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당시 엄청난 관심과 함께 그보다 더한 큰 논란을 불러왔던 홍대 놀이터 근처의 '평양술집'
이 곳은 과거 '맛있는 교토' 라는 일본 이자카야 컨셉의 거대 술집이 있었던 곳으로
해당 매장의 매출이 떨어지면서 새롭게 컨셉을 바꿔 '평양술집' 이라는 이름으로 인테리어 리뉴얼, 재오픈한 곳입니다.
이미 다 아시겠지만, 서울 한복판에 북한 컨셉의 술집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모자라 매장 출입구에 북한에서나 볼 법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까지 내걸어놓는 바람에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 끼얹는 식으로 엄청난 화젯거리이자 논란으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북한에 유화적인 사람들까지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고, 국보법 위반이다 뭐다 말이 엄청 많았지요.
결국 매장은 어찌어찌 오픈을 하긴 했습니다만, 출입구 위에 붙은 독재자 김씨 부자 사진을 삭제하고
그 자리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개그맨 김경진 사진을 넣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아니 김씨 부자 사진 넣는 것보다야 좀 낫다지만, 트럼프 사진을 넣는 건 괜찮은건가... 좀 의문스럽지만 일단은 넘어가도록 하지요.
어쨌든 절대로 갈 일 없을 것 같았던 이 가게를... 결국 넘쳐흐르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찾아가보게 되었습니다.
매장 입구에는 북한에서 흔히 보이는 선전 포스터 풍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 선전 포스터는 실제 북한에 존재하는 포스터가 아닌 그 포스터와 표어를 흉내내 것.
저번에 이 곳에 왔을 땐 낮이어서 조명을 밝히지 않은 건물을 봤는데, 밤에 보니 조명을 화려하게 밝혀 놓았군요.
'평양 술집' 이라는 간판과 함께 한복을 입은 여인이 손님들을 맞아주고 있습니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것도 수도 서울 한복판에 평양 술집이라니!!
당연히 우리나라는 물론 외신에서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해외에서도 꽤 많은 취재차 촬영을 왔다고 합니다.
해외에서 촬영한 평양술집에 대한 뉴스 스크랩이 매장 입구에 붙어있는 모습.
또 가게 주인의 안보관(...)에 대해 심각하게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추정되어(당연히 저도 좀 그런지라...)
매장 입구에는 가게 주인과의 인터뷰 내용이 텍스트화하여 포스터로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런 가게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김씨 부자 초상화와 인공기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만,
간략하게 정리하면 북한에서 김씨부자 사진을 술집, 주점에 걸어놓는 건 찬양이 아닌 존엄훼손에 가까운 의미라고 합니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긴 하지만, 김씨부자 사진을 걸어놓은 것도 찬양보다는 풍자의 의미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걸 하는 건 좀...;;
진짜 이것만 놓고 보면 영락없는 북한인데...;;
반은 호기심, 반은 좀 주저하는 마음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맞아주는 벽화, 그리고 '어서오세요 평양술집입니다' 라는 표어.
저 글씨 서체가 북한에서만 사용하는 서체였지요.
우리나라의 궁서체 혹은 흘림체와는 다른 글씨체입니다. 이것 말고도 북한에서만 쓰는 특유의 폰트 몇 종류가 있습니다.
보통 선전 문구나 표어 등을 넣을 땐 강렬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이 서체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장 입구의 이 곳은 화장실(...) '위생실' 이라고 이름이 붙어 있군요.
당연하겠지만 주점 안은 금연 구역이라 담배를 피면 안 되는데, 총살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 반대편에는 '경림 식료품 상점' 이라는 구멍가게 같은 작은 상점이 있습니다.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실제 판매하는 상품은 아니고 전시용으로만 진열해놓은 물건들인 것 같습니다.
나름 북한의 식료품 상점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력해놓은 흔적이 엿보입니다.
매장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북한 한복.
어디서 공수해온 건지... 포장을 뜯지 않은 북한 담배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아마 북한에서 직접 가져온 게 아닌 중국을 통해 가져온 것이겠지요?
담배 외에도 북한의 차, '쵸콜레트' 라 불리는 초콜릿 사탕 등의 공산품들도 진열되어 있습니다.
사탕이라든가 과자, 그리고 북한에서는 우리나라의 스낵류 같은 과자를 튀겨 만들었다고 하여 '튀기과자' 라 부른다는군요.
전부 실제로 북한에서 판매하는 제품인 듯 한데, 솔직히 말해 맛이 어떨지 상당히 궁금하긴 합니다;;
식료품 상점 전시장 반대편 계단으로 한층 내려가면 본격적인 평양술집 내부 공간과 연결됩니다.
한 층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서 본 평양술집의 실내.
천장에 매달려 있는 샹들리에라든가 촌스런 연녹색 페인트칠 마감 등이 진짜 북한에 온 것 같은 느낌...;;
매장 한 쪽 천장 벽에도 각종 선전문구가 담긴 선전 포스터가 그려져 있습니다.
