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11일짜리 장기여행, 2023년 11월 타이완 전국일주
(64) 지금은 밖에서밖에 볼 수 없는 망한(...) 마천루, 가오슝85대루(高雄85大樓)
. . . . . .
코메다 커피를 나와 본격적으로 가오슝 시내를 느긋하게 구경.
전반적으로 시내 분위기는 타이베이와 크게 다를 게 없어보이는 느낌이긴 하다. 타이난보단 사람이 많다는 게 확실히 느껴짐.
그리고 이 곳도 타이베이 못지않게 엄청나게 많은 오토바이가 있는데 다들 질서를 잘 지키는 편.
이런 부분에 있어선 베트남과 상당히 다른 분위기랄까...
워낙 더운 지방이라 식당들은 대부분 이렇게 바깥쪽에 음식 만드는 주방이 펼쳐져 있더라.
인도 앞으로 식당 주방들이 있어 지나갈 때 조금 불편하다는 느낌은 있다.
중간에 큰 과일 가게가 하나 있어 호기심에 한 번 들어가보았다.
사과 다섯 개 100NT$(약 4,200원)이라... 현재의 우리나라 사과 가격을 생각하면 정말 부러운 가격.
여기는 그래도 수박이 우리나라 수박과 유사하게 생겨서 굉장히 익숙하달까... 속 노란 것도 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으니...
근데 다른 것보다 내가 여기서 충격을 좀 크게 받은 게 있었는데... 석가 한 개 39NT$...??????
아니... 파인애플 석가도 아니고 일반 석가인데 이게 한 개 1,700원 정도밖에... 안 한다고...???
대체 이거 뭐지? 왜 이렇게 파는 거지?!
...알다시피 타이베이에선 석가 한 개 아무리 싸도 150NT$ 정도 줘야 하는 게 보통이고 좀 바가지 씌워 파는 덴 300NT$까지 한다.
실제 내가 타이베이 둥먼 융캉제에서 300NT$나 주고(엄청난 바가지 쓰고) 석가를 구매한 적 있었는데... 여긴 거의 1/10 가격이네?!
와, 진짜 이거 뭐지ㅋㅋㅋㅋㅋ 대체 왜 이런 가격에 파는 거지?!
일단...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없겠다 싶어 하나 구매. 돌아다니면서 계속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감수할 만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석가 하나 사 들고 조금 더 걸어 어떤 큰 건물 앞에 도착했다.
엄청 큰 규모의 백화점 같은 쇼핑몰 느낌인데...
입구에 막 이런 화려한 조각상도 있고... 여튼 규모만큼이나 화려한 건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어째... 건물 출입구 분위기가 좀 쎄하다...??
뭔가 나무판자로 못 들어가게 덧대여 있고 가장 깔끔해야 할 출입문 앞에 너덜너덜한 거적이 나뒹굴고 있고... 대체 뭐지...??
그나마 여기는 문이 열려있긴 한데... 사람이 띄엄띄엄 있긴 해도 활기차 보이는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체 이 건물, 뭐 하는 건물이지...??
그렇다. 여기는 가오슝의 최대 마천루,
'가오슝 85 대루(高雄85大樓)' 라고 하는 곳이다.
지상 85층에 높이 347.5mm의 마천루로 타이베이101에 이어 타이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마천루라고 한다.
1997년에 완성되어 한때 전망대도 운영하였으나 지금은 모기업의 부도로 인해 운영중단이 된 상태고 아랫쪽 층에 원래 있던
다이마루 백화점도 2000년에 철수, 이후 소수로 남아있던 상가와 호텔 또한 전부 철수하여 2020년 이후론 사실상 방치 상태.
그나마 극소수의 비즈니스 호텔들이 이 건물에 남아 영업을 하고 있다곤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빈 건물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건물 외관만 그럴싸하지 실상 속은 텅 비어있고 어떠한 상업 시설도 없는 방치되어 있는 폐건물이라 봐도 될 정도.
건물 안내도가 있긴 한데... 어짜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별다른 의미는 없다.
심지어 초기 '툰텍스 스카이 타워' 라는 이름도 그대로 남아있는 걸 보아 얼마나 관리 안 하고 방치해놓았나를 알 수 있다.
그나마 이 건물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건 밖에서 이렇게 바라보는 것.
오랜 시간 방치된 폐건물 치고 외관은 멀쩡해서 적어도 흉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빌딩 앞은 이렇게 탁 트여있는 잔디가 깔린 공터가 있어 공터 쪽으로 나가면 빌딩을 더 쉽게 담을 수 있기도 하고...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타이베이101 타워와 달리 이 곳의 타워는 시내에서 꽤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방의 다른 빌딩들과 비교해 보아도 확연히 눈에 띄는 '가오슝 85 대루' 의 전경.
지금은 외관만 멀쩡한 폐건물로 있지만 언젠가 이 건물이 다시 살아나는 게 가능할지 현재로서는 모른다.
다른 건 몰라도 전망대만큼은 다시 볼 수 있게 복구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있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겠지.
타이베이 시내처럼 가오슝 시내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긴 하지만, 여기가 다시 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그래도 건물 자체는 이렇게 멀쩡하게 서 있기 때문에 설마 철거로 이어지진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 . . . . .
가오슝 85 대루 근방에 위치해 있는 곡선 형태의 꽤 독특한 외관을 지닌 건물.
이 건물의 이름은 '가오슝 전람관(高雄展覽館)' - 말 그대로 각종 전시 등이 열리는 전시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킨텍스, 혹은 벡스코 전시장 같은 곳. 건물 바로 앞으로 가오슝 첩운 녹선 노선이 지나고 있다.
방문했을 당시엔 어떠한 전시도 열리고 있지 않아 내부엔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는 막혀 있었고 실내 조명도 최소한의 수준으로만 켜 놓은 상태.
그나마 인포메이션 데스크 쪽에 직원이 상주하고 있긴 했는데 딱히 이 건물에 들어온 것에 대해 제지는 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관광객처럼 보여서 그냥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고...
여튼 여기 안에선 지금 무언가 볼 만한 건 없을 거라 판단, 그냥 화장실만 이용한 뒤 다시 밖으로 나왔다.
= Continue =
2024. 9. 4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