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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1.9 속초,고성

2022.2.3. (11) DMZ에 묻힌 종이폭탄, 삐라 / 2021.9 속초,고성 당일치기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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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 속초,고성 당일치기 가족여행

(11) DMZ에 묻힌 종이폭탄, 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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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박물관엔 좀 흥미로운 특별 전시 코너가 있습니다. 바로 '삐라'를 전시해놓은 구역인데요,

삐라는 전단지의 일본어 표현인 비라(ビラ)에서 유래된 말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북, 대남 심리전 용도로 남북에서 뿌리는 전단지를 뜻하는 단어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삐라의 역사는 한국전쟁 이후 오랜 시간 대한민국과 함께했는데, 요새는 전부 사라졌을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최근까지도 북에서 남으로 살포한 삐라는 있었습니다. 실제 저도 예전에 몇 번 주운 적이 있었고요.

물론 옛날이야 몰라도 지금은 이런 전단물을 보면 혹하거나 마음이 움직인다기보단 헛웃음조차도 나오지 않지만(...)

참고로 탈북자 단체가 휴전선 근처에서 풍선에 매달아 보내는 대북 심리 전단도 이 삐라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이 전시물들은 삐라는 아닙니다만, 북한에서 어린이들의 사상교육을 위해 제작했던 각종 만화, 어린이 도서들.

아 중간에 딱 하나 '천리마로 때려 눕혔소' 라는 책은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 육군본부에서 1960년 발행한 책자였고요.

 

 

DMZ박물관엔 한국전쟁부터 현재까지, 남북간에 서로 오갔던 수많은 종류의 삐라가 온전히 보존되어 전시중입니다.

찬찬히 보다 보면 은근히 흥미로운 것들이 많아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한 편입니다.

사실 DMZ박물관에서 가장 볼 만한 거리가 많은 구역이 바로 삐라 특별전시공간이기도 하고요.

 

 

한국전쟁 당시 남북이 서로의 진영에 뿌렸던 각종 삐라들.

다른 것보다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신변안전보장서', '안전보장 증명서' 인데,

해당 전단지를 갖고 월북, 혹은 월남을 하면 무엇보다 장병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문구가 뇌리에 강하게 남습니다.

지금이야 말도 안 되는 것이겠지만, 전쟁으로 인해 극도로 혼란한 그 시기엔 충분히 먹힐만한 심리전이었다고 생각.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대북, 대남 심리전단, 삐라는 계속 서로의 영토로 살포가 되었는데요,

이 때문에 한때 대한민국에선 '불온 삐라를 보면 신고합니다' 라는 표어도 있었습니다. 지금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많은 불온 선전물들이 돌아다녔던 모양. 위에 보이는 전단지는 8~90년대에 대한민국에 돌았던 삐라들입니다.

 

 

의외로 삐라는 2010년 이후에도 꽤 많이 살포되었습니다. 이 때의 전단물들을 보면 우리가 잘 아는 인물도 꽤 많고

'이 인물을 대남심리전단에 집어넣는다고?' 라며 조금 놀랄만한 것들도 꽤 있습니다. 제일 놀라운 건 왼쪽 위 배용준(...)

 

배용준이 '인덕의 화신 김정일 장군님, 사랑의 그 품 속에 안겨살고 싶어요' 라고 말한...다라...;;

이건 뭐 당사자가 보면 고소해도 될텐데, 고소를 할 수가 없으니...ㅋㅋ

 

 

남북 경제력이 비슷했던 6~70년대야 통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런 걸 봐도 마음 흔들리는 사람은 없겠지요.

아니 혹시라도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건 진짜 위험한 거고(...)

 

 

의외로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대남심리전단, 삐라는 꽤 많았습니다.
이 당시엔 저도 길거리에서 우연히 비슷한 문구의 삐라를 주웠던 기억이 있어요.

 

 

그 밖의 다양한 종류의 삐라, 대남심리전단들.

중간에 잘 보면 이승연도 있습니다(...) 이승연은 '민족의 제일 자랑 김정일 장군님 만만세'...라고 말하고 있군요...

 

 

다만 저런 삐라를 받고 가만히 있을 대한민국이 아니기에, 우리나라도 북을 향해 심리전단을 꽤 많이 배포했다는데요,

대체적으로 대한민국에서 북으로 보냈던 심리전단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풍요로움과 자유로움,

그리고 북한 정권의 실상을 담은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편입니다. 물자를 담아보낸 흔적이 있는 선전물도 있고요.

 

 

심리전단을 주로 받기 쉬운 사람들이 최전방에 있는 혈기 왕성한 군인들이라는 걸 계산해서인지

8~90년대 군인들에게 보낸 대북심리전단을 보면 이렇게 여성 수영복 사진을 인쇄한 것들도 꽤 많았더군요(...)

 

 

젊음, 사랑, 랑만(의도한 듯)이 가득찬 서울로 오세요!!

고달픈 인민군살이 하루빨리 청산하고 자유와 행복찾아 의거월남하세요!

 

 

당신과 영원히 함께살고 싶어... 사랑을 드릴께요!

...음 이런 심리전단이 80년대 당시 어떻게 통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좀 다른 이야기로 대북방송을 할 때 걸그룹 노래 틀어놓는 게 의외로 반응과 효과가 꽤 좋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마 당시 기준으로도 북한 정권에 대한 비방보다는 이 위주로 홍보하는 게 훨씬 효과있게 먹히지 않았을까 싶군요.

 

 

DMZ박물관의 마지막 코스는 기념품점.

하지만 이미 사고 싶은 물품들은 다 구매를 했기 때문에 여기선 가볍게 둘러보기만 한 뒤 박물관을 나왔습니다.

 

 

DMZ박물관을 나와 남쪽으로 달려 민통선 검문소로 다시 귀환.

검문소를 처음 들어갔을 때 받은 차량 부착용 출입증을 초소 장병에게 반납한 뒤 천천히 민통선을 빠져나왔습니다.

이제부터는 다시 자유롭게 차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어요.

= Continue =

 

2022. 2. 3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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