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 이긴 하지만 천호역은 아니고 강동역 근처에 꽤 호기심가는 식당이 하나 새로 생겼습니다.
천호대로 길가에 위치해있어 찾기 어렵지 않은 이 가게는 과거 제 블로그를 통해 소개했던 빙수 맛있었던 카페
'피카피오' 자리에 새롭게 오픈한 밥집이에요. 그 빙수집이 폐점하고 한동안 닫혀있다 저렇게 새롭게 탈바꿈했더군요.
가게 이름은 '펟펟(เผ็ดเผ็ด)' -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태국요리 전문점' 이라고 합니다.
시내 중심가도 아니고 강동구 이런 끝자락에 태국요리가...? 뭔가 좀 신기하다 싶어 동네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가게 내부는 그리 크지 않아요. 그냥 상가 한 칸짜리 단촐한 규모의 작은 밥집입니다.
벽에 태국 현지 언어로 써 있는 메뉴판이 있는데... 일단 저는 전혀 못 읽겠습니다...ㅋㅋ 그냥 인테리어용이거나
혹은 이 지역에 거주하는 태국 노동자들을 위한 메뉴판을지도 모르겠단 생각. 다만 주인은 한국인이었습니다.
메뉴판을 한 컷. 팟타이와 뿌팟봉커리, 그리고 똠양꿍을 제외한 나머지 요리들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요리들입니다.
전부 태국 전통 요리로 각 요리 이름 아래 메뉴 설명이 적혀있어 처음 와 본 사람들도 이해를 쉽게 해 놓은 것이 특징.
이 날 저녁 시간대에 방문해서 하필 밥이 다 떨어진 바람에 밥 메뉴는 주문 못한다 하여 그냥 면과 요리만 주문했어요.
테이블에는 땅콩가루, 그리고 고춧가루가 담겨 있는 소스 통이 기본 비치되어 있습니다.
앞그릇과 기본 식기 준비.
기본찬으로는 양배추와 무를 넣은 피클이 나옵니다. 딱 치킨무에서 단맛을 제거한 맛이랄까...
창(Chang) 맥주는 태국의 대표 맥주라고 하지요. 여튼 현지 음식을 먹을 땐 현지 맥주와 함께합니다.
맥주 가격은 330ml 작은 병 기준 한 병 5,000원. 수입 맥주인 것 감안하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가격.
첫 번째 요리 : 쏨땀(11,000원)
파파야, 줄콩, 토마토, 당근, 건새우, 마늘, 피쉬소스, 고추 등의 각종 재료를 절구에 빻아 만든 매콤한 맛의
태국식 샐러드라고 합니다. 약간 에피타이저 같은 개념으로 주문했는데 고춧가루 안 넣은 무생채처럼 담겨나오더군요.
그냥 야채만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안에 건새우도 있고 꽤 새콤한 맛이 은근히 입맛을 당기게 만들더군요.
고수는 기본으로 들어있는데 아마 원치 않을 경우 따로 빼달라 요청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약간 뭐랄까... 피쉬소스가 가미되어 독특한 풍미를 가진 맵지 않은 무생채 같은 입맛 돋우기 좋은 절임야채 같은 맛이에요.
두 번째 요리 : 싸이끄럭(12,000원)
이짠, 치망마이 지역 스타일의 두 가지 맛을 가진 태국식 소시지 구이로 저녁에만 주문 가능한 메뉴라고 합니다.
뽀득한 식감보다는 살짝 말캉한 식감으로 즐기는 두 소시지는 짠맛이 거의 스팸급으로 꽤 강한 편인데
타이완 샹창 소시지 처음 먹었을 때처럼 처음 접해보는 풍미가 입 안에 퍼져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온 맛이었습니다.
꽤 짭짤하면서 독특한 향이 조금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일단 같이 간 친구들은 전부 상당히 맛있다고 좋아했거든요.
함께 나오는 사이드로 잘게 썬 홍고추와 마늘 슬라이스가 있는데 고수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요리 : 똠양꿍(15,000원)
여기서부터는 정말 익숙한 요리.
새우, 피쉬볼, 버섯, 라임잎, 레몬그라스 등의 각종 재료를 넣고 끓인 태국의 대표 국물요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태국요리 중 하나라고 보면 됩니다. 태국에 생소한 사람들도 '똠양꿍' 하면 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니까요.
안에 마라탕처럼 옥수수로 만든 면이 들어있어 식사 대용으로 먹기에도 꽤 좋아요.
피쉬볼, 버섯, 새우 등의 고명도 넉넉하게 들어있는 편.
똠양꿍 특유의 새콤하면서도 얼큰한 국물 맛이 생각 이상으로 잘 살아있습니다.
이 새콤함과 얼큰함의 조합이 처음엔 되게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먹다보면 자꾸 입에 침이 고이는 매력이 있어요.
그 특유의 신맛이 막 식초같은 시큼함이 아닌 은근 상큼한 신맛이라 얼큰함과의 궁합이 좀 이상할 정도로 꽤 잘 맞습니다.
안에 우엉 비슷한 재료가 들어있는데 우엉이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조금 독특한 향이 났는데 이건 정체가 뭘까...?
네 번째 요리 : 팟타이(9,000원)
똠양꿍과 더불어 태국 요리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표 볶음국수. 레몬즙을 살짝 뿌려 먹으면 됩니다.
와, 여기 팟타이 진짜 맛있어요. 새우와 계란, 숙주를 비롯하여 각종 야채를 넣고 꽤 매콤하게 잘 볶아내었는데
이게 전반적으로 꽤 단맛이 강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너무 농후하게 달지 않고 되게 기분좋은 단맛이라
입 안에 착착 달라붙는 느낌. 엄청 단짠단짠하고 맛있는, 향신료 거부감도 전혀 없이 즐기기 좋은 감칠맛이 가득했습니다.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땅콩가루를 뿌려먹으면 더욱 고소하게 즐길 수 있어요.
이렇게 먹는 방식이 정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요리 하나하나가 생각 이상으로 꽤 좋고 특히 팟타이 같은 경우 일행들이 감탄할 정도로 맛있었던 '펟펟' 의 태국요리.
가게 밖에서 간판 봤을때도 범상치 않은 가게라는 걸 느꼈는데 실제 먹어보니 기대 이상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국내의 아시아 요리 중 베트남이나 인도 요리는 이미 완전히 자리를 잡아 어느 동네를 가든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아직 태국 요리는 살짝 생소한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귀한 경험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는 다음에 다시 한 번 방문해 보고 싶네요. 그 때는 좀 더 여유 있는 시간에 찾아가 밥 요리도 즐겨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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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투썸플레이스 카페에서 피너츠(스누피)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더군요. 컵 홀더가 예뻐서 버리지 않고 가져왔습니다.
(주 : 블로그 주인은 어릴 적부터 스누피를 정말 좋아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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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펟펟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강동역 1번출구 하차, 천호역 방향으로 직진. 대로변 건물 1층에 위치
2024. 8. 2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