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블로그를 통해 몇 번 소개했던 베트남 현지인이 직접 운영하는 의정부의 쌀국수집 '완 야타오'
몇 년만인지 정확한 햇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여튼 정말 오래간만에 다시 이 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완 야타오는 수도권 전철 1호선 의정부역 서쪽 출구로 나온 뒤 바로 앞에 위치한 CGV 있는 센트럴타워 건물 13층에 있습니다.
테이블에 기본 비치되어 있는 식기류와 각종 소스 통.
몇 년 전, 처음 매장을 방문했을 땐 전부 처음 보는 소스류들에다 냄새 또한 적응 못해서 조금 고생했던 기억이...
그 때에 비해 지금은 동남아 음식이나 소스류에 많이 익숙해져서 훨씬 좋습니다.
베트남 전통 쌀국수 전문점, 완 야타오의 메뉴판.
같이 간 분께서 얘기하시길 이 가게는 베트남 북부식 쌀국수를 취급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우리에게도 친숙한 베트남 쌀국수도 북부식, 그리고 남부식의 차이가 있다는 건 이 날 처음 알았습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있는 북부식 쌀국수는 납작한 국수면과 함께 파를 많이 넣고 국물에 뭔가 추가를 많이 안 하는 것,
호치민이 있는 남부식 쌀국수는 국물이 좀 더 달고 다양한 소스를 넣어 먹는다는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차이가 어떤지에 대해선 저도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메뉴판은 글씨를 알아보는 데 문제는 없지만, 번역이 조금 조악하게 되어 있는 편입니다.
두 번째 메뉴인 '퍼 보(PHO BO)' 가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대표적인 베트남 쇠고기 쌀국수.
오래간만에 찾아오니 가격은 약간 올라서 한 그릇 6,000원이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주 훌륭한 가격.
메뉴판 전체를 한 컷씩 찍어 보았습니다.
식사 메뉴는 밥과 면 요리 구분 없이 전부 6,000원으로 통일되어 있어 원하는 걸 맘대로 고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야재만두' 는 아마도 야채... 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
예전부터 꼭 한 번 여기서 오른쪽의 탕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건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
아마 다음에 이 가게를 다시 방문하게 되면 그 때야말로 진짜 저 탕을 주문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식사 메뉴 이외에도 팥빙수라든가 과일쥬스 등의 메뉴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안 하는 것 같군요.
왼쪽엔 주류 및 음료 메뉴가 있는데, 여긴 한국어 해석이 따로 없어 직원에게 직접 물어봐야 압니다.
제가 여기서 읽을 수 있는 건 가장 위에 두 개가 커피라는 것 정도(...)
제일 위에 있는 커피가 우리가 흔히 아는 베트남 커피라고 하더군요.
어떤 폰트를 사용한 건지 모르겠지만, 한글 폰트도 우리가 많이 쓰는 폰트와는 조금 다른데,
가령 '두부튀김' 의 '튀' 자 글씨가 이상하게 보인다든가, '전통' 이 '전등' 으로 읽힌다든가 하는...
몇 년 전에 방문했을 때 메뉴판도 이와 똑같았는데, 가게의 개성으로 생각하려고요ㅎㅎ
나름 정겹기도 하고 또 글씨가 이상하다고 해서 해석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
기본 식기 세팅.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소스를 한 컷.
의정부 재래시장 근처엔 수입 식자재를 판매하는 마트도 많이 찾아볼 수 있어 이런 소스 공수는 어렵지 않을 듯 합니다.
따로 통 안에 들어있던 매운 고추기름장.
좀 더 얼큰한 국물을 즐기고 싶을 때 넣으면 좋을 듯.
쌀국수 주문 시 단무지, 홍고추 썬 것과 함께 숙주와 고수가 한 접시 가득 담겨나옵니다.
예전에 왔을 땐 단무지가 따로 없던 걸로 기억했는데, 사람들이 찾아서 그런지 지금은 반찬이 추가되었네요.
숙주도 숙주지만 고수를 정말 엄청 많이 담아줬어요. 아니 저걸 어떻게 다 넣으라고ㅋㅋ
몇 년 전만 해도 고수의 냄새에 질겁했던 저였지만,
지금은 쌀국수나 마라탕 등을 넣을 때 고수가 없으면 허전하다 느낄 정도로 고수를 사랑하는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고수 없이 못 사는 몸이 되어버린... 정도까진 아니지만, 고수가 있다면 무조건 국물에 넣고 즐기는 편.
다 같이 나눠먹기 위해 주문한 베트남식 춘권요리 '짜조(6,000원)'
슬라이스한 오이 조금과 함께 총 네 개의 짜조가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열두 등분으로 잘려 나왔습니다.
짜조를 찍어먹기 위해 함께 나온 느억맘 소스.
생선을 발표시켜 만들었다고 하는 느억맘 소스는 처음에 코를 찌르는 액젓 느낌의 비린 향 때문에
조금 거부감이 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이내 익숙해지면 정말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별미 소스입니다.
쌀국수를 즐기기 전, 혹은 쌀국수와 함께 즐기면서 느억맘 소스에 찍어 곁들여먹기 좋은 분짜.
