 주류도 여럿 구비되어 있는데 주류 가격은 다른 고깃집, 혹은 주점과 비슷한 편입니다.

 

 

매장 전경.

왼쪽에 밥과 국 등의 음식이 비치되어 있고 전면으로는 각종 밑반찬, 그리고 고기가 담긴 냉장고가 있습니다.

냉장고 위 선반에 있는 접시를 이용해서 모든 걸 전부 셀프로 직접 가져다먹으면 됩니다.

참고로 매장은 입식 테이블인데, 과거엔 좌식 테이블로 운영했던 것 같더군요. 그런 분위기까지 옛날 감성이 그대로...

 

 

각종 고기가 비치되어 있는 냉장고.

여기서 좀 크게 놀랐는데 진짜 90년대 말, 혹은 2000년대 극초반까지 있었던 고기부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어요.

진짜 같이 간 친구랑 '여기는 문화유산으로 남겨야 한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단순히 생고기, 양념갈비 등만 있는 게 아니라 꼼장어, 쭈꾸미, 조기, 닭똥집 같은 구이 재료까지 있는데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정말 옛 모습 그대로라 매대에 비치되어 있는 고기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본 식기 세팅.

탄산음료를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수정과와 석류주스가 큰 통에 담겨있어 자유롭게 떠다 마실 수 있습니다.

다른 음료도 아니고 수정과라니... 고깃집에서 수정과 제공하는 거 지금은 정말 보기 힘든 풍경.

 

 

쌈장과 참기름 넣은 소금장.

 

 

고기 코너 바로 옆에 밑반찬 코너가 있어 각종 고기용 밑반찬을 담아올 수 있습니다.

파절이는 양념이 진하지 않고 아주 가볍게 무쳐낸 것이 특징.

 

 

무쌈절임.

 

 

생양파와 생마늘.

 

 

보통 고깃집 가면 밑반찬으로 기껏해야 구워먹는 겸용의 배추김치 정도만 구비되어 있는 게 전부인데,

여긴 한식부페도 함께 하는 것 때문인지 한식 밑반찬들도 꽤 구색있게 갖추어 놓았습니다.

도라지무침과 겉절이, 무말랭이와 무생채, 그리고 따로 담아오진 않았습니다만 고사리나물 등의 나물류도 있던...!!

 

 

쇠고기 다진 게 들어간 우거지국, 그리고 잔치국수용 국물 두 가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따로 담아오지 않았지만 잔치국수 국물 옆에 소면 삶은 게 있어 면도 가져올 수 있어요. 이 우거지국 꽤 맛있습니다.

 

 

구이용으로 비치되어 있던 새송이버섯.

 

 

'대잎소리' 라는 청하와 비슷한 알콜 도수의 술이 있어 한 번 주문해 보았는데요,

이거 2000년대 초반, 학교 다닐 때 크게 유행했던 '죽통주' 와 너무 비슷한 맛이라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그 때 대부분 술집에서 죽통주를 취급했는데 소주, 맥주보다 약 1,000원정도 싸서 엄청 많이 마셨던 기억이 있거든요.

비록 지금은 소주, 맥주보다 천원 비싸지만 그 때 마셨던 것과 동일한 술이라니... 이것도 또 되게 반갑네요ㅋㅋ

당시엔 대나무통에 술이 담겨나오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그 대나무통을 재활용하면서 생긴 위생 논란도 꽤 있었지만

지금은 다 옛날 이야기.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대나무통이 엄청 비위생적으로 관리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요.

 

 

고기 굽는 고기판 위에 호일을 올렸습니다.

고기를 굽다 호일이 어느 정도 타면 호일을 교체하면서 계속 구우면 됩니다.

 

 

첫 고기는 생고기부터. 목살과 삼겹살, 그리고 우삼겹 등.

 

 

호일 위에 고기 올려놓고 굽기 시작.

