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박2일 후쿠오카 나들이
(1) 모든 것은 사흘 전에 전부 결정되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반만의 일본행(日本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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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암흑과도 같았던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다시 해외여행의 길이 조금씩 열리면서
예전과 같은 평범한 일상으로 꽤 많이 돌아오고 있던 지난 2023년 5월 10일.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쌀쌀한 새벽 공기를 맞으며 나는 동네 근처에서 인천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여행기는 다녀온지 꽤 오래 되었던 지난 5월에 1박 2일로 불현듯 다녀온 일본 후쿠오카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여태껏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짧게 여행을 준비한 적이 없었는데, 이 여행은 겨우 떠나기 3일 전에 계획된 여행이었다.
3일 전 갑자기 '후쿠오카 너무 가고 싶다' 라고 생각해서 비행기를 뒤졌고 꽤 괜찮은 비행기 표가 떠 있길래
정신차리고 보니 비행기 결제, 숙소 결제가 모두 다 끝나있는 상태였음. 비행기는 약 17만원 정도. 숙소는 2만원대 초반.
'밍기적대다 후회하는 것보단 저질러놓고 후회하는 게 더 낫다' 는 생각으로 무작정 사 버린 비행기표였다.
코로나19 이후 약 3년 반. 그 사이 타이완 한 번, 베트남을 한 번 다녀왔지만 일본은 너무 오래간만이라 궁금하기도 했고...
꽤 일찍 떠나는 비행기편을 예약한지라 공항철도로 제시간에 도착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
그래서 공항 리무진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다행히 집 근처 리무진버스는 아직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구가 안 됐지만
집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서 탈 수 있는 이 6200번 버스는 어느 정도 회복을 하여 새벽 승차가 가능했다.
공항 리무진을 탄 뒤 한숨 잠들었다 깨니 어느새 영종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멀리 일출도 살짝 보이더라.
한창 아침해가 떠오르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사실 한 달 전 베트남 갈 때도 왔던 거라 막 두근대는 감정은 크게 없었다.
진짜 두근거렸던 건 작년 12월에 갔던 3년만의 타이완 여행이었고... 그 땐 김포로 출발하긴 했는데 진짜 엄청 떨렸었다.
공항의 기능을 많이 회복해가고 있던 인천공항 1터미널.
코로나19 기간동안엔 진짜 유령도시나 다름없는 휑한 분위기였는데 항공편도 복구되고 관광객들도 돌아오고 있었다.
다만 코로나19 기간동안 인천공항 - 용유 사이를 다니는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는 운행이 중단된 상태.
2024년 7월 31일까지 임시 중단이라고 하는데 이후에도 적자가 심해 다시 운행이 재개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그래서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 인천국제공항역엔 운행중단 안내와 함께 대체버스 알림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개찰구도 막혀 있는 상황.
그래도 용유해변 가기에 이 노선만큼 좋은 게 없는데 이건 다시 재개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뭔가 좀 아쉬운데...
한동안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였던 와이파이 도시락도 다시 이용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몰리더라.
이번 여행은 1박 2일까지 아주 짧은 일정이라 유심 대신 와이파이 도시락 대여를 선택했다. 가격도 좀 더 저렴한 편.
다만 요즘은 여행 일정이 조금이라도 길어진다 싶으면 포켓 와이파이 대신 유심을 구매하는 걸 더 선호한다.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객터미널의 기능을 꾸준히 회복해가고 있는 인천공항 1터미널.
이 당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이전대비 약 5~60% 정도 여객 기능이 회복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90% 넘었다고.
이번엔 갈 때와 돌아올 때 서로 다른 비행기를 탄다. 갈 때는 에어부산, 돌아올 땐 제주항공.
예전에도 이렇게 서로 다른 항공사 비행기를 편도로 따로따로 예약한 적이 있어 딱히 이상할 건 없었음.
일단 에어부산 카운터가 어디 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지...
아, 왜 지연인데...ㅡㅡ
살짝 짜증났던 건 전광판에 있는 모든 항공편 중 내가 타는 이 후쿠오카 BX156편만 유일하게 '지연' 이 표시되었다는 것.
어쨌든 20분 지연이면 그렇게 심한 건 아니니 마음 가다듬고 항공사 카운터로 가자.
오, 사람 엄청 많네... 이거 다행히 에어부산은 아니고 티웨이항공 카운터인데 어디 가는 거지... 봤더니
베트남 다낭, 일본 도쿄, 그리고 사이판 가는 관광객이 한데 섞인 것이었다.
에어부산 카운터는 한산... 까진 아니어도 비교적 여유있는 편. 이 시간에 노선이 후쿠오카 하나뿐이라 그런가.
항공권 발급 완료.
원래 7시 50분 비행기인데 8시 10분으로 지연 변경되어 7시 40분까지 가라고 하더라.
지연된 건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았던 게 탑승구가 33번. 저가항공임에도 불구 셔틀트레인을 타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수하물도 별도로 부치지 않고 배낭 하나만 들고 가는 여행이라 몸도 더 가벼웠음.
아침도 안 먹고 공항 온 거라 일단 와이파이대여, 항공권 발급까지 마친 뒤 잠깐 삼각김밥 하나.
