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초여름의 1박 2일 대구, 대전 나들이
(9) 50년 세월동안 매일 아침 9시엔 어김없이 다방 문이 열렸다, '미도다방(美都茶房-대구 진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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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구를 내려갈 때마다 꼭 들리는 곳이 있습니다. '미도다방' 이라는 요새는 좀 찾아보기 힘든 옛 다방인데요...

미도다방은 1978년 12월, 대구 덕산동 미도화방 2층에서 현 정인숙 여사님께서 문을 연 찻집으로
현재 대구에서 가장 오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다방이기도 합니다.
다만 건물의 재개발로 인해 지난 2012년 현재의 진골목 쪽으로 한 번 이전을 하여 지금은 이 곳에서 꾸준히 영업하고 있는 곳.

엄청나게 많은 수의 카페가 생기면서 옛날의 찻집이었던 다방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 곳이 되었지만
한 번 위치를 옮긴 미도다방은 다행히 예전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감성과 분위기를 지금도 지켜나가는 곳이에요.
주로 찾는 어르신 손님들을 위해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 커피 한 잔의 가격은 단돈 3,000원.
그리고 대표메뉴인 쌍화차의 가격도 5,000원밖에 하지 않습니다. 이 외에 여러 메뉴들이 있는데 일반 카페대비 저렴한 것이 특징.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에는 붓글씨 휘호로 '건양다경(建陽多慶), 입춘대길(立春大吉)'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입춘대길이야 워낙에 유명한 말이니 다들 알고 있겠지만 건양다경은 저도 처음 보는 문구라 조금 생소했는데요,
'맑고 따뜻한 기운이 감돌아 집에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옮기기 전 첫 위치부터 있었던 '미도다방(美都茶房)' 의 현판.
옛 미도다방에 있던 현판은 물론 가게를 옮기면서 기존 집기류들을 최대한 가져와 활용하고 있다고 해요.
'미도(美都), 큰 이상의 향기, 큰 언덕에 진동한다'

이 가게의 또 다른 시그니처 중 하나인 '옛 전병과자(센베과자)'
어떤 음료를 시키든 서비스로 센베과자를 내어주는데, 그 때문에 가게 입구엔 전병과자 박스가 여럿 쌓여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각종 액자와 함께 7~80년대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레트로한 공간이 훅 하고 펼쳐지는데요...

각종 휘호감 담긴 액자, 그리고 50년 가까이 가게를 지킨 정인숙 대표님과 각종 유명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실제 미도다방은 반세기 역사동안 장사를 하면서 대구의 수많은 학자와 문인, 퇴직한 공무원 등 유명 인사들이 찾아갔었고
지금도 여전히 찾고 있는 곳입니다. 이제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소문이 나서 젊은 사람들의 방문 비중도 상당히 높은 편이고요.

내부의 의자는 불편한 테이블이 아닌 전부 비단 방석이 깔린 푹신푹신한 소파. 옛 다방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왼쪽 카운터 안쪽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안경을 끼신 분이 계신데, 저 분이 미도다방의 주인, 정인숙 여사님이십니다.
이제는 70을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매장에 나와 한복을 차려입고 손님들을 맞아주시는 미도다방의 상징이자 대표.

처음 온 사람들이라면 입이 떡 벌어지며 감탄할 수밖에 없는 인테리어.

늦은 오후 시각에 와서 내부는 비교적 한산한 편.
그래도 아주 썰렁하진 않에 테이블이 몇몇 차 있어 분위기는 되게 포근한 느낌.

억지로 만들어진 가짜 레트로가 아닌 50년 세월이 만들어낸 진짜 레트로는 이런 분위기 아닐까 싶은.
물론 중간에 재개발로 한 번 옮기긴 했지만 처음 사용하던 물품들을 그대로 가져와 그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제가 앉은 자리 바로 옆에 붙어있는 족자.
옛날 가정집 보면 이런 족자라든가 휘호가 있는 액자가 많이 있었는데, 요새는 정말 전통 있는 집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어졌지요.

거대한 어항도 하나 설치되어 있어 그 안에 꽤 많은 금붕어들이 있습니다.
지난 번 서울 장충동 태극당에서 본 이래 처음 보는 금붕어 어항.

자리에 앉으면 음료를 주문하기도 전에 접시에 수북하게 센베과자를 가득 담아 내어주거든요.
부채꼴 전병과 둥글게 만 땅콩전병, 그리고 웨하스 3종.

이게 참... 뭐랄까... 사실 진짜 별 거 아닌 어르신들 좋아하는 과자거든요. 그런데...

이 별 거 아닌 너무나도 잘 아는 익숙한 전병과자가 이 가게를 찾게 되는 존재 의의.
여기 분위기도 좋고 음료도 맛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대구 내려올 때마다 여기를 들려야만 하는 이유로 조금 부족한데
그 약간의 부족함을 전병과자가 채워주는 느낌. 차 마시고 노닥거리면서 이거 오독오독 씹어먹는 게 너무 좋습니다.
게다가 모자라면 더 채워주기도 한다는데, 여기오면서 한 번도 리필을 받은 적은 없음. 기본으로 나오는 양이 꽤 많은 편이고
대개 대구 와서 여기 들리는 건 이미 밥을 든든하게 먹고 난 뒤라 굳이 리필의 필요성을 느끼진 못합니다.

테이블에 기본으로 놓인 설탕통.
저 설탕통 뚜껑의 '미도' 글씨도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같이 간 친구는 미도다방을 처음 경험해보는 거라 대표메뉴인 '쌍화차(5,000원)' 주문.
계란 노른자 한 알이 통째로 올라간 진짜 옛날 쌍화탕.
쌍화탕의 계란노른자 먹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른데, 저는 음료와 섞이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저렇게 계란노른자가 나오면
스푼을 이용해서 노른자만 살짝 떠서 입에 집어넣고 남은 음료를 마시는 식으로 즐깁니다.

저는 이 가게에서 파는 '특미약차' 를 좋아하는 편인데, 날이 더워서 '특미쥬스' 마시는 게 어떻냐 추천해주더라고요.
보니까 특미약차와 특미쥬스의 차이는 따뜻한 것과 시원한 것의 차이. 내용물은 완전히 동일하다고 합니다.
큰 주스컵에 얼음을 담고 그 안에 특미약차를 담아 시원하게 식혀 내어주는데, 살짝 쌉싸름한 한약을 먹는 듯한 한방의 쓴맛과 함께
이내 은은한 단맛 올라오는 게 되게 건강한 음료 마신다는 느낌. 왠지 음료가 아닌 한약 먹는 기분도 있지만 이 쌉싸름함이 좋거든요.

잠시 머무르며 땀 식히고 분위기 즐기는 중.
좀 이따 호텔 체크인도 해야 해서 호텔 체크인 시각에 맞춰 일어났어요. 물론 내주신 과자는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

반세기 역사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그리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사랑받고 있는 진골목의 사랑방, '미도다방'
예전엔 나이 있는 어르신들만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알려져 연령과 관계없이 모두가 사랑하는 곳.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절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되는 공간이 몇 있는데 이 곳도 그렇습니다.
다음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대구에 다시 내려올 일 있을 때 그 때도 현재 모습 그대로, 이미 아는 맛이지만 여기서 먹어서
더 맛있는 센베과자, 그리고 음료와 포근한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어요.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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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도다방 찾아가는 길 : 대구광역시 중구 진골목길 14(종로2가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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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23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