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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외식)/한식

2024.10.20. 안동집(서울 제기동 경동시장) / 그렇게 제가 먹기 싫어했던 국수가 지금은 저한테는 최고의 은인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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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회가 방영된 지 시간이 좀 지났음에도 여전히 최고의 화제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

거기에 등장한 수많은 쉐프들의 가게는 예약조차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뜨거운 관심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저도 이 빅 웨이브(?)에 동참하여 거기에 나왔던 쉐프님의 가게를 며칠 전 한 번 찾아가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서울 제기동역 근처에 위치한 경동시장. 이 곳에 흑백요리사에 출전한 한 여성 쉐프님의 밥집이 있습니다.

 

. . . . . .

 

 

 

바로 '이모카세1호' 김미령 대표(쉐프)님.

결승 직전의 5라운드 세미파이널 '인생을 요리하라' 편에서 손칼국시, 배추전, 기장밥, 겉절이 한 상을 만들어내며 심사위원들에게

지금의 자기가 있는데 이 국수는 은인과도 같다는 인생사를 펼쳐 수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며 큰 화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손칼국시를 파는 가게가 바로 이 경동시장에 있습니다. 저 위의 포스터에 써 있는 '안동집 손칼국시' 라고 하는 곳.

 

 

 

가게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위치는 설명하기 정말 어렵기 때문에 직접 지도 보고 찾아오는 게 좋아요.

가장 가까운 바로 옆 건물에 스타벅스 '경동1960점' 이 있으니 그 가게를 중심으로 지도를 잡고 찾아오시면 됩니다.

 

스타벅스 건물 옆건물에 이렇게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데 이 간판을 발견하신다면 제대로 찾아오신 게 맞습니다.

 

 

 

건물 지하가 꽤 낡았어요. 처음 내려오면 '내가 제대로 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엄청 휑하고 낡은 모습이 반기는데요,

제대로 찾아온 것 맞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 딱 봐도 세월의 연식이 느껴지는 '안동집 손칼국시' 간판을 발견하면 됩니다.

 

...그리고 사실... 여기 지하 내려오면 잘못 찾아온 건가 못 찾으면 어떡하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게...

 

 

 

......이 가게 들어가려고 줄이 이렇게 서 있음(...)

중요한 건 이거, 주말이 아니라 평일 오전입니다. 그것도 월요일 오전!!

 

대체 주말엔 여기 사람이 얼마나 많이 몰리는 거야... 어느 정도 사람이 많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생각하는 것 이상;;

 

 

 

이 쪽이 본관 같은데 중앙에 주방이 있고 사방에 일자 테이블이 있는 시장 분식집 같은 느낌.

이모카세 김미령 대표님은 오늘은 다른 가게에 가 계신건지 나와계시지 않았고 대신 다른 직원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바로 뒤에 이렇게 홀이 있는 매장이 따로 있어 저는 다행히(?) 이 쪽으로 안내를 받았어요.

보기보다 매장이 크기도 하거니와 국수 특성상 빨리 먹고 빠지는 손님이 많아 테이블 회전은 생각보다 비교적 빠른 편이었습니다.

 

 

 

탁 트여있지만 굉장히 허름하고 좁은 바깥매장과 달리 여기 안쪽 매장은 에이컨도 설치되어 있고 깔끔한 분위기였어요.

사실 깔끔하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식당 홀 정도는 되었다 라는 느낌. 밖에서 음식 만들어 안으로 직원들이 열심히 나르고 있습니다.

 

 

 

테이블에는 종이컵과 함께 티슈통, 그리고 수저통이 있고요.

 

 

 

메뉴판을 한 컷.

이 중 대표메뉴는 손국시, 그리고 배추전이 방송에 나왔던 메뉴입니다. 그 밖에 식사메뉴는 비빔밥도 있어요.

건진국시는 얼핏 보면 뭔 국수인가 갸우뚱하실 수 있는데 비빔국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격은 일반적인 식사 가격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저렴한 편이긴 하나 경동시장의 물가에 비유하면 조금 비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수육만큼은 정말 싸다는 게 확실히 느껴지네요.

 

 

 

물은 그냥 물이 아니라 차게 식힌 보리차로 제공됩니다.

 

 

 

여기 탄산음료 지금은 찾아보기 다소 귀해진 병콜라와 병사이다를 내어주더군요. 여기서 호감 스텍 꽤 적립.

 

 

 

왠지 오늘은~ 막걸리 감성이라 낮술로 막걸리 딱 한 병만 주문.

 

 

 

막걸리와 칠성사이다는 정말 최고의 조합이죠. 솔직히 마시고 난 뒤의 뒤끝은 별로 안 좋은데 마실때만큼은 정말 좋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최고의 칵테일 아닐까 하는 생각. 실제로도 음식과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음식을 이것저것 주문했는데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밑반찬들이 빠르게 깔렸습니다.

간장, 다진마늘, 새우젓, 청양고추.

