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11 타이완, 타이베이(台湾, 台北)>
(18) 우리 타이완에 정말 잘 온 것 같아... 샹산(象山)의 일몰, 그리고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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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타고 호텔 돌아온 뒤 짐 내려놓고 다시 지하철. 이번엔 녹색, 쑹산신뎬선을 탄다.

지난 2024년 4월, 타이완 화롄 지방에서 진도 6+의 강진이 있었는데, 이 때 타이베이에도 진도 5- 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타이베이에도 피해가 발생했는데, '타이베이 첩운 환상선' 의 일부 교량 구간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
예전에 탑승한 적 있었던 지하철 환상선의 일부 구간이 폐쇄되어 꽤 오랜 기간 노선이 반으로 갈라져 따로 운행하는 일이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교량 복구가 덜 되어 환상선 세 개역이 일시 폐쇄, 복구중이었고 그 구간엔 이렇게 스티커 땜질이 되어있었다.
이 불통 구간은 우리가 여행을 다녀간 지 한 달 후, 2024년 12월 12일에 복구가 완료되었고 지금은 정상 운행을 한다고 함.

중정기념당역에서 하차, 맞은편 승강장의 단수이신이선에서 평면환승.

단수이신이선 샹산 방면은 샹산행, 다안행 열차가 1:1 비율로 번갈아가며 오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열차 한 대를 보낸 뒤 타야 한다. 서울지하철은 3호선 구파발,대화행, 4호선 사당,오이도행과 비슷한 관계.
그래도 다행히 바로 샹산행 열차가 들어와 탑승할 수 있었음.

샹산역은 단수이신이선의 종점. 샹산행 열차를 타고 종점까지 쭉 가면 된다.
다만 올 연말에 샹산역 다음에 광츠/펑톈궁역이라는 역 하나가 더 연장되어 개통한다고 하니 그 땐 행선지가 바뀌어 있을 듯.

샹산역 도착.
샹산 공원이 있는 2번 출구로 나간다.

샹산역 2번 출구는 다른 출구보다 규모가 꽤 큰 편.
네 대의 에스컬레이터와 함께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공원, 그리고 샹산과 연결된 곳이라 출구를 넉넉한 규모로 지은 듯.




샹산 입구로 이동하는 길에 샹산공원을 지나야 하는데, 길거리에 쓰러진 나무가 상당히 많았음.
우리가 여행 오기 며칠 전, 태풍이 타이베이를 휩쓸고 지나갔고 그 때 쓰러진 나무들이라고 함. 아직 정리가 덜 끝난 상태.
다행히 건물 피해는 없었고 그냥 나무들이 꽤 많이 쓰러진 정도로 마무리되었나 봄.

타이베이 일몰 + 야경 스팟으로 유명한 '샹산(象山)' 도착.
그런데...

계단 입구가 막혀 있어... 이거 어떻게 된 거지??
알고보니 태풍으로 산의 나무가 쓰러져 등산로 일부가 막힌 모양.
그나마 다행인 건 우회를 통해 진입하는 게 가능하다며 우회로 안내가 붙어있었는데 거길 따라 이동하면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샹산을 찾는 사람이 우리 말고도 꽤 많았는데, 다들 길이 막혀있는 걸 보고 당황.
일단 우리도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던 중, 일단 뭐가 됐든 가 보자 생각하고 대충 감에 맡겨 우회로를 찾아가보기로 함.

왼쪽으로 좀 걸어가면 또다른 등산로가 나오는데, 근처 지나가던 주민에게 물어보니 이 곳이 우회로가 맞다고 한다.
처음 가 보는 길이지만 가다보면 뭐가 나오겠지 생각하며 일단 올라가보기로 함.

재미있는 건 우리와 함께 당황하던 관광객들.
우리가 이 우회로로 걷기 시작하니 우리 뒤를 전부 졸졸 따라오고 있었음(...)
졸지에 우리 세 명은 우회로 통해 샹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안내하는 지도자가 되어버렸음.

그런데 올라가는 길이 원 산책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험하더라.
진짜 가면서 '이 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다행히 계속 걸어가다 보니 본 등산로와 합류되는 지점이 있었음. 제대로 찾아온 게 맞았어 우리...
하지만 등산로 합류를 하자마자 제일 먼저 보인 건 등산로를 가로막고 있는 쓰러진 나무(...) 그래도 그냥 건너뛸 정도여서 다행.
태풍이 세긴 꽤 셌구나...

샹산 일몰을 못 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회로를 통해 무사히 일몰+야경 스팟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이미 이 곳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있었고...

서서히 해가 지면서 타이베이 시내의 건물들도 밤의 불빛을 밝히기 시작했다.


