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의 교양 프로그램 중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궁예, 그리고 '야인시대 김두한' 으로 유명한 그 김영철이 맞고요...ㅋㅋ
배우 김영철이 특정 지역을 방문 후 주택가 골목길, 번화가, 시장 등을 걸어다니면서 동네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걸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은 물론이거니와 시청률도 나쁘지 않은 꽤 유익한 프로그램입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2020년 3월 28일, '서울 을지로 3, 4가' 를 방문했었는데,
방영 당시 을지로 3가에 위치한 한 '오징어 불갈비찜' 집을 찾아가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왔었습니다.
그 때 김영철이 음식을 먹는 모습이 맛있어보였고, 또 특이한 음식이라 기억하고 있다가 마침내 그 가게를 찾아가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찾게 된 곳은 을지로3가에 위치한 '을지로전주옥' 이라는 가게입니다. 오징어 불갈비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지하철 을지로3가역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찾는 데 어려움은 전혀 없을 거에요.
주의 : 을지로에 '전주집' 이라는 고기집이 있는데 거기와 다른 가게입니다. 여기는 '을지로 전주옥' 이란 식당이에요.
금요일 저녁에 찾아갔는데, 가게 내부는 이미 많은 손님들로 북적북적.
방송 영향 때문에 줄 서서 들어가야 되나 조금 걱정했는데, 그냥 사람만 많을 뿐 줄은 서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만 홀 쪽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있어서 매장 가장 안쪽 구석진 방으로 안내받았습니다.
계산하는 카운터 오른편 외벽에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출연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그밖에 생생정보라든가 생방송 오늘저녁에도 출연을 하긴 했습니다만, 동네 한 바퀴 방송이랑은 비교도 안 되지요.
메뉴판을 한 컷. 대표 메뉴는 단연 방송에도 나왔던 '오징어 불갈비찜' 입니다.
같은 오징어 불갈비찜임에도 불구하고 안주류와 식사류, 두 가지로 메뉴가 나뉘어져 있고 안주류가 가격이 좀 더 비싼데,
직원에게 물어보니 식사류는 양이 조금 적되 밥이 함께 나오고, 안주류는 밥은 없지만 양이 더 많다고 합니다.
즉 식사로 먹기 위해선 식사류 오징어 불갈비찜, 술안주가 메인이 되려면 안주류 오징어 불갈비찜을 시키면 됩니다.
불갈비의 '불' 은 불처럼 매워서 불갈비가 아닌 불고기 할 때의 그 '불' 로 추정됩니다.
저녁 식사 목적으로 만난 거라 식사용 오징어 불갈비찜을 주문.
음식을 주문하면 메인이 나오기 전, 밑반찬이 깔리는데요, 총 네 가지 반찬이 나옵니다.
양념 간장을 끼얹은 도토리묵.
배추김치.
부추무침.
처음에는 연두부인 줄 알았는데, 두부가 아니라 계란찜이었습니다.
아니 무슨 계란찜을 이렇게...ㅋㅋ 그런데 계란 외엔 아무 재료도 안 들어가 정말 두부같은 느낌이 들긴 하더라고요.
공기밥은 흑미밥으로 제공됩니다. 요즘 흑미 넣고 밥 지어 내는 집들이 많네요.
방송에서 본 이후 계속 궁금했던 메인 요리,
'오징어 불갈비찜(3인 31,500원)' 등장.
전골 냄비 안에 육수를 넉넉하게 부은 뒤 각종 야채와 갈비, 오징어를 넣고
마지막으로 그 위에 당면을 듬뿍 얹어 내어왔습니다. 이대로 가스불에 전골처럼 끓여먹으면 됩니다.
갈비는 한 번 익힌 상태로 나오는 것 같고, 오징어 역시 완전 생물오징어는 아닌 살짝 익은 상태로 제공됩니다.
좋은 음식이 있으니 이게 빠지면 안 되겠지요.
가벼운 반주 개념으로 적당히 섞은 폭탄주 한 잔으로 시원하게 시작합니다.
술을 부어라 마셔라 즐기는 건 싫지만, 식사할 때 반주로 한두 잔 정도 곁들이는 건 좋아합니다.
조금씩 끓기 시작하면 수북하게 담겨 있는 당면을 국물에 담가 어느정도 풀어준 뒤 계속 끓입니다.
3인 기준으로 오징어는 한 마리 반 정도 들어가는데요, 사진과 같이 오징어는 통째로 들어가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익었다 싶으면 가위로 직접 잘라야 합니다. 3인 기준 한마리 반이라 추정하는 이유는 저거 말고 반 마리가 더 있기 때문.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2인이 한마리, 4인은 두 마리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징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적당히 썰어넣은 뒤 오징어, 그리고 고기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푹 끓여줍니다.