마치 칼국수집이나 냉면집 가서 만두 시키듯 쌀국수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볶은 양파가 듬뿍 올라간 베트남의 대표적인 쌀국수인 쇠고기 쌀국수 '퍼 보(Phở bò - 6,000원)'
이 따끈한 국물 안에 취향껏 숙주, 그리고 고수를 넣은 뒤 적당히 숨을 죽여서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같이 간 일행이 주문한 '분 리에우(Bún riêu - 6,000원)'
리에우(riêu)는 생선, 게를 우려내어 살짝 시큼한 맛이 나는 국물이란 뜻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고명으로 소 선지라든가 간 등 각종 부속이 들어가있어 동남아 요리에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분에게 추천할 만한 메뉴.
내공이 어느 정도 있다면 정말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국수 요리로 제가 마지막 방문했을 때 이 국수를 먹었지요.
저는 이번에 '후 띠에우 보 코(Hu Tieu Bo Kho - 6,000원)' 라는 쇠고기 쌀국수를 주문했습니다.
퍼 보와 달리 짙은 갈색을 띠는 진한 국물에 양념에 조린 쇠고기와 각종 부속이 듬뿍 들어간 쌀국수로
예전 타이완 여행에서 맛있게 먹었던 우육면이 살짝 생각나기도 하는 국물이 특징. 각종 야채도 듬뿍 들어있습니다.
저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국수 위에 홍고추 다진 것과 숙주나물, 그리고 고수를 듬뿍 얹었습니다.
사람마다 맛있게 먹는 방법은 제각각이라지만, 역시 저는 이렇게 즐기는 게 제일 좋더군요.
고수가 국물에 잘 배어들고, 숙주나물이 뜨거운 국물로 인해 어느 정도 숨이 죽었다 싶으면
적당히 고명과 국수를 잘 섞어서 맛있게 즐기면 됩니다.
양념에 졸인 쇠고기 고명이 정말 충실하게 잘 들어있습니다. 향이나 풍미도 너무 이질적이지 않은 익숙함이 있고요.
앞서 이야기했듯 타이완에서 먹었던 우육면을 생각나게 만드는 넉넉하게 들어있는 쇠고기 조림.
4,000원대의 염가형 베트남 쌀국수 프랜차이즈에서 볼 수 없는 고명의 푸짐함에서 일단 만족.
라면이나 우동 같은 쫄깃하고 통통한 탄력은 없지만, 부담없이 술술 넘어가는 쌀국수 면발.
속이 안 좋아서 면 요리는 땡기지 않는 날이라도 이 국수만큼은 호로록 부담없이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으... 너무 좋아ㅋㅋㅋ 진짜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그냥 그런 거 있잖아요. 극적인 감동이 아니라 먹는 내내 소박하게 행복해지는 그런 기분.
진짜 맛있고 깔끔하게 비웠습니다.
근 몇 년만의 방문인데, 정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맛이라든가 볼륨감,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는 만족스런 한 그릇.
평소에 자주 찾기 힘든 가게니만큼 오늘은 디저트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베트남 커피(4,000원)도 주문.
베트남 커피는 물을 탄 것, 그리고 물을 타지 않은 것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하여 물을 타지 않은 것으로 요청.
잘게 부순 얼음을 컵에 가득 담은 뒤 그 위에 커피 원액을 부어 얼음과 함께 커피를 즐기면 됩니다.
빨대와 함께 얼음을 떠 먹으라고 작은 찻숟가락 하나를 같이 넣어주더군요.
그리고 저 얼음은 기계로 갈은 얼음이 아닌 주문받은 직후 그 자리에서 큰 얼음을 손으로 직접 부숴서 만든 얼음.
진한 커피빙수를 먹는 것 같은 농축된 단맛이 입 안을 즐겁게 해 주었던 베트남 커피.
우리가 쉽게 접해볼 수 있는 커피와는 조금 다른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요,
혹여라도 매장 방문 계획이 있다면 쌀국수 먹은 후 베트남 커피도 한 번 주문해보세요. 쌀국수와 같이 합쳐도 딱 1만원.
커피까지 다 마시고 나가려 하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서비스라며 음료 캔을 하나 더 주셨습니다ㅋㅋ
베트남에서 수입해 온 캔 음료인 이 제품은 '원더팜 윈터 멜론 티' - 즉 동과차입니다.
타이완 여행 때 우스란, 코코 등의 테이크아웃 음료 매장에서 사 마셨던 동과차와 동일한 맛.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곳에서 익숙한 음료로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지을수 있었습니다.
동과차는 따로 판매도 하고 있는데요, 310ml 한 캔에 단돈 1,500원이라 부담없이 쌀국수와 함께 즐겨도 좋을 것입니다.
의정부역 서쪽 출구의 센트럴타워 13층은 원래 전문식당가가 들어서 있는 구역인데,
현재는 영업하고 있는 식당보다 문을 닫은 식당이 더 많아 분위기가 조금 휑한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찾았을 때만 해도 완 야타오 외에 베트남 요리를 하는 식당이 더 있었는데, 지금은 완 야타오 하나만 남은 상황.
그래도 이 가게, 없어지지 않고 계속 자리를 지키면서 맛있는 쌀국수를 또 먹으러 갈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기 이전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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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 야타오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1호선, 의정부경전철 의정부역 2번출구 하차, 센트럴타워 빌딩 13층
2021. 1. 6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