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봄,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경상도 여행
(8) 부산 하면 역시 국밥! 속이 든든해지는 경상도식 쇠고기국, 58년 전통 해운대 원조할매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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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하면 역시 '국밥' 입니다. 보통은 부산의 소울 푸드... 라고도 하는 '돼지국밥' 을 떠올릴 것이고
저 역시 부산 돼지국밥을 아주 좋아합니다만, 오늘은 좀 특별하게, 몇 년 전부터 부산 내려갈 때마다 꼭 먹고 싶었지만
매번 기회가 생기지 않아 늘 놓쳐야만 했던 다른 국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바로 해운대에 있는 '쇠고기국밥' 입니다.
해운대의 31번 버스 종점 앞에는 오래 전부터 여러 국밥 전문점이 들어와 있습니다.
여긴 돼지국밥 대신 얼큰하게 끓여 낸 경상도식 쇠고기국밥을 파는 곳이었고, 저렴한 가격에 국밥 한 그릇 먹을 수 있기로 잘 알려졌지요.
그 후 유명세를 타게 되면서 지금은 방송은 물론 외지에서도 일부러 국밥을 먹기 위해 찾아올 정도로
나름 해운대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58년 전통 해운대 원조할매국밥' 집을 찾아갔습니다.
식당 입구에 설치된 다섯 개의 가마솥을 볼 수 있었고, 그 안엔 펄펄 끓는 쇠고기 국물이 들어있습니다.
1962년 오픈이니 햇수로 따지면 올해 58년, 곧 오픈 60년을 바라보는 오래 된 식당입니다.
여러 방송에 출연하였는데, 그 중 가장 임팩트있는 방송은 단연 백종원의 3대 천왕 방영.
매장에서도 3대천왕 방영 간판과 백종원 대표가 쇠고기국밥을 먹는 사진을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크게 붙여놓았습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가게 내부는 한 번 리뉴얼을 하여 훨씬 넓고 탁 트인 분위기.
사실 아주 예전에 한 번 이 곳을 온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 땐 좁고 허름한 식당이었거든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다만 새로 리뉴얼한 가게 외벽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낙서 흔적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저 낙서가 매장의 상징인 듯, 아예 '낙서했던 옛날 그집' 이라는 문구가 기둥에 붙어 있습니다.
외벽 한 쪽엔 유명한 식당답게 각종 유명인들의 방문 사인이 쭉 걸려있었습니다.
슈스케 출신 가수 허각 사인이 제일 먼저 눈에 띄는군요.
보통 방송에 나온 집은 방송 나온 것을 엄청 크게 홍보하거나, 혹은 그다지 홍보를 안 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여기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곳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분들은 약간 거부감이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옛날엔 2~3천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한 그릇 뚝딱 할 수 있는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었고,
해운대 쇠고기국밥이 유명해지게 된 가장 큰 계기가 그 '값 싸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는 메리트가 꽤 컸는데,
그 사이 가격이 많이 올라 지금은 그렇게 저렴하다 - 라고 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닙니다. 그냥 소소한 가격.
대표메뉴인 소고기국밥 가격은 6,000원.
기본적으로 토렴(기본적으로 밥이 말아져 나옴)이 된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밥과 국물을 따로 드실 분은 따로국밥을 시켜야 합니다.
다만 따로국밥으로 주문시 토렴이 된 기본 국밥에서 500원이 올라가니 참고하세요. 곱배기 옵션도 있습니다.
쟁반에 담겨진 세 종류의 반찬 그릇. 그리고 인당 하나씩 디저트 요구르트가 미리 나옵니다.
테이블마다 반찬통이 비치되어 있어 반찬은 셀프로 직접 담아먹으면 됩니다.
두 테이블 당 하나 기준으로 테이블에 기본 반찬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기본 반찬 세 가지를 담았습니다.
직접 덜어먹는 반찬이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담지 말고 먹을 정도만 담아주는 센스. 모자라면 그때그때 더 담으면 됩니다.
아삭아삭하면서 은근히 달콤한 맛이 계속 입맛을 당기게 만들었던 마늘쫑 무침.
가장 개인적인 입맛에 잘 맞았고 또 국밥이랑 잘 어울렸던 반찬이었습니다.
개운하게 먹는 무생채.
그리고 국밥을 먹을 때 빠지면 안 되는 깍두기, 이 세 가지 반찬이 나옵니다.
