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0년만의 주말 제주도여행
(7) 바다 앞에 솟은 야트막한 언덕, 도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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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북쪽에 도두항이라는 항구가 있고 그 옆엔 '도두봉' 이라는 작은 봉우리가 있다.
도두봉은 높이 61.8m의 아주 작은 봉우리로 지역주민들의 가벼운 산책코스로도 괜찮지만
이 곳에 관광 온 관광객들이 바닷가 전망 보러 한 번 들리는 곳이기도 한 듯.
도두봉 근처는 '섬머리 도두봉공원' 이란 이름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산 일부가 제주올레길 17코스 중 하나로 쭉 이어져 있다고 함.
일단 왔으니 한 번 올라가 본다.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올라가기 어렵진 않음.
말이 등산이지 60m밖에 안 되는 산이라 그냥 뒷산 산책하는 기분으로 느긋하게 올라가면 된다.
진짜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산 정상에 도착함.
제주공항이 바로 뒤에 있어 정상에서 제주공항 활주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도두봉 정상엔 과거 봉수대가 있었던 터를 발견할 수 있음.
조선시대 위급상황을 알리던 도원 봉수대 터.
산 정상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바닷가 바로 옆에 붙어있으니 봉수대가 설치되기엔 좋은 환경이었을 듯.
봉우리가 높진 않지만 사방이 탁 트여있어 내려다보는 묘미가 나름 쏠쏠함.
육지 방향의 망망대해.
아, 오늘 날씨 정말 너무 맘에 든다...
도두봉 정상에서 나무 사이로 우거진 숲길과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는데
이 숲길 초입부가 꽤 유명한 사진 촬영 명소라고 한다.
이 나무 사이로 보이는 풍경의 모습이 흡사 키세스 초콜릿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도두봉 키세스존' 이란 이름으로 불린다던데 사실 이렇게 보면 키세스인지 잘 모르겠음...
그래도 은근히 사람들 여기 와서 이 배경으로 사진들 많이 찍더라.
키세스존은 잘 모르겠고 그냥 탁 트인 바다 바라보며 바닷바람 맞는 게 되게 좋았음.
아직은 9월이라 사방이 푸르르다.
근데 제주도라면 겨울에도 나무들이 다 푸를 것 같은 기분.
내려갈 땐 반대쪽 도두항 쪽으로 빙 돌아 내려가보기로 함.
어짜피 도두봉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 돌아내려간다 해도 그렇게까지 멀리 도는 건 아니라서...
등대가 있는 도두항 전경.
도두항은 되게 아담한 규모의 작은 항구로 등대가 있는 방파제 안으로 작은 배 여러 대가 정박해 있다.
제주에서 육지를 오가는 여객선은 도두항이 아닌 여기서 서쪽으로 좀 떨어진 제주항에서 취급한다고 함.
제주도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떨어진 육지는 완도와 진도.
파도 잔잔하니 좋음.
반대쪽 산책로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길.
이 쪽은 사람이 별로 없어 느긋하게 바다 바라보며 걷기 좋았다. 뭣보다 풍경이 진짜 괜찮았음.
산 위에 있는 바위들도 현무암.
바위에 구멍 숭숭 뚫려있는 거 보면 좀 신기하기도 하고.
아니 왜 닭이 여기서 나와;;;;
어디서 키우는 닭인지 아니면 진짜 자연방사해서 사는 건지 모르겠는데
암수 한쌍이 나와 바쁘게 걸어가던데 순간 이게 뭔가 싶더라...ㅋㅋ 급히 걸어가는 거 여러 컷 찍어 겨우 이것 남김.
여기는 길이 없다고 합니다...
뭐랄까... 바다와 떨어진 곳에 살아 그런지 모르겠는데
남들은 이제 질릴법하다고 느낄만한 바다지만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그냥 탁 트인 이런 느낌이 너무 좋음.
이 조각상 이름은 뭘까...
미역을 타고 거북이의 멱살 잡은 채 하늘로 날아오르는 소녀?!
도두봉을 내려와 다시 해안도로로 돌아왔다.
그러고보면 바다가 푸른색이라기보단 묘하게 검단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아마 검은 암초 때문이 아닐까 싶음.
차도와 인도가 나란히 이어져 있는 도두봉 근방 해안도로.
해안가를 따라 인도가 이어져 있어 느긋하게 바닷바람 맞으며 걷기 좋은 곳.
도두봉 동쪽 버스정류장.
'자들지말앙 삽써' 라는 제주 방언은 근심 걱정 말고 살라는 뜻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
낚시대를 들이밀고 생각에 잠긴 아저씨.
막 물질(채취)을 하고 올라온 해녀.
제주 해녀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도 지정되었다고 함.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 있는 문화이긴 하지만 지금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국가에서도 이 문화의 명맥을 유지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 한 번 내려가 봄.
새까만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바위들을 실제로 보니 느낌이 되게 이상하다.
20여 년 전,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검은 바다만큼은 기억에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모습을 다시 본다.
마치 화재가 크게 일어나 바위가 새까맣게 그을린 것 같지만, 그런 게 아니라 바위 색 자체가 원래부터 이렇다.
화산섬으로 만들어진 제주도의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서만 이런 해안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제주도에 여행을 오게 되면 꼭 해안 도로 일주하면서 이런 바닷가를 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해안도로 몇 곳에 이렇게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 여기 통해 내려가면 된다.
계단 따라 내려온다고 바로 바다와 연결된 건 아니고 이 바위투성이를 거쳐야만 바다로 나갈 수 있음.
다만 이 곳은 해수욕장이 아니라 수영하기엔 적합치 않은 곳이니 그냥 눈으로만 바다의 모습을 담자.
도두항 옆 작은 항구에 정박중인 고깃배, 광일호와 대동호.
도두항 근처 밥집 '호또모또'
일본 도시락 체인이랑 이름이 똑같아 이게 뭐지ㅋㅋㅋ 했는데 전복, 새우 등의 정식과 돈까스 파는 집이라고 함.
가정집 개조해서 만든 식당이라고 하는데 겉모습은 허름해도 사람들 평이 꽤 좋은 편이었다.
여기 물회랑 새우장, 그리고 제주도 흑돼지고 만든 돈까스가 맛있다고 하네.
여행 도중 간판만 봤을 땐 일본 도시락 체인과 이름 같다고 웃기만 했는데 좋은 가게였구나... 얕잡아본 나님 잠시 반성.
= Continue =
2022. 3. 4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