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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23.5 후쿠오카

2023.12.17. (25) 이젠 면부터 먹어도 안 쫓겨납니다. 라멘괴담의 돈코츠라멘 전문점, 하카타 겐키잇빠이!!(博多元気一杯!!) / 2023년 5월, 1박2일 후쿠오카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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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박2일 후쿠오카 나들이

(24) 이젠 면부터 먹어도 안 쫓겨납니다. 라멘괴담의 돈코츠라멘 전문점, 하카타 겐키잇빠이!!(博多元気一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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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지하철 하코자키선 '고후쿠마치역(呉服町駅)'

아이노시마 관광을 마치고 이 곳으로 되돌아와 점심을 하기로 했다. 어제 점심에 무리해서 여러 가게를 돈 것처럼

오늘도 여기서 두 곳의 가게를 돌 예정인데, 먼저 첫 번째 가게는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에도 나왔던

'미야케 우동(みやけうどん)' 이다. 이 고후쿠마치역에서 아주 가까워 이번 여행 때 꼭 한 번 가 보자고 생각했던 곳.

 

 

 

가게 앞에 도착했는데 밥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어째 인기척이 안 느껴져서 '사람이 별로 없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뭔가 출입문 앞에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고 너무 썰렁해서 약간 쎄한 느낌이 들어 가까이 가 보니...

 

 

 

아... 왜(...)

휴무일이나 영업시간 다 확인하고 가도 이런 돌발상황에선 진짜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다.

 

엄청 아쉽지만 미련 남긴다고 뭐 해결될 게 없으니 일단 여긴 다음 여행을 기약하고 두 번째 갈 장소로 바로 이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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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 우동 다음으로 갈 집은 라멘 전문점.

후쿠오카에 왔으니 당연 후쿠오카가 원조인 '하카타 돈코츠 라멘' 을 먹어야 하는 게 마땅한데

이번엔 그냥 시내에 있는 평범한 돈코츠 라멘집이 아닌 조금 특별한 라멘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여긴 고후쿠마치역에서 가깝긴 한데, 역 바로 앞에 있는 건 아니고 3번 출구로 나와 약 400m 정도 걸어가야 나오는 곳이다.

그런데 나 처음 여기 지도상의 위치 보고 왔을 때 라멘집을 전혀 못 찾았음.

아무리 봐도 라멘집으로 추정되는 간판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순간 '아, 또 허탕친건가' 하는 허탈감이 몰려왔지 뭐야;;;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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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라멘집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 건물 앞에 '파란 양동이' 가 걸려있는 것을 확인.

어, 이거... 내가 봤던 그 양동이 맞는데... 그럼 제대로 찾은 게 맞나?

 

그렇다. 이번에 내가 찾아갈 라멘집은 바로 이 곳, '하카타 겐키잇빠이!!(博多元気一杯!!)' 라는 곳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 아무런 간판도 보이지 않고 그냥 평범한 상가건물, 혹은 가정집처럼 생긴 이 건물이 바로 그 라멘집.

 

 

 

코로나19 시대를 겪고 나서인지 가게 앞에 이런 간판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가게 밖에 외국인 손님들을 위한 영어 메뉴판이 붙어있었는데, 가격대는 나쁘지 않은 편?

뭔가 이런저런 메뉴들이 다양한 것 같은데, 기본 돈코츠 베이스 한 가지에 차슈, 목이버섯 등의 양 차이로 메뉴를 구분했다.

 

겐키잇빠이는 사실 '후쿠오카 라멘 괴담' 이라는 이야기로 꽤 유명한 곳이다. 이건 만화로도 꽤 유명한 편인데

내 블로그에 따로 올리진 않고 그냥 구글에서 '후쿠오카 라멘 괴담 만화' 이라고 검색하면 바로 관련 만화가 올라올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진짜 과거에 있었던 규칙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한때 이 곳은 이런 빡빡한 규칙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라멘을 먹기 위해선 이 규칙을 지켜야 하며 단 하나라도 어길 시 강제 퇴장을 당했다고...

 

1. 처음에 국물부터 마시지않고 면부터 먹는다면 퇴장

2. 처음에 국물을 마시더라도 마시기전에 섞는다면 퇴장 (첫 국물은 그대로 마시는게 정답)

3. 앞에 있는 카라시타카나 (갓절임?같은것) 는 함정. 라면을 먹기전에 먹는다면 퇴장

4. 가게 앞에 주차하면 퇴장 

5. 어린이는 입장불가. 어린이를 데리고 들어온 시점에서 퇴장

6. 흡연 불가. 퇴장

7. 휴대폰촬영은 물론이고 착신음이 울리면 퇴장

8. 지도를 들고 가게에 들어오면 퇴장

9. 가게 안을 둘러보면 퇴장

10. 메뉴를 물어보면 퇴장

11. 곱빼기시키면 퇴장

12. 라면에 대해 아는척하면 퇴장

13. 관서사투리 불가. 퇴장(주인이 싫어함)

14. 잡담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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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놓고도 내가 뭘 읽는건지 모르겠다. 대체 뭐야 이거;;;

여튼 과거의 겐키잇빠이는 이런 가게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실제 확인된 사실인지 아님 진짜 괴담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현재와 달리 과거엔 가게 운영을 꽤 빡빡하게 했다는 건 사실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지금은 전혀 그런 가게가 아니다. 사진 찍는 것도 OK, 어린이 데리고 오는 것도 OK.

