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동인천, 인천 일대를 하루만에 전부 방문한 건 아니고 요 근래 세 번이나 방문했습니다.
저번 포스팅까지가 혼자 평일에 놀러왔던 것, 그리고 이번엔 이 근방 거주하는 분 만나 같이 점심 하려고 한 두 번째 방문.
동인천에는 옛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명한 경양식 돈까스 전문점이 꽤 많습니다.
하나는 제 블로그를 통해 여러 번 소개한 적 있는 '잉글랜드 왕돈까스' 라는 40년 넘은 역사의 아주 유명한 돈까스집이고
또 다른 집은 역시 30여 년 넘는 역사의 음식 담겨나오는 차림이 되게 예뻤던 '씨사이드' 라는 돈까스집이었습니다.
그리고 동인천에 이 두 집 말고도 '이집트 돈까스' 라는 가게가 경양식 스타일 돈까스로 꽤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다음에 동인천, 인천 일대를 찾아오면 이 곳도 한 번 가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혼자 한 번 방문하려 했는데 지난 번 혼자 왔을 때 예정에도 없던 만두카페를 간 바람에 배가 한계치까지 차올라
그냥 이 땐 지나가면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만 확인하고 '다음에 오면 그 때 가자' 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 사진은 차마 먹지 못하고 돌아갔을 때 찍은 것. 아무리 저라 해도 볶음밥, 만두 두 접시, 차 두 잔을 마실 순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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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곳에서 점심 약속이 생겨 '이집트 돈까스' 를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겨울 초입에 방문한 거라 지난번 혼자 찾았을 때처럼 쾌청하고 따뜻한 가을 날씨는 아니었어요. 한파가 꽤 셌지요.
이집트 돈까스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중간에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저녁 준비 시간이라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 점은 참고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매장 내부는 뭐랄까... 되게 클래식하네요.
중앙에 작게... 매장 규모대비 꽤 큰 화단이 조성되어 있고 그 화단을 중심으로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미장센에 꽤 신경을 썼다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실내.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박찬욱 영화 같은...?
저희는 창가 바로 옆자리에 자리를 안내받아 앉았습니다.
스탠드 아래 대기 이름 쓰는 명단이 있는 걸 보니 주말엔 사람들이 꽤 많이 와서 기다리기까지 하는 인기 매장인가봐요.
이집트 경양식의 메뉴판.
돈까스 가격은 10,000원에서 13,000원 선에 형성되어 있고 돈까스 주문시 추가 밥은 무료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류 메뉴 중 '개항로맥주' 라는 맥주가 있는데 아마 이 지역에서 판매되는 지역 한정 맥주 아닐까 싶어요.
기본 식기 준비.
테이블에는 티슈와 함께 후추, 그리고 특이하게 바질 파우더가 기본으로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물병도 일반적인 물병이 아닌 매장 분위기와 어울리는 스테인레스 전용 주전자를 사용하고 있군요.
어쨌든 주전자를 가져다줘서 물 두 잔 따라놓고 메뉴 주문.
탄산음료(2,000원)는 얼음컵과 함께 제공됩니다. 아쉽게도 355ml 뚱캔이 아닌 250ml 캔으로 제공됩니다.
그런데 코카콜라 날씬한 캔 원래 250ml 아니었나... 언제 표기가 245ml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네요. 뭐 큰 차이는 없지만...
돈까스가 나오기 전 제공되는 식전 수프.
크림 수프 계열로 양은 정말 입맛 가볍게 돋우는 용도로 아주 적게 나옵니다.
보통 수프에는 후추를 뿌려먹는다지만 테이블에 바질이 있어 호기심에 바질을 한 번 뿌려보았어요.
이상할 것 같지만 은근히 바질과 크림수프와의 조합이 괜찮습니다. 바질 특유의 향긋함이 어우러지는 게 매력적이네요.
다만 수프 양이 너무 적은 게 아쉽던... 추가로 더 먹고싶을 땐 주문을 하면 되는데 500원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딸기잼과 함께 나온 식전빵 두 개. 원래 인당 하나씩인데 둘이 방문해서 두 개.
재미있는 건 보통 경양식 돈까스집을 가면 빵과 밥 중 하나를 선택해 먹을 수 있는데 여긴 두 가지가 다 나옵니다.
빵 되게 맛있었는데요, 딸기잼이야 뭐 그냥 평범한 시판 오뚜기 1회용 딸기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따끈따끈하게 데워진 상태로 나와 굉장히 부드럽고 쫄깃쫄깃했어요. 단순 식전빵에 이정도로 감동 안 하는데 정말 좋았음.
