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종로3가(익선동)에 위치한 '동방미식' 이라는 마라요리 전문 중화요릿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마라탕, 마라샹궈 프랜차이즈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진짜 강렬한 마라맛이 인상적인 곳이라도
추천(?)이 자자하기에, 그럼 어디 한 번 가 볼까 하며 일부러 찾아나섰는데 하필 가게 이전으로 인한 휴업(...)
그렇게 한 번 허탕을 친 이후, 해당 가게에 대해 잊어버리고 있던 찰나
서울 지하철 9호선 언주역 근처로 가게가 이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라요리 좋아하는 지인분과 함께
지난 설 연휴 직전, 조기 퇴근한 뒤 이 가게 방문을 다시 한 번 도전해보게 되었습니다.
동방미식의 건물 바깥쪽 출입구.
이 곳이 인기 있는 가게라는 것을 반증하는 듯한 블루리본 서베이 스티커.
영업 시간은 출입문에 붙어있으니 참고해주세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 통로를 지나 나오는 매장 입구.
뭔가 식당이라기보단 사무실을 들어가는 것 같이 깊숙히 위치해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실내가 정말 좁았는데요, 종로 쪽에 매장이 있었을때도 이랬는지 모르겠지만
세 테이블 정도 손님을 받으면 더 손님을 받기 힘들 정도로 매우 협소했습니다.
벽에 프린팅되어 붙어있는 '마라' 에 대한 설명.
중국 산초인 화자오에서 나는 얼얼한 맛과 우리가 익히 아는 고추의 매운맛이 합해진 것이라고 합니다.
두 종류의 통각이 합쳐져 '마라' 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여기선 현지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여러분은 국내에서 가장 마라한 곳에 와 계십니다'
주문 전 한 번 읽어보시면 음식 주문에 도움이 되는 메뉴판 표지의 안내문.
메뉴판을 한 컷.
간판 메뉴는 수자우육과 마라샹궈, 새우마파두부.
그리고 마라깐풍기와 동방미식의 난 - 이란 재밌는 이름의 계란요리가 인기 메뉴라고 합니다. 가격대는 조금 있는 편.
저녁에는 2, 3, 4인 세트 메뉴도 판매하고 있는데,
세트 메뉴 주문시 단품으로 주문할 때에 비해 약간의 가격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저는 2인 방문이라 대표 메뉴인 수자우육과 마파두부를 선택. 수자우육은 처음 접해보는 요리였거든요.
주류 메뉴도 구비중. 중국 맥주는 칭다오와 하얼빈,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음료는 탄산음료 외에도 매운 음식 전문점이라 그런지 쿨피스도 준비되어 있네요.
테이블에 비닐 하나가 놓여져 있는데, 마스크 보관 비닐이었습니다.
이런 사소하면서도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배려 되게 좋네요 :)
손소독제도 일회용으로 비치.
테이블에 비치된 미니 생수통이 정수기에 들어가는 생수통처럼 생겼어요.
손잡이 부분까지 충실하게 재현되어 있는데 꽤 귀엽네요.
기본 식기 세팅.
음식을 주문하기 전, 작은 접시에 어묵볶음이 약간 나오는데요,
이 음식은 마라에 볶은 어묵으로 음식 조리 전, 마라 강도(세기)를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어묵의 마라맛을 본 뒤 '어느 정도로 조리하면 좋겠다' 라는 강도 조절을 직원에게 이야기해주면 됩니다.
그냥 먹어도 큰 문제 없겠다 싶으면 '이대로 조리하면 된다' 고 말해주면 되고요.
오늘 함께할 맥주는 '하얼빈 맥주'
공교롭게 포스팅 세 번 연속으로 술이 나오네요. 원래 이렇게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절대 아닌데;;
맥주 주문시 해당 브랜드의 맥주잔과 함께 세트로 내어주는 점에서 만족.
요리 나오기 전, 가볍게 맥주로 목 축이면서 기다리는 중.
