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 신림선 당곡역 근방에 위치한 '현 쇼쿠도&이자카야' 라는 일본식 요리주점을 다녀왔습니다.
주말에 모임이 있어 친구들끼리 다녀왔는데 한 친구가 여기 좋다고 추천을 해 줘서 일부러 찾아가게 된 곳.
정확히는 이 친구가 술을 굉장히 좋아해서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데 그 술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자리를 갖기 위해
'외부 주류 반입' 이 추가요금 없이 가능한 이 곳을 택했다고 해요.
머리띠를 한 장인 분위기를 풍기는 고양이 캐릭터가 인상적인 간판. 안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매장 규모가 생각보다 크진 않더라고요. 그냥 평범한 동네에 있는 적당한 크기의 식당이라는 느낌.
막 여럿이 모여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큰 주점이라기보다는 가볍게 이야기나누며 즐기는 동네술집 분위기가 강합니다.
뭐 저야 이런 분위기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이야기 나누기 좋은 이 분위기가 딱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본식 주점답게 피규어라든가 만화, 애니메이션 포스터가 잔뜩 전시되어 있는데... 아니 슬램덩크...^^
그리고 제가 앉은 테이블 바로 뒤로는 두 장에 걸쳐 뽑은 슬램덩크(만화) 대형 포스터가 족자처럼 걸려있었습니다.
주인공 북산 5인방은 물론 이번 극장판의 산왕공고를 포함한 주요 학교 멤버들이 한데 모여있는 포스터입니다.
아니 근데 어째서 강백호 바로 옆에 황태산일까(...)
현 쇼쿠도의 특선요리 메뉴판.
요리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라 이 곳에서 식사를 하기엔 조금 어려울 수 있고 1차로 밥 먹고 2차로 오기 좋습니다.
단품요리 이외의 추가메뉴 및 주류 메뉴.
외부 주류 반입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매장 내에서도 주류를 팔기 때문에 외부주류를 가지고 들어올 경우엔
맥주 정도 시켜주거나 혹은 요리 많이 시켜주는 센스를...
기본 식기 준비.
일단 친구가 가져온 술을 뜯기 전, 클라우드 생맥주로 가볍게 시작을 끊습니다.
에피타이저 개념으로 나온 충무김밥.
김밥 뒤에 함께 나온 건 잘게 다진 김치볶음인데 김밥 위에 살짝 올려 함께 먹으니 은근 입맛 돋우는 용도로 좋네요.
오늘의 첫 술은 '야마자키 12년'
지금은 없어서 못 구할 정도로 프리미엄이 붙은 술로 어렵게 구했다고 하네요. 이런 귀한 걸 가져와주시다니...
귀한 술과 함께, 다 함께 짠~
'시메사바 + 청어사시미 세트'
고등어초회와 청어회를 그릇에 함께 담은 모듬회로 꽤 화려하게 담겨 나왔습니다.
칼집을 촘촘하게 내어 붉은 속살이 그대로 보이는 청어회.
그리고 선명한 등푸른껍질이 보이는 신선한 고등어회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등푸른생선회이긴 한데, 저도 그렇게 많이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선명한 붉은 속살을 띠고 있는 고등어회는 와사비간장을 살짝 찍어서 즐기면 됩니다.
당연히 조림, 구이 등으로 먹는 고등어를 회로 먹으면 너무 비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그런데 실제 진짜 신선한 고등어회는 전혀 비리지 않다는 걸 예전에 알게 되었지요. 진짜 신기할 정도로 조금도 안 비리고
고등어 살에서 나오는 신선한 육즙, 그리고 진하고 기름진 감칠맛이 이게 내가 아는 고등어 맞나? 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칼집을 여러 겹 낸 청어도 굉장히 쫀득쫀득하고 맛있게 씹힙니다. 술이 계속 들어가게 만드는 마법의 생선이에요.
그냥 간장 찍어먹어도 좋고 무순이라든가 야채 곁들여도 좋고 레몬즙을 살짝 뿌려먹어도 좋습니다.
두 번째 술은 '글렌드로낙 21년'
당연하겠지만 앞의 술을 빈 병 보일때까지 다 마신 건 아니고 조금씩 맛 보는 식으로 시음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조금 담아 향을 음미하며 천천히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을 선호.
'모듬 고로케'
약간의 야채와 함께 타르타르 소스가 종지에 함께 담겨나오는 튀김 요리.
야채, 감자, 호박, 카레의 네 가지 종류의 고로케가 담겨 있습니다.