 

 

호일 올려놓고 굽는 고기 불판이라든지 고기 코너에 놓여진 고기라든지 너무 옛 분위기가 느껴져서

저희 둘 다 고기 구우면서 되게 들떠 있었어요. 이건 맛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옛날에 고기부페 자주 가던 생각난다

이러면서...ㅋㅋ 물론 고기 불판이 완전히 똑같진 않지만 호일 올려놓고 굽는 건 정말 몇 년 만에 경험해 보는건지...

 

 

솔직히 요새 퀄리티 좋은 단품 고깃집이 상당히 늘어나기도 했고

하다못해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집들도 단가를 높이는 대신 고기 품질을 그만큼 높였기 때문에

그런 가게들에 비할 만 하겠느냐마는 이미 맛은 큰 상관이 없습니다. 근데 그 점을 감안해도 먹는데 큰 결점 없는 맛.

 

 

다른 고기들도 계속 올려 바쁘게 구웠습니다.

다 구운 고기는 한쪽에 몰아넣고 공간 만들어 새로운 고기 올리고... 굽는 데 바쁜 것도 예나 지금이나...

 

 

고기 괜찮더라고요. 부페에서 무한 제공되는 고기라고 해서 질이 못 먹을 정도로 심하게 떨어지진 않습니다.

물론 옛날 고기부페야 정말 이걸 먹어도 되는걸까 싶을 정도로 질 떨어지는 고기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긴 하지만

분위기는 옛 분위기 그대로라도 고기 질만큼은 그때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딱히 문제될 건 전혀 없었습니다.

 

 

두 번째 고기 접시.

대패삼겹살처럼 얇게 썬 삼겹살이 있어 가득 담아왔습니다.

 

 

빨리 익는다는 장점 때문에 두꺼운 고기보단 얇은 고기 가져와서 빨리빨리 구워먹는 게 좋았지요.

특히 친구들 여럿이 갔을 땐 먹는 입이 많아 구워지면 금방 사라지니 더 빨리 익는 고기를 선호했던 것 같습니다.

 

 

얇은 삼겹살은 살짝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게 익힌 뒤 소금 살짝 찍어먹는 게 제일 맛납니다.

두꺼운 삼겹살에서 느껴지는 씹는 맛과 육즙도 훌륭하지만, 얇은 삼겹살은 또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생고기를 먹은 뒤 양념육을 담아왔습니다. 돼지갈비와 불고기.

 

 

칼집을 낸 돼지갈비... 라고 하지만 사실 돼지갈비가 아닌 갈비 양념에 재운 뒷다리살.

옛날엔 정말 갈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닌 걸 알면서도 그냥 뭐 맛있으면 됐지라고 생각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버섯도 함께 올려 열심히 굽는 중.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적당히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썰어 맛있게 즐기면 됩니다.

보통 생고기를 먼저 먹고 그 다음에 양념고기를 먹는데, 양념고기 먼저 먹으면 나중에 금방 질려버리는 바람에...

 

 

적당히 양념이 잘 배어있어 그냥 먹어도 좋지만 흰쌀밥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역시 양념고기는 쌀밥과 함께 먹어야 진가가 발휘된다고 생각하는 편.

 

 

양념갈비를 한 번 올린 뒤 그 다음엔 불고기도 올려놓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요새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고깃집에선 이런 스타일의 불고기도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물 없이 노릇하게 익은 불고기.

돼지갈비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굽는 과정에서 수분 날아가며 양이 꽤 쪼그라드는 것이 특징.

 

 

양념갈비에 비해 간이 좀 더 잘 배어든 편이라 밥반찬에 더 잘 어울리는 편.

이런 스타일의 불고기 좋아하는 분들도 꽤 많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의 불고기입니다.

 

 

밑반찬 이외의 사이드로 적당히 샌드위치 스프레드 하나만 바른 식빵 샌드위치가 비치되어 있거든요.

그냥 이것만 놓고 보면 딱히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닌데, 이걸 가져온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짜잔~! 샌드위치 사이에 구운 불고기 끼워먹기...!!

정말 큰 기대 안 했는데, 그냥 샌드위치 스프레드만 바른 빵 사이에 불고기 끼워넣으니 맛 엄청 좋아지던...

