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꽤 흥미로운 야외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예전에 한 번 언급한 적 있는 효창공원앞역 근처의 재래시장인 '용문시장' 을 찾게 되었는데요,
용문시장에서 판매하는 몇몇 먹거리들을 포장하여 공원 가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피크닉처럼 저녁을 즐기고 왔지요.
지난 번 소개한 용문시장 명물 부산어묵 근처에 위치한 '맛나분식' 에서 떡볶이, 그리고 여기 명물 햄버거를 포장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는 조그마한 분식집으로 떡볶이, 순대, 튀김 등을 판매하는 평범한 분식집이긴 하지만
이 가게의 주력 메뉴는 단연 즉석햄버거. 사실 떡볶이는 맞은편 부산어묵에서 어묵과 함께 파는 떡볶이가 더 유명해서...
매장 밖에 햄버거빵이 따로 나와 있는 걸 보니 이 가게에서 주력으로 판매하는 인기메뉴가 햄버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햄버거 가격은 3,500원.
어딘가 조금 난잡한 감이 있지만(^^;;)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는 메뉴판.
떡볶이, 순대, 튀김 말고도 콩국수 같은 식사류, 그리고 순대볶음, 닭발 같은 안주용 메뉴도 팔고 있습니다.
진짜 전형적인 옛 감성이 남아있는 오래 된 동네 분식집이라는 느낌. 요즘은 이런 분위기의 가게를 쉽게 보기 힘드니...
어쨌든 여기서 햄버거와 떡볶이, 그리고 맞은편 부산어묵에서 어묵과 순대를 포장하여 효창공원으로 이동.
효창공원앞역이라고 해서 공원이 역에서 꽤 가까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언덕 따라 좀 걸어야 해서 생각보다 거리가 있던...
효창공원 출입문 바로 맞은편에 효창운동장이 있습니다.
효창공원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개방된 공원이라는군요.
공원 내 일부 구역(백범김구묘역 등)에서는 음식물 반입이 안 된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입구로 들어서니 매점과 함께 아예 테이블을 포함한 벤치가 여럿 마련되어 있어 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근처에 분리수거 할 수 있는 쓰레기통과 화장실도 있으니 먹고 난 뒤엔 흔적이 남지 않게 깔끔하게 정리할 것.
용문시장의 맛나분식, 그리고 부산어묵에서 포장해 온 음식들.
순대와 어묵, 그리고 떡볶이와 햄버거. 진짜 분식 위주로만 담아왔는데 같이 간 친구나 저나 이런 걸 워낙 좋아해서...
캔맥주를 마시면 더 좋겠지만, 공원 안에서 음주하는 것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니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로 대체.
다행히 편의점에서 1+1 행사를 하길래 꽤 오래간만에 마셔 보는 나랑드 사이다.
비싸고 고급스런 음식은 아니지만 괜히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족해지는 한상차림.
아 이런 것 너무 좋아요...ㅋㅋ 남들은 나이가 들면 분식을 잘 안 먹고 한식이나 국물있는 음식 위주로 입맛이 바뀐다는데
저는 음... 솔직히 한 3~40년 지나도 계속 이런 음식 좋아하고 또 찾아먹게 되지 않을까 싶은...ㅋㅋ
용문시장 부산어묵에서 예전에 순대를 먹어본 적이 있긴 한데, 사실 여긴 순대보다 어묵이 더 유명하다고 합니다.
다만 매장 앞에서 먹을만한 공간이 없어 포장만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동네 주민이 아닌 이상 먹기 쉽지 않은 음식.
그 유명한 부산어묵의 모듬어묵을 드디어 먹어보게 되는군요...!
예전에 먹어보고 상당히 만족했던 모듬순대도 함께 포장해왔습니다.
어묵은 한 팩에 4,000원, 그리고 순대는 큰 사이즈로 한 팩에 5,000원.
국물이 용기 입구에 찰랑찰랑하게 넘칠 정도로 엄청 많이 담아주는데요, 처음 뚜껑 열면 이게 뭐야 하실듯.
국물만 있는 게 아니라 용기 안에 어묵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처음엔 넘칠까봐 꺼내먹는것도 조심해야 할 정도로...
윗부분에 담긴 사각어묵을 살짝 들춰내면 그 안에 다른 어묵들과 함께 떡이 섞여있는데, 양이 정말 많습니다.
이렇게 담아주는 어묵탕 한 그릇이 4,000원밖에 하지 않는다니 내가 2022년에 사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보통 분식집에서 저런 봉어묵 꼬치 한 개도 요새 7~800원, 혹은 1,000원 하는 곳도 많지 않나...;;
재미있는 건 어묵 안에 떡볶이떡이 들어있다는 점인데, 부산에서 파는 오뎅국물에 담긴 떡꼬치 생각하면 될 듯.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여기 들어가는 떡볶이떡은 쌀떡이 아닌 밀가루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물이 떡 안에 완전히 잘 스며들지 않고 약간 미끄덩거리는 식감을 갖고 있는데, 이게 또 나름대로의 매력이라...
