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천호역 근처에는 '쭈꾸미골목' 이라고 하여 철판쭈꾸미 전문점들이 한데 모여있는 골목이 있습니다.
그 안에 위치한 '독도쭈꾸미' 를 제가 굉장히 좋아했는데요, 지금은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르고 재료도 좀 너프를 먹어
이제 더 방문하지 말고 다른 곳을 찾아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가게 하나를 새롭게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광모네 쭈꾸미' 라는 곳. 다만 여기는 그 쭈꾸미 골목과는 전혀 관련없는 완전히 다른 곳에 위치해 있어요.
쭈꾸미 골목이 5호선 천호역 쪽이면 여기는 가장 가까운 전철역이 5호선 강동역, 혹은 둔촌동역.
쭈꾸미 골목과는 전혀 관련없는 완전히 다른 지역의 골목가에 위치해 있는 동네 식당입니다. 그런데 꽤 유명한 편인데다
여기서 쭈꾸미 먹은 사람들은 다시 천호 쭈꾸미 골목을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호기심에 방문해보게 되었습니다.
드럼통 테이블 위주의 실내는 창문 인테리어부터 모든 것들이 7~80년대를 연상시키는 복고풍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테이블 사이 간격이 꽤 넓은 편이라 천호동 쭈꾸미 골목처럼 짐 놓을 자리도 없이 북적북적거리는 분위기는 또 아니네요.
가격은... 제가 옛날에 기억하던 쭈꾸미 가격에서 꽤 많이 오른 편.
이는 뭐 어쩔 수 없는게... 요새 워낙 외식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그래도 소주는 아직 4,000원 받습니다.
기본 식기 준비.
삶은 콩나물.
반찬으로 먹는 게 아니라 쭈꾸미에 함께 넣고 볶아먹는 용도입니다.
무초절임.
쌈장과 슬라이스한 마늘, 그리고 빨간 종지에 담겨나온 건 마요네즈입니다.
쌈채소로는 깻잎 한 가지만 제공.
작은 뚝배기에 누룽지가 함께 담겨나옵니다.
구수하게 끓인 누룽지는 쭈꾸미의 매운맛을 중화시켜 주는 용도.
따로 메뉴판에 가격이 써 있지 않은 것을 보아 기본 제공하고 리필도 가능한 것 같아보입니다.
참고로 밑반찬들은 매장 내 '셀프 바' 가 있어 거기서 모자란 걸 직접 보충 가능합니다.
오늘의 술은 가볍게 '테라' 가 함께합니다.
비도 많이 오는데 일단 한잔해~
쭈삼이(쭈꾸미 + 삼겹살) 도착.
1인분 가격은 16,000원이고 사진의 양은 3인분.
철판을 달구면서 조금씩 익혀가는 중.
양념 색이 빨갛긴 한데 약간 거무튀튀하면서 살짝 후추의 향이 강하게 올라오더라고요.
여튼 지글지글 끓기 시작하면 위에 얹어진 삼겹살 고기와 쭈꾸미, 양념을 한데 섞어 두루치기처럼 열심히 볶아줍니다.
중간에 콩나물도 넣어 함께 볶아주면 완성. 이게 조금씩 앞접시에 덜어먹으면 됩니다.
돼지고기 삼겹살은 조금 더 익힌 뒤에 먹고 쭈꾸미랑 콩나물 먼저...
쭈꾸미 엄청 큼직하고 또 통통해요. 여기 쭈꾸미 확실히 좋은 걸 쓰는 게 맞는 듯. 쫄깃통통한 식감이 일품.
맛은 꽤 매콤한 편인데 사람들이 왜 천호동 쭈꾸미골목의 쭈꾸미와 방향성이 다르다고 하는지 확실히 알 것 같은 맛.
둘 다 매운맛이긴 한데 방향이 좀 달라요. 이게 말로 설명하기 다소 어려운데 직접 비교해 먹어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음.