타이베이 시내를 볼 수 있는 스팟으로 다들 타이베이 101 전망대, 그리고 샹산 두 곳을 꼽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단연 이 샹산을 선택하고 또 추천한다.
타이베이 101타워에서 내려다보는 시내 풍경도 물론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론 이 산에서 보는 101 배경의 마천루가 몇 배는 더 예쁨.
물론 샹산까지 올라오는 과정이 생각 이상으로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한참 고생하며 올라온 뒤 산바람 맞으며 보는 풍경은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 든 고생을 전부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 진짜 이 풍경은 와서 본 사람들만이 알 것이다.
한참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그리고 내려갈 때가 되면 아 내려가기 싫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어떻게든 도시 풍경을 눈에, 그리고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란 걸 느끼며 하산.
이제 해가 져서 완전히 깜깜해졌지만, 등산로 계단엔 조명이 켜 있어 그렇게 위험하진 않았다.
다만 날이 좀 습해서 계단이 살짝 미끄러웠던지라 조심조심... 여기 계단이 가파른 편이라 올라가기보단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함.

아, 이래서 등산로가 막혀 있었구나...

와, 근데 이 정도급의 나무가 쓰러질 정도면 대체 얼마나 큰 태풍이 왔던 거지...?
이런 태풍이 몰려왔는데도 정작 시내에서 태풍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진짜 다행이었달까...

등산로 바로 옆에 붙어있는 불교 사원.
우리가 조금 멍청한 짓을 했는데, 그 처음에 안내된 우회로가 이 불교 사원 쪽을 통해 이동하는 우회로였던 것.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우회하는 길이 있다고 해서 편하게 올 수 있는 짧은 길을 놔두고 일부러 먼 길로 돌아 올라갔던 거였다.
아니 여기가 우회로라면 이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안내를 같이 해 줘야지, 화살표만 있으니 우리는 전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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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산 아래로 내려와 마을 쪽으로 약 6~7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타케무라 이자카야(竹村居酒屋)'
타이완에 있는 일본식 이자카야 술집이긴 한데, 이 곳이 또 관광객들에게 꽤 유명한 명소라고 한다.
정확힌 이 이자카야가 유명한 게 아니라...

이자카야 바로 앞으로 이어진 골목길이 사진찍기 좋은 스팟으로 유명하다고 함.
실제 여기서 사진 찍기 위해 온 관광객들이 적지 않은 걸 볼 수 있었음. 북적북적한 정도는 아니어도 꾸준히 오고 있더라.

양 옆의 낮은 주택이 펼쳐진 골목길 끝에 타이베이 101 타워가 정확히 중간에 걸쳐져 있는데
낡은 주택가 너머로 보이는 마천루의 야경 찍기 위해 많이 온다 하길래 나도 직접 가 보니 왜 사람들이 오는지 알 것 같았다.

근처에는 다른 가게가 없이 전부 주택가 뿐인데, 오직 한 곳 이 이자카야만 불을 밝히고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골목을 찾을 때 중심이 되는 거점이 바로 골목 입구의 타케무라 이자카야(竹村居酒屋)가 되어버린 셈.
그래서 이 골목 찾아올 땐 저 이자카야를 지도 앱에서 먼저 찾은 뒤 거기로 이동하면 된다.

야경 명소에 힘입어 이자카야를 찾는 사람들도 많은지, 오른쪽 가게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가게 앞이 졸지에 사진 명소가 되어버린 바람에 가게도 어느 정도의 관광객 낙수효과를 함께 보는 듯. 뭐 서로 상생하면 좋지.

여기서 샹산역까지는 또 한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걷는 것 대신 버스를 타기로 했다.
226번 버스를 타면 한 번에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음.
이번 여행에서도 구글지도 앱 도움이 많이 되었다. 지하철은 그렇다쳐도 버스는 정말 구글지도 없으면 이용 자체가 불가능했을 듯.

타이완 버스를 타 보면 이렇게 '상하' 부분의 간판에 불이 들어오는 걸 볼 수 있는데
'상' 에만 불이 들어오면 탑승할 때만 교통카드 태그, '하' 에만 불이 들어오면 하차할 때만 교통카드 태그,
'상하' 에 전부 불이 들어오면 대한민국에서 버스 탈 때처럼 탈 때, 그리고 내릴 때 전부 교통카드를 태그하면 된다. 어렵지 않음.

다음 목적지가 있는 근처 정류장 도착.
용캉제와 타이베이101 타워를 연결하는 도로인 '신이루(信義路)' 의 버스정류장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앙차로에 위치해 있다.

도심에서 올려다 본 타이베이 101 타워.
이번 여행에서 이 친구들에게 101타워도 보여주고 싶었지만, 시간상, 동선상, 체력상 조금 어려울 것 같아 들리는 건 패스.
그래도 여기보다 더 보여주고 싶던 샹산의 일몰을 제대로 보고 올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 Continue =
2025. 5. 2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