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 타이완 주말 밤도깨비 여행
(12) 믿고 먹는 소시지꼬치와 '존맛탱구리~ 오지고지리고렛잇고' 의 주인공 오징어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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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 가면 다른 음식은 건너뛰더라도 이것만큼은 절대로 놓칠 수 없다! 라며 꼭 먹고오는 먹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소시지' 인데요, 그 소시지가 뭐 대단하다고, 그냥 우리나라에서도 먹을 수 있는 흔한 소시지 아니냐 싶을 수도 있겠지마는
타이완 야시장이나 관광지 등지에서 파는 길거리에서 구워 파는 소시지는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이 곳만의 풍미와 함께 육즙이 제대로 살아있어 제가 정말 좋아하는, 그리고 누구에게나 강력 추천하는 길거리 음식입니다.
이렇게 그릴 위 소시지를 듬뿍 올리고 눈앞에서 노릇노릇하게 굽는데
이걸 어떻게 지나칠 수 있겠어요...
일부러 약속을 한 건 아니지만, 다른 야시장을 비롯하여 여기저기서 판매하는 소시지는 신기하게도
가격이 매장마다 전부 동일하게 통일되어 있습니다. 1개 40NTD(1,600원), 그리고 3개 100NTD(4,000원)으로 말입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모든 식당, 심지어 여름에 바가지요금 씌우는 계곡 백숙집마저 공기밥은 1,000원으로 일괄 고정된 것처럼요.
진한 갈색에 가까울 정도로 바싹 구워낸 소시지는 마지막으로 꼬치에 꿰어진 채 손님에게 바로 나갑니다.
다들 하나씩 맛보기 위해 총 세 개의 소시지 구입.
한 개 가격은 40NTD지만 세 개를 구매하면 20NTD를 할인해주니 이득. 이럴 때 세 명인게 참 좋다니까요.
은근히 타이완 야시장 돌아보면 1개 40NTD, 3개 100NTD로 할인해주는 길거리 음식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파는 소시지 꼬치와 비슷한 크기와 굵기. 그리고 윤기가 흐르는 외형.
모든 소시지 파는 가게에는 생마늘이 담겨 있는 그릇이 하나씩 놓여져 있습니다.
이 생마늘은 소시지 먹을 때 하나씩 입에 넣고 같이 씹어야 제대로 빛을 발하는데요,
입 안에 생마늘을 하나 넣은 뒤, 소시지를 한 입 베어물고 소시지와 마늘을 동시에 씹어먹는 방식으로 즐기면 됩니다.
타이완 소시지는 한국에서 먹어 본 소시지에 비해 육즙이 더 많고 먹어본 적 없는 독특한 풍미가 있습니다.
정확히 무슨 향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특유의 중국 향신료 냄새가 더해져 있어 굉장히 특이하면서 또 생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거부감이 들 정도의 심한 향은 아닌데다 바싹 구운 소시지 안에 육즙이 한 가득 들어있어
생마늘 한 조각과 함께 육즙 가득한 소시지를 씹으면 처음 체험해보는 향기로운 풍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습니다.
설령 다른 건 못 먹어보게 되더라도 야시장, 관광지의 길거리 음식 중 소시지만큼은 꼭 한 번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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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길거리 음식 중 또 하나 추천할 만한 건 바로 '오징어 튀김' 입니다.
짭조름하게 튀겨낸 큼직한 오징어튀김을 한 입 크기로 잘라 컵에 담아 파는 음식인데요,
오징어튀김 역시 아주 유명하여 관광지나 시내 야시장 등에 가면 어렵지않게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기도 합니다.
지우펀 상점가 안엔 '오징어 전문가(한글 이름)' 이라고 하는 오징어튀김 전문점이 있습니다.
오징어튀김 뿐 아니라 다양한 해산물을 종류별로 튀겨 파는 곳으로 갓 튀긴 따끈하고 바삭한 오징어튀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가게 직원이 호객을 정말 잘 했는데요, 한국말까지 유창하게 잘 하는 직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한국말이 그냥 잘 한다 정도 수준이 아니라, 인터넷 유행어 밈까지 완벽히 파악한 경지에까지 올라서...
제 눈앞에서 현지 타이완 직원이
'자아자아 오징어튀김 존맛탱구리~~ 오징어튀김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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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외쳤을 때, 저를 비롯한 일행 전부 이 표정으로 직원을 주시...;;;
...결국 그 호객에 이끌려 매장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중국어라든가 대만어는 제가 모른다 쳐도 직원이 일본어, 영어로도 길거리 사람들에게 호객을 하는데
그냥 영어로는 '딜리셔스', 일본어로는 '오이시' 정도로만 점잖게 말하는 걸 유독 한국어로만 '존맛탱구리' 라든가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같은 유행어 밈을 막 던져대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그냥 지나친답니까;;
매대에는 오징어튀김 말고도 조그만 게 튀김과 새우튀김, 열빙어 비슷한 것으로 보이는 보이는 생선튀김,
그리고 한 조각당 40NTD에 판매하는 닭다리튀김 등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튀김이 있지만 아무래도 제일 인기있는 튀김은 단연 오징어튀김이겠지요.
주문을 받으면 매대에 진열된 오징어튀김 한 그릇을 가져가 그 자리에서 한 번 더 튀겨낸 뒤 손님에게 내어줍니다.
튀기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하고 앞서 온 손님이 있기 때문에 번호표를 받았는데요,
번호표 한번 참 개성적으로 만들었네(...) 절대 잃어버릴 일도, 모르고 가져갈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오징어 전문가의 대표메뉴, 오징어튀김(100NTD = 4,000원)
한 입 크기로 썰어진 오징어가 한 컵 가득 담겨졌고 인원수에 맞춰 이쑤시개도 꽂혀져 나왔습니다.
이 오징어튀김은 그냥 먹어도 좋지만 튀김 위에 소스 파우더를 뿌려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오징어튀김을 파는 매장마다 비치해놓는 파우더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여긴 카레, 겨자, 그리고 후추 세 가지로 구성.
겨자와 카레, 후추 세 종류의 분말을 전부 적당한 비율로 쉐킷쉐킷.
왼쪽의 연두색이 겨자, 오른쪽의 갈색이 카레 분말입니다. 이 둘이 서로 섞이지는 않게끔 조심조심...
생각보다 별로 두껍지 않은 튀김옷이 얇게 오징어를 감싸고 있는데, 튀김옷의 질감이 단단하고 또 과자처럼 바삭바삭해서
'튀겨냈다' 라는 존재감이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단단하고 바삭한 튀김옷 안에 쫄깃한 오징어살이 가득 들어있어
짭짤한 맛이 정말 맥주를 저절로 부를 수밖에 없는 맛이라고밖에 더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카레 분말과 겨자 분말, 둘 다 좋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겨자 쪽이 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건 취향이니까...
지우펀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인파에 항상 치여다녀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그렇게 하는 건 좀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길거리 오징어튀김 또는 소시지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론 골드메달 타이완 캔맥주를 한 캔 까서
홀짝이며 여기저기 구경을 하고 다닐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완벽한 궁합, 그리고 행복이 또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 때문에 지우펀 자체를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고
한국인이 싹 빠져나가면서 가게 직원도 당분간은 '존맛탱구리~' 라는 호객을 할 수 없는 상황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언젠가 다시 상황이 나아지고 한국인 관광도 회복되면서 재밌는 호객이 함께하는 오징어튀김을 맛볼 기회가 돌아오길 빕니다.
타이완 직원 입에서 나온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에 남았던 기억이었습니다.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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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2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