모든 것이 다 가능한 그냥 '과거에 그런 괴담이 있었던 유명 라멘집이다' 라는 전설만 남아있는 일반적인 라멘집이다.

절대 쫄지 않아도 괜찮음. 안에 들어와서 음식 사진을 찍어도, 핸드폰 만져도 터치 안 한다...ㅋㅋ

 

 

 

어쨌든 매장 안으로 입점.

여직원 한 명이 맞아주는데 괴담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와 달리 외국인에게도 친절하게 응대를 해 주었다.

 

 

 

주방 쪽에선 아저씨 한 명이 라멘을 만들고 있고 여직원은 서빙, 계산 등의 업무를 보고 있다.

 

 

 

이제는 사진 찍는것도 OK. 다만 식사할 때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것은 자제해달라고 한다.

워낙 유명한 괴담이 많은 가게라는 걸(그게 괴담이 아닐수도) 본인들도 인지했는지 이런 걸 붙여놓은 게 뭔가 웃프네...

뭐 근데 밥집에서 핸드폰으로 떠드는 건 꼭 여기 뿐 아닌 다른 가게에서도 매너 있는 행동은 아니니 충분히 납득.

 

왠지 여기 괴담... 예전 도쿄여행 때 갔던 아키하바라의 규동전문점, '삼보' 가 생각나는데...ㅋㅋ

거기도 내가 갔을 땐 그렇게 규칙이 빡빡하진 않았지만 꽤 유명한 괴담이 많이 있었던 곳이라...

 

 

 

어쨌든 지금은 옛날의 그 괴담덩어리 가게 맞나 싶을 정도로 라멘 맛있게 즐기는 방법에 대한 문구도 붙어있고

심지어 돈코츠 라멘 국물에 커리루를 더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퓨전 조리법까지 새롭게 태어났다고 한다.

 

 

 

기본 라멘 가격은 850엔. 거기에 차슈, 목이버섯 등을 더하는 곱배기 옵션이 있다.

면사리나 카레루 추가는 각 150엔, 그리고 면사리와 카레루를 동시 추가하면 250엔으로 50엔 할인, 밥은 150엔.

 

주변 사람들 말로는 카레루는 무조건 추가하라고 하는데, 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하여 나도 한 번 추가해보기로 했다.

 

 

 

심지어 표창장까지도 벽에 붙어있음... 여기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한 가게였구나;;

 

 

 

이 라멘집의 상징인 저 '양동이' 에도 사연이 있다고 한다.

가게 앞에 양동이가 걸려있는 걸로 '아, 여기가 라멘집이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가게가 영업하는 날엔 바깥에 저 양동이를 걸어놓는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굉장히 귀여운 양동이로 바뀌긴 했지만

과거엔 그냥 아무 모양 없는 투박한 파란색 양동이만을 걸어놓았다고... 그 양동이가 지금 겐키잇빠이의 상징이 된 것.

 

그래서 겐키잇빠이의 인스턴트 컵라면에도 가게의 상징은 파란 색 양동이가 그려져 있다.

 

 

 

심지어 지금은 가게에서 인스타그램, 트위터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뭔가 가게에 이렇게 SNS계정까지 만들어 운영하는 걸 보면 과거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려고 엄청 노력하는 듯...;;

 

 

 

테이블에는 물병, 그리고 고춧가루 통이 기본으로 비치되어 있다.

 

 

 

일단 물 한 잔 따라놓고 라멘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

 

 

 

마침내 '돈코츠 라멘(850엔)' 도착.

라멘 국물이라기보다는 '우유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엄청나게 뽀얀 국물의 라멘이 담겨 나왔다.

후쿠오카에서 나름 많은 돈코츠 라멘들을 먹어봤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돈코츠 라멘 국물은 처음 본다. 이게 대체 뭐지...

아니 이런 게 돈코츠 라멘 국물이라고...? 어떻게 이런 국물이 나올 수 있지... 라며 일단 놀라움 반 걱정 반.

 

 

 

위에 올라가는 고명이 아주 단순한데, 면 위에 돼지고기 차슈, 목이버섯, 그리고 쪽파가 전부.

