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재미있는 곳을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있는 '돈미옥' 이라는 돼지국밥집인데요, 여기 간판이 비범해요. '전설의 돼지국밥!'
대체 얼마나 맛있는 돼지국밥을 파는 가게기에 저 간판을 붙인건지 약간의 궁금증을 안고 들어가 보았습니다.
대중교통 접근이 아주 불가능한 곳은 아닙니다. 의외로 근처 버스정류장에 버스도 꽤 많이 다니고
서울이나 의정부 가는 광역버스도 많아 노선만 확실히 안다면 수도권에서도 접근하기 나쁘진 않아요.
다만 당연하겠지만 자가용 타고 가는 게 훨씬 편합니다. 근처 거주하는 동생 차 타고 함께 주말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의외로(?) 역사가 아주 오래 된 가게는 아니더군요. 2019년 오픈.
'돈미옥(豚米屋)' 이라는 한자 글씨 모양의 네온사인을 본 뒤 안으로 들어갑니다.
매장도 꽤 넓고 손님도 적당히 있는데다, 매장 천장이 넓어서 전체적으로 넓고 시원시원한 분위기.
오른편이 주방, 그리고 매장 한가운데 기둥을 중심으로 추가반찬을 가져올 수 있는 셀프 바가 있습니다.
벽에 붙어있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대표메뉴들의 이미지 사진.
메뉴판에는 따로 보이지 않는데 묵사발도 있네요. 여름 한정 메뉴인가 싶습니다.
메뉴판. 대표메뉴는 단연 '돼지국밥'
각종 부속이 함께 말아져 나오는 '오리지널' 과 살코기 부위만 나오는 '살코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통과 특의 가격 차이는 2,000원. 그리고 부대국밥, 마라국밥 같은 독특한 메뉴들도 있어요.
돼지국수라는 메뉴도 있는데, 돼지국수 시키면 국수와 밥을 함께 먹을 수 있어 더 알차게 즐길 수 있습니다.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기본 양념통.
딴거보다도 양념통 깔끔하게 관리 잘 되어 있더군요. 청양고추 다진 것도 있습니다.
물티슈를 포함한 기본 식기 세팅.
기본 반찬은 셀프 바에서 직접 가져오면 됩니다. 다만 섞박지는 셀프가 아닌 직원이 가져다주는 식.
총 세 가지 반찬과 한 가지 사이드메뉴가 기본으로 구비되어 있습니다.
국물 자작한 섞박지.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길쭉하게 썰어 따로 자르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약간 슴슴하게 만들어졌는데 되게 아삭아삭하면서 무가 은은한 단맛 나는 게 좋더군요.
배추김치는 그... 칼국수집 배추김치 딱 그거. 익지 않은 겉절이입니다.
간장에 절인 마늘장아찌가 함께 나와요.
그리고 이 가게만의 되게 매력적인 서비스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이 순대!
반찬을 직접 가져올 수 있는 셀프 바에 찜통에서 무럭무럭 김이 올라오는 순대가 상시 비치되어 있어
음식을 주문하면 순대를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가져다먹을 수 있습니다. 당면순대긴 하지만 원하는 만큼 무한 리필!
참고로 간, 허파, 오소리감투, 염통 등의 특수부위는 '순대내장 한접시' 라는 특수부위 모듬을 시켜야 하는데
모듬 가격도 5,000원밖에 하지 않아 꽤 저렴한 편입니다.
순대 찍어먹는 소금, 후추는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어 직접 종지에 담으면 됩니다.
아쉽게도 수도권이라 쌈장이나 막장은 없습니다만...
여기 순대 정말 잘 삶았습니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은데 갓 찜통에서 꺼낸 거라 뜨겁고 또 엄청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찰순대입니다.
뻣뻣하게 식은 순대가 아니라 정말 쫄깃하고 따끈한 찰순대. 와 요 근래 먹은 당면순대 중에서 가장 맛있었어요!
마침내 주문한 돼지국밥도 도착했습니다만... 이게 돼지국밥?
'돈미옥 전설의 돼지국밥(오리지널 - 9,000원)'
우리가 생각하는 돼지국밥이랑 많이 다르지요. 일단 부산, 경남권 뽀얀 국물의 돼지국밥과 완전히 다른 음식.
얼큰하게 끓인 국물에 우거지, 콩나물 등과 각종 돼지 부속이 들어가는 것이 마치 돼지고기로 끓인 우거지탕 같습니다.
