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0년만의 주말 제주도여행
(25)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39지방도로 최정점, '1100고지', 그리고 신비의 도깨비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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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차를 타고 한라산으로 올라가는 중입니다.
올라가는 길 자체가 진짜 그림같아 올라가는 도중, 잠시 갓길에 차 세워놓고 사진을 찍을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 곳은 제주도의 1139번 지방도로로 한라산을 직통하여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도로라고 한다.
제2횡단도로, 또는 1139번 지방도로는 이름이 있지만 사람들이 제일 많이 부르는 도로 이름은 '1100도로'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가르는 경계지역이 이 도로에서 제일 높은 해발 1,100m 지점에 있어 그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여기만큼 도로가 예쁜 곳이 또 없었음.
오히려 바닷가를 끼고 있는 해안도로보다도 더 멋졌다. 굴곡이 심하지 않은 산길을 따라 쭉 한라산 위로 올라가는데
차도 많지 않았고 건물 하나 없이 숲으로 쭉 이루어져 있는 길이 되게 동화적이라는 느낌.
제주도에 렌트카 갖고 오면 일부러 시간 내어서라도 꼭 한 번 달려볼 가치가 있는 도로다.
...다만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빌린 차가 경차라 힘을 잘 받지 못했다는 거지만(...)
이니셜D처럼 주행한 건 아니지만, 풀악셀을 밟아도 차가 탄력을 못 받음;;;
1100도로의 정점(頂點), 1,100고지에 도착.
이 곳엔 팔각지붕의 정자 형태로 만들어진 휴게소와 함께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해발 1,100m' 도로의 정점을 알리는 비석.
이 정점을 기준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행정구역이 나뉜다고 함.
한라산의 높이는 1,950m지만 차를 이용해서 올라올 수 있는 가장 높은 구역은 이 곳이 아닐까 싶음.
그래도 1,100m 정도밖에 안 되어 막 산소가 희박하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 그냥 공기가 정말... 깨끗함.
일단 주차 완료.
이 곳까지 찾아온 관광객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휴게소 건물은 휴게소와 식당, 기념품판매점, 그리고 1,100고지 습지 전시관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휴게소를 지키고 있는 돌하르방도 마스크 착용중.
코까지 깔끔하게 잘 덮었구만그래.
휴게소 내부는 기념품 판매장 규모가 꽤 컸음.
그리고 어디를 가나 돌하르방 인형은 빠지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돌하르방과 달리 돌하르방 인형도 꽤 다양하고 귀엽게 만들어서 파는 중.
건물 2층이 습지전시관이긴 한데 코로나19로 인해 당시엔 운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아마 운영을 다시 재개하지 않았을까 싶음.
습지전시관에서 내려다 본 1,100고지 주차장과 1100도로.
도로 너머 작은 집 하나가 있는데 저 집 뒷편으로 한라산 습지를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1,100고지에 세워져 있는 하얀 순록상.
이 순록상이 1,100고지를 상징하는 조각품이라고 함.
알고보니 하얀 순록에 대한 전설이 내려져오고 있었네.
그냥 가볍게 한 번 읽어보면 좋을 듯.
신호등은 없지만 습지로 넘어가는 횡단보도는 설치되어 있었다.
차량 통행이 많은 편이 아니라 건너가는 데 그리 큰 문제는 없고 횡단보도 좌우로 일직선으로 길이 뻗어있어
멀리서 차 오는 건 금방 알 수 있음.
1,100고지는 바이크 타는 사람들에게도 꽤 유명한 도로인 듯 하다.
나 와서 조금 구경하고 있을 때 동호회로 보이는 바이크 탄 무리 여럿이 우르르 몰려온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차로 제주도 여행을 하지만 바이크 타고 제주도 돌아보는 것도 꽤 멋지겠다 싶었음.
아, 참고로 1,100고지는 대중교통도 다님.