삼겹살도 맛있게 잘 익어서 함께 올려놓고 깻잎쌈으로도 즐기고...
콩나물, 그리고 무초절임을 함께 올려먹으면 아삭아삭함과 새콤함이 더해져 훨씬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삼겹살 고기는 뭐... 익히 잘 아는 그 맛.
여기는 날치알을 따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날치알 주문하면 이렇게 작은 반찬그릇에 가득 담아주는데
이건 쭈꾸미에 따로 찍어먹거나 혹은 넣어서 함께 볶어나 자유. 다만 따로 찍어먹는 쪽이 더 좋긴 합니다.
이렇게 날치알을 듬뿍 찍어 즐기면 톡톡 터지는 질감과 짭짤함이 더해져 맛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 좋아요.
소스가 기본적으로 꽤 자극적이고 자작하게 담겨 나오는 편이라 중간에 콩나물을 많이 추가해도
맛이 크게 변화할 정도로 옅어지진 않습니다. 오히려 매운 것에 익숙치 않으면 콩나물 많이 넣는 것을 좀 더 추천해요.
날치알 듬뿍 올려서 맛있게 쭈꾸미와 돼지고기 삼겹살을 즐긴 후...
소스를 약간 남겨놓은 뒤 '스파게티면 추가'
스파게티면 추가시 삶은 스파게티면을 부어 소스와 함께 비벼주는데 이러면 즉석 쭈꾸미 스파게티가 완성됩니다.
특히 광모네쭈꾸미가 유명해진 덴 쭈꾸미 자체의 맛도 있지만 이 스파게티 때문이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쭈꾸미 소스에 볶아낸 스파게티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여 저도 좀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 이런 맛이구나... 확실히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 것 같은 맛.
천호동 쭈꾸미골목에서 서비스로 넣어주는 당면사리와는 다른 맛인데 둘 사이의 궁합이 생각 이상으로 잘 맞습니다.
어느 정도로 좋았냐하면 그냥 이 소스에 스파게티면 넣고 볶아서 아예 단품 요리로 만들어도 꽤 통할 것 같다 느낄 정도.
단맛은 적고 매콤하면서 진한 맛이 강한 쭈꾸미 소스가 면에 진하게 배어들어 있어 정말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배가 불러서 다른 건 더 못 먹을 것 같더라도 스파게티면은 꼭 넣어드시는 걸 추천합니다.
스파게티면 먹고 마무리로 볶음밥까지 추가.
볶음밥은 일반 볶음밥과 날치알 볶음밥, 그리고 치즈+날치알 볶음밥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날치알 볶음밥으로 선택. 독도쭈꾸미에서 보였던 날치알을 산더미처럼 쌓는 퍼포먼스는 없지만 적당한 양의 날치알이
밥과 함께 들어가 철판 위에서 맛있게 볶아졌습니다. 소스가 거의 안 남아있더라도 볶음밥은 만들어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스파게티 먹을 땐 소스를 어느 정도 남겨놔야 되긴 해요.
볶음밥은 예상하기 쉬운 아주 무난한 볶음밥 맛.
이것도 마무리로 먹기에 부족함 없긴 합니다만 만약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상황이면 저는 스파게티 쪽을 추천.
물론 뱃속의 여유가 충분히 있다면 저처럼 스파게티와 볶음밥 두 가지를 전부 즐기는 게 제일 좋습니다.
일단 음식 전체의 맛도 맛이었지만 스파게티면 넣어 비벼먹는다는 새로운 발상,
그리고 천호동 쭈꾸미 골목에 비해 좀 더 쾌적하고 넓은 공간에서 느긋하게 먹을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 때문에
아마 다음에 쭈꾸미 먹을 일 생기면 저도 여기를 다시 찾게될 것 같아요. 소문만큼이나 아주 만족스럽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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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모네쭈꾸미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강동역 3번출구에서 길동사거리 방향 직진, 롯데리아 골목에서 우회전
2024. 6. 2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