이건 제 아이디어가 아닌 같이 간 친구 아이디어인데 별 거 아닌데도 되게 특이한 별미로 즐기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접시는... 사실 크게 땡기는 건 전혀 아니었지만,

고기 코너에 있는 것들 하나씩 맛보기 위해 전부 조금씩 담아오기.

 

 

따로 집게로 집지 않고 그냥 불판 위에 전부 쏟아붓는 식으로 옮겨담았습니다.

 

 

이런 류의 식재료들은 90년대 고기부페에 빠지지 않고 있었던 건데, 뭔가 맛이 어떨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거라

그렇게 많이 담아오진 않았던 것들이었거든요. 그리고 설령 호기심에 가져온다 치더라도 이미 다른 고기들 많이 먹고

배가 어느 정도 찬 상태에서 호기심에 추가로 구워먹는 거라 맛있게 먹었다는 기억도 전혀 없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으로나마 종류별로 가져온 이유는 다른 것 없이 그냥 순수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꼼장어나 쭈꾸미 같은 건 그렇다 치더라도 조기구이 같은 건 누가 가져다 먹을까... 라는 생각도 들던...

 

 

의외로 오징어 구운 것과 비슷한 맛이 났던 꼼장어.

 

 

당연하겠지만 생각보다 별로 맛있진 않았던 등심.

하지만 이런 고깃집에서 등심이 맛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또 뭔가 아닌거라 이것조차 옛 모습을 충실히 재현...ㅋㅋ

 

 

꽤 오래 구워서 찔깃찔깃한 똥집까지...

고기 코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가져와 조금씩 즐긴 뒤에야 갖고 있던 호기심을 전부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느끼는 거지만 이런 건 그냥 정말 좋아하는 것 아니라면 가급적 가져오지 말고 고기에만 집중하는 게 좋아요.

 

 

샌드위치와 함께 안에 팥소가 들어간 경단떡이 있어 조금 담아왔습니다.

빵이나 케이크류가 아닌 경단이 구비되어 있는 것도 뭔가 옛 분위기가 느껴진달까...

 

 

단팥경단과 수정과라니... 뭔가 어르신 입맛 같지만, 고기 먹고 난 뒤 마무리로 먹기 잘 어울립니다.

특히 저야 뭐 단팥 들어간 거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입맛이기 때문에...

 

 

판은 두 번 정도 갈았던 것 같네요. 약 2시간 안 되는 시간동안 엄청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여기서 느낀 만족은 많이 먹어서 생긴, 혹은 맛있어서 생긴 만족이라기보단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 느꼈던 만족감.

이거 뭔지 경험해보신 분이라면 알 거에요. 분위기에서 만족을 했으니 이미 맛이라든가 양은 크게 중요하지 않거든요.

 

 

나가는 출입문에 아이스크림까지 있어 마무리까지 정말 확실하게 했네요...ㅋㅋ

이런 아이스크림, 콘 과자에 담아먹는 것도 요즘은 보기 힘든 풍경 중 하나.

 

 

광명사거리의 '오래고기부페'

객관적으로 음식의 질이 결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단순히 맛만 바라보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일부러 멀리서 찾아가도 괜찮다고 추천해줄 수 없긴 합니다만,

저와 같이 90년대 스타일 고기부페를 기억하는 분, 그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가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여기도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남아있을지 알 수 없고, 아주 만약에라도 이 곳이 없어지거나 혹은 리뉴얼을 한다면

이런 분위기의 가게는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아있고 다시는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조금은 드는군요.

 

 

그리고 혹시라도 이런 분위기의 고깃집 남아있는 곳을 아신다면 댓글로 제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 오래고기부페 찾아가는 길 :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 8번출구 하차 후 도보 약 10분 정도 직진, 큰길가에 위치

http://naver.me/FmgsN80J

 

오래숯불갈비부페광명지점 : 네이버

방문자리뷰 61 · 블로그리뷰 8

m.place.naver.com

2022. 2. 28 // by RYUNAN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