제주버스터미널을 출발하여 서귀포시 중문으로 넘어가는 240번 버스인데 하루 9~12회 운행한다고 하니
렌터카 여행이 아닐 땐 대중교통으로 이용해서 찾아와도 된다. 다만 시각표는 잘 보고 다녀야 할 듯.
(240번 버스 시각표 : http://bus.jeju.go.kr/schedule/view/240)
1,100고지 정점에서 찍은 제주방향, 서귀포방향의 도로.
하늘은 미친듯이 맑았고 기분상 하늘과 좀 더 가까이 닿은 듯한 느낌도 든다.
과속하지 말라고 과속카메라도 달려 있음. 여기선 과속하지 말고 풍경 즐기면서 느긋하게 달립시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저렇게 멀리 차 오는 걸 볼 수 있기 때문에 엄청 과속하는 차량이 있지 않은 한 사고 우려는 크게 없을지도...
작은 오두막 초소가 있는 이 곳은 1,100고지 습지 자연학습 탐방로가 있는 곳이다.
왼쪽의 안내 방향을 따라 들어가면 한라산 1,100고지 습지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음.
제주 1,100고지 습지보전지역.
한라산 고원지대에 형성되어 있는 산지 습지로 멸종위기의 야생 생물과 고유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중요한 가치가 있는 지역이라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은 유네스코 제주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음.
제주도의 자연 환경은 이렇게 보존해고 지켜나가야 할 곳이 많다.
1,100고지 습지에 서식하고 있는 각종 동물들.
실제로 다니면서 보진 못했지만 이런 동물들이 한라산에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학습탐방로를 따라 한 바퀴를 빙 돌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편도로 갔다 되돌아오는 게 아니라 한 바퀴를 돌면 다시 처음 있던 지역으로 돌아오는 구조로 되어 있음.
산책로가 정말 잘 조성되어 있다.
언덕이나 험한 바윗길 없이 그냥 이렇게 쭉 평지로 길이 이어져있어 천천히 돌아보며 자연 구경하기 아주 좋음.
게다가 산책로에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느긋하게 천천히 한적한 1,100고지의 자연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
산책로 좌우로 펼쳐진 1,100고지 습지.
산 위에 어디서 물이 흘러들어오고 또 어떻게 이렇게 넓은 평지가 만들어졌는지 볼 때마다 신기한 느낌.
같은 산이면서도 어딘가 다른 산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여기만의 자연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근심도 없이 자연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걷기 좋았던 산책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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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9지방도로를 타고 제주시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신비의 도로' 라는 곳을 만나게 된다.
신비의 도로로 가는 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 도로 자체가 1139지방도로 중 일부.
신비의 도로 입구 한 휴게소에 놓여있는 조각상.
도깨비 얼굴을 하고 있는 조각상인데, 이 신비의 도로가 '도깨비 도로' 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기 때문에 설치된 듯.
도깨비도로라고도 불리는 신비의 도로는
시각적인 착각으로 인해 비탈길의 높낮이가 뒤바뀌어 보이는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을 말한다.
브레이크 풀고 중립 상태로 놓은 차량이 높은 방향으로 이끌려 올라가는 듯한 착시현상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20여 년 전 제주도 여행을 할 때 이 도로를 한 번 지났던 기억이 떠올라 다시 한 번 찾게 되었다.
신비의 도로 종점.
음......
으음.........;;;;
분명히 20년 전엔 여기 지나가면서 우와~ 신기하다! 라고 되게 놀랐는데 왜 지금은 딱히 뭔가 잘 모르겠지...ㅋㅋ
저 방향이 자세히 보면 오르막길처럼 생겼는데 사실은 아래로 내려가는 내리막길 방향이다.
그래서 신비의 도로라는 이름이 붙은 듯... 나이를 먹어 그런건가, 어릴 적 신기하게 느껴졌던 게 지금은 느낌이 딱히;;
에라 모르겠다, 내려가기 전 도새기나 보고 가야지;;
돼지의 제주 방언이 '도새기' 라고 한다.
= Continue =
2022. 3. 12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