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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9.12 타이완 타이베이(13~15)

2020.3.4. (13) 어떻게 이 장소를 잊을 수 있겠어, 지우펀 찻집 아메이차로우(阿妹茶樓) / 2019.12 타이완 주말 밤도깨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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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 타이완 주말 밤도깨비 여행

(13) 어떻게 이 장소를 잊을 수 있겠어, 지우펀 찻집 아메이차로우(阿妹茶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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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펀에는 수많은 상점가와 함께 식당, 그리고 차를 즐길 수 있는 찻집이 있는데

그 중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하고, 또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찻집이 하나 있습니다.

 

 

긴 상점가를 지나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는

기와건물에 홍등을 여러 개 달아놓은 3층 규모의 찻집.

 

이 찻집의 이름은 '아메이차로우(阿妹茶樓)' 라고 합니다.

 

 

어째서인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찻집' 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

정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우펀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아니라고 공식 부인하였지만

지금은 뭐 아니면 어때 좋은 게 좋은거지... 라는 생각으로 다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으로 여기는 좀 기묘한 장소.

아마 이 곳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찻집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건물 배경이 애니메이션의 배경과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여기 바로 맞은편에도 전망 좋은 찻집이 하나 더 있고,

그 앞은 탁 트인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포토 스팟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반대편의 포토 존에서 아메이차로우 찻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이 곳을 가야겠다' 라는 계획이 사전에 있었던 건 아니지만, 건물, 그리고 주변 배경을 보고 매료되어 버려

'들어가봐야겠다' 며 뭔가에 홀리듯 건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절묘한 위치도 위치지만 건물이 참 예쁘다는 생각.

밤에 홍등을 밝혀놓으면 몇 배는 더 화려하고 예쁘겠지요.

 

 

실내에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보인 부처상을 비롯한 각종 장식품들.

 

 

실내 한쪽 벽에는 각종 차를 비롯한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진열 매대가 있었습니다.

카페의 메인 홀은 2층에 있고 화장실은 3층으로 올라가야 하는군요.

 

 

2층 카페 실내는 이런 분위기.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실내가 아닌 바깥 테라스 테이블을 이용합니다.

저희도 혹시나 테라스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을까 싶어 조금 기대했는데, 운 좋게도 테이블 한 개가 남아 안내받을 수 있었습니다.

 

 

바깥 테라스 테이블로 나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맞은 편 찻집도 엄청 유명한 곳인 듯, 사람이 바글바글한 게 눈에 띄네요.

오히려 이 아메이차로우가 저 쪽에 비해 사람이 훨씬 덜하고 한적하다는 느낌.

 

 

지우펀 마을의 건물들, 그리고 저 멀리 바닷가까지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날씨가 여전히 흐리다는 게 조금 아쉬웠습니다만, 흐린 날씨는 흐린 날씨대로의 매력이 있는 법이지요.

 

 

테라스 테이블의 배치는 대충 이런 식입니다.

난간과 바로 붙어있는 나무 테이블.

 

 

메뉴는 '우롱차와 다과 세트' 단 한 가지만 선택 가능.

처음부터 우롱차만 있었는지, 아니면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메뉴를 단일화시킨건지 모르겠지만 여튼 한 가지만 선택 가능하다고 합니다.

일종의 자릿세 개념이 있는지 우롱차 가격은 인당 300NTD(12,000원)으로 좀 높은 편.

 

다만 그냥 저 가격에 차 한잔만 딱 내어주는 게 아니라 차를 여러 번 우릴 수 있는 다기와 함께

같이 먹을 수 있는 다과도 내어주기 때문에 나오는 다과의 종류,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일단 먼저 항아리 안에 담긴 화로(실제로 불이 켜져있습니다) 위에 끓는물 담긴 주전자 하나가 나옵니다.

끓는물이 주전자 한 가득 들어있어 세 명이서 배 터지게(...?) 마실 수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다기와 함께 3인 기준의 다과가 세팅되는데요, 전부 세팅해놓은 뒤 한 컷 찍어보았습니다.

일단 뭐 다 나오긴 한 거 같은데... 여기서 어떻게 마셔야 되나...

 

 

처음 차를 우리는 방법을 서빙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십니다.

아주머니께서 영어를 어느정도 할 수 있는 분이라, 좀 와일드하면서(?)도 친절하게 영어로 설명을 해 주시는데

차 우려내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두 번째 차부터는 배웠던 대로 따라 차를 우려내면 됩니다.

 

 

제일 먼저 마른 찻잎을 한 숟가락 정도 빨간 차주전자에 넣은 뒤 뜨거운 물을 가득 담습니다.

이때 차가 우러날때까지 몇 분인가 기다리라고 했는데 거기까진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네요.

 

 

차가 우러나면 거름망이 있는 흰색 도자기 주전자에 찻물을 전부 따라냅니다.

여기서 찻잎 등의 불순물이 완전히 걸러집니다.

 

 

흰 주전자에 옮겨담은 차를 길쭉한 술잔처럼 생긴 잔에 찰랑찰랑 넘칠 정도로 가득 담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우리가 마실 찻잔을 밥공기 뚜껑을 덮듯 덮은 뒤 그대로 180도 회전!

이렇게 하면 길쭉한 찻잔에 담긴 차가 최종적으로 마시는 아랫쪽의 찻잔에 전부 옮겨가게 됩니다.