기본 반찬으로는 깍두기, 그리고 깍두기와 동일한 크기로 썬 단무지 두 가지가 제공됩니다.
제가 주문한 '치즈돈까스(13,000원)'
100% 치즈를 아낌없이 사용한 이집트 돈까스의 최고 인기 메뉴라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사이드로 나온 채썬 양배추 샐러드는 흡사 일식돈까스 양배추처럼 굉장히 곱게 썰어져 나온 것이 특징.
납작한 돈까스가 아닌 볼카츠처럼 둥글둥글하게 튀겨진 두 덩어리의 돈까스가
파마산 치즈 뿌린 돈까스 소스에 적셔져 접시 한 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스 양이 부족하진 않을 정도로 꽤 풍족한 편.
그리고 이건 같이 간 분의 '등심 돈까스(10,000원)'
사이드로 밥과 양배추, 그리고 아주 약간의 마카로니 샐러드가 나오는 건 완전히 동일합니다. 기본 고기의 차이만 있을 뿐.
마침 인당 두 덩이씩 나오기도 했고 두 가지 메뉴를 동시에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튀김을 반씩 나눴습니다.
치즈돈까스 한 덩어리 넘겨주고 등심돈까스 한 덩어리 얻어오고... 이렇게 먹으면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꽤 괜찮지요.
소스가 살짝 매콤하다는 이야기를 방문하기 전 이 가게를 찾은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통해 들었는데
어떤 느낌인지 대략 알 것 같네요. 지나치게 맵진 않고 매콤함을 살짝 넣어 튀김의 느끼한 맛을 꽤 잘 잡은 듯 합니다.
채썬 양배추 샐러드는 드레싱에 참깨를 넣어 시큼하거나 달콤한 계열이 아닌 고소함을 느끼기 좋았던 맛.
마요네즈 계열의 소스를 그렇게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이런 깔끔하고 고소한 샐러드 드레싱 꽤 좋아합니다.
등심돈까스나 치즈돈까스 모두 튀김 상태가 꽤 좋습니다. 빵가루 입혀 튀긴 표면도 잘 살아있고 색 또한 괜찮습니다.
기름은 확실히 오래 튀기지 않고 비교적 자주 갈아주는 것 아닐까 싶어요.
다른 경양식 스타일의 왕돈까스 전문점과 비교했을 때 절대적인 양 자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식욕 왕성하거나 혹은 엄청 많이 먹는 대식가들이라면 사실 돈까스 하나에 양이 차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맛이 생각했던 것보다 꽤 좋네요. 일본식 돈까스처럼 엄청 두툼하진 않지만 겹겹이 돼지고기가 굉장히 촉촉합니다.
일부러 의도한 건지 얇은 고기가 여러 겹 싸여있는 한때 유행한 밀피유 스타일의 돈까스와 꽤 비슷한 외관과 맛이라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괜찮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튀김 자체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잉글랜드보다 훨씬 나은 정도...
치즈돈까스는 빵가루 입힌 돼지고기 속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있는데,
튀김을 반으로 가르면 치즈가 폭포처럼 줄줄 흘러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모짜렐라 치즈로 속이 가득차 있어요.
한편으로는 저 둥글둥글한 튀김 속에 치즈 대신 빈 공간 없이 돼지고기로 가득 차 있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던...
이렇게 바질을 살짝 돈까스 위에 뿌려먹으니 이건 이거대로 꽤 이색적이고 괜찮네요.
왜 사람들이 이 곳의 치즈돈까스를 좋아하고 제일 인기가 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갈 만한 맛이었습니다.
너무 느끼하지 않으면서 치즈 양은 절대 아쉽지 않고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모짜렐라 치즈와 돼지고기 튀김의 조화가 일품.
모짜렐라 치즈 남은 덩어리를 모아 등심돈까스와도 함께 먹어보았는데, 뭐 맛은 거기서 거기라고 봐야...
여튼 쫄깃한 식감의 모짜렐라 치즈 들어간 돈까스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여기서 치즈돈까스를 시켜도 좋은 선택이 될 듯...
분위기 이외에 맛에서는 그리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로 맛이 꽤 좋아 살짝 놀랐던 동인천의 '이집트 경양식'
돈까스의 퀄리티 자체는 잉글랜드, 씨사이드보다 이 쪽이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더 높았고 매콤한 소스도 꽤 좋았습니다.
너무 고전적이지 않고 적당히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클래식하고 절제된 분위기에서 즐기는 경양식 돈까스를
체험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 가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군요. 저는 꽤 만족스럽게 먹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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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경양식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1호선 동인천역 하차 후 신포시장 방향 걸어가는 길, 인천내리감리교회 앞
2023. 1. 9 // by RYUNAN