실내가 좁고 또 저녁 오픈에 맞춰 들어온지라 손님이 저희밖에 없어서인지 되게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식당에 온 게 아니라 가정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요리 '수자우육(水煮牛肉 - 단품 29,000원)' 이 나왔습니다.
큰 냄비 안 뚜껑이 덮여 있는 상태로 제공.
직원분께서 뜨겁게 팔팔 끓는 기름이 담긴 용기를 함께 갖고 왔습니다. 매우 뜨거우니 조심하라면서...
그리고 냄비를 연 뒤 요리 위에 끓는 기름을 한 바퀴 두르더군요.
수자우육(水煮牛肉)은 마라탕과 마라샹궈를 반반 조합한 느낌을 갖고 있는
중국 사천 지방의 대표적인 쇠고기 전골 요리라고 합니다.
조리 마지막에 끓는 기름을 요리 위에 두르는 과정 때문에 첫 인상이 굉장히 강렬하게 남았는데요,
마라탕이나 마라샹궈는 많이 먹어보고 또 흔히 찾아볼 수 있어도 이 요리는 처음 보는 요리라 좀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느낌.
기름을 두른 국물 안에 마라와 함께 조리한 각종 야채와 쇠고기가 가득.
그리고 쇠고기 위 다진 파와 고추, 화자오 열매 등을 듬뿍 얹어낸 외형이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적당히 젓가락으로 잘 비벼준 뒤 앞접시에 담아 먹으면 되는데요,
쇠고기 이외에도 콩나물, 배추 등 꽤 다양한 종류의 야채가 함께 들어있는 모습이 흡사 마라샹궈와 비슷하다는 인상.
국물이 있긴 하지만 마라탕보다는 샹궈 쪽에 좀 더 가깝습니다. 기름이 많아 국물을 먹긴 좀 힘들었거든요.
세트로 함께 나오는 마파두부, 그리고 별도로 주문한 계란볶음밥도 함께 도착했습니다.
2인이 먹기엔 다소 많은 양이라 3인이 나눠먹어도 괜찮을 듯 합니다.
2인이 주문하여 양이 많다 싶을 땐 볶음밥 대신 그냥 흰밥을 하나 시켜 나눠먹어도 좋을 것 같고요.
함께 제공되는 집게를 사용하여 앞접시에 덜어먹으면 됩니다.
끓는 기름을 냄비 듬뿍 둘렀기 때문에 국물까지 함께 담아먹지 말고
사진과 같이 건더기만 앞접시에 덜어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국물을 먹는 음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름에 코팅되어 촉촉한 식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입 안 가득 얼얼한 마라향이 퍼지는 게 되게 인상적이네요. 프랜차이즈 마라요리 전문점과 확실히 다른 맛.
첫 맛은 그렇게 맵지 않고 적당히 먹을만하네? 싶다가도 먹다 보면 입 안이 서서히 얼얼해지면서
이내 땀이 비 오듯 흐르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 매운 것 먹을 때 땀 나는 걸로 몸이 먼저 반응하는지라...
매워서 땀 흘리는 것과 별개로 요리는 아주 맛있었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신선함과 함께요.
고수잎은 요리에 기본으로 들어가지 않는 대신
별도로 요청하면 이렇게 따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역시 제 기준으로 고수잎을 잘게 썰어넣어야 더 맛있어지네요.
이건 필수로 넣는 건 아니고 취향에 따라 더하는 거니 고수 좋아하시는 분들은 주저없이 고수를 달라 요청하시면 될 듯.
두 번째 요리는 세트로 함께 나온 '마파두부(12,000원)'
마파두부와 수자우육을 따로 주문시 41,000원이지만 저녁 2인 세트로 주문시 4,000원 할인된 가격에 즐길 수 있습니다.
다른 중화요리 전문점의 마파두부에 비해 국물이 꽤 많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네요.
