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놀러갔을 때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던 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여기는 차 타고 지나가면서 간판만 봤던 곳이었는데요, 실제 방문을 직접 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바로 '옥천냉면 황해식당' 이라는 곳으로 1952년 오픈, 70년 넘는 시간을 이어 온 상당한 역사의 노포 냉면집입니다.
식당 바로 옆이 남한강 자전거길이라 자전거 타러 온 사람들에게도 꽤 유명한 가게인 듯 싶더라고요.
본점과 지점, 두 곳 운영중인데 본점은 여기서 좀 더 깊숙한 안쪽으로 들어가야 있고 이 가게는 지점입니다.
지점이 접근성이 훨씬 좋아 사실상 여기가 본점처럼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영업시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내는 꽤 넓은 편. 한쪽 창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자연채광 때문에 분위기가 굉장히 밝더라고요.
다만 약간 뭐랄까... 좀 아늑함보다는 살짝 차가운 분위기가 있었음. 뭐 카페가 아닌 식당이니 문제될 건 없겠지만요.
테이블마다 태블릿PC로 메뉴판이 달려 있어 이걸 보고 선결제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와, 근데 무슨 냉면이 14,000원씩이나 하지...??
냉면과 함께하는 사이드로는 고기완자, 편육이 있는데 반반세트로 있고 반만 주문하는 세트도 있습니다.
고기완자나 편육 가격이 너무 비싸서 부담스럽다면 완자반, 편육반 시키는 것도 좋겠습니다. 근데 햇반은 대체 뭐지?!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기본 양념통은 식초, 겨자, 그리고 설탕.
기본 식기 준비.
기본찬으로는 고춧가루에 버무린 무초절임 한 가지가 제공됩니다. 적당히 매콤하니 맛있게 무쳐졌네요.
'고기완자반(14,000원)' 도착.
고기완자반은 4개의 완자가 담겨나오는데, 온전한 고기완자가 28,000원이니 아마 그건 8개 나오지 않을까 추정.
여튼 계란옷 입혀 아주 두껍게 부쳐낸 큼직한 동그랑땡 모양의 고기완자 네 개가 접시에 담겨 나왔습니다.
간장도 함께 제공.
고기완자가 뭐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 비싸... 라고 말할 수 있는데... 대단하긴 대단합니다(...)
일단 크기도 엄청나게 큰데다 두께도 두꺼워서 젓가락으로 이렇게 집는 것도 조금 버겁게 느껴질 정도였거든요.
다진 야채와 돼지고기로 속을 꽉꽉 채워넣은 내용물은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입안 가득 차는 돼지고기의 촉촉함와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아주 맛있게 잘 부쳐낸 돼지고기 동그랑땡이었습니다.
냉면 먹을 때 확실히 이것 곁들이면 든든함이 더해져 시킬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물냉면(14,000원)' 도착.
굉장히... 특이하게 생긴 물냉면입니다. 평양냉면도 아니고 고깃집 냉면도 아니고 이런 스타일은 처음 보는데.
살얼음 낀 살짝 거무튀튀한 육수 안에는 일반 냉면보다 더 두꺼운 면, 그리고 편육 한 조각, 오이채, 계란이 담겨나옵니다.
국물을 풀어놓고 보니... 와 진짜 잘 모르겠다. 이건 먹어보기 전까진 어떤 맛일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아요.
일단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테니 한 번 먹어봐야겠어요.
와, 이거 재밌는 육수맛이네... 일단 굳이... 굳이 따지자면 평양냉면 같은 심심한 맛에 좀 더 가깝긴 한데
그렇다고 평양냉면의 국물 맛은 전혀 아닙니다. 일단 국물에서 단맛이 꽤 강하고 소위 말하는 육향은 별로 안 느껴져요.
그리고 여태껏 먹어 본 냉면 중에서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맛이 깔끔한데요, 이 깔끔하다는 것이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부정적인 부분도 함께 담겨있습니다. 좋게 얘기하면 엄청 개운하고 청량감이 강해서 갈증을 한 번에 날려버릴 만한 맛,
나쁘게 말하면 밍밍함... 엄청 간 약하게 하는 평양냉면집처럼 집중해야만 맛을 느낄 수 있을만큼 가벼운 느낌.
그런데 이거 하나는 확실할 것 같더군요. 국물 마셔보고 바로 직감한 것, '자전거 라이더들 맛집이네...'
자전거 타고 한참 달리면 엄청 덥고 갈증도 심하게 올라오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완전히 특화된 음식이란 확신이 듭니다.
덥고 갈증나는 상황에서 시원한 매장 안에 들어와서 이 냉면 시켜서 국물 들이킨다? 한방에 천국으로 날아갈 맛.
편육은 그냥 편육 맛. 잡내 없이 깔끔하게 씹히는 살코기가 좋았습니다.
다만 14,000원짜리 냉면이면 좀 더 크게 썰어줘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
계란도 계란 맛...^^;;
국물이 너무 깔끔하다보니 다 먹고 난 빈 그릇은 흡사 설거지 마친 그릇처럼 되어버렸다는 게 참...
여튼 저도 이 날 많이 걸은 상태에서 여길 와서 좀 더웠던지라 갈증해소와 청량감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느끼고 갑니다.
가게 바로 옆에는 카페가 하나 있더라고요. 가게와 연계해서 커피도 할인 판매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카페 바로 뒷편으로 방음벽과 함께 선로가 있는데, 경의중앙선 전철과 일반열차가 다니는 중앙선 선로입니다.
여기 냉면은 정말 스타일이 특이해요. 평양냉면도 아니고 고깃집냉면도 아닌 여기만의 독자적인 맛이 있어서
그 맛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진짜 개성있는 국물이니 한 번 정도는 체험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일단 제 개인적인 소감은 평양냉면 이상의 가벼움, 그런데 단맛이 세고 청량감이 강함 쪽입니다. 또 간혹 생각나는 맛.
당시엔 그냥 '한 번 체험했으니 됐다' 라고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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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냉면 황해식당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아신역 하차, 양평군 옥천면 경강로 1493-12(옥천리 888-4)
2024. 6. 28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