부산식 돼지국밥 생각하고 주문하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음식에 당황할 수도 있겠어요.
밥은 공기에 담겨 제공되긴 하는데, 국수 시켰을 때 무료로 밥 이용 가능하다고 하는 걸 보아
추가밥은 자유롭게 가져아먹을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따로 매운맛을 선택한 게 아닌데 기본 국물이 이렇게 빨간 걸 보니, 여기 국밥은 기본이 얼큰한맛인가봅니다.
이외의 다른 국밥도 부대국밥, 마라국밥 등 얼큰하고 매운 것 위주의 구성이다보니...
일반적으로 얼큰하고 매운맛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특화된 느낌. 아 그래도 다행히 국물 생각보다 안 맵습니다.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게 절대 아니라 그냥 '어 얼큰하네' 라고 느낄 정도.
콩나물이랑 우거지, 시원하고 좋네요.
돼지국밥이라는 느낌은 전혀 안 들지만 어째 맛 괜찮고 해장용으로도 좋은 얼큰한 탕 먹는 기분.
별도로 청양고추 썬 것이 구비되어 있어 좀 더 칼칼하게 즐기려면 청양고추를 넣어도 좋습니다.
오리지널로 주문하면 살코기 이외에도 각종 돼지고기 부속을 이것저것 많이 넣어줍니다.
좋아하는 사람이야 문제될 게 전혀 없겠지마는 살코기 원하는 분은 살코기만 넣어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고기 찍어먹는 양념장이 있어 별도 종지에 담아서 살짝 찍어 맛보기.
국밥처럼 밥 말아먹기 전 이런 식으로 고명을 약간 맛보면 더 좋습니다.
어느 정도 국물과 고명 맛을 본 뒤, 쌀밥 투하.
얼큰한 정도가 진짜 괜찮아요. 과하게 맵지 않고 그렇다고 국물만 빨간 것도 아니라
적당히 먹기 좋게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테이블에 고추기름과 청양고추가 있어 매운 건 더 조절 가능한데
그냥 청양고추만 약간 더 넣는 거 외엔 굳이 더 간이나 맵기를 조절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딱 맞게 되어 있더군요.
밥 말아서 맛있게 먹는 중.
이미 돼지국밥과는 한참 떨어진 무언가의 전혀 다른 음식이 되어버렸지만, 맛있으니 별 문제 없다는 생각.
순대도 한 번 리필. 전부 셀프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당면순대긴 하지만 어지간한 순대국 전문점의 순대에 비해 삶아 낸 완성도가 훨씬 높습니다.
김치도 리필.
소금 대신 김치에 순대를 싸서 먹는 기분 좋은 조합.
여기 정말 맛있습니다. 이렇게 외진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는 이유를 알 것 같은 맛.
광릉수목원 근처로 드라이브 오면 일부러라도 들러 먹고 가고 싶을 정도로 아주 만족스럽게 잘 먹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아마 여기 한 번 더 찾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이유가 국밥 때문이 아니라 바로 '돈까스' 때문...
옆 테이블에서 돈까스 시켜먹는 걸 봤는데, 왜 보통 국밥집 같은 데 돈까스 하면 그냥 국밥 싫어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비치해놓는 곁다리 식의 느낌이 강하잖아요. 그런데 옆자리 돈까스 먹는 거 보니 나오는 게 엄청 화려하더군요.
고기도 두툼해보이고 접시 위에 이것저것 사이드를 듬뿍 올린 것이 범상치 않겠다는 직감이 느껴져
다음에 혹여 이 곳을 재방문하게 되면 그 땐 돈까스를 한 번 먹어 보려 합니다.
나가는 길엔 사탕과 커피 자판기도 있어 커피 하나 뽑아마시고 가기 좋습니다.
아쉽게도 커피는 밀크커피 하나 뿐이지만 대신 코코아가 있네요.
오래간만에 뽑아마시는 자판기 코코아 한 잔으로 입안을 달달하게 헹군(?) 후 가게를 나섰습니다.
'전설의 돼지국밥' 이라는 이름값을 충분히 하는 진짜 맛있는 국밥,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 전설의 돼지국밥 돈미옥 찾아가는 길 :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1173(촉석고개삼거리, 촉석사거리 사이)
2022. 1. 24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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