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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1.8 군산,목포,신안,광주

2021.10.30. (38) 자칫 조난당할 뻔한(...) 비금도 선왕산 산행길 / 2021 류토피아 여름휴가, 전라남도 바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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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류토피아 여름휴가, 전라남도 바다여행

(38) 자칫 조난당할 뻔한(...) 비금도 선왕산 산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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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도(飛禽島)' 에는 '그림산' '선왕산' 이라고 하는 두 개의 산이 있습니다.

그림산은 해발 226m, 그리고 선왕산은 해발 255m의 산으로 산 자체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만

그림산 정상인 투구봉의 풍경이 굉장히 멋져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이 두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누넘 해변을 나와 차를 타고 선왕산을 올라가기 위해 이동을 하긴 했습니다만 한 가지 문제 발생.

선왕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냥 차로 갈 수 있는 선왕산에서 가장 가까운 길을 무작정 찾게 되었고 내비게이션을 통해 검색하던 중

선왕산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서산사' 라는 사찰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산사 앞까지 바로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고 중간에 주차장이 작게 마련되어 있는데

거기에 차를 대 놓은 뒤 언덕을 따라 약간 올라가면 서산사 경내가 바로 연결됩니다.

 

 

비금도 선왕산 '서산사'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이 곳에 머물러 있는 내내 인기척이 느낄 수 없었던 정말 조용한 사찰.

 

서산사는 언제 창건되었는지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고려 말기인 14세기 말에 세워졌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사찰이 있는 이 위치는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워낙 험해 1920년에 한 번 옮겨 지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서산사 대웅전의 모습.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규모의 사찰입니다.

 

 

대웅전 앞에는 탑과 함께 수도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바가지가 있는 걸 보니 이 물을 떠서 마시는 것도 가능한 것 같더라고요.

 

 

그나저나 우리는 선왕산을 올라가기 위해 이 곳에 왔는데,

여기서 어떻게 해야 산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 도무지 길을 찾을 수 없더라고요.

사람의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어찌해야 하나 잠깐 고민하던 차, 안쪽 건물에서 노스님 한 분이 나오는 걸 발견,

스님께 가서 인사를 드리며 선왕산을 올라가려 하는데, 사찰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스님께서 이쪽 길로 가면 정상으로 갈 수 있다고 손가락을 가리켜 사찰 뒷편 작은 숲길을 하나 알려주시더군요.

그래서 감사 인사를 드림과 함께 스님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숲길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요... 분명 첫 시작은 되게 괜찮았고, 지도상으로도 정상이 되게 가까워서 금방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지요...

 

 

분명 첫 시작은 좋았습니다.

수풀과 나무 사이로 사람이 다니는 길이 확연히 나 있어 이 길을 따라가면 되겠다 하는 생각을 했지요.

다만 보통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는 등산로 치고는 안내 표지판이라든가 계단, 안전봉 같은 시설이 단 하나도 없고

그냥 숲 속에 한 사람만 지날 수 있는 길만 덜렁 나 있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하다... 싶었습니다.

 

 

아, 대중적인 등산로는 아니고 그냥 사찰 통해 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지름길이구나...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산이 아주 높은 편도 아니거니와 길이 좁다 뿐이지 경사가 그리 험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길을 따라 올라가는 중간에 작은 암자, 혹은 사당 하나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목조 건물로 지은 암자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문이 굳게 닫혀 있더군요.

인기척 없는 깊은 숲 속 안에 홀로 세워져 있는 암자라 되게 뭐랄까... 신비한 분위기가 느껴지던...

 

 

그리고 암자를 지나자마자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좁아도 최소한 흙바닥이 보이는 길을 따라 올라갔는데, 여기서부턴 길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둘 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길을 걸었던 거지...?

게다가 등산 장비나 옷도 전혀 갖춰입지 않고 둘 다 반팔, 심지어 같이 간 동생은 반바지 차림이었으니까요.

이런 차림으로 정식 등산로도 아닌 이런 숲 속을 헤맨다는 건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겠지요.

 

 

그냥 이 당시엔 둘 다 오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정상적인 길이 아니란 걸 서로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라는 오기가 생겨

어쨌든 위로 올라가는 길이니 계속 올라가다보면 무언가라도 나오겠지! 하는 집념 하나만으로 걸은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중간에 넘어지거나 혹은 무언가에 쓸리거나 아니면 뱀을 만난다거나(...) 하는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옷이 죄다 젖어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큰 외상 같은 것도 안 생겼습니다.

