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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외식)/돈까스

2023.8.24. 다원 레스토랑(서울 염창동) / 분위기, 음악, 음식,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진짜 '레트로' 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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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위치한 '다원 레스토랑'

 

여기 꽤 유명한 경양식집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제 거주 반경에서 한참 떨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가보게 되었습니다.

위치는 지하철 9호선 등촌역 근처에 있어요. 급행이 서지 않는 역이라 접근하기 조금 귀찮을 수도 있습니다.

지하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매장 출입구가 두 곳이 있는데 아마 이 쪽이 메인 출입구인 것 같아요.

'다원' 이라는 붉은 색의 명조체 글씨부터 여기가 범상치 않은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매장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와, 저 안심 스테이크 이미지 사진 대체 몇 년 전에 찍은 사진일까... 내려가는 계단부터 분위기가 확연히 다름.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레스토랑과 바로 연결되는데요, 그 계단 끝자락에는...

 

 

....에그머니나, 이게 뭐야?!

 

 

아니 매장 내부도 아니고 매장 들어가기 전 계단에 왜 이런 게 있지?!

게다가 물도 제대로 나오고 있고 돌맹이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고... 여튼 들어가기 전부터 일단 분위기에 압도.

 

 

잠깐 나와 반대쪽 출입구로 이동해 보았습니다.

이 쪽은 메인 출입구에 비해 간판이라든가 출입구가 좀 더 단촐한 느낌. 어느 쪽으로 들어가든 상관은 없지만요.

 

 

아니 무슨 경양식집에서 보리굴비와 닭백숙, 닭도리탕을 팔아...;;

그리고 1991년 오픈한 곳이라는 걸 이제 알 수 있네요. 약 32년 된 가게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정도면 꽤 오래 됐지요.

현수막 오른편의 일부 꺼진 네온사인 간판에서도 이 가게의 연식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고 하네요.

 

 

이 쪽 계단은 나선형 계단과 분수대가 있는 반대쪽 계단과 달리 다소 수수한 편입니다.

계단이 원목 나무로 되어있는데 분위기상 오픈 이래 30년간 한 번도 교체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 기분상이지만요.

 

 

매장 카운터. 카운터 뒤에 양주병 여럿이 놓여 있긴 합니다만 실제 판매하는 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양주병이 놓인 장 왼편으로 주방이 있는데 저 곳에서 음식을 만들어져 나옵니다. 오른편이 분수 있는 메인 출입구.

 

 

지하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실내가 복층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조금 특이한 구조입니다.

 

 

붉은 벽돌과 원목, 그리고 은은한 조명을 써서 상당히 앤티크한 분위기가 풍기는 곳.

지금은 이런 식으로 인테리어 하는 곳이 많지 않을텐데, 과거 8~90년대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볼 법한 분위기 물씬.

 

 

그간 경양식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지만, 인테리어에 압도되어 버린 건 꽤 오래간만이네요.

동인천역에 위치한 레스토랑 '잉글랜드' 이후 거의 처음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도 많은 곳을 갔지만 말이죠.

(동인천역 잉글랜드 왕돈까스 : https://ryunan9903.tistory.com/1357)

 

2022.2.8. 잉글랜드 왕돈까스(동인천역-인현동) / 인터넷 방송인 케인 강력추천, 80년대 감성 가득

동인천역 근방에 위치한 약 40년 전통의 역사를 갖고 있는 돈까스 전문점 '잉글랜드 왕돈까스' 꽤 오래간만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한 번 가 보고 싶다는 동생이 있어 안내도 해줄 겸 함께

ryunan9903.tistory.com

 

 

1층 테이블도 곳곳에 칸막이가 쳐 있어 나름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꽤 넓고요.

맞아 옛날 경양식 레스토랑이 다 이런 분위기였지...

 

 

매장 중앙에 놓여 있던 스탠드. 그리고 그 뒤의 화분까지, 모든 게 레트로.

 

 

게다가 매장에 울려 퍼지는 음악이 죄다 익숙한 것들이라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보니... 그 정체는 유튜브 뮤직(...)

유튜브의 '90년대 발라드 시리즈' 를 재생시켜 놓았는데, 아니 곡 리스트 보니 다 내가 알고 또 좋아하는 곡들이야...;;;

솔직히 요즘 부모님 세대가 7080 통기타 라이브 같은 것 들으며 추억에 잠기는 게 어떤 감성인지 제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자리는 1층에 잡았지만 2층의 분위기도 궁금해서 음식 주문한 뒤 한 번 올라가 보았습니다.

2층 천장에서 바라본 거대한 샹들리에. 게다가 장식용으로만 가져다놓은 게 아닌 지금도 실사용하는 샹들리에에요.

 

 

2층에도 푹신한 의자와 함께 테이블이 많이 마련되어 있긴 합니다만, 1층에 빈 자리가 없는 한 굳이 올라오진 않을 듯.

