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혜화역 일대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학교가 개강하면서 사람들이 몰리며 다시 활기를 띠고 있더군요.
이 일대에 항상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로 상당히 인기가 좋은 마제소바 전문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바로 '칸다소바(神田そば)' 라는 가게로 도쿄 마제소바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일본라멘 전문 식당이라고 합니다.
큰길가에 가게 입구가 있는데 바로 출입문이 붙어있는 게 아니라 이런 분위기의 통로를 통해 들어가게 되어 있더군요.
들어가는 통로에 전등과 함께 칸다소바에 대한 소개가 적혀 있는 작은 간판 하나가 걸려 있었습니다.
워낙 인기있는 가게라 항상 긴 줄이 늘어서있다고 하는데, 제가 갔을 때도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무작정 줄을 서는 게 아닌 가게 안으로 들어가 입구의 무인 주문기를 통해 선주문을 한 뒤 나와서 대기하면 된다고...
그래서 일단 주문을 한 뒤 주문 번호를 확인, 직원이 번호를 불러줄 때까지 밖에 서서 기다렸습니다.
출입문 위에 붙어있던 '칸다(神田)' 라는 글씨가 인쇄된 커튼.
도쿄 야마노테선 아키하바라 역 바로 다음역인 '칸다역' 과 동일한 한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푯말이 붙어 있으면 현재 영업중이라는 의미~
다행히 엄청 오래까진 아니고 적당히 기다린 끝에 직원이 번호 호명을 해서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손님 수에 비해 회전율이 의외로 빠른 편인데 그 이유가 라멘집 치고 매장이 꽤 넓기 때문.
사진에 보이는 주방 앞 바 테이블 이외에도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별도의 테이블이 있어 의외로 넓다는 인상을 받았지요.
무인 주문기 앞엔 매장의 대표메뉴인 마제소바, 그리고 아부라소바에 대한 소개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혹여라도 이 두 요리를 처음 드셔보시는 분들이라면 주문하기 전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부라소바는 예전에 연남동 쿄 라멘에서 엄청 맛있는 걸 먹은 적 있었는데(https://ryunan9903.tistory.com/1370)
마제소바는 마지막으로 먹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꽤 오래되었군요.
칸다소바라는 가게에 대한 간략한 소개.
겨울에는 돈코츠라멘, 그리고 여름에는 메밀소바 등 계절 시즌에 맞춰 판매하는 한정 메뉴도 있다고 합니다.
테이블에 기본 비치되어 있는 각종 양념통.
기본 식기 준비 완료.
밑반찬으로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단무지를 종지에 먹을만큼 직접 담으면 됩니다.
단무지에 다시마를 잘게 다져 함께 무쳤는데요, 물기를 빼내 오독오독 씹히는 단맛이 이 자체로도 안주가 된다는 느낌.
마제소바를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한 안내.
잘 섞어 먹다가 테이블에 있는 식초를 살짝 뿌려 비벼먹으면 더 새로우면서 복합적인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칸다소바의 대표메뉴, '마제소바(10,000원)'
마제소바의 '마제' 는 '섞다, 비비다' 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면 위에 얹어진 날계란 노른자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들을 면과 함께 비벼먹는 국물 없는 비빔라멘이라고 보시면 될 듯.
고명 안에 들어있는 두꺼운 밀가루면, 그리고 고명을 비빔냉면이나 국수 비비듯 잘 비벼준 뒤 먹으면 됩니다.
소스가 꽤 걸쭉한 편이라 뻑뻑하지 않고 쉽게 잘 비벼지는 편.
'소바' 라고 하여 메밀소바가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츠케멘류과 비슷한 두꺼운 면을 삶아넣은 게 특징.
아마 제가 마제소바를 처음 먹어봤던 곳이 잠실 석촌호수 쪽의 '멘야하나비' 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런 게 무슨 맛일까 싶었는데 국물 있는 라멘과는 다른 특유의 양념 맛이 정말 강한 인상으로 남았었거든요.
칸다소바의 마제소바 역시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만족스러움을 주는 데 부족함이 전혀 없더군요.
본래 끈적끈적한 소스의 식감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닌데, 이 끈적함만큼은 예외.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절반 정도 먹은 뒤 중간에 테이블에 비치된 다시마식초를 몇 방울 뿌려 다시 비벼먹으면 살짝 맛이 바뀌게 되는데
이 때 느껴지는 감칠맛이 더해진 맛의 변화도 같이 즐겨보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너무 많이 넣지 말고 몇 방울만요.
마제소바의 면을 다 먹고 소스만 남았을 때 직원에게 밥을 달라고 요청하면 작은 공기에 밥을 담아 내어줍니다.
이 밥은 마제소바 주문시 기본 서비스로 제공되는데, 일반적인 공기밥의 절반 정도 되는 양이 나옵니다.
남은 마제소바 소스 위에 밥을 넣고...
소스와 밥이 잘 섞이게끔 숟가락으로 비벼주면 면을 건져먹은 뒤 마무리로 먹는 마제소바 소스 비빔밥 완성.
면만으로 양이 충분할 경우 굳이 밥을 추가하지 않아도 좋지만, 남은 소스 깔끔하게 먹는덴 이만한 게 없습니다.
면과 잘 어울리는 마제소바 소스는 밥과의 조화도 생각 이상으로 아주 좋습니다.
많이 드시는 분은 밥 추가해서 이렇게 비벼먹으면 포만감도 채울 수 있습니다만, 밥까지 넣어먹기 부담스럽다면
굳이 밥 추가하지 않고 숟가락으로 남은 소스를 퍼 먹어도 그렇게 심하게 짜다는 느낌은 안 받으실 것 같습니다.
밥까지 비벼먹으니 진짜 한 그릇 잘 먹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칸다소바가 혜화 말고도 전국에 네 군데의 매장이 더 있습니다. 그러니까 총 다섯 군데의 매장이 운영 중이지요.
서울에는 혜화 말고도 상수동, 경복궁, 그리고 인천 부평, 마지막으로 부산 서면에 매장을 두고 있는데요,
이 중 '부산 서면에 있는 칸다소바가 본점' 이라고 합니다. 가까운 곳에 매장이 있다면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혜화점 서빙하시는 직원 되게 친절해서 좋았어요. 솔직히 말해 요새 방문했던 몇몇 라멘집의 경우
조금 위압적인(?) 분위기와 불친절까진 아니어도 어딘가 쌀쌀맞고 약간 냉랭한 분위기의 응대를 겪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매장은 사람이 꽤 많아 붐비는 곳이었음에도 불구 그런 분위기를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만족했던 듯...
재방문 의사 충분히 있습니다. 만약 다음에 재방문하게 된다면 그 땐 아부라소바를 먹어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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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다소바 혜화점 찾아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3, 4번 출구 하차(서울 종로구 대학로 131-1)
2022. 5. 16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