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봄,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경상도 여행
(5) 진주에서 가장 유명한, 그러나 가장 먹기 힘든 단팥찐빵과 팥빙수, 수복빵집(진주-평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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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가장 유명한, 그러나 가장 먹기 어려운 빵집이라면 여러분은 어디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단연 이 '수복빵집' 을 꼽을 것입니다.
진주중앙시장에서 살짝 벗어난 한적한 골목에 파란 글씨로 '수복빵집' 이라는 심플한 글씨 하나가 전부인 이 빵집은
다른 제과점과 달리 오로지 찐빵 하나만 판매하는 빵집으로 그 찐빵 하나때문에 엄청난 유명세를 타게 된 곳입니다.
게다가 영업 시간은 12시반부터 15시반까지 겨우 세 시간, 그나마도 빵이 다 팔리면 그 전에 장사를 끝내기 때문에
영업 시간 내에 찾아가더라도 빵이 다 떨어지면 허탕을 칠 수밖에 없는, 일부러 맞춰가지 않으면 빵 먹기 정말 힘든 곳이기도 하고요.
삼고초려라고 하지요. 예전에 수복빵집에서 찐빵을 처음 먹었을 땐 세 번 찾아간 끝에 겨우 성공하여 먹을 수 있었습니다.
(http://ryunan9903.egloos.com/4198634)
그리고 1년 반 전 여행 땐 한 번 영업시간 내에 찾아갔었으나 빵이 다 떨어졌다고 하여 허탕을 쳤고요.
(http://ryunan9903.egloos.com/4427841)
그래서 이번에 진주 내려올 땐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길 꼭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고, 드디어 다시 수복빵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오이에서 식사를 마친 뒤 혹시라도 늦을까 부랴부랴 이동하여 겨우 영업중인 가게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실내는 빵집이라기보다는 꽤 오래 된 시골 식당 같은 분위기.
주방에 할머니 한 분과 며느리? 따님으로 보이는 직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은 따로 없지만 카운터 쪽에 있는 TV는 옛날 브라운관 TV... 모든 것이 다 90년대에서 멈춰 있는 분위기.
판매하는 메뉴는 단 네 가지가 전부.
빵은 찐빵과 꿀빵 두 가지, 그리고 단팥죽과 팥빙수가 있습니다. 네 가지 전부 팥이 들어간 음식들입니다.
테이블에 쟁반째 놓여져 있는 보리차가 담긴 물주전자.
생수가 아닌 스테인레스 주전자에 담긴 미지근하게 식힌 보리차라니...ㅋㅋ 이런 감성 나쁘지 않... 아니 좋습니다.
차게 식힌 보리차도, 그렇다고 뜨거운 보리차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식힌 보리차라는 것도 정겨운 느낌.
수복빵집의 간판메뉴인 '찐빵(4개 1인분 3,000원)' 입니다. 사진에 담겨 있는 양은 2인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때가 2012년이었는데, 그 땐 6개 3,000원이었지만 가격을 안 올린 대신 4개로 양이 줄었습니다.
수복빵집 찐빵의 특징은 빵 위에 직접 삶은 단팥 소스를 접시 가득 부어준다는 점인데요,
사실 찐빵보다도 저 팥 소스가 이 수복빵집만이 가진, 제가 여길 다시 찾아오게끔 만든 가장 큰 이유입니다.
빵 자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길거리에서 파는 찹쌀도너츠 크기와 비슷하거나 약간 작습니다.
찐빵은 안에 단팥소가 들어있고 쫄깃쫄깃한 술빵같은 스타일의 전형적인 옛날 찐빵입니다.
공산품으로 판매되는 호빵보다 좀 더 빵의 질감이 단단하고 쫄깃쫄깃한 식감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
그리고 안에 들어있는 단팥소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닌데, 사실 이 찐빵의 매력은 빵 속의 단팥소가 아닌 빵 위에 뿌려진 단팥 소스.
곱게 갈아 단팥 껍질이라든가 입자가 거의 없이 걸쭉한 직접 만든 단팥 소스는
팥 특유의 진한 단맛과 함께 강하게 풍기는 계피향이 정말 향기롭고 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매력적입니다.
어디서 단팥빵이나 단팥 들어간 제품을 먹어봐도 여기서 느껴지는 단맛을 그대로 재현한 곳이 없어요. 단팥 좋아하는 분들은 환장하실 듯.
그래서 찐빵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선 단팥 소스를 빵에 치덕치덕 마구 바른 뒤 먹어야 합니다.
입 안에 진한 계피향과 함께 퍼지는 단팥의 진한 맛이 정말 환상적이라고밖에 더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여기 팥빙수도 아주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팥빙수(6,000원)' 도 같이 시켜보았습니다.
팥빙수도 정말 심플한데요, 유리그릇 안에 물얼음과 알 수 없는 시럽같은 걸 좀 붓고 직접 삶은 팥을 가득 올린 게 전부.
보통 눈꽃빙수 전문점에서 빙수 시키면 얹어져 나오는 미숫가루라든가 연유, 떡 같은 건 일절 없습니다.
오로지 얼음과 시럽, 팥이 전부인 아주 심플한 구성이에요. 다만 팥은 정말 많이 얹어져 있습니다.
직접 삶아 만든 팥이 맛 없을 리가... 시판 단팥과는 비교도 안 되는 고급스런 단맛이 일품.
게다가 더 흑설탕색의 시럽이 뭔지 먹기 전엔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는데, 다들 한 입 먹어보고 나서 '아...!' 하고 놀랐는데요,
저 흑설탕색 얼음맛의 정체는 바로 '수정과' 입니다. 얼린 수정과의 맛을 얼음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우유얼음이 아닌 물얼음에서 수정과의 단맛이 느껴지고 그 위에 팥이 한 가득. 정말 어디서든 먹어볼 수 없는 빙수라
다들 수정과맛 나는 빙수라는 것에 감탄하고 또 진짜 마음에 든다고 칭찬하며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빵도 먹고 남은 팥까지 수저랑 포크 이용해서 아주 싹싹 긁어냈네요.
마음같아서는 손가락으로 저 그릇에 아주 약간 남은 팥까지 다 긁고 싶었지만, 이 정도로만...
정말 힘들게? 다시 찾아갈 수 있었던 진주의 찐빵... 아니 '단팥 전문점, 수복빵집'
양이 그리 많지 않으니 식사 후 디저트 목적으로 가도 부담이 적을 거에요.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영업시간이 정말 짧고 빵이 다 팔리면 영업시간 내라도 언제든지 영업이 바로 종료되기 때문에
정말 여기서 한 번 꼭 찐빵을 먹어보아야겠다 - 라고 마음을 먹은 분은 가급적 가게 문 여는 시각에 맞춰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이동하면서 편의점에서 하나 구매한 GS25의 '스파클링 요구르트'
대체 요구르트에 탄산이 들어가면 무슨 맛이 날까 궁금해서 집어들었는데요...
얼핏 보면 괴식 같았지만 의외로 요구르트에 탄산 들어가니 나름 새콤달콤하고 맛이 괜찮네요.
다만 갈증이 많이 있는 상태에서 마시기엔 다소 적합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ㅋㅋ
※ 수복빵집 찾아가는 길 : 진주중앙시장에서 평안광장 사거리 쪽으로 쭉 직진,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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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봄,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경상도 여행
2020. 5. 14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