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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외식)/중식

2021.3.9. 옛날 중국집(한성대입구역-성북동) / '내 역사가 이 마을에 다 있으니까 좋아요' 50여 년 성북동을 지켜 온 노부부의 중화요리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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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북쪽으로 쭉 걸으면 나오는 오래 된 허름한 중화요리 전문점.

'옛날 중국집' 이라는 아주 심플한 이름을 갖고 있는 이 가게는 1973년대부터 무려 50여 년 가까이

성북동 이 자리를 지키며 영업을 해 온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중화요리 전문점입니다.

얼마 전 주변 친구를 통해 이런 가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한성대 쪽에 약속이 있어 나간 김에 찾아가보게 되었습니다.

 

 

건물이 되게 낡았지요.

건물 외관만 봐도 얼마나 오래 된 가게인지 연식을 느낄 수 있을 정도.

 

 

오랜 세월의 역사가 느껴지는 다소 낡은 실내.

괘종시계와 함께 빛바랜 감사장과 표창장 등이 삐뚤빼뚤한 모습으로 한쪽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 흔한 방송에 출연했다는 광고 간판 하나 없지만

그래도 표창장만큼은 자랑스럽게 걸려 있는 모습.

 

 

메뉴판을 한 컷.

짜장면을 비롯하여 여느 중화요리 전문점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식사 메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만 식사는 다양하지만 요리 메뉴는 다른 중화요리 전문점에 비해 종류가 조금 적은 편.

 

'고기튀김(덴뿌라)' 가 메뉴판에 있는 것이 유독 눈에 띄네요. 어디선가 덴뿌라 파는 집이 있으면

꽤 내공이 있거나 혹은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 있는 중화요릿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음식 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홀에서 서빙을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가족 관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여튼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홀에 나가는 모든 요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음식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바쁘게 재촉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데선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지요.

 

 

테이블에 기본 비치되어 있는 수저통과 각종 양념통.

 

 

기본 식기 세팅.

참고로 코로나19 때문에 식사 나오기 전까진 마스크 착용을 해 달라는 요청을 따로 받았습니다. 매장 룰을 따릅시다.

 

 

기본 반찬으로는 여느 중화요리 전문점과 마찬가지로 단무지와 양파,

그리고 깍두기가 함께 나왔습니다.

 

 

오늘은 식사만 하는 게 아니라 술도 마실 예정이라

참이슬 빨간 것, 맥주, 그리고 이과두주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만난 사람들은 다 술 잘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일단 시작은 가볍게 폭탄주로 한 잔.

 

 

탕수육이 나오기 전, 식사로 주문한 '간짜장(6,000원)' 이 먼저 나왔습니다.

 

  

면 위에 오이채 약간, 그리고 메추리알 삶은 것 한 알이 얹어져 있습니다.

어릴 적 동네 중화요릿집에서 배달 시키면 메추리알이 꼭 하나씩 올라갔었는데 언제부턴가 이게 사라졌지요.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메추리알 삶은 거라 되게 반가웠어요.

 

 

간짜장 소스는 다른 중화요릿집 간짜장 소스에 비해 좀 더 소스가 걸쭉한 느낌.

육안으로만 봐도 소스 맛이 꽤 진할 것 같다는 느낌이 오는군요.

 

 

면 위에 소스를 부었습니다.

 

 

면과 함께 맛있게 비비면 완성.

소스 양이 많고 농도가 진해서인지 면과 잘 비벼지네요. 양파, 돼지고기 등 건더기 양도 푸짐한 편.

 

 

오, 여기 간짜장 맛 꽤 진하네요.

오래 된 역사를 갖고 있는 짜장면이라고 하지만, 흔히 보는 옛날짜장처럼 단맛 없이 좀 싱겁고 고소하기만 맛이 아니라

춘장 특유의 고소한 맛이 충분히 느껴지면서 입에 적당히 짝짝 달라붙는 진한 맛이 마음에 들었어요.

다만 소스가 진해 사람에 따라 좀 짜다고 느낄 분도 있을텐데, 처음 소스 넣을 때 양을 조절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간짜장 소스는 조금 짜고 트렌드에 맞는 세련된(?) 느낌 없는 투박한 맛이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밥을 따로 추가해서 남은 소스에 비벼먹어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아요.

메뉴 중에 짜장장 추가(1,000원)가 따로 있는데, 왜 추가 메뉴로 따로 있는지 조금 알 것 같은 느낌.