 

 

 

그리고 된장과 어째서인지 간장이 하나 더 나왔는데 왜 간장을 이렇게 둘로 나눠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추정이긴 한데 하나는 배추전 찍어먹는 용도, 그리고 큰 그릇에 담긴 건 국수에 간 하기위해 넣어먹으라는 용도 아닐까 싶음.

 

 

 

요즘 정말 몸값이 비싸진 통배추가 함께 나왔습니다. 이건 그냥 먹어도 좋고 수육과 함께 싸 먹어도 좋습니다.

평소에는 심드렁하게 넘어갔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배추 가격 비싼 상태에서 이거 보니 뭔가 되게 귀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저 된장이 직접 담근 것 같은데... 되게 깊은 맛이 나요. 일단 시판 된장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풍미가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좀 짜다' 라고 느꼈는데 먹다보니 뭔가 중독되는 묘한 그런 맛이 있음. 이걸로 찌개 끓여도 진짜 맛있을 것 같은데...

 

 

 

이게 그 세미파이널에 나온 겉절이인가...??

 

 

 

특별할 것 없는데 국수랑 먹기 딱 좋은 아주 모범적인 김치맛.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사실 흑백요리사에 나왔다고 해서 엄청난 비밀이 담긴 김치는 아니에요. 우리가 즐겨먹고 또 익히 잘 아는 익숙한 그 맛입니다.

 

 

 

'배추전(8,000원)'

 

그냥 별다른 재료 없이 배추에 밀가루옷을 입혀 지져먹는 음식으로 소금 밑간 이외엔 별다른 재료나 양념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양은 두세 명이서 나눠먹기 좋은 양. 국수 하나 시키고 나눠먹기에 두 명은 살짝 많고 세 명이서 나눠먹으면 딱 좋을 것 같아요.

 

 

 

진짜 별거 없습니다. 그냥 배추 썰어서 밀가루반죽 입혀 소금간 살짝 하고 지져낸 게 전부에요. 그 외에 아무런 재료가 없어요.

사실 어르신들 중에는 '배추전? 그거 별것도 아니고 별 맛도 없어...' 라고 말하는 분들도 꽤 많거든요.

그리고 실제 먹어봐도 그냥 배추 부쳐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딱 예상가는 맛밖에 안 느껴집니다. 진짜 그냥 그게 다임.

 

 

 

...인데 이게 뭐라고 묘하게 맛있지...;;;;

 

와 진짜 이거 기묘하네요. 적당히 익은 배추의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에 소금간이 더해진 살짝 눌어붙은 튀김옷.

이게 뭐라고 자꾸 젓가락 가게 만드는 맛이지, 정말 별 거 없는데... 진짜 특별히 대단한 재료도 없는데 왜 자꾸 먹고싶은 거지?

상당히 기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맛. 맛있다라기보다는 '이상하게 자꾸 젓가락이 가게되는 맛' 에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수육(12,000원)'

 

돼지삼겹살을 두툼하게 썰어 삶은 수육은 보기만 해도 꽤 괜찮은 양, 그리고 살코기와 비계의 비중이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상당히 좋은 부위의 잘 삶은 수육이 담겨나왔습니다. 여기가 아닌 냉면집이나 족발집 가면 최소 가격 두 배는 받을 것 같은데...

 

 

 

와, 여기 수육 잘 삶았어요. 잡내 없이 굉장히 촉촉하고 비계는 느끼하지 않고 적당히 쫀득하게 씹혀 살코기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살코기 부위만 있으면 너무 퍽퍽하고 비계만 있으면 너무 느끼한데 그 중간 지점을 정말 잘 잡아 맛있게 삶아냈어요.

 

 

 

이렇게 함께 나온 배추 위에 올려 배추쌈으로 즐기면 훨씬 입 안 가득 풍족하게 꽉 찬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수육은 이런 방식으로 함께 즐겨보시기 바래요.

 

 

 

손칼국시 주문시 맛뵈기 기장밥이 함께 담겨나오는데요, 흑백요리사 세미파이널에도 함께 제공된 음식이죠.

그 국수집 가면 국수 나오기 전에 맛뵈기로 보리밥 주는 것과 비슷한 식으로 주는 것인듯...

 

 

 

제 밥은 누룽지 부분을 펐는지 살짝 눌어붙은 부분이 있었는데, 일반 흰쌀밥에 비해 까끌까끌하긴 하지만 되게 고소한 맛.

그리고 찰기가 거의 떡 수준으로 아주 높아서 다른 반찬 없이 그냥 이 밥만 씹고있어도 상당히 맛있다는 게 느껴지러다고요.

 

 

 

같이 간 친구는 비빔밥을 시켰는데 커다란 냉면대접에 반숙계란후라이와 함께 다양한 나물이 함꼐 담겨나왔습니다.

고기는 따로 없지만 나물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그냥 이것만 넣고 비벼도 딱히 아쉬운 게 없을 것 같은 느낌. 푸짐해서 좋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손칼국시(8,000원)' 되시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손칼국수와 상당히 다른 외관에 처음에는 좀 '읭?' 할 거에요. 좋게 얘기하면 심플, 나쁘게 얘기하면 허전합니다.