어짜피 1시간짜리 짧은 비행이고 후쿠오카 공항에서 시내도 금방 들어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식사는 거기서 할 예정.
그냥 공항 내 있는 CU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서 간단하게 요기 때웠음. 어우 근데 배고파서 그런가 생각보다 맛있더라.
공항 중앙에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춘식이 조형물이 세워져 있길래 한 컷.
슬 이제 들어가 볼까...
와, 코로나19 이후 출국장에 '혼잡' 떠 있는 건 처음 보네. 진짜 이런 날이 다시 오는구나...
탑승장이 있는 면세구역 입장 완료.
아직 면세점들도 완전한 복구는 되지 않아 내부수리중인 점포가 곳곳에 있었지만 그래도 쇼핑에 문제는 없는 수준.
뽀로로공 어찌하여 목만 오셨소...;;
아침햇살이 그대로 들어오는 33번 게이트 앞.
아직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아 빈 자리도 상당히 많았다. 원래는 이 좌석도 꽉 차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
한 시간 반 후에 나리타 가는 항공기도 여기서 뜨는구나...
아... 도쿄도 가고 싶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일본에 이미 가기 위해 왔지만 일본에 가고 싶다... 뭐 그런 감정.
33번 게이트에 주기 중인 에어부산 BX156편.
그런데 어째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탑승 시작한다는 안 나오고
'연결편 지연으로 탑승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정확한 시간이 나오면 다시 안내하겠습니다' 같은 안내방송만 나오는 것.
처음엔 20분 지연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이게 계속 늦어지고 늦어져서 거의 50분 정도를 지연 출발하더라고...ㅡㅡ
긴 일정이면 모르겠는데 1박 2일까지 짧은 일정에 이런 시간 로스는 상당히 큰 편이라 살짝 여기서 짜증이 올라왔지만
뭐 짜증낸다고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지 도착해서 좀 민첩하게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행기 지연은 살짝 열받지만, 그래도 보딩브릿지를 통해 내려가는 이 과정은 매우 즐거운 것~
더구나 아침 출발 비행기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보딩브릿지 내부를 밝게 비춰줘서 더 기분이 좋아졌다.
착석 완료.
50분 좀 넘게 늦긴 했지만
어쨌든 후쿠오카, 3년 반만의 일본을 향해 출발이다...!!
1시간짜리 짧은 비행인데다 저가항공으로 기내식도 없는 여행이라... 뭐 책 좀 보고 넷플릭스 보다보면 시간 금방 가겠지.
다른 볼거리를 담아오긴 했어도 기내 비치된 면세품 책자는 살 게 없지만 한 번은 보게 되더라.
음... 에어부산 기내 먹거리는 대충 이런 것들이 있네.
새우깡이 2,000원이라 어, 밖에서 사는거랑 별 차이없네 생각했는데 미니라고 써 있는 것 보고 아...ㅋㅋ
식사류는 후쿠오카 같이 짧은 노선에서는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 시간짜리 저가항공의 짧은 비행 시간동안 여기서 식사를 사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지만...
...이 때만 해도 2030부산국제박람회 유치가 이 정도로 비참하게 폭망할 줄은 몰랐지.
부산 사람들은 오히려 이정재 강점기에서 드디어 탈출했다는 평을 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기내식은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라면은 판매하고 있어 간단한 요기가 필요할 땐 괜찮겠다.
예전에 기내에서 내가 먹은 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사서 먹는 걸 봤는데, 진짜 라면냄새가 거의 마약 수준이더라.
한 사람이 라면을 주문해서 먹으니 그 냄새에 홀려 이내 주변 사람들이 막 너도나도 라면 시키는 걸 볼 수 있었음.
그냥 괜사리 기내안전 안내서도 한 번 봐 주고...
옛날에 비행기 처음 탈 땐 '혹시 내가 탄 비행기가 추락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지금은 뭐...ㅋㅋ
그래도 아직까진 난기류 때문에 기내가 위아래로 많이 흔들릴 땐 긴장할 때가 있다.
오, 후쿠오카 땅이 보여...!!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공항이라 이렇게 하강할 때 시내 풍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게 후쿠오카 공항만의 매력.
현지 사람들은 소음 때문에 힘들겠지만서도...
한 시간 약간 넘는 비행 후, '후쿠오카 공항(福岡空港)' 에 무사 착륙.
들뜬 마음으로 빨리 나갈 준비를 한다.
수하물 부친 것도 없으니 최대한 빨리 나가 입국신고만 하면 바로 시내로 갈 수 있어...!!
오늘의 후쿠오카 날씨는 아주 맑음. 내일까지 비 예보 없음.
날씨도 꽤 많이 도와주는 여행이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다.
코로나19 이후, 3년 반만의 일본.
심지어 후쿠오카도 지난 2019년 8월이 마지막 여행이었는데 후쿠오카만 놓고 보면 거의 4년만의 여행이네.
지난 5월에 다녀온 짧은 1박 2일 후쿠오카 여행기는 여기서부터 시작, 어쨌든 이번 여행기도 잘 부탁드립니다~!!
= Continue =
2023. 12. 3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