식사가 아닌 술안주로도 좀 어울릴 것 같은 -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많이 몰릴 땐 확실히 음식 나오는 속도가 느린 게 맞는 듯.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비우는 동안 같이 주문한 탕수육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짜장면은 먼저 식사로 배 채우면서 먹고, 탕수육은 이제 술안주로 느긋하게 즐기기로 했어요.

 

 

짜장면 다 먹고 난 이후에 나온 옛날중국집의 대표요리 '탕수육(20,000원)'

 

 

탕수육 소스는 찍먹 스타일로 따로 그릇에 담겨 나왔습니다.

탕수육 위에 소스를 부어 부먹으로 먹어도 좋지만, 오늘은 일행들 모두 찍먹을 희망하여 찍먹을 선택.

탕수육 소스 안에 들어간 야채는 당근, 목이버섯, 양파, 오이 등 일반적인 탕수육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와 비슷합니다.

 

 

고기튀김 한 덩어리가 다른 중화요리 탕수육에 비해 꽤 큼직한 것이 특징.

찹쌀을 넣고 반죽하여 쫀득쫀득한 식감을 가진 최근 고급 중화요릿집에 나오는 찹쌀탕수육이 아닌

튀김옷이 좀 두껍고 투박함을 유지하고 있는 옛날 스타일의 탕수육입니다.

 

 

케찹을 뿌린 채썬 양배추와 예쁘게 모양을 낸 당근, 거기에 파슬리까지!

옛날 중화요리 전문점 탕수육의 모습을 너무 충실하게 잘 살려낸 모습에 살짝 감동.

 

 

탕수육 소스는 새콤한 맛이 덜하고 달짝지근한 진한 맛이 꽤 입맛에 맞아 만족스럽긴 했습니다만,

소스에서 그렇게 큰 감흥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고... 대신 돼지고기를 정말 맛있게 잘 튀겼네요.

 

 

돼지고기가 아니라 흡사 닭고기를 튀긴 것마냥 포실포실한 튀김옷 속 촉촉한 돼지고기 맛이 좋습니다.

갓 튀겨낸 따끈함을 간직한 튀김옷이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되게 포실포실해요.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돼지고기도 전혀 질기지 않고 매우 보들보들하게 씹힙니다.

소스를 찍어먹는 것도 좋지만, 이 고기튀김은 소금에 살짝 찍어먹거나 혹은 고춧가루 푼 간장에 찍어먹으니 더 괜찮은 듯.

 

 

튀김옷 속 돼지고기에도 육즙이 가득, 보들보들한 것이 꽤 맛있다 - 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 후기를 찾아보니 고기튀김과 탕수육의 차이는 소스가 나오냐 안 나오냐의 차이라고 하는군요.

그래서 고기튀김이 탕수육보다 가격이 1,000원 저렴하게 책정된 듯.

다음에 이 가게를 재방문하게 되면 그 땐 탕수육보다 고기튀김을 시킬 것 같습니다. 간장에 살짝 찍어먹는 게 더 맛나요.

 

 

가기 전에도 약간 기대치가 있긴 했습니다만, 기대했던 이상으로 만족했던 옛날 중국집의 짜장면과 탕수육.

소스가 진한 간짜장은 조금 투박하고 짠맛이 세긴 했지만 뇌리에 오래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고

갓 튀겼음에도 바삭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포실포실한 식감이 느껴졌던 탕수육의 고기튀김은 재방문을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가게 출입문 오른편에 붙어 있는 주인 노부부 내외의 사진.

1973년부터 장사를 시작했으니 젊은 시절부터 노인이 된 지금까지 약 50여 년의 인생을 이 곳에 바쳐 온 노부부.

'내 역사가 이 마을에 다 있으니까 좋아요' 라는 문구가 어딘자 찡하게 가슴 속에 와 닿는 기분.

 

 

맛있는 음식만큼이나 한 시대를 살아 온 치열한 삶의 역사가 담겨있는 성북동 '옛날 중국집'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맛있는 고기튀김과 함께 다른 식사, 요리도 먹어보러 재방문하게 될 것 같습니다.

 

 

※ 옛날 중국집 찾아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출구 하차 후 성북동 주민센터 방면으로 도보 약 6~7분

http://naver.me/FqS3cHz7

 

옛날 중국집 : 네이버

방문자리뷰 217 · ★4.36 · 성북동 옛날중국집 바삭한 탕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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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9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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