음식 서빙하기 불편한 것도 있고 왔다갔다하기 아무래도 번거롭기도 하니...

 

 

다만 이런 식의 개별 룸은 좀 많이 땡기긴 하네요. 문만 달려있지 않다 뿐이지 사실상 예약석 같은 독립된 공간.

 

 

어쨌든 저는 1층으로 내려와 카운터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테이블 옆에 비치되어 있는 소품들. 뜬금없는 마네키네코도 있어요.

 

 

테이블와 기본 식기 준비.

 

 

오랜 시간 사용해서 종이가 누렇게 떠 있고 여기저기 찢어진 흔적이 있는 레스토랑 메뉴판.

진짜 1991년부터 한 번도 교체하지 않고 계속 사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경양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본 돈까스 가격은 1만원.

왼쪽의 메뉴들은 그래도 전부 주문 가능한 메뉴 같은데 오른쪽 메뉴들은 주문 가능한 메뉴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떡만두국 바로 위에 '개' 라고 써 있는 메뉴가 뭔지 모르겠어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아닐까 싶은데...

크림스파는 아마 크림 스파게티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여튼 저 메뉴들이 다 주문 가능한 걸까 의문이 들긴 하더군요.

 

 

여러분은 스파게티와 동태찌개, 햄치즈 샌드위치와 시바스리갈, 마주앙, 소주가 함께 있는 메뉴판을 보고 계십니다.

아니 그래야 경양식이지 싶다가고 대체 이 근본없이 뒤섞인 메뉴 뭔데...ㅋㅋㅋ 라는 생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메뉴판.

 

 

술안주 메뉴 뿐 아니라 칵테일까지도 판매하고 있어요. 게다가 칵테일 가격이 생각보다 꽤 저렴함...;;

칵테일 쪽은 메뉴 가격이 가려져있지 않고 술안주 메뉴도 최근에 고쳐 쓴 흔적이 있는 걸 보니 지금도 주문 가능한 듯.

 

 

커피와 음료, 그리고 아이스크림과 쥬스, 파르페까지 구비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비엔나 커피' - 진짜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여튼 시켜보고 싶은 건 한가득이지만 일단 그래도 경양식집에 오면 가장 기본을 먹어야겠다 싶어 '돈까스' 를 선택했죠.

 

 

매장 한 쪽에 셀프 바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셀프 바의 정체는 바로 '계란 후라이' 만들어먹는 코너와 녹차와 커피 타 마실 수 있는 셀프 코너.

맥심 모카골드 믹스와 동서녹차가 구비되어 있어 돈까스 먹은 후 후식 커피나 녹차를 직접 타다마실 수 있거니와

계란 후라이도 직접 만들어먹을 수 있습니다. 왜 김치찌개집이나 고깃집에 가끔 이런 코너 있잖아요. 그것과 동일합니다.

 

 

계란 한 판이 가스렌지 왼편에 비치되어 있고 거기서 계란 한 알을 꺼내 팬 위에 올려 부치는 중.

오른쪽에 소금통이 있어 맛소금을 취향에 따라 조금 뿌리면 됩니다.

 

 

계란후라이는 1인 한 개만 부쳐달라는 안내.

그리고 여럿이 이용하는 후라이팬이니만큼 스크램블, 계란말이 등을 만드는 건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이 있습니다.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 계란를 하나 부쳐 자리로 갖고 왔습니다. 저는 이렇게 완전히 익힌 걸 선호하는 편.

아, 그리고 이 날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여기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 한 분이 운영하시는 가게입니다.

가게는 꽤 큰데 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혼자 조리, 서빙, 정리 등을 다 하고 계셔서 음식 나오는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요.

사람들 많이 몰리는 시간대엔 진짜 오래 걸릴 수 있으니(제가 그랬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리시길...

 

 

수프가 먼저 나왔네요. 수프는 무난한 크림 수프.

 

 

반찬으로는 깍두기, 그리고 단무지 두 가지가 제공되었습니다.

여기 깍두기 파도 함께 썰어넣어 직접 담그는 것 같은데 별 생각 없이 먹었다 엄청 맛있어서 상당히 놀랐음...;;

경양식집 깍두기가 맛있어봤자... 라고 생각했다 기대 이상의 맛에 눈이 살짝 뜨였다고 해야 할까요.

 

 

이후 돈까스까지 나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만 이 전체샷을 위해 끝까지 기다렸습니다.

재촉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리세요. 아주머니 혼자 서빙하고 조리하고 하는데 옆에서 봐도 많이 바빠보이시더라고요.

 

 

이 날의 메인 메뉴인 '돈까스(10,000원)'

양이 얼마 되지 않아보이는데 사실 양이 적은 게 아니라 접시가 엄청 큰 겁니다. 밥 담겨있는 양 보면 가늠이 가실 듯.

 

 

사이드로는 양배추 샐러드와 콘샐러드가 좀 담겨 나오는데요, 그 외에도 파슬리, 그리고 칵테일 체리가 나와요!