계란 풀어넣은 뽀얀 국물에 다진 쇠고기, 송송 썰어넣은 파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손칼국수와 상당히 다른 비주얼.

그냥 살짝 뽀얀 빛을 내는 맑은 국물 안에 면, 그리고 배추 몇 점 덜렁 썰어넣은 것이 전부입니다. '정말 이게 전부라고?'

 

이게 그 김미령 대표님의 '인생의 은인' 이 된 국수라고...?

 

 

 

일단 아무것도 넣지 않은 상태의 국물부터 한 입.

뭐지 엄청나게 심심하고 처음엔 아무런 맛도 안 느껴지는 것 같은데... 은은하게 느껴지는 이 맛은... 와 이거... 묘하다.

여태껏 먹어봤던 국수 중 '가장 간이 약했던 맛' 입니다. 그런데 이게 밍밍하고 맛없다가 아니라 뭔가 은은해요. 아무튼 되게 은은함.

 

약간 그 심심한 맛의 평양냉면을 국수로 재현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 국물맛.

 

 

 

일단 함께 넣어먹으라고 나온 다진 마늘과 양념간장, 청양고추 썬 것을 넣기 전에 국물을 숟가락으로 여러 번 떠먹어

아무것도 넣지 않은 이 국물의 맛을 확실하게 인지한 후 양념장을 넣고 섞어보았습니다.

 

 

 

슥슥 잘 비벼서 조금 더 간을 한 뒤 제대로 즐겨보기로 합니다.

뭐 이렇게 양념장 섞어먹는 게 맛을 즐길 줄 모른다거나 하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 가게에서도 애초에 섞어먹으라고 주는 거라

이렇게 양념간장, 마늘, 청양고추 등을 넣고 함께 비벼낸 것이 이 한 그릇의 국수의 완성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비비기 전 순수한 국물 맛을 충분히 봐서 '이런 국물맛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는 과정을 거친 것이지...

 

 

 

이 가게의 국수는 면도 꽤 특이합니다. 나 살면서 이렇게 보들보들하고 폭신하게 씹히는 면은 처음 먹어봄.

면을 반죽할 때 콩가루를 함께 섞어 반죽한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면이 엄청나게 부드러워요. 조금 과장 보태자면

입 안에 넣고 씹지 않고 삼켜도 알아서 목구멍 넘어가는 단계에서 분해될 정도로 엄청나게 부드러운 식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 확실히 호불호는 조금 있을 것 같네요. '쫄깃함' 을 중요시하는 분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 같이 간 친구도

쫄깃한 식감이 아니라 그런지 살짝 자신의 취향에는 안 맞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하지만 이 '부드러운 식감' 은 진짜 쫄깃함을 선호하는 분들도 경험해볼 만 합니다. 진짜 어딜 가도 이런 부드러운 국수는 없어.

 

 

 

너무 심심한 간 때문에 첫 국물에서는 약간 ???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익숙해지고 나니 배추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젓가락을 놓지 않게되는 매력. 아, 이래서 안성재, 백종원이 맛보고 그렇게 평한거구나 라고 납득해가며 정말 열심히 먹었지요.

 

여기 자극적인 음식 좋아하는 사람에겐 안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에 위가 피로해진 사람들이 진짜 자극없는

편안한 음식으로 속을 달래고 싶다면 이것만한 게 없어요. 먹으면서 진짜 '편하다', '편안하다' 라는 감정을 제대로 느꼈거든요.

 

 

 

남김없이 모든 음식들을 뚝딱.

 

어렸을 적 부유하게 살았으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해 가난에 내몰렸던 김미령 대표의 어머니가 살기 위해 시작했다는 국수.

어린 시절엔 가난의 상징과도 같던 이 국수가 그렇게 싫었으나 지금은 자신의 가족들을 살 수 있게 만들어준 은인이 되었고

그 어린 시절의 가난을 상징하는 음식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던 한 그릇의 국수.

 

https://www.youtube.com/watch?v=SpricsaNsz0&t=148s

 

맛도 맛이지만 이런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는 한 그릇의 국수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어요.

정말 인상깊고 맛있게 잘 먹었고 방송 때문이 아니더라도 다음에 여기는 기회가 되면 또 한 번 방문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 혹시라도 궁금하여 방문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몇 가지 당부.

 

- 눈이 번쩍 뜨일정도로 휘황찬란하게 화려한 음식은 없음. 그런 거 기대하면 안 됨.

- 음식 간이 전반적으로 약함, 자극적인 음식을 원한다면 100% 실망.

- 국수가 엄청나게 부들부들함. 쫄깃한 식감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불호.

-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관성적으로 계속 먹게 만드는 마력이 있음. 그래서 나는 또 가고싶음.

 

. . . . . .

 

 

 

PS : 꽤 오래간만에 스타벅스 경동1960점도 방문. 평일인데도 아따 사람 엄청 많았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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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집 손칼국시 찾아가는 길 :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2번출구 하차, 경동시장 청년몰 옆 건물 지하 1층에 위치

https://naver.me/FWf82J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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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20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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