 

 

천천히 길쭉한 찻잔을 들어올려 향을 한 번 맡습니다.

계속 가둬져 있던 향이 공기중에 확 퍼지면서 향긋한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꼭 시향을 해 보라고 강조...

 

 

마지막으로 찻잔에 담긴 차를 향을 즐기면서 천천히 마시면 됩니다.

 

 

찻잔의 크기가 소주잔 정도 크기라 한 번에 마실 수 있는 차의 양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빠르게 벌컥벌컥 마시는 게 아니라 천천히 향을 음미하며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차를 다 마시고 나면 다시 빨간 찻주전자에 건조차를 다시 담아 우려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계속 차를 즐기면 되는데요,

차 우려내는 방법은 처음 한 번만 설명을 해 주시고 그 다음부터는 직접 해야하니 설명해주실 때 주의깊게 체크!

 

 

건조 찻잎이 담겨있는 그릇.

 

보기에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실제 우려내면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집니다.

뜨거운 물 안에서 찻잎이 계속 불어나는데, 첫 잔 마실때만 해도 양이 이렇게 많아질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요.

 

한번 우려낸 찻잎을 재탕하거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여기 머물러 있는동안 차를 10번은 넘게 우려낸 것 같습니다.

여튼 아메이차로우에서 진짜 차를 원 없이 많이 마셨네요...ㅋㅋ

 

 

차와 함께 나온 다과는 총 네 가지.

3인 기준으로 인원수에 맞춰 하나씩 맛볼 수 있게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요,

은근히 우리나라 전통다과와 비슷한 느낌.

 

 

얇게 펴서 만든 검은깨와 하얀깨강정.

우리나라의 깨강정과 비슷하나 단맛은 좀 덜하고 고소한 맛.

 

 

이건 말린 과일이었는데, 안에 큼직한 씨가 들어있어 조심조심 씹어야 합니다.

좀 꾸덕꾸덕하고 딱딱한 식감인데 씹을수록 새콤달콤한 향과 풍미가 느껴지는 게 은은한 차와 잘 어울리더군요.

 

 

우리나라 인절미와 거의 비슷한 한 입 크기의 콩가루 경단. 딱 예상되는 맛.

 

 

꽃 모양의 다식도 하나씩 예쁘게 담겨 나왔습니다.

 

 

이런 류의 전통과자 정말 좋아하는데, 사실 먹어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지요.

옛날에는 명절 때 많이 만들어먹거나 혹은 사서 먹었다지만 요새는 명절 때도 찾아보기 힘든 과자가 된 것 같습니다.

 

 

오, 안에 얇게 단팥이 샌드되어 있어 달콤하고 맛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계열의 단맛.

네 종류의 다과는 양이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 맛이 괜찮으면서 또 자기개성이 강하지 않아 차와 함께 즐기기 딱 좋았습니다.

 

다과는 리필이 안 되지만 차는 추가요금 없이 리필을 해 준다고 하니

차를 많이 즐기고 싶은 분은 리필해도 좋을 듯 합니다만, 기본으로 나오는 차도 엄청 많아서 과연 리필이 가능할련지...

 

 

사실 차나 다과보다 테라스에 앉아 지우펀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쉴 수 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왜 사람들에게 이 찻집이 유명해졌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었던 곳.

 

 

우리 셋 다 일이 많고 바빠요. 그래서 시간을 내기 쉽지 않지요.

이렇게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일상 중에 힘들게라도 시간 내서 여기가지 오길 정말 잘 했어요.

 

여기서 머물렀던 시간은 짧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고 또 오래 기억되고 싶은 시간.

짧은 주말여행이라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지만 여기 머무르는 시간만큼은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느긋하게 차와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다 우러난 찻잎은 따로 그릇에 모아놓으면 되는데, 마치 미역 불린것처럼 몇 배로 불어버리더군요(...)

처음 건조한 차가 나올 때 양이 얼마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엄청 많았다... 라는 게 바로 이런 것.

 

 

이번 여행이 좀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좀 더 주어진 시간이 많았더라면

더 앉아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많이 아쉽습니다.

 

후 나는 언제 여유있게 여행을 즐겨보나...ㅋㅋ

 

 

나갈 때 즈음에 찻집 직원이 오더니 기념품이라며 아메이차로우의 야경이 담긴 엽서를 하나씩 선물로 주더군요.

그다지 대단한 선물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하나씩 챙겨주는 것에 살짝 감동.

 

이 엽서는 현재 제 책상위에 놓여 있습니다. 일하면서 한번씩 볼 때마다 이 곳에서 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요.

 

 

나가는 출입문 옆에 전시되어 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피규어들.

그러고보니 이 작품이 2001년 개봉이니 벌써 약 20여 년 전 작품이 되어버렸군요... 와, 진짜 세월;;;

 

 

지우펀의 찻집 '아메이차로우(阿妹茶樓)'

 

가격은 일반적인 타이완 물가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지만, 가격 이상의 편안함, 그리고 좋은 기억을 담을 수 있었던 곳.

나중에라도 지우펀을 다시 찾게 된다면 반드시 또 찾고싶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소였습니다.

 

= Continue =

 

. . . . . .

 

 

2020. 3. 4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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