파슬리야 뭐 장식용으로 지금도 내는 곳이 약간 남아있다지만 양배추에 칵테일 체리라니, 와 이 감성 뭐지?!

 

 

의외로 밥이 꽤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밥이 생각보다 맛있어요. 막 전기밥솥에 오래 놔둬 푸석한 밥이 아니라 굉장히 윤기있고 찰진 밥이더라고요.

 

 

꽤 큼직한 돈까스가 소스가 뿌려진 상태로 나왔는데, 경양식 돈까스 치고 튀김옷이 상당히... 일식돈까스 느낌이에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경양식 돈까스는 이보다 튀김옷이 좀 더 가볍고 엄청 얇게 펴서 튀긴 돈까스여야 하는데

여기는 돈까스 덩어리가 상당히 두꺼우면서 또 빵가루도 굉장히 큼직큼직하게 튀겨진 게 특징.

솔직히 분위기로 먹고 가는 집이겠지... 하며 돈까스에 대해 그리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이걸 보니 상당히 기대가 되더군요.

 

 

와, 고기 상당히 두꺼워요.

왠지 초창기 다원레스토랑의 돈까스는 이러진 않았을 것 같은데, 트렌드에 맞춰 좀 더 두툼한 고기로 바꾼건가 싶던...

 

 

그리고 중요한건 맛이 기대 이상으로 아주 좋았다는 겁니다. 여기 분위기로만 장사하는 집이 절대 아님.

엄청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빵가루 속에 상당히 두꺼운 돼지고기가 촉촉하게 씹히는데 소스 없이 고기만도 맛있어요.

게다가 위에 뿌린 소스도 경양식 돈까스 치고는 살짝 새콤한 계열이지만 고기와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맛있네요 여기... 30년 동안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어요. 허투루 장사한 집이 결코 아님.

 

 

아주 맛있게 싹싹 긁어먹고...

 

 

믹스커피 타 와서 디저트로 홀짝이면서 잠시 고민을 해 봤습니다. 뭔가 더 시키는 게 좋을까 하는 고민 말이죠.

그렇다고 식사를 하나 더 시키기엔 그렇고 뭔가 이 가게에서만 먹을 수 있는 가벼운 게 있을까... 살짝 고민하던 도중

큰 결정을 내렸는데요, 그 결정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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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파르페 주문!!

 

'파르페(6,000원)' 는 현재 고급 아이스크림에 밀려 찾아보기 좀 힘든 약간 레트로한 추억의 디저트이기도 한데요,

저 어릴 적엔 '파르페' 라고 하는 시판 아이스크림까지 나올 정도로 꽤 인기있고 고급스런 디저트 중 하나였습니다.

 

다원 레스토랑에선 체리, 초코, 후르츠(과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저는 아까 사이드로 나온 체리 생각이 나서

체리 파르페를 선택했습니다. 유리잔 안에 아이스크림, 그리고 체리시럽이 함께 섞인 채 담겨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파르페 위에는 아몬드 빼빼로 하나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리고 칵테일 체리와 이쑤시개로 만든 우산까지...!!

어렸을 적 저 우산 진짜 막 디저트 시킬 때 나오면 엄청 좋아했던 거였는데...ㅋㅋ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체리 시럽과의 달콤한 조화가 매력적인 맛.

지금의 고급 아이스크림에 비해 좀 투박하지만 뭐랄까 되게 추억이 담긴 맛이라 해야 할까요, 먹는 내내 기분이 좋았네요.

 

 

결국 파르페까지 하나 해치운 뒤 느긋하게 가게 밖으로 나섰습니다.

가게 내부 분위기도 좋고, 내부에선 제가 좋아하는 90년대 발라드 음악들도 꾸준하게 나오고 있고 차분한 이 분위기가

나가고 싶지 않게, 나가려 해도 자꾸 뭔가 미련이 남아 발걸음을 쉽게 떨어지지 않게 만들더라고요.

 

여기 정말 매력적인 곳입니다. 30년 넘는 세월동안 큰 리모델링 없이(아마도 그렇지 않았을까 추정) 옛 분위기 간직하며

테이블도 매장도 매우 낡았고, 음식은 나오는 데 오래 걸리며 다소 관리가 안 되는 듯한 너저분한 분위기도 있지만

그런 손때가 탄 흔적들이 오히려 더 정겹다고 해야 할까... 뭔가 불편한 게 있어도 여기선 뭐 그렇겠거니... 하면서

모든 게 다 너그러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진짜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신비한 곳이에요.

그리고 저는 이 분위기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또 체험해보고 싶네요.

 

. . . . . .

 

 

※ 다원 레스토랑 찾아가는 길 : 지하철 9호선 등촌역 3번출구 하차, 스타벅스 맞은편 봉구비어 건물 지하 1층

https://naver.me/5rMPC5w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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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8. 24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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