차슈나 목이버섯은 곱배기로 많이 올릴 수 있는 메뉴가 따로 있어 추가요금을 내고 곱배기로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사람들의 공통적인 평으로 겐키잇빠이는 국물은 최고인데 면과 차슈가 별로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더라. 면이 맛없는 건 아닌데 내가 좋아하는 딱딱하고 툭툭 끊어지는 하카타 풍 돈코츠라멘 특유의

카타멘에서 느낄 수 있는 식감과는 좀 다른 약간 뻣뻣한 식감이라 이건 좀 아쉽다... 라는 생각.

 

 

 

차슈 또한 불에 구워 구운 향과 부들부들한 식감, 그리고 양념이 배어는 농축된 맛이 아닌 그냥 삶은 돼지고기.

고기 자체는 꽤 부들부들하긴 했지만 라멘집의 유명세를 생각하면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맛.

확실히 면이라든가 차슈 등은 가게의 이름값에 비해 다소 부족하지 않나... 라는 인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단점들을 이 국물 하나가 완벽하게 커버한단 말이지...

 

국물 진짜 기깔나게 맛있더라. '이게 돈코츠 라멘이라고?'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의 엄청 진한 육수인데

이 뽀얗고 기름진 육수에선 돼지 특유의 누린내라든가 불쾌한 기름진 질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적인 돈코츠 라멘을 몇 배는 농축시킨 듯한 엄청나게 진한 육수임에도 불구 무겁지 않고 굉장히 자연스레 다가온다.

와, 이런 국물이 다 있네, 어떻게 돼지뼈를 우려내면 이런 국물이 만들어지는거지? 신기할 정도로 놀랍고 충격적인 맛이라

이번 후쿠오카 여행 중 가장 큰 인상을 남겼던 음식이었다. 그간 먹었던 돈코츠 라멘의 맛을 싹 잊게 만들 정도.

 

 

 

국물 계속 먹으면서 감탄 중. 진짜 이 국물 하나가 다른 아쉬운 점을 보완...이 아니라 그냥 찍어누르는구나... 싶던.

진짜 정신줄 놓고 먹으면 카레루 넣기도 전에 면은 물론 국물까지 다 흡입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정신줄 놓지 않으려고 평정심을 최대한 유지하며 어느 정도 국물과 면을 남겨놓았다.

 

 

 

'카레루(150엔)' 추가.

종지그릇보다 약간 큰 작은 앞그릇에 나무 수저와 함께 걸쭉하게 풀은 카레루가 하나 담겨나온다.

 

 

 

남은 국물에 카레루를 넣고 잘 섞으면 진한 돈코츠 베이스에 카레향이 첨가된 '카레 돈코츠 라멘' 완성.

 

 

 

와, 이건 이거대로 진짜 멋지다. 기본 육수가 엄청 진한 진국이다보니 카레가 더해져도 굉장히 잘 어울리네.

진한 돈코츠 육수의 묵직하면서도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맛에 카레의 강렬한 향신료 풍미가 추가되어

(살짝 짜긴 했지만) 국물 사라지는 게 아쉬울 정도의 아주 훌륭한 카레라멘을 즐길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여기 오면 카레루를 무조건 추가하라고 하는지 알겠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방식의 라멘을 다 즐길 수 있으니.

 

 

 

엄청 맛있게 먹었다.

좀 전에 문을 닫아 못 갔던 '미야케우동' 의 아쉬움을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

왜 이런 엄청난 가게를 예전에 전혀 모르고 있었지... 아니 알고 있었다손 치더라도 갈 생각을 안 하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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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나오니 가게 앞에 약간의 줄이 만들어져 있더라.

매장 내부가 그리 큰 편이 아니라 사람 몰릴 땐 얼마든지 줄이 만들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나마 줄 없이 바로 들어가서 먹은 내가 운이 좋았던 게 맞네...ㅋㅋ

 

 

 

수많은 라멘 괴담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

지금은 어떻게 들어가서 먹어도 쫓겨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하카타 겐키잇빠이!!(博多元気一杯!!)'

양동이에 그려진 웃고 있는 마스크의 모습처럼 과거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더 노력하는 가게.

후쿠오카에 여행을 왔다면 시내 중심가의 유명 라멘도 좋지만 이 곳의 돈코츠 라멘을 꼭 한 번 먹어보시길 바란다.

(하카타 겐키잇빠이!!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V8woNnxWWSRguReR8)

 

하카타 겐키 잇빠이 · 일본 〒812-0034 Fukuoka, Hakata Ward, Shimogofukumachi, 4−31−1

★★★★☆ · 일본라면 전문식당

www.google.co.kr

 

이번 여행 너무 좋네. 하카타 돈코츠 라멘의 또 다른 원류인 '나가하마 라멘' 도 먹어보고 '겐키잇빠이' 도 먹어보고 간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엄청 알차게 잘 먹고 가는 기분!

 

= Continue =

 

2023. 12. 17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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