크게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저는 이 밀가루떡 특유의 미끌거리는 식감도 되게 좋아해서 오래간만에 먹으니 꽤 반갑더군요.
5,000원 어치의 모듬순대 역시 그 양이 상당한 편.
일반 동네 분식집, 혹은 프랜차이즈 분식집에서 시키면 최소 1만원, 혹은 그 이상 할 만한 양이 가득 담겨나왔습니다.
물론 전부 섞어달라고 요청해서 순대 이외에도 간, 허파 등의 부속 부위도 넉넉하게 담겨 나온 게 특징.
이렇게 푸짐하게 순대 내어주는 집은 마장동 우시장에 있는 '종필엄마' 이후 처음 보는 것 같군요. 거의 막상막하급.
다만 마장동이 도매점, 여기는 다른 분식과 함께 파는 소매점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여기가 더 대단하다고 봐도 될 듯...?
저는 오돌뼈 들어가는 부위를 정말 좋아합니다. 특유의 오독거리는 식감을 굉장히 즐기는 편이라서요.
다만 잘못 씹었다가 치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금 조심스럽게 즐기는 편이지요.
기본 당면순대부터 시작하여 김치순대, 당면순대, 우거지순대 등 다양한 종류의 속을 채워넣은 순대를 이것저것 넣었는데
어느 것을 먹든 다 맛있습니다. 한 종류도 아니고 여러 종류의 순대를 이렇게 담아주는데 5,000원만 받아도 되나 싶고...
워낙 포장해가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먹고가는 게 아닌 포장만 되기 때문에 박리다매로 넉넉하게 파는 게 아닐까 싶군요.
순대는 어묵과 달리 쉽게 불지 않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와서 포장을 해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부산어묵이 아닌 맛나분식에서 포장한 즉석햄버거.
햄버거 주문을 받으면 패티를 꺼내 후라이팬에 굽고 번(빵)도 표면이 노릇해질 정도로 살짝 구워서 만들어주는데,
햄버거 안에 패티와 함께 양배추 채썬 것, 거기에 계란후라이까지 넣고 케첩, 마요네즈로 버무려 마무리한 모습에서
전형적인 시장에서 파는 옛 즉석 햄버거의 감성을 맛볼 수 있습니다. 패스트푸드에선 느낄 수 없는 매력이거든요.
내용물도 익숙한 것들, 그리고 소스도 익숙한 것들이라 먹어보기 전에 맛이 어떨지 이미 예상이 가는 음식이라지만
되게 정겨운 맛. 특히 계란후라이까지 들어가 더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매력넘치는 햄버거.
패스트푸드 스타일의 신선한 양상추에 토마토 들어간 햄버거도 좋지만 가끔 이런 버거가 엄청 끌릴 때가 있거든요.
얼마 전 맥도날드에서 맛본 '보성녹돈 버거' 가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이유가 나름 이 감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랄까...
햄버거만 사기 좀 그래서 함께 사 온 떡볶이, 그리고 김말이튀김 버무리.
순대나 어묵 모두 맛이 강한 게 아니라 고추장 들어간 조금 자극적이고 강한 것이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 함께 포장.
진하고 새빨간 색이 전형적인 학교 앞 분식집 매운 떡볶이 같다는 인상을 주는 게 특징. 김말이 직접 만든다고 하더군요.
떡볶이는 부산어묵에 들어간 것과 동일한 밀가루떡볶이에 양념도 맵고 달고 자극적이라 나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아쉽게도 김말이튀김은 튀긴지 좀 오래된 것을 넣었는지 살짝 기름 쩔은 냄새가 나서 개인적으로는 좀 많이 별로(...)
그냥 여기서는 햄버거만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뭐 그래도 소스에 순대 찍어먹는 건 괜찮았지만요.
사실 부산어묵에서도 떡볶이를 팔긴 파는데, 그것까지 사면 양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 거기서 못 산 것도 있었습니다.
용문시장 명물음식 위주로 나름 소박(?)하면서 또 엄청 배부르게 즐긴 분식 파티.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던 용문시장 명물 부산어묵의 모듬어묵을 이런 식으로 접해보게 되어 되게 다행이라는 생각.
이후 먹은 쓰레기들은 전부 모아서 가져다 버리고 물티슈로 먹었던 자리도 깔끔하게 정리한 뒤 자리를 떴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그 땐 부산어묵에서 파는 떡볶이도 먹어보고 싶군요. 저 둥근 용기에 하나가득 담아준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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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어묵 찾아가는 길 : 지하철 6, 경의중앙선 효창공원앞역 3번출구 하차, 용문시장 사거리를 지나 용문시장 내 위치
※ 맛나분식 찾아가는 길 : 지하철 6, 경의중앙선 효창공원앞역 3번출구 하차, 용문시장 사거리를 지나 용문시장 내 위치
2022. 7. 19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