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유튜브에서 되게 호기심 돌게 만드는 노포 식당 하나를 발견하여 퇴근 후 직접 가 보게 되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닭진미 강원집' - 남대문시장 안에 있는 오래 된 닭요리 전문점으로 1962년 오픈했다고 하는군요.
형광등 아래 실내는 다소 낡고 어두침침한 편.
식당을 방문하는 손님들도 음식의 특성 때문인지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은 어르신들 위주가 많더라고요.
대표메뉴는 닭곰탕과 고기백반, 그리고 닭고기, 통닭이란 메뉴가 있는데 통닭은 아마 닭백숙을 이야기하는 듯.
원래는 표기된 가격에서 1,000원인가 저렴했는데 여기도 불가피하게 음식값을 인상하게 되었다고...
옛날엔 가격 오르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요새 주변에 장사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원재료값 폭등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지 이제는 '어쩔 수 없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물론 그렇다고 반가워할만한 소식은 전혀 아니긴 하지만(...)
테이블에 기본 비치되어 있는 식기류, 그리고 양념통.
양념통 안에는 소금과 후추, 그리고 저 빨간 게 뭐였더라... 아마 고춧가루였을 겁니다.
기본 식기 세팅.
기본찬으로는 깍두기, 그리고 배추김치, 조금 특이하게 생마늘이 슬라이스한 것도 아니고 통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고추장 약간이 담겨 나오더군요. 닭고기 용도도 있지만 아마 생마늘이랑 먹으라는 것 같은데...
강원집의 대표메뉴, 고기백반(10,000원) 도착.
원래 유튜브에서 봤을 땐 9,000원이었는데 그 사이 1,000원이 올라 지금은 만원짜리 한 장...ㅡㅜ
고기백반은 밥과 국물, 그리고 닭고기 백숙이 한데 담겨나오는 돼지국밥으로 따지면 수백(수육백반) 같은 메뉴입니다.
공기에 담긴 쌀밥.
고기 찍어 먹으라고 파간장이 함께 나옵니다.
닭고기를 고아내어 만든 파를 듬뿍 집어넣은 곰탕 국물.
양은냄비에 담겨나오는데, 그냥 떠서 따로 먹어도 되고 이 국물에 밥을 말아 먹어도 좋습니다.
와, 이거 국물 되게 맛있더라고요. 기름지지 않으면서 보기와 다르게 엄청 찐한 진국임.
간이 전혀 되어있지 않을 국물이므로 테이블에 있는 소금이나 후추를 이용해서 어느 정도 간을 맞춰야 합니다.
간만 적당히 잘 맞추면 이 국물만으로도 밥 한그릇 거뜬히 비울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만족스러웠던 국물이었어요.
삶은 닭고기는 약 반마리 정도 분량이 접시에 담겨 나옵니다.
젓가락으로 집어먹기 좋도록 한 입 크기로 살이 잘 발라져 나왔고 닭다리도 한 덩어리 큼직하게 들어있어요.
양은 혼자서 식사로 먹기 딱 좋은 양. 너무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양입니다.
백숙 먹는 것처럼 밥과 함께 먹으면 됩니다.
노계를 사용하여 육질이 굉장히 단단한 것이 특징.
삼계탕과는 비교할 수도 없고 동네 치킨집, 혹은 일반적인 백숙, 닭한마리 등과 비교해도 매우 단단한 육질입니다.
여러 번 씹어야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쫄깃한 식감을 갖고 있는데 퍽퍽함과는 다른 꽉 찬 식감이라
노계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좀 신기할 듯. 연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닭고기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봐도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이 껍질이 정말 맛있어요.
하나도 비리지 않고 굉장히 쫄깃합니다. 사실 저도 이 가게 끌렸던 이유가 이 껍질 때문이었거든요.
어느 정도 껍질에 기대를 걸고 갔는데, 기대 이상의 입맛에 맞는 껍질이라 아주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묘하게 닭다리 쪽은 질기고 단단한 육질보단 역시 평소 먹던대로 먹는 게 더 낫겠더군요.
신기해요...ㅋㅋ 다른 부위들은 노계가 참 맛있었는데 유일하게 살 발라먹어야 하는 닭다리만 별로였던 게...ㅋㅋ
밥은 리필이 되는지 여부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국물은 리필 가능합니다.
국물 한 번 리필해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따끈한 국물을 온전하게 새로 내 주더라고요. 여기 국물 정말 맛있음.
진짜 이렇게 강조해서 말하기 쉽지 않은데 닭도 닭이지만 국물이 정말 좋으니 꼭 리필해 드실 수 있길 바래요.
유튜브를 보면서 어느 정도 기대했던 것도 있는데, 기대했던 걸 완벽하게 충족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부러 찾아간 보람은 있었다고 생각되었던 남대문시장의 '닭진미 강원집'
오래 된 노계의 쫄깃한 육질, 그리고 진하고 맛있는 국물을 맛보고 싶다면 한 번 가 볼만 한 집이긴 합니다만
먼데서 일부러 찾아가진 말고 근처 지나가다 식사할 계획이 있다면 가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잘 먹고 나왔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와 비슷한 컨셉의 가게가 충무로 쪽에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만에 생각이 났으니 다음에 또 갈 일이 있다면 이번엔 거길 가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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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진미 강원집 찾아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출구 하차 후 쭉 직진, 효자손왕만두에서 좌회전, 갈치골목 내
2022. 4. 12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