참고로 이 가게에는 이렇게 세 가지 반찬 나오는 게 전부인데, 옆 가게라든가 다른 쇠고기국밥집을 가면
분홍소시지 부친 걸 반찬으로 내 주는 가게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아예 대놓고 광고하고 있다고(...)
좋은 음식이 있을 땐 역시 이걸 빼 놓으면 섭하지요.
최근 부산에서 대세가 되고 있는 소주는 '대선' 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산을 옛날에 처음 갔을 때 부산 지역 소주는 시원(C1)이었는데, 좋은데이로 한 번 바뀌더니 지금은 대선이 메인이 되었군요.
다만 시원소주나 대선소주나 둘 다 대선주조에서 생산해내는 제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쇠고기 국밥(6,000원)'
별 거 아니긴 한데, 이번에 부산 내려올 때 다른 건 다 제끼더라도 이건 꼭 먹고 말겠다...! 라고 결심했던 그 국밥!
뚝배기 안에 밥을 토렴한 뒤 얼큰한 국물, 그리고 콩나물, 고사리, 파, 무, 쇠고기를 넣고 푹 끓인 국물입니다.
약간 육개장과도 비슷하게 생겼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육개장과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육개장보다 매운맛이 덜한 편이고 - 아니 생긴것에 비해 그다지 맵지 않은 국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고명이 아주 충실하고 무를 넣고 끓여서인지 국물이 아주 개운한 것이 특징. 기름이 둥둥 떠 있지만 느끼하지 않습니다.
서울식 쇠고기무국과 경상도식 쇠고기무국에는 같은 이름의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조리 방법에 있어 큰 차이가 있는데,
서울식 쇠고기무국은 맑은 흰 국물에 무와 쇠고기를 넣고 끓여내는 것에 반해
경상도식 쇠고기무국은 이렇게 얼큰한 탕처럼 빨간 국물로 끓여낸 게 기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주변의 경상도 거주하는 친구들에게도 쇠고기국에 대해 물어보니, 전부 다 이 빨간 국물의 쇠고기무국을 이야기하던...
같은 이름의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따라 조리 방식이 다르다는 게 흥미로운 점입니다.
국물을 흠뻑 머금은 콩나물도 아삭아삭한 식감은 없지만,
국물을 듬뿍 머금어서인지 아주 맛이 좋습니다.
쇠고기 고명 또한 넉넉하게 많이 들어간 것이 장점.
아무래도 돼지고기 아닌 쇠고기이기 때문에 고기 반, 국물 반 수준의 돼지국밥의 건더기에는 따라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와, 쇠고기 되게 많이 들어있네' 라며 충분히 만족할 정도로 큼직한 고기 건더기가 많이 들어있어
밥과 함께 한 점씩 얹어먹으면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아주 부들부들 정도까진 아니어도 질기지 않은 식감이 만족스럽네요.
국물이 좋고 또 같이 먹는 사람이 좋아 그런지, 대선이 참 맛있네요.
원래 소주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어쩌다 한 번씩 정말 입에 짝짝 붙는다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게 지금인 듯.
기대했던 것만큼 깔끔하게 잘 먹어치웠습니다.
보통을 시켜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고, 같이 간 일행 중 하나는 곱배기를 시켰는데, 곱배기는 거의 냉면그릇에 담겨나오는 수준이라
정말 든든하게 먹고 싶은 대식가라면 곱배기를 시켜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비록 지금은 가격이 많이 오르기도 했고, 수많은 방송 출연으로 인한 외지인의 유입으로 많이 상업화되어
몇 년 전만큼 '저렴한 가격에 한 끼 든든히 먹을 수 있다' 의 메리트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도 되지만
그래도 단돈 6,000원의 가격에 쇠고기 고명 듬뿍 들어간 국밥 한 그릇 식사로 든든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부산 하면 역시 국밥! 소울 푸드인 돼지국밥도 좋지만, 경상도식 쇠고기국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해운대의 쇠고기국밥도 적극 추천합니다. 꼭 이 가게가 아니더라도 이 근처엔 쇠고기국밥 전문점이 많으니
어느 가게를 가나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58년 전통 해운대 원조할매국밥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 1번출구 하차, 리베로호텔 옆 31번 버스종점 맞은편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1308642964
= Continue =
2020 봄,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경상도 여행
2020. 5. 21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