동그란 고로케 가운데를 살짝 칼집내어 먹기 전 속 내용물을 보고 어떤 고로케인지 대충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여기 튀김도 맛있게 잘 튀기네요. 산뜻하면서 느끼하지 않은 새콤한 타르타르 소스에 콕 찍어먹으면 좋습니다.
이건 위스키보다는 맥주에 좀 더 어울리는 메뉴. 차가운 요리만 먹다 따끈한 거 먹으니 좋네요.
'쇠고기 다타끼'
얇게 저민 쇠고기와 슬라이스한 양파와 마늘칩, 그리고 야채가 사이드로 함께 듬뿍 담겨나온 요리.
다타끼(たたき)는 일본에서 생선요리를 할 때 주로 사용하는 조리 방법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쇠고기 등 고기를 조리할 때 많이 쓴다고 합니다. 일종의 겉만 구워내는 방식으로 생고기에 토치를 이용하여
겉부분을 그을리듯이 굽고, 속은 완전히 익히지 않는 상태로 조리하는 방식을 말한다고 해요.
이 곳의 쇠고기 역시 겉만 노릇하게 구운 뒤 속은 붉은 살이 드러나게 덜 익힌 거의 레어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얇게 썬 쇠고기는 앞접시에 담아 슬라이스한 양파, 그리고 마늘칩을 듬뿍 올려...
이렇게 싸먹으면? 아니 얹어먹으면 됩니다. 양파, 마늘의 향긋함과 아삭아삭함이 쇠고기의 쫄깃함과 섞여
정말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는 요리. 종이처럼 얇게 썰었음에도 불구하고 쫀득하게 씹히는 식감의 존재감이 상당한 편.
'관자 버터구이'
지글지글 끓는 철판 위에 양파, 팽이버섯, 콘옥수수, 새송이와 함께 관자를 넣어 함께 지져낸 요리입니다.
버터향이 스며들어 고소한 향을 풍기는 쫀득쫀득한 관자.
꼭 관자 뿐 아니라 관자와 함께 나온 팽이버섯이라든가 양파 등도 포실포실하니 맛있어서 다들 좋아했던 요리.
다만 가격에 비해 관자가 약간 적다는 느낌도 있어 버섯을 살짝 줄이고 관자가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도 있네요...^^;;
세 번째 술은 미국 위스키 '와일드 터키 12년'
이건 콜라와 섞어 버번콕으로 마셔야 한다고 추천을 해 줘서 그 방식대로. 달콤하고 가볍게 마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요리로 '모츠나베(일본식 대창전골)' 을 선택. 휴대용 가스렌지에 테이블에 도착하고...
요리 찍어먹는 간장과 함께...
커다란 모츠나베 냄비가 도착, 가스불을 켜고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유부, 부추, 버섯, 양파 등의 부속 고명과 함께 대창을 넣은 모츠나베는 사실 후쿠오카 지역의 대표 음식이기도 한데
이 이후긴 하지만 저도 한 번 가서 현지 음식을 먹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여행기를 통해 천천히...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중.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국자 이용해서 국물과 함께 앞접시에 떠서 먹으면 됩니다.
뜨거운 전골 국물에 잘 익은 대창도 한 점 꺼내서...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가되면서 쫄깃쫄깃 말캉말캉한 게 이것도 꽤 매력적인 음식.
평소 일부러 찾아먹을 정도로 즐기는 편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막상 이렇게 있으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국물이 듬뿍 스며든 야채들도 맛이 꽤 훌륭한 편이고...
남은 국물은 여건이 된다면 면사리를 넣거나 혹은 밥 등을 추가해서 죽을 만들면 정말 맛있겠다 싶더라고요.
향긋한 간장 베이스에 대창에서 흘러나온 진한 기름, 버섯, 야채 등에서 우러나온 엑기스가 어우러진 달짝지근하면서
매우 매력적인 국물입니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국물만으로도 술을 몇 병은 비울 수 있다고 느낄 정도.
따끈한 모츠나베를 마지막으로 이 날의 화려한 술 모임도 마무리.
다들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로 아주 기분 좋게 가게 밖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요리 가격은 살짝 있는 편이지만, 그만큼 퀄리티높고 맛있는 수제요리를 즐길 수 있는 신림동 '현 쇼쿠도&이자카야'
근처에서 식사하고 가볍게, 혹은 무겁게(?) 한 잔 하고 싶을 때 찾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주류 반입에 별도의 요금을 물지 않으므로 좋은 술이 있는데 집이 여건이 안 되어 밖에서 친구들에게 대접하고플 때
이 가게를 선택하는 것도 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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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쇼쿠도&이자카야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신림선 당곡역 2번출구 하차, 당곡사거리 길 건너 바로 맞은편 위치
2023. 9. 15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