취향에 따라 추가해 넣어먹을 수 있는 사리로는 당면과 떡(2,000원), 그리고 오징어 추가(5,000원)가 있다는군요.
국물이 얼큰한 빨간 국물이 아닌 돼지갈비찜 같은 간장 베이스의 국물이라는게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군요.
전골로 끓인 오징어와 갈비의 조합은 먹어보지 않아도 분명 잘 어울릴 거란 확신이 듭니다.
적당히 다 익었다 싶으면 오징어, 갈비, 당면, 야채 등을 골고루 앞접시에 덜어먹으면 됩니다.
아, 그냥 건더기만 먹는 것보다는 따끈한 전골류 요리니만큼 국물도 담아서 같이 먹으면 더 좋습니다.
국물이 얼큰한 빨간 국물은 아니지마는 청양고추 등을 넣고 끓여 상당히 개운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징.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녹아들어 갈비찜 국물과 비슷하면서도 그보다 기름진 맛은 덜하고 개운한 뒷맛이 좋았습니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안주, 그리고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용으로도 손색없는 느낌.
큼직하게 썬 오징어는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통통한 오징어살 특유의 매력이 있습니다.
늘 많이 접해오던 매운 양념의 오징어볶음과는 다른 맛이에요. 국물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갈비찜은 처음엔 살짝 소갈비가 아닐까 싶었는데, 돼지갈비찜이더군요.
적당히 남긴 기름 부분과 살코기와의 조합도 좋거니와 큼직한 조각임에도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 또한 만족.
가장 이 요리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오징어와 돼지갈비를 한번에 같이 먹는 것일 듯.
생각보다 두 재료의 조합이 꽤 잘 어울립니다. 마치 갈비찜에 문어 넣는 것처럼요. 물론 조리 방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갈비나 오징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제일 만족스러웠던 건 빨간 국물로 맵지 않으면서도 칼칼함이 느껴지고
칼칼함 속 돼지갈비찜 특유의 은은한 단맛마저 느낄 수 있었던 국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방송에 나오는 걸 보면서 '저건 어떤 국물맛일까' 라며 궁금해했었는데, 그 궁금증을 어느정도 풀 수 있어 다행입니다.
밥을 다들 한 공기씩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국물에 볶아먹는 볶음밥이 궁금해서 결국 볶음밥 주문.
대신 볶음밥은 인원수대로 맞춰 주문하지 않고 두 개만 볶았는데요,
공기밥과 마찬가지로 흑미밥을 넣고 볶아내어 밥 색깔이 전체적으로 거무튀튀한 게 특징입니다.
당면이라든가 야채 등, 오징어 불갈비찜을 먹고 남은 국물과 건더기가 밥과 함께 섞여있는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 가능.
볶음밥은 생각했던것보다는 평범. 그냥 무난하게 고기나 전골 먹고 난 뒤에 먹을 수 있는 볶음밥 맛입니다.
만약 안주류로 시켜서 마지막에 밥 볶아먹는 거라면 모를까, 식사류로 시켜 공기밥과 함께 먹는 거라면
굳이 볶음밥은 양이 모자라서 어딘가 허전하지 않는 한 안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라고 말은 한다만, '내 안의 한국인 유전자' 가 전부 이 국물에 밥을 꼭 볶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여튼 볶음밥까지 깔끔하고 든든하게 비웠습니다.
오징어 갈비찜 먹을 때도 밥과 함께 먹었고, 마무리까지 볶음밥을 추가해서 탄수화물을 밀어넣으니 엄청 배부르네요(...)
계산 마치고 나가는 출입문 옆에 매실차가 담겨있는 디스펜서가 있어 후식 겸 입가심을 할 수 있습니다.
커피 자판기가 있는 건 봤어도 매실차를 정수기 디스펜서에 설치해놓은 건 처음 보네요.
식사를 하고 난 뒤 깔끔하게 입 안을 정리할 수 있으니 가볍게 한 컵 마시고 나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을지로 편에 등장한 오징어 불갈비찜 전문점 '을지로 전주옥'
빨간 국물을 하니지만 칼칼하고 개운한 맛이 인상적이었던 국물, 그리고 통통한 오징어와 덩어리 커서 씹는 맛 좋은 갈비까지.
평소에 자주 접하는 익숙한 재료를 활용하여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전골요리를 만족스럽게 맛볼 수 있었습니다.
푸짐한 전골류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 빨간 국물의 전골과는 또 다른 이 곳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을지로 전주옥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 1번출구 하차, 수표로를 따라 북쪽으로 직진 뒤 첫 골목에서 좌회전
2020. 7. 22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