역시 앞접시에 덜어 맛있게 즐기면 됩니다.
걸쭉한 국물 사이로 다진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것이 보이는데요,
취향에 따라 좀 전에 함께 나온 고수잎을 잘게 찢어넣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수자우육까진 아니지만 마파두부 역시 마라 특유의 맛이 꽤 진한 편.
특유의 빨간 고추기름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아니라 보기엔 그리 매워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꽤 강렬한 맛이라
마라향 진한 매운 마파두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예전 신설동의 킹 수제만두에서 즐겼던 마파두부에 비해 그 얼얼한 강도는 좀 약한 것 같긴 해요.
(신설동 킹 수제만두 : ryunan9903.tistory.com/497)
식사로 별도 주문한 '계란볶음밥(7,000원)'
계란과 쪽파, 당근이 들어간 심플한 구성의 볶음밥.
볶음밥은 간이 세지 않고 고슬고슬한 맛. 부담없이 먹기 좋은 맛이긴 합니다만
그냥 이 자체만 즐기는 것보다 다른 요리와 함께해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아마 자극적인 맛이 강한 마라요리 위주라 상대적으로 간을 약하게 한 듯. 마라로 얼얼해진 입 안을 달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마파두부를 살짝 얹어 마파두부 덮밥을 만들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마파두부의 국물이 꽤 자작하게 만들어진 것도 밥과 함께 먹으라는 목적이 숨어있는 게 아닐까 싶군요.
꼭 볶음밥을 시키지 않고 흰쌀밥을 주문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요리 자체가 자극적인 맛이 센 편이라 흰쌀밥과 함께 먹어도 허전한 느낌은 전혀 없을 듯.
볶음밥의 비교적 담백한 맛이 마파두부와 만나 마파두부만 먹는 것보다 더 부담없이 먹을 수 있어 좋네요.
요리 하나가 더 나왔는데요, 이 요리는 '마라 기름 떡볶이'
메뉴판에 따로 없는 요리로 음식 먹는 도중 한 번 드셔보시라면서 서비스로 제공해 주셨습니다.
예전 종로3가 익선동 매장에 있던 시절엔 따로 주문 가능한 메뉴였던 것 같은데, 아직 메뉴판에 올라와 있진 않았더군요.
종로 통인시장에 있는 기름떡볶이와 은근히 닮은 듯 하면서
좀 더 기름지고 다양한 종류의 양념이 더 얹어져 있습니다.
떡볶이 특유의 말캉말캉하고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
굉장히 기름지지만 매운맛 때문에 느끼한 맛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 요리 또한 어느정도 맵긴 하지만 앞의 요리들에 비해 자극적인 매운맛이 상대적으로 덜해 부담은 덜한 편.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단품 메뉴로 다시 등장해도 꽤 인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튼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야말로 '마라함' 의 극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역삼동의 마라요리 전문점 '동방미식(東方美食)'
프랜차이즈 마라탕 가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화려한 마라요리 코스를 정말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긴 하지만 그 값어치를 할 정도로 요리 하나하나의 수준이 꽤 높은 편이라
마라요리를 정말 좋아하는 분, 특히 프랜차이즈 마라탕이 성에 차지 않아 제대로 된 마라요리를 원하는 분들께 추천할 만 하네요.
여기도 나중에 재방문하게 되면 그 땐 이번에 주문하지 못한 마라깐풍기, 동방미식의 난 등
이 가게에서 맛볼 수 있는 독창적인 마라 요리를 더 만나보고 싶습니다.
...다만 매운 거 먹으면 다음날 좀 힘들어지기 때문에 재방문하게 될 땐 다음날 출근 안 해도 되는 휴일 전날에 해야겠어요...^^:;
※ 동방미식 찾아가는 길 : 지하철 9호선 언주역 6번 출구 하차, 강남 차병원 뒷편 골목 안에 위치
www.instagram.com/dongbangmisik/
2021. 3. 1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