 

 

어느 정도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선왕산 등산로 안내도' 라는 표지판이 세워진 걸 만나게 되었습니다.

진짜 아무 표지판 없는 길 따라가면서 되게 불안했는데, 그나마 이거라도 만나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적어도 등산로 안내 표지판이 있다는 건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는 걸 의미하는 거니까...

 

그런데 표지판에서 현 위치에서 한산정수장 가는 길이 폐쇄되었다는 안내문이 함께 붙어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어... 일단 한산저수장 쪽은 여기서 한참 서쪽이라 제가 올라왔던 서산사에서 올라왔던 길이 아니긴 합니다만

여기서 선왕산 정상, 혹은 한산저수장 쪽으로 가는 길은 현재 폐쇄되어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 외엔 이동이 불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정상으로 가기 위해선 산 아래로 내려가 한참 떨어진 다른 등산로로 다시 올라가야만 했습니다.

 

 

산봉우리에서 내려다본 선왕산과 비금도 해안 파노라마.

사진으로는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는데 실제 이 위로 올라와 풍경을 내려다보니 진짜 절경은 절경이구나 싶었습니다.

 

 

멀리 물이 고여있는 곳은 바다가 아닌 민물이 고여 있는 저수지입니다.

고서리에 위치한 '고서저수지' 인데요, 섬 동쪽의 광대저수지와 함께 비금도에서 가장 큰 저수지입니다.

 

 

산 아래 넓게 논, 그리고 그 뒤로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논과 바다가 펼쳐진 탁 트인 풍경은 여기까지 고생해서 올라온 것을 잊게 해 주는 절경이더군요.

 

 

되게 여유롭게 풍경을 즐기며 사진을 찍는 것처럼 보이겠지마는 사실 이 정상이 생각보다 꽤 위험했습니다.

일단 난간 같은 게 전혀 없었고 오전에 비가 온지라 길이 꽤 미끄러웠어요.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금방 추락할 지도 모를 조금 위험한 길이라 사진 찍는 내내 꽤 긴장이 되더군요.

 

 

바로 옆에 선왕산 정상으로 추정되는 봉우리가 보이지만 길이 막혀 있어 더 이상의 이동이 불가능했습니다.

등산로가 폐쇄되어 가면 안 된다 여부를 떠나 그냥 이동할 수 있는 길 자체가 아예 없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정상적인 등산로를 통하지 않고 서산사 샛길을 통해 올라온 선왕산 봉우리는

비록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막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여기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비금도 전경을 이 곳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볼 수 있어 크게 아쉬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사실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내려가는 게 더 몇 배는 더 힘들었습니다...^^;;

올라가는 건 그냥 힘만 들 뿐이지만, 내려가는 건 자칫 발을 헛디디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좀 전까지 올라왔던 길을 어떻게 다시 돌아가야 하나 약간... 아니 꽤 막막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큰 사고없이 무사히 서산사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진짜 서산사로 다시 되돌아오면서 제일 먼저 든 기분이 '살았다...' 라는 것이었으니까요(...)

 

혹여라도 비금도에 와서 선왕산 등반을 계획하신 분이 있다면 저희같이 사전 정보 없이 와서 낭패보는 일 없이

꼭 제대로 된 등산로를 통해 안전하게 올라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산봉우리에서 내려다 본 비금도 풍경은 좋았지만, 이 길을 똑같이 다시 오르라 한다면... 저는 좀 힘들 것 같네요.

 

 

산 아래로 내려와 예비로 준비한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차 타고 서산사 주차장을 떠났습니다.

사찰 근방엔 단 한 채의 민가도 없었고 여기까지 올라오는 차량또한 전혀 없었습니다.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 덕에 사실상 주차장도 저희가 전세를 낸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림산 투구봉 풍경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그걸 못 보고 가는게 좀 아쉽네요.

다만 그림산은 선왕산 정상에서도 약 2km정도 떨어져있어 시간관계상 걸어가는 게 물리적으로 어려웠습니다.

 

 

푸른 벼이삭이 피어있는 비금도의 들판.

 

 

가산선착장으로 되돌아가는 길. 이 곳에도 곳곳에 염전이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금도의 염전은 가산선착장이 있는 섬 동남쪽에 주로 모여 있더군요.

= Continue =

 

2021. 10. 30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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