다행히 뭐 '미국놈들을 까부수자' 같은 정치적 표어가 있는 포스터는 없습니다. 그런 거 썼다가는 음... 큰일나죠(...)
주방 가는 길목에 있던 '아~ 불고기!! 뜨거운 그사랑에 목메여' 포스터(...) 보고 뿜었던 부분.
솔직히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진 한국 사람들이라면 이 포스터가 감명깊다기보단 우스꽝스럽게 보일 거라 생각합니다.
유투브를 통해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된 '대홍단 감자' 가사가 선전문구처럼 벽에 붙어있는 모습(...)
확실히 이런 건 선전문구라기보다는 북한의 선전문구를 패러디하거나 풍자하는 쪽에 가깝긴 하겠군요.
그 위에는 '음주대국 건설에서 새로운 비약을 이룩하자!' 라는 표어가 있는데 아마 진짜 북한이었다면 '한라' 가 아닌 '백두' 라 했을듯.
매장 구경은 이 정도로... 메뉴판을 한 번 보았는데요,
홍대 노른자땅에 있는 가게답게 음식 가격이 그렇게까지 저렴한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쪽은 대개 식사보단 안주 메뉴.
나름 북한 컨셉의 술집답게 냉면 메뉴라든가 명태식혜 같은 북한 음식도 있습니다.
찾아보니 북한 음식들은 실제 전문가들을 만나서 본격적인 북한식으로 배운 음식이라고 하는데,
이 날은 먹지 못했지만 냉면이라든가 명태식혜, 그리고 모험가의 메뉴라고 하는 인조고기밥 등은 좀 궁금하긴 하네요.
참고로 평양 소주라든가 대동강맥주 같은 이름의 맥주도 있는데, 실제 평양 술이 아닌 다른 술에 라벨만 바꿔끼운 겁니다.
이 곳에서 혹시라도 진짜 북한에서 판매되는 술을 맛볼 수 있다 생각한다면 여긴 북한 술 없으니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 날은 1차를 이미 하고 2차로 온 거라 그냥 가볍게 공주 알밤 막걸리로.
다행히도(?) 막걸리는 전용 라벨을 붙이지 않고 오리지널 상품 그대로 나오네요.
기본 안주로는 뻥튀기 대신 진공 포장이 되어 있는 '인조고기' 라는 것이 테이블당 한 팩 제공됩니다.
인조고기 포장도 매장에서 직접 만든 듯. 그런데 저런 식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써도 되는 건가 진짜...;;
인조고기는 콩깻묵으로 만든 가짜 고기로 실제 북한에서 꽤 인기있는 먹거리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장마당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칼로리에 비해 섬유질과 단백질이 많은 음식이라고...
매운 양념이 절여진 쥐포처럼 생겼는데, 쥐포에 비해 좀 더 식감이 부드럽고 고기와는 다른 독특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술안주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밥반찬으로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생소하지만 그렇게까지 이상하진 않은 맛.
일행 한 명이 먹고 싶다고 하여 안주로 시킨 모듬전(25,000원)
다양한 종류의 전이 소쿠리에 담겨 나오는데, 당연히 사당 전주전집처럼 푸짐하게 나오는 전은 아닙니다.
뭐 장소가 장소니만큼 가격대비로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그냥 그러려니...
그래도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아 다행입니다. 인테리어가 특이하긴 하지만, 음식 맛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바로바로 부쳐낸 따끈따끈한 전을 막걸리와 함께 먹는 건 좋네요.
추가로 주문한 육회(23,000원)는
채썬 배, 그리고 계란노른자가 함께 나왔습니다.
내심 온 김에 좀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특이한 것들, 혹은 북한의 컨셉에 맞는 음식들을 맛보고 싶었으나
다들 이미 1차를 한 상태라 배가 어느정도 찼고, 또 일행들이 먹고 싶은 걸 따라가다 보니 평범한 것들만 시켰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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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은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이상하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단 맨정신으로 먹을 수 있었던 홍대 '평양술집'
매장 안에서 막 북한 음악이 나온다거나 하진 않고 평범한 가요가 나왔고(소리가 좀 시끄럽긴 했습니다)
중간중간에 한 번씩 '반갑습니다' 같은 정치적 가사가 없는 노래들이 나온 것 이외엔 그냥 멀쩡한 홍대 주점 중 하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되게 특이한 경험을 했다...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여러분들께 적극적으로 추천하기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가게의 컨셉 자체가 민감한 것이다보니 뭐... 호기심이 생기면 가면 되고, 그래도 싫으면 안 가면 되는 거고요.
매장을 나와 홍대역으로 되돌아와서 찍은 만화책 신간 광고.
이런 만화 신간 광고를 지하철 스크린 광고로 넣을 수 있는 것도 홍대니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작품, 예고편 같은 개념으로 1화를 봤는데 좀 내용이 괜찮아보여 한 번 읽어볼까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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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술집 찾아가는 길 : 홍익대앞 놀이터에서 상수역 방향으로 쭉 직진, 지도 